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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곁 떠나는 의대교수들 서울대 400여명도 '줄사직'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병원 시작으로 2024-03-26
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배분에 반발한 전국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25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의대증원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 복귀와 의대 2000명 증원 철회를 요구하는 의대교수들의 줄사직이 현실화했다. 고려대 의료원 산하 3개 병원·울산대 의대 교수·연세대 의대 등에 이어 서울대 의대 교수들도 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사직서를 제출하는 의대교수들이 소속된 병원 중 '빅5' 병원은 3곳이 포함됐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25일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4개 병원 교수진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총회를 열고 이날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날 총회는 약 400여명의 교수들이 참석해 서울의대 비대위의 활동 보고를 받고, 오늘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며 "정부는 국민과 대한민국 의료를 위해 의대 증원 정책을 즉시 멈추고 진정한 의료 개혁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을 포함한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 발표 이후, 1만 명의 전공의와 1만3천명의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를 떠났다"면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이자,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교육해야 하는 스승으로서 참담함을 넘어 절망적인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파국을 막고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의대 증원 정책의 객관적 재검증”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호소해왔지만 독단적·고압적으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정부의 태도에는 여전히 미동이 없고, 제자들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비대위는 "사직서는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이 아닌 정부와의 대화를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면서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병원을 지킬 것이라 천명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단 두 달 만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모두가 부러워하던 대한민국 의료가 파국 직전에 놓였다"면서 "1만명의 전공의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최소 5년을 후퇴할 것이며 이렇게 망가진 의료를 회복하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선택의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또 "의대 증원 정책의 일방적인 추진은 의료 현장에 엄청난 혼란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과 의사들을 분열시키고 있다"면서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추락하는 대한민국 의료를 제자리로 돌릴 수 있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앞서 이날 고려대의료원 산하 고대구로·안산·안암병원의 전임·임상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안암병원 메디힐홀·구로병원 새롬교육관·안산병원 로제타홀에 모여 "부족한 근거와 왜곡된 수치를 바탕으로 추진하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에 따른 의료 사태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의대생·전공의와 함께 바른 의료정책으로 향하고자 25일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비방·위협을 즉시 멈추고 잘못된 의료 정책과 정원 확대 추진을 철회하고 (의사 단체가 포함된) 협의체를 구성해달라"고 요구했다.


고려대의료원 소속 교수들은 정부를 규탄하는 “교육은 백년대계, 의대는 하루 만에?”, “지지율에 희생되는 세계 최고 K의료”, “전공의 면허 정지, 대한민국 의료 정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제창했다. 이어 각 병원에 마련된 함에 사직서를 직접 제출했고, 비대위는 취합된 사직서를 곧바로 각 병원의 총무팀과 의과대학에 제출했다.


정지태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를 수습하면서 정부는 보건의료기본법이란 법도 만들고, 의료수가도 정상화하겠다고 하고, 의대 정원도 줄이는 조치를 했다"면서 "그러나 5년마다 세우기로 한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지난 25년간 단 한 번도 세운 적이 없었고, 잠시 올려줬던 수가도 보험재정 압박을 핑계로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날 '빅'5'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울산대 의대 교수 433명도 사직서를 냈다.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파국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교수직을 포기하고, 책임을 진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면서 “정부는 근거 없는 증원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도 의대 교수 233명 중 93명이 교수협의회에 사직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대 의대교수 비대위 소속 교수 일부도 사직서를 냈다.


40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국 40개 의대 중 거의 대부분이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이날부터 자발적 사직서 제출과 함께 수술과 진료 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줄이고, 내달 1일부터는 외래 진료도 최소화해 중증·응급환자 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전의교협은 전공의들이 복귀해야 진료 축소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윤정 전의교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전공의들이 정부에 7개 항목을 요구했는데 그걸 다 해야 아마 전공의가 나올 것 같다"면서 "교수들이 (전공의 행정처분 등) 조건을 걸고 진료 축소를 한 게 아니다. 전공의가 들어와야 진료 축소를 버릴 수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를 비롯해 19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부터 대학별로 사직서를 내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의대는 건국대, 건양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경상대, 계명대, 강원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충남대, 한양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등 19곳이다.


의대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움직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 유예 방침을 밝혔지만, 의사단체가 요구해온 의대 2000명 증원 백지화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빅5' 병원인 세브란스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 의대 비대위 소속 교수들도 이날 오후 사직서를 제출했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 비대위원장(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 교수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취합해 이은직 학장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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