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트럼프 특사와 푸틴 특사 통화 유출, 출처 놓고 추측 다양]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종전과 평화협상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와 블라디미르 푸틴의 특사간 전화통화 내용이 전격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 내에 분열이 일어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6일 밤(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블라디미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인 유리 우샤코프가 우크라이나 휴전ㆍ평화안을 마련하기 위해 나눴던 5분 간의 통화 녹음을 입수했다”면서 그 전문을 공개했다. 스티브 위트코프는 원래 뉴욕 부동산개발업자 출신이다.
블룸버그가 공개한 통화 전문을 보면 위트코프는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많은 재량권을 받았다”면서 우샤코프에게 “도네츠크주(러시아군이 72% 장악)를 러시아에 넘기는 대신에 다른 곳의 영토와 바꾸는 것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둘이서 만들자”고 제안한다.
위트코프는 이 통화에서 “푸틴이 트럼프를 '평화의 사람'으로 칭찬하는 전화를 걸라”고 조언까지 했다. 그러면서 이 두 사람이 만들어 트럼프의 승인까지 받은 28개 조항의 우크라이나 평화안은 한마디로 완전히 러시아 입장에서 작성된 평화안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렇게 위트코프와 우샤코프간 전화 통화 내용이 전격 공개된 직후 댄 드리스콜 육군 장관이 특사로 긴급 투입되면서 일부 수정을 거쳤고, 러시아와 마지막 협상을 진횅중이지만 위트코프와 우샤코프간 만들어졌던 협상안이 드리스콜에 의해 일부 수정되면서 러시아는 다시 거부 입장으로 돌아섰고, 협상은 또다시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단 이번에 전격 공개된 위트코프와 우샤코프간 전화통화는 지난 10월 14일. 미국이 제의한 이스라엘ㆍ하마스 간 가자(Gaza) 평화안을 양측이 받아들인 10월 9일 직후였다. 이 가자 평화안은 11월 17일 유엔 안보리도 승인했다.
문제는 이들 두 사람간 통화내용이다. 미국 특사인 위트코프가 과연 미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협상가였는지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협상의 기본 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화에서 위트코프는 우샤코프에게 “푸틴이 트럼프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평화 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안하라”면서, “그 사이에 위트코프ㆍ우샤코프 두 사람이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만들자”고 말한다.
그리고 “푸틴더러 트럼프에게 스티브 위트코프와 유리 우샤코프가 (가자 평화안과 비슷하게) 20개항 평화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그게 좀 사안을 진전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게 하라”고 코치한다.
위트코프는 이후 “푸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 휴전 계획을 칭찬하고, ‘평화를 이루는 사람(a man of peace)’으로 존중한다고 말하면, 정말 좋은 통화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위트코프는 그러면서 “푸틴ㆍ트럼프 통화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후, “젤렌스키가 10월17일에 오고, 나도 그 자리에 있겠지만, 트럼프와 당신 보스[푸틴]와의 통화는 그 전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주 구체적으로 조언했다.
위트코프의 제언대로 10월 16일 푸틴은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가자에서의 성공적인 노력을 축하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내륙 깊숙이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장거리 미사일을 보내지 말라”고 설득했다.
그리고 하루 뒤인 17일 젤렌스키가 백악관을 방문했지만 위트코프의 예상대로 잴렌스키는 헛물만 켜게 된다. 한마디로 푸틴의 전적인 승리였다.
심지어 러시아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러시아 할양 방안도 위트코프가 내놓은 아이디어였다. 실제로 위트코프는 우샤코프에게 “우리가 도네츠크와 다른 곳의 영토를 교환하는 평화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제언대로 러시아도 맞장구를 쳤다.
그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시한 평화계획 초안에는 현재 치열한 전투가 전개되는 도네츠크주와 러시아군이 100% 장악한 루한스크주로 구성된 돈바스 지역 전부를 모두 러시아에 넘기고, 남동부의 헤르손과 자포리자 주는 현재의 전선을 인정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미 여러 군사전문가들이 러시아가 현재 속도로 도네츠크주를 전부 점령하려면 앞으로도 4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분석한 것을 종전을 조건으로 곧바로 러시아에게 넘기라는 말도 되지 않은 휴전안을 오히려 미국측 협상 특사가 러시아에 제시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돈바스 지역을 완전 포기하는 것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과 러시아 양 특사간 통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미국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와 유렵 각국들도 발칵 뒤집혔다. 한때 러시아 편향이었던 트럼프의 생각을 영국의 국왕까지 나서서 간신히 우크라이나 쪽으로 돌려놓았는데, 트럼프의 특사라는 자가 다시 러시아 편향적 휴전안을 러시아를 부추겨 만들었다는 점에 대해 경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위트코프의 역할을 비판하며, 이번 통화는 그가 러시아에 지나치게 기울었음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평화협상 판을 뒤흔든 통화 내용 유출, 누가 했을까?]
그렇다면 평화협상의 판을 완전히 뒤흔들어버린 이번 양 특사간 통화는 누가 유출했을까? 일단 통화 녹음 오디오를 단독 입수한 블룸버그 통신은 그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위트코프와 우샤코프가 그간 수차례 나눈 통화는 정부간 통신 수단과, 민간 메신저앱인 ‘왓츠앱(WhatsApp)’의 암호화된 통화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유출 경로를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우리 쪽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일단 이번 통화의 유출자는 평화협성 진전을 마뜩지 않게 여겨온 측에서 유출되었을 것이란 추정은 나온다.
이에 대해 CIA(미 중앙정보국) 모스크바 지부장을 지냈던 다니엘 호프만은 “(이번 통화 유출은) 러시아 내부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러시아 정보기관은 중요한 정치적 통화를 도청해 공개한 이력이 화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 친화적인 위트코프를 엿먹일 수 있고, 또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평화협상안을 완전히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데, 그런 통화 유출이 러시아에서 일어났을 것이라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거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렘린 내부에서 대미(對美)관계 관리 루트간 이해 충돌로 통화 내용 유출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해 전쟁이 계속되면 이득을 보는 러시아 정부 내 일각이나 극소수 부유층인 올리가리히(oligarch)의 소행이거나, 미국이 자신들 편이라는 것을 과시하려는 러시아 측의 플레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 통화는 외국 정보기관에 의해 유출됐다고 믿는다”면서 “도청 대상은 위트코프가 아니라 우샤코프였다”고 말했다.
WSJ은 이어 “우샤코프가 지난달 29일 러시아의 또다른 고위 외교관인 키릴 드미트리예프와 이 문제를 놓고 통화한 내용도 블룸버그 통신에 유출된 적도 있었다”고 짚었다.
또 한편으로는 러시아 편향적으로 끌려가는 평화 협상안을 못마땅하게 여긴 유럽쪽에서 의도적으로 유출시켰을 가능성도 나온다. 이에 대해 우샤코프는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에 “유럽은 우크라이나 평화 과정에 완전히 불필요하게 간섭하고 있다”며, “일부 대화는 도청이 거의 불가능한 정부간 채널을 통해서 이뤄졌지만, 일부는 왓츠앱을 통해서 이뤄졌다. 그래서 누군가 들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유럽의 우크라이나 우방국들을 유출의 출처로 지목했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유출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위트코프의 협상 입지를 약화시키고 백악관ㆍ크렘린 특사 사이의 ‘충격적인’ 협력의 정도를 알리고 싶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가디언은 “통화를 도청하는 방법은 다양해서 신호정보(SIGINT)ㆍ사이버 공격ㆍ장치 접근 등 모든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이것은 미국 측에서 나왔다고 강하게 의심한다”면서 “미 국가안보국(NSA)이나 CIA와 같이 미국 정부기관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한다는 우려를 가진 세력이 유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문제로 트럼프 행정부 내부 분열]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종전 해법을 놓고 트럼프 핵심 참모간 분열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텔레그래프는 25일(현지시간) “JD 밴스와 마르코 루비오간에 평화 달성 경로에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어느 쪽의 비전이 승리하든 서방 세계의 안보 구조에 그들의 흔적을 남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한쪽에는 러시아의 전장 우위에 맞서 '현실주의'를 주장하는 고립주의 성향의 부통령이 서 있고, 다른 쪽에는 블라디미르 푸틴을 '갱스터'라 칭한 적이 있으며 전통적 공화당의 매파를 대표하는 국무장관이 있다”며 “처음에는 부통령 쪽이 힘을 받았지만 우크라와 유럽 각국에서 강력한 반발이 일자 트럼프는 ‘아직 최종안이 나오지 않았더’며 한 발 물러서면서 루비오 쪽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밴스 부통령이 주도권을 잡고 있을 때는 러시아 친화적 휴전방안이 나오고, 우크라 친화적인 내용은 루비오가 주도할 때 도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트코프의 통화내용 유출 이후 다시 루비오가 전체 주도권을 잡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위트코프의 전화통화 유출은 우크라이나 해법을 만들어 가는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사를 통한 해법이 아니라 정식 외교경로를 통한 평화안 도출이 힘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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