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8일: "다음 비행은 모스크바로"…FP-9 공개 경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던졌다. 공개서한으로 직접 담판을 제안하는 한편, 러시아 심장부를 겨냥한 역대급 드론 공습을 감행했고, 영국·프랑스·독일과 함께 러시아가 수용해야 할 5개 평화 조건을 제시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한 탄도미사일 FP-9의 실전 배치 가능성까지 공개되면서, 크렘린은 이제 협상과 본토 타격 위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처지에 놓였다.

우크라이나의 영문 매체인 ‘뉴보이스오브우크라이나’(The New Voice of Ukraine)는 9일, “우크라이나의 방위산업체인 파이어포인트(Fire Point) 공동 창업자 슈틸레르만(Denys Shtilerman)은 우크라이나가 자체 제작한 FP-9 탄도미사일이 이달 중 엔진을 시험하고 시험 비행을 시작하는데, 시험 비행에서 모든 것이 정상 작동하는 것이 확인되는 즉시, 그 다음 비행은 모스크바를 향해야 한다고 밝혔다”면서 “그 시기는 올 여름, 늦어도 초가을에 첫 모스크바 타격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고 보도해 관심을 끌었다.
FP-9 탄도미사일의 최종 완성 발표가 주목을 끈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에게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낸 것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나흘 동안, 우크라이나는 외교·군사·기술 세 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러시아를 압박하는 연쇄 행동을 가동했다. 이는 단일 사건이 아니다. 각각의 행동이 앞선 행동의 무게를 더하며 쌓여올라간 구조다. 그 최종 형태가 8일, 모스크바가 이번 여름 탄도미사일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는 공개 경고와 함께 완성된 것이다.
The New Voice of Ukraine는 이어 “FP-9는 800킬로그램 탄두를 싣고 800~855킬로미터 사거리를 초속 1,200미터 이상으로 비행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면서 “이 사거리면 모스크바는 물론 푸틴의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사정권에 들어온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또한 “슈틸레르만은 모스크바 에너지 시설을 잠재적 표적으로 직접 시사했다”면서 “러시아가 수년간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공격해 온 것에 대한 정밀 대칭 보복 위협”이라고 짚었다.
[7일: 런던에서 유럽이 외교적 포위망을 완성하다]
탄도미사일 위협이 공론화되기 하루 전인 6월 7일, 젤렌스키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외교적 포위망을 완성했다. 유로뉴스는 “영국 총리 스타머,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독일 총리 메르츠가 젤렌스키와 함께 러시아가 충족해야 할 5개 평화 조건을 공동 성명으로 명문화했다”면서 “첫째 즉각적이고 완전한 적대 행위 중단, 둘째 현재 접촉선을 협상 출발점으로 인정, 셋째 우크라이나에 대한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 보장—우크라이나 영토 내 다국적군 배치 포함—, 넷째 러시아 동결 해외 자산의 전쟁 배상 완료 시까지 동결 유지, 다섯째 유럽 전체 안보 이익 보호 및 러시아 재침 원천 차단”이라 밝혔다.
이에 대해 키이우포스트는 “4개국은 이 전쟁의 해결에 미국과 유럽이 함께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으로 외교적 관심이 분산된 틈을 유럽이 독자적으로 메우겠다는 의지 선언이었다”며 “이 5개 조건은 크렘린을 향한 요구이자, G7 정상회의(에비앙)와 나토 정상회의(앙카라)를 앞두고 대러 추가 제재와 군사 지원 확대를 국제적으로 정당화하는 근거로도 기능한다”고 짚었다. 군사적 압박에 외교적 틀이 씌워진 순간이었다
[6일: 드론 339대, 크론슈타트가 불탔다]
외교 선언 하루 전인 6일 밤, 우크라이나는 말이 아닌 실물로 압박의 무게를 증명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단 13시간 동안 모스크바·레닌그라드 등 13개 지역과 흑해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339대를 요격·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스스로 ‘전례 없는’ 규모라고 인정한 수치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푸틴이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SPIEF(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를 주재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러시아의 경제 건재함을 과시하는 무대가 한창인 바로 그 밤, 행사장 코앞의 크론슈타트 해군기지가 불탔다.
키이우포스트는 “젤렌스키와 특수작전부대는 자국 드론 부대가 1,000킬로미터를 비행해 크론슈타트 발트함대 기지와 해군 탄약고를 타격했다고 공식 확인했다”면서 “SSO의 '딥스트라이크' 부대가 무인시스템군, 보안국과 합동으로 수행한 이 작전은 지역 방공망을 우회해 해군 허브에 화재를 일으켰다”고 확인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이어 “위성 사진 분석에 따르면 레닌그라드주 해군 무기고에서 약 5,000톤의 탄약이 연쇄 폭발했으며, 500킬로미터 떨어진 크라스노다르 유류창고, 페오도시야 해군 유류 터미널, MiG-31 요격기 배치 항공기지도 동시에 타격받았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상징적인 것은 크론슈타트였다. 크론슈타트는 러시아 발트함대의 핵심 거점이자 상트페테르부르크 방어의 상징이다. 푸틴이 러시아 경제의 건재함을 과시하던 국제경제포럼 기간에 자신의 고향 바로 앞 전략기지가 공격받았다는 사실은 전쟁이 더 이상 국경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 권력 중심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BBC는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 영공을 자국 영토처럼 비행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4일: 공개서한, 최후통첩의 첫 번째 수]
이와 관련해 유로뉴스는 “젤렌스키의 푸틴에 대한 최후통첩의 출발점은 6월 4일 공개서한이었다”며 “젤렌스키는 2022년 전면전 개시 이후 처음으로 푸틴에게 직접 공개서한을 발송해 중립국에서의 직접 담판을 제안하며 ‘선택은 이제 당신의 몫이다. 전쟁은 충분하다. 우크라이나는 이 전쟁의 종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공개한 서한 원문에는 협상 제안과 함께 날이 선 경고가 동시에 담겼다. “당신이 나토, 지정학, 러시아어에 대해 무슨 말을 하든, 이 전쟁은 당신의 개인적 선택이다—실질적 명분 없는 전쟁이다. 역사는 그렇게 기억할 것이다.”라고 쓴 다음 젤렌스키는 러시아 내부의 동요도 직접 겨냥했다. “러시아인들이 마침내 이 현실이 불편해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 수 있다. 그들은 우리 드론과 미사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휘발유 부족과 끊임없이 오르는 물가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CNN은 “서한에서 젤렌스키가 푸틴 개인의 미래까지 직접 겨냥했다”고 분석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도 “이 서한은 푸틴뿐 아니라 러시아 엘리트층과 국제사회 전체를 겨냥한 전략적 메시지였다”고 평가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이어 “키이우가 협상을 제안했고, 거부는 모스크바가 선택했다는 공개적 기록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처음부터 거부를 유도해 책임을 크렘린에 귀속시키는 외교적 함정이었는데, 예상대로 푸틴은 SPIEF 전체 회의에서 ‘만날 이유를 모르겠다’며 서한을 ‘무례하다’고 일축했다”고 짚었다. 그리고 그날 밤, 크론슈타트가 불탔다.
[왜 지금인가: 겨울 전에 창이 닫힌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왜 지금이냐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내내 협상을 원했지만, 이번처럼 강한 압박과 함께 협상을 요구한 적은 없었다. 그 이유는 젤렌스키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프라우다는 “이 최후통첩이 지금 이 시점에 나온 데는 전략적 계산이 있다”며 “젤렌스키는 ‘2025년 12월부터 러시아가 전장에서 주도권을 잃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최근 수개월 동안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은 러시아 후방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진격 속도는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블룸버그도 “유럽 동맹국들이 현재를 ‘협상의 창’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가 매년 겨울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해온 만큼, 겨울이 오기 전에 전쟁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전선이 말한다: 러시아의 딜레마가 시작됐다]
최후통첩의 설득력은 전선의 실질적 변화가 뒷받침한다. AFP는 ISW 데이터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은 5월 한 달 순 282제곱킬로미터를 탈환하며 2개월 연속 러시아보다 더 많은 영토를 회복했다”며 “ISW는 러시아의 진격 속도가 2025년 말부터 우크라이나의 드론 타격 효과로 꾸준히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짚었다. 총사령관 시르스키는 8일 “2026년 들어 총 600제곱킬로미터 이상을 탈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23년 대반격 실패 이후 줄곧 러시아에 영토를 내주던 흐름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ISW의 조지 배로스 분석관은 “이 흐름의 기원이 2025년 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지상 레이더, 전자전 시스템, 지대공 미사일 능력을 체계적으로 타격하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러시아의 눈을 먼저 멀게 한 뒤 심장부를 찌르는 전략이었다.
이 흐름은 5월 9일 전승절 열병식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푸틴은 거의 20년 만에 처음으로 탱크와 미사일 등 중화기가 완전히 빠진 행사를 치러야 했다. 크렘린 대변인 페스코프는 그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테러 활동’을 명시했다. 군사 강국을 자처하는 나라의 수도 광장에서 자국 무기를 전시조차 못 하게 된 것이다.
[푸틴의 딜레마: 어느 쪽을 선택해도 대가가 따른다]
결국 젤렌스키의 최후통첩은 단순한 휴전 제안이 아니다. 이는 "러시아가 전쟁을 통제하고 있다"는 지난 3년간의 전제를 정면으로 뒤집으려는 시도다.
공개서한은 외교적 출구를 열어두기 위한 장치였고, 크론슈타트 공습은 러시아 심장부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였다. 여기에 유럽 4개국 공동성명은 전쟁 장기화의 비용을 크렘린에 집중시키겠다는 정치적 선언이었으며, FP-9 탄도미사일은 그 경고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이다.
푸틴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협상에 나서면 전쟁 목표를 수정해야 하고, 거부하면 모스크바를 향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젤렌스키가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전쟁을 끝낼 것인가, 아니면 전쟁이 러시아의 심장부로 들어오는 것을 감수할 것인가.” 이제 공은 크렘린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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