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이란 테헤란, 극심한 물위기에 사람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
중동지역의 악의 축 국가로 맹주 역할을 해 왔던 이란이 극심한 물부족으로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수도 테헤란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주요 저수지들의 물이 거의 고갈됐고 아예 각 가정에 물 공급도 사실상 중단됐다. 또 물 부족은 전력생산도 중단시키면서 이란 곳곳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러한 물부족 사태는 가뭄의 영향도 있지만 수십년간 지속된 부실한 물 관리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란 정권 역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CNN은 지난 2일, “지금 이란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물 부족 사태가 너무 심각해 우주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CNN은 “이달 초 테헤란의 한 모스크에서 신도들이 줄지어 비를 기원했는데, 어떤 이들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고, 어떤 이들은 고개를 숙였다”면서 “몇 주가 지나도 비는 오지 않으면서 그들의 기도는 점점 더 절박해지고 있는데, 이 도시는 물 부족 사태로 고군분투 중이며, 이란 대통령은 주민들이 대피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CNN은 이어 “약 1,500만 명이 거주하는 광활하고 번화한 이란의 수도의 수도 공급이 완전히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마수드 페제쉬키안 대통령은 지난달 초 연설에서 “12월까지 테헤란에 비가 오지 않으면 물 배급제를 시행할 것”이라면서 “비가 계속 내리지 않으면 주민들은 대피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테헤란은 이미 물 배급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그나마 이 배급제도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페제쉬키안 대통령의 이런 수도 이전 발언은 이란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 준다.
CNN은 이에 대해 “테헤란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 위기는 수도 너머로 훨씬 더 확산된 상태”라고 짚었다.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 식물학과 모센 B. 메스가란 부교수는 “9월 말 우기가 시작되었음에도 약 20개 주에서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국 댐의 약 10%가 사실상 고갈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90,000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드는 저널인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지난 1일(현지시간) “가을은 이란의 우기 시작을 알리지만,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은 이 나라의 대부분 지역은 거의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면서 “여러 주요 저수지가 거의 마른 상태이며, 수도 테헤란은 도시의 물이 고갈되는 임박한 '데이 제로(Day Zero)'를 맞고 있다”고 짚었다.
컨버세이션은 이어 “지금 이란에서 수도 이전 문제까지 나오는 것은 테헤란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인한 만성적인 물 부족과 지반 침하부터 교통 마비와 심각한 대기 오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 결과와 동시에 도시의 대규모 지진 위험에 대한 취약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면서 극단의 대책까지 나오게 된 것”이라며 “이번에 페제쉬키안 대통령은 이전을 선택이 아닌 의무로 규정했는데, 지난 11월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이 도시가 거주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테헤란이 물 부족 사태에 빠진 이유]
그렇다면 이란이 이렇게 초극한의 물위기에 빠진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 CNN은 “이란의 물 문제의 근본 원인은 세계 여러 지역과 유사하다”면서 “수십 년간의 과도한 수자원 채취, 노후화되고 누수가 발생하는 인프라, 강에 무분별하게 건설된 댐들, 관리 부실, 부패 의혹 등이 그것인데, 이 모든 문제의 배경에는 기후 변화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더 뜨겁고 건조한 날씨를 초래해 해마다 마른 저수지가 채워지지 못하게 했다”고 짚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의 토목·환경공학 교수인 아미르 아가쿠챠크는 “이란의 현재 가뭄은 최소 40년 만에 최악이며, 수위가 ‘보통 이맘때면 저수량이 회복되어야 할 시기에 오히려 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반건조 기후인 이란은 물 부족에 익숙하지만, 국가의 부유층과 권력층 대부분이 거주하는 테헤란에 영향을 미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실제로 이란 매체인 메흐르 통신이 이달 초 보도한 바에 따르면, 테헤란 등 주요 도시에 공급하는 주요 저수지들의 수위는 약 11%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도시에서 약 15마일 떨어진 라티안 댐은 저수율이 약 9%에 불과했는데, 알보르즈 산맥 기슭에 자리한 이 저수지는 5월 이후 급격히 수위가 떨어져 거의 완전히 마른 강바닥만 남겼으며, 간신히 흐르는 몇 개의 개울만이 남아 있다.
더불어 테헤란에서 북서쪽으로 약 40마일 떨어진 아미르 카비르 댐 역시 위험할 정도로 낮은 수위를 보이고 있으며,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재 총 저수 용량의 약 8% 수준이다.
그리고 테헤란 외곽 지역으로 약 300만 명이 거주하는 이란 제2의 도시 마슈하드에 물을 공급하는 저수지의 수위도 약 3%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컨버세이션은 “이 지역에서 가뭄은 수천 년 동안 우려되어 왔는데, 2,000여 년 전 돌에 새겨진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 대왕의 기도는 신에게 이 땅을 침략자, 기근, 거짓으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간구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오늘날 이란의 악화되는 물과 환경 문제는 이 지역의 유한한 수자원을 마치 무한한 것처럼 수십 년간 대우해 온 결과로 예측 가능한 결과였다”고 꼬집었다.
컨버세이션은 이어 “이란은 건조한 지형에서 식량을 재배하기 위해 물 소비가 많은 관개에 크게 의존해 왔으며, 물과 에너지 사용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면서 “이로 인해 대수층의 과도한 양수 및 지하수 공급량 감소가 발생했는데, 여기에다 주요 도시 중심지, 특히 테헤란에 경제 활동과 고용이 집중되면서 대규모 이주가 촉진되었고, 이는 이미 한계에 달한 수자원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이란은 물 수요가 공급을 영구적으로 초과하고 자연이 이를 따라잡을 수 없는 지점인 ‘물 파산’ 상태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란은 1979년 혁명 이후, 공격적인 수자원 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댐을 건설하고 강을 우회시켜 급속히 확장되는 도시와 확대되는 관개 농업에 물을 공급했다. 이념적 야망에 이끌린 이 나라의 식량 자급자족에 대한 집착과 더불어 국제 제재 및 경제적 고립은 국가 환경, 특히 수자원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이를 통해 호수는 고갈되었고, 지하수 역시 말라붙었으며, 염분까지 증가하면서 이런 상황이 이란 전역에 만연게 되어 전국적인 심각한 물 안보 위험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CNN도 “지금의 물 파산 사태는 서방 제재에 부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식량 자급 달성 목표가 지금의 사태를 불러왔다”면서 “이란 정부가 이란의 주식인 쌀을 비롯한 작물들은 물을 많이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관개 농경지를 무려 두 배나 무작정 늘린 것도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주요 요인”이라고 짚었다.
CNN은 이어 “이란 북서부에 위치한 우르미아 호수는 명백한 피해 사례로, 한때 지구상 최대의 염수호 중 하나였던 우르미아 호는 지난 수십 년간 급격히 줄어들었다”면서 “가뭄도 영향을 미쳤지만 더 큰 원인은 농장을 지원하기 위해 인근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댐과 우물들이 호수로의 물 공급을 차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이들 시설들이 생태계를 한계 이상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이고, 그러니 지금의 사태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CNN은 “석유 및 가스와 같은 물을 많이 소비하는 산업들도 이란의 건조 및 반건조 지역에 건설되어 이미 취약한 지역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급증하는 도시 인구 역시 수요를 증가시켰다. 노후화된 인프라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CNN은 “특히 처리된 식수의 약 30%가 낡고 누수가 있는 배급 시스템을 통해 손실되며, 물 재활용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위기까지 덮친 이란, 피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CNN은 “이 모든 문제 위에 기후 위기가 더해졌다”면서 “관리 부실로 집이 불타고 있었는데, 기후 변화가 기름을 부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란은 현재 6년 연속 가뭄을 겪고 있으며, 그 규모와 강도, 지속 기간이 ‘현대사에 유례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불러온 사회적 불안이다. CNN은 “정부의 대중 소통이 단편적이고 일관성이 없어 높은 수준의 불신과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특히 외국 세력이 이란의 날씨를 조작하고 구름을 훔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라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수도 이전까지 발언하고 나섰으니 혼란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우선적으로 현실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당장 수도 이전을 한다고 해도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또한 테헤란에 살고 잇는 수많은 이들이 과연 새로운 터전에서 생활할 수 있을지도 막막하다. 그러니 이란의 분위기가 초 불안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란 당국은 비가 내리기를 바라며 오직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이란 국영 매체를 인용해 “테헤란 시의회 의장 메흐디 참란은 ‘과거 사람들은 사막으로 나가 비를 기원하곤 했다’며 ‘아마도 우리는 그 전통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상황이 너무 심각해 비가 온다 해도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여기에 이미 붕괴된 생태계는 빠르게 복원될 수도 없다.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는 이란, 신정국가이면서 독재국가의 한계가 지금의 사태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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