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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초유의 위기 맞은 이란, 3대 공포 덮쳤다! 공습·탄압·전쟁 위협, 불안에 떠는 이란인들 2024-04-23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공습·탄압·전쟁 위협, 불안에 떠는 이란인들]


이란과 이스라엘이 서로 확전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치고받는 공격이 오고 간 이후,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이스라엘의 추가 행동시에는 최고강도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사실은 이스라엘의 추가 공습과 히잡 시위 등으로 인한 탄압, 그리고 언제든지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에 수많은 이란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이란 정부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과 불안한 내정문제 등으로 인해 이스라엘에 대한 일방적인 승리를 선언하고 재빨리 국내 단속을 강화하는 정책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NYT에 따르면 지난 22일 새벽, 이스파한의 시민들은 창문이 덜컹거리고 땅이 흔들리는 폭발음에 잠에서 깼다. 테헤란에서 비행기에 탑승하려던 승객들은 갑자기 영공이 폐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이유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이스파한에 있는 시민들은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과 총성을 들으면서 직감적으로 이스라엘의 목표물이 도시 외곽에 있는 군사 기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연히 이스파한의 시민들은 전쟁이 발발할까봐 두려움에 떨었다.


NYT와 인터뷰한 한 시민은 “이스라엘은 이날 공습을 통해 한마디로 이란의 간을 한번 떠 본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악의 상황이 올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이스라엘의 반격이 있을 경우 강력한 대응을 약속하면서 큰 소리를 쳤던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의 재보복 자체를 아예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이란은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듯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실제로는 이스파한의 군사기지의 방공시스템이 파괴될 정도의 타격이 있었지만 이란 정부는 이러한 현실과는 다르게 이란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은 왜 일방적 승리를 주장하면서 현실을 호도할까?]


그렇다면 이란 정부는 왜 그럴까? NYT는 이에 대해 “이란 정부가 심각한 경제난과 민심 이반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 승리를 선언하면서 분위기를 다잡는 것과 동시에 국내에서는 반정부 흐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투트랙 정책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테헤란의 저명한 분석가이자 작가인 압바스 압디(Abbas Abdi)는 NYT에 “외부적 과제와 내부 과제는 기득권층에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면서 “외부에는 이스라엘, 내부에는 정치적 반대 흐름이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돌파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상황이 무너질 수도 있는 비등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란 정부가 그렇게 공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 3주 동안 이란과 이스라엘이 벌인 정면충돌은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그림자 전쟁에서 벗어나 중동의 양대 강국이 직접 공격을 주고 받았다는 점에서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란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있는 자국 영사관 건물에 대한 이스라엘의 치명적인 공격에 처음으로 300여 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이스라엘에 직접 발사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물론 대부분의 미사일은 요격당했다.


의도적으로 이스라엘이 요격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하는 방식의 공격이었다면 이해할 수가 있겠지만 만약 ‘위장된 평화’로 포장된 공격이 아니었다면 사실 완전히 실패한 공격이었다. 이스라엘에 거의 피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재보복을 선언했고, 이를 미국이 강력하게 막았지만 이스라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수준의 ‘체면 치레용’ 공격을 감행했다. 그럼에도 이란 중부 나탄즈 핵시설의 대공방어를 담당하는 S-300 시스템의 레이더가 파괴되는 등의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


그런데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치고받는 공격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스라엘은 미국의 제지만 없다면 이란을 향해 전쟁 도발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공격적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이란은 더 이상의 긴장 완화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테헤란의 분석가이자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세르 이마니는 “이란 관리들은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란은 이스라엘과 더 이상 교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란이 이렇게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내 정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경제만 하더라도 이란 통화인 리알화는 이스라엘과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급락했다. 최근 경제의 가장 정확한 척도인 비공식 시장에서는 달러당 660,000리알이 넘었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예년의 40% 수준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연간 32%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란 국민들은 오랫동안 집권 성직자들과 경제에서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이슬람혁명수비대의 부패와 경제 관리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히잡 시위가 불거지면서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당국을 향해 분노하고 분개하고 있는데, 이로 말미암아 정부의 정당성이 끊임없이 도전받고 있다.


사회 분위기도 심각하다. 특히 새로운 세대의 이란인들은 이란 정부를 향해 사회적, 정치적 자유와 번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79년 혁명으로 집권하게 된 혁명 및 이슬람의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 당국은 사실상 고군분투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히잡시위다. 이는 여성들이 주도한 반란으로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정부의 탄압으로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소멸되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지금도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면서 이란 성직자 통치의 종식, 곧 현 이란 정부의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대로 변모해 가고 있어서 현 정부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러한 반정부 시위대들이 주도하여 지난 3월에 치러진 의회 선거는 역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과 많은 수의 백지 투표로 이어지면서 현재의 사회 상황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문제는 이렇게 혼란스러운 정국을 다잡기 위해 이란 정부가 더욱 강경책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란 정부는 히잡법을 지키지 않는 여성들을 단속하기 위해 보안군을 파견했다.


실제로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감행한 후 사회 불안을 두려워한 정부는 곧바로 테헤란과 다른 여러 주요 도시에 보안군 대대를 배치하여 분위기를 다잡았다. 특히 히잡 규정을 어기는 여성들을 폭력적으로 단속하고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수용한다는 이유로 수십 개의 사업장을 폐쇄했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감히 비판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을 처벌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로 인해 이란인들은 지난 한 주 동안 보안과 감시가 강화된 분위기 속에서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테헤란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최근 테헤란의 체육관에 가는 길에 여성 운전자와 승객을 검사하기 위해 무작위로 차를 세우는 검문소를 마주쳤다고 말했다. 그러한 공포 분위기 때문에 머리에 히잡을 두르지 않은 여성들은 급하게 스카프를 꺼내 두른 척하기도 했다.


NYT는 당국의 이러한 강압적 공포 분위기가 오히려 이란인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러한 사회적 불안에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지금 이란 사회가 초긴장 속의 불안감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이를 목격한 테헤란의 한 시민은 “지금의 삶 자체가 매우 힘이 들고 어려운데 정권이 왜 이렇게 사회를 공포스럽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면서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왜 히잡에 대한 단속을 하는 걸까? 모두가 긴장하고 동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공포스러운 사회 분위기는 이란내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또한 BBC의 페르시아어 판에 동영상 등을 올리면서 감정을 공유하기도 한다. 여기에 올라온 영상들 가운데는 도덕 경찰이 여성을 꾸짖고 구타하며 경찰 밴으로 강제로 끌고가는 모습이 담겼고, 또다른 영상에서는 흥분한 여성이 인도에 쓰러져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 후 숨을 쉬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였고, 그 주변으로 행인들이 모여드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이 장면은 지난 2022년 시위 도중 경찰 구금 중 사망한 마사 아미니(22세)의 죽음을 연상시키면서 엄청난 분노를 쏟아냈다.


심지어 이란 정부 지지자들조차 4월 13일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발표한 히잡 규정의 부활 결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들은 이 캠페인이 과거에 역효과를 냈으며 외국의 적과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분열과 증오만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변호사이자 정부 지지자인 모하마드 유세피네자드는 SNS 게시물에서 “이 민감한 시기에 국가는 시오니스트 정권에 맞서기 위해 단합과 침착함이 필요하다”면서 “도덕 경찰의 활성화는 내무부의 ‘어리석음과 우선순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수선한 이란 사회, 대격변 일어날 가능성도...]


현재 이란 사회는 이스라엘과의 긴장에 대한 어떠한 의견도 용납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분석가인 압디는 지난주 에테마드 신문에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며 “전쟁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칼럼을 기고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즉시 그와 신문에 대한 형사 소송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은 호세인 데바시와 야샤르 솔타니라는 두 명의 유명 언론인이 전쟁 확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소셜 미디어 게시물과 관련하여 ‘사회의 심리적 안정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법정에 소환되었다고 보도했다.


현재 상황에서 이란 당국은 지속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을 고취시키면서 타협 없는 히잡 규정 시행 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이란 사회상과 관련해 런던에 위치한 싱크탱크 채텀 하우스(Chatham House)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인 사남 바킬은 “이란은 두 가지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동시에 보내려고 하고 있다”면서 “한편으로 이란은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이려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도 이스라엘을 과소평가하지 않도록 내부의 사회 및 문화 문제에 대해 레드라인을 주장할 만큼 불안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쩌면 너무나도 정확한 지적을 사남 바킬이 하고 있다. 그만큼 이란 사회는 혼돈에 빠져 있으며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이란의 수도 테헤란이나 이란핵 시설 본거지에 이스라엘의 미사일이라도 떨어지는 날에는 이란 사회는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란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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