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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련 기행 6] “인민 대중은 건강한데, 지도층이 썩어서 문제” 통역 최 노인은 60세가 좀 넘은, 조선인 2세라고 했다. 스탈린 시대에 극동에서 중앙아시아 쪽으로 이주한 조선인 부모가 자신을 낳았다고 했다. 사실 노인이라곤 했지만 실제 얼굴은 노년 초입에 접어드는 장년이라고나 할 인상이었다. 통역료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 하루에 15달러 정도 주지 않았나 싶다. 최 노인 말로 서울에서 ... 2018-03-12 주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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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련 기행 7]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던 사람들 모스크바에서 일요일을 맞아 카메라만 들고 거리로 나섰다. 별다른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좀 자유롭게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거리에 평소보다 사람이 많은 것 같았는데, 그 가운데 인상적인 모습이 있었다. 나이가 일흔은 넘어보이는 동양계 노인이 부인과 함께 팔짱을 끼고 거리를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2018-03-12 주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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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련 기행 5] 취재 관행에서 확인한 거대한 인식의 차이 1989년 여름. 나는 국회도서관에서 당시 쏘련 정부 기관지라고 할 수 있는 지면을 볼 기회가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당시만 해도 내가 얼마 후 쏘련에 가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그때 내가 프라우다 지면을 살펴봤던 것은 신문 지면의 편집 기술을 좀 살펴보겠다는 의도였다. 내가 열람했던 프라우다 지면이 당시로서 최신 ... 2018-02-12 주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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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련 기행 4] 남자들은 KGB 같고, 여자들은 인터걸 같다는 나중에 다른 나라들을 다녀보니 비행기가 공항에 무사히 착륙하면 승객들은 별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들고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타고 간 비행기는 모스크바 공항에 내린 뒤에도 당장 승객들을 내려주지 않았다. 아마 30분 가량은 그렇게 비행기 안에서 대기했던 것 같다. 다른 승객들도 거기... 2018-02-08 주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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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련 기행 3] 시베리아 대초원을 날아서 쏘련으로 쏘련으로 가는 일행은 네 명이었다. A사의 A사장, 선경의 B이사와 C차장 그리고 D잡지사의 D기자(나). 떠나는 날짜는 1991년 7월 초순이었다. 대충 기사를 마감하고 김포공항으로 나간 것이 10일 전후가 아닐까 짐작한다. 또, 10박 11일 현지 취재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한 달쯤 지났을 때 쏘련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던 기억으로 미뤄봐도 대충 그... 2018-02-03 주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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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련 기행 2] ‘로스케’와 ‘스탈린’의 나라는 얼마나 변했나 우리나라에서 쏘련이라는 나라는 남북분단의 원흉이자 한국전쟁을 일으키도록 북한 괴뢰집단을 배후 조정한 나라 정도로 알려져왔다. 좀더 추가한다면 해방 당시 북한 땅에 진주해서 민간인들의 손목시계를 몇 개씩 뺏어서 팔 전체에 빈 틈이 없게 빼곡이 차고 다녔다는 ‘로스케’ 군인의 이미지, 그리고 무지막지한 독재자 스탈린의 이... 2018-02-01 주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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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련 기행 1] 이제 더 이상 갈 수 없는 나라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것, 다른 사람이 결코 따라잡거나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 것 같다. 오직 자신만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즉 유일무이한 것은 아니라 해도 다른 사람이 결코 공유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나처럼 별볼 일 없는 사람에게도 그런 것이 있기는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내가 쏘련을 여행했다는 사실이다. 쏘련... 2018-01-31 주동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