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2026년 6월 8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양국 관계가 강력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양국 관영 언론들이 이튿날 보도한 상세 내용을 살펴보면, 두 정상은 고위급 채널을 활용한 소통을 긴밀하게 다지는 동시에 정치와 경제, 문화를 망라한 전 분야의 교류를 넓혀 나가기로 약속했다. 특히 회담 과정에서 양측은 국가 간 공조 체제를 가장 중대한 전략적 사업으로 규정하는 표현을 거듭 사용했다. 이는 최근 요동치는 전 세계 정세 속에서 상호 이익이 부합하는 결속 관계를 대외적으로 선포한 모양새다. 앞서 북한이 러시아와 포괄적인 군사·경제 협약을 맺고 전방위 협력을 확장해 온 흐름이 이제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유사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번 중국 대표단 구성에 군사와 외교뿐 아니라 경제와 국방을 아우르는 핵심 요인들이 대거 동행함에 따라 향후 협력의 깊이는 이전과 판이하게 다를 것으로 관측된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국경 지역의 통상구를 전면적으로 다시 개방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며, 농업과 건설, 과학기술 및 의료를 포함한 실질적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북한이 만성적인 경제난을 타개하는 동시에 군비 고도화를 지속할 수 있는 거대한 동력을 얻었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 결과에서 과거와 달리 한반도 비핵화라는 핵심 문구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는 점이 정세의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과거 방북 당시 중재자를 자처하며 비핵화 지지 의사를 피력했던 시 주석이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현시점의 역내 역학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북한이 자국 법제에 핵보유국 지위를 명시한 상황에서 전통적 우방인 중국이 이를 강제할 유인이 사라진 셈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하고 핵무력 강화를 최고의 '사회주의 위업'으로 선전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조선식 사회주의 위업'에 지지를 선언한 것은 북한의 핵무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겠다는 암묵적 뉘앙스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비핵화 전제 대화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남북 및 북미 간 대화 동력은 당분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 역시 중국이 평화적 관리를 위해 건설적인 조율에 나서줄 것을 바랐으나, 예상을 비껴간 회담 결과에 따라 대북·대중 외교 전략의 전면적인 재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이 날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대북 제재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내며 현실적인 접근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비핵화를 향해 가야 한다"고 방향성을 재확인하면서도 "지금은 핵물질 추가 생산 중단, 핵물질 해외 반출 저지(모라토리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중단만 단기 목표로 잡고 협상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히며 현실론에 입각한 단계적 협상 기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