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美, 핵항모 야간 훈련 공개... 베네수엘라 압박 수위 높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근 카리브해에 자리잡고 있는 최신 미 핵항공모함 USS 제럴드 R 포드호가 야간 상륙훈련을 실시하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모든 국제항공편에 대해 미국이 위험 경고를 하면서 운항도 전면 중단됐다. 같은 날 미 합참의장은 베네수엘라를 이웃한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총리와 회담에 나서 미군이 군사 작전에 대비한 행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 해군은 25일(현지시간) SNS 플랫폼인 X를 통해 “비행 갑판은 결코 잠들지 않는다”며 “제럴드 포드함을 중심으로 한 해군 전력이 카리브해에서 야간 비행 작전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 해군은 승조원들이 어두운 환경 속에서 활주로 유도등과 각종 지원 장비를 활용해 갑판 작업을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함께 게시했다.
이와 함께 미 해군은 “미군은 미 남부사령부의 임무, 전쟁부(국방부)가 지시한 작전, 그리고 불법 마약 밀매를 차단하고 본토를 방어하라는 대통령의 우선 과제를 지원하기 위해 카리브해 지역에 전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전쟁부도 “이번 지역 활동이 카리브해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존재감 강화 조치”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 해군 항모중 최신예인 제럴드 R 포드호를 카리브해에 배치한 것만 해도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게감있는 경고인데, 이번에 상륙훈련까지 공개하고 나섰다는 것은 베네수엘라 정권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제럴드 R 포드호는 지난 4일 지중해를 출발해 16일 카리브해에 도착한 뒤 이젠 야간 상륙 훈련을 수행한 것인데, 제럴드 R 포드함은 전자기식 사출 시스템(EMALS)과 첨단 레이더를 갖춘 차세대 항모로, 단일 전력만으로도 광범위한 해상·공중 감시와 정밀 타격 지원이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통 대서양이나 지중해 등 넓은 해역에서 운용되는 제럴드 R 포드호를 상대적으로 좁고 주변국 밀집도가 높은 카리브해 남부까지 전개했다는 것은 미 해군 역사상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고,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신속히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부각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이와 함께 미국은 지난 20일 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군사 시위를 벌였다. CNN은 “공개된 비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초음속 F/A-18E 전투기, B-52 전략 폭격기, 정찰기 등 최소 6대의 미국 항공기가 수 시간 동안 베네수엘라 해안 근처에 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 경고 이후 베네수엘라 국제선 항공편 운항 전면 중단]
트럼프 행정부가 최신예 핵 항모를 동원해 상륙훈련을 하면서 군사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베네수엘라 내외부의 악화되는 안보 상황과 고조된 군사 활동으로 인해 베네수엘라 상공 비행 시 ‘잠재적 위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요 항공사들에 경고한 다음 날인 지난 22일, 3개 국제 항공사가 베네수엘라 출발 항공편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CNN은 “플라이트래이더24와 시몬 볼리바르 마이케티아 국제공항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브라질의 골항공, 콜롬비아의 아비앙카항공, 포르투갈의 TAP 항공이 22일 카라카스 출발 항공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콜롬비아 민간항공청(Aero Civil de Colombia)은 성명을 통해 “지역 내 안보 상황 악화와 군사 활동 증가로 인해 마이케티아 지역 상공 비행에 '잠재적 위험'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美, 베네수 마두로를 외국 테러 조직의 일원으로 공식 지정]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정부 동맹 세력을 외국 테러 조직 구성원으로 공식 지정했다. 이에 따라 미 행정부는 24일부터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권한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CNN은 “전문가들이 조직 범죄 집단이라기보다 부패한 정부 관료들을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말하는 '카르텔 데 로스 솔레스(Cartel de los Soles)'를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함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의 자산과 인프라를 겨냥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 조치가 치명적 무력 사용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 지정(국무부의 가장 강력한 대테러 수단 중 하나)이 베네수엘라 내부를 타격할 수 있는 미국의 군사적 선택지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CNN은 이어 “공식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와 마약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으나, 정권 교체는 이러한 노력의 부수적 효과로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한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적인 군사 행동 없이도 마두로 대통령이 물러날 만큼의 압박이 충분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베네수엘라 정부는 성명을 통해 “카르텔을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것은 터무니없는 날조”라며 거부했다.
성명은 이어 “이번 새로운 술책은 우리 국가에 대한 과거와 반복된 침략 행위들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며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전도 치열하게 벌이는 미국, 베네수엘라 고립작전 나서]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역내 우방국들을 상대로 한 외교전을 통해서도 베네수엘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25일, 트리니다드토바고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을 찾아 캄라 퍼사드비세사 트리니다드토바고 총리와 회동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베네수엘라와 최단 거리가 약 11㎞에 불과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퍼사드비세사 총리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고강도 압박을 측면 지원하는 외교적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퍼사드비세사 총리는 이 자리에서 마약 밀매, 인신매매, 국적을 넘나드는 범죄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부의 지속적인 의지를 표명했다. 또 지역 안보와 안정이라는 핵심 과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의 강력한 유대 관계 유지를 약속했다.
이와 함께 미국 국방부는 피트 헤그세스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도미니카공화국을 방문해 산토도밍고에서 루이스 아비나데르 대통령을 만난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도미니카공화국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각료들과도 만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미주 전역의 안정을 위한 트럼프 정부의 약속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러한 미 고위 수뇌부의 남미 주변국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행동 여부를 검토하는 시점에 이뤄졌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이런 행위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마두로가 평화롭게 사임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
그렇다면 이러한 미국의 최대 압박 속에 패배할 것이 뻔한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은 왜 이렇게 버티는 것일까? 아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네수엘라 지도자 니콜라스 마두로는 사임하고 평화롭게 나라를 떠나라는 전례 없는 미국의 군사적·외교적 압박에 직면해 있지만, 그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과거 독재자들과 달리, 이 강경파 지도자는 망명지에서 편안한 삶을 누릴 선택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WSJ은 “독재자들이 스위스 비밀 은행 계좌에 재산을 숨겨두고 호화로운 망명 생활을 누리던 시대는 대부분 끝났다”면서 “이는 주로 인권 유린을 심판하고 불법 수익을 추적하는 글로벌 메커니즘 덕분인데, 분석가들에 따르면 63세의 이 독재자는 자신이 영구적인 사면을 받을 것이라고 믿지 않으며, 지난 10년간 자신을 둘러싼 충성스러운 군부 간부들 사이에서만 안전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WSJ은 “베네수엘라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자주 소통하는 한 인사는 마두로와 그의 측근 대부분이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허세로 간주한다고 전했다”며 “해당 인사는 마두로가 미국이 자신을 축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카라카스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뿐이라고 믿고 있는데, 많은 분석가들은 미국의 지상군 침공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워싱턴 소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모이세스 나이임 분석가는 “마두로 입장에서 베네수엘라에 머무는 것이 자신과 재산, 가족을 보호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일 수 있다”면서 “과거 축출된 독재자들은 유럽으로 가서 프랑스 리비에라에 별장을 샀지만, 결국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에 서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마두로는 지난 24일, “자신이 어디로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이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든, 어디서 하든 베네수엘라를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나 아이티의 장클로드 ‘베이비 독’ 뒤발리에 같은 과거 독재자들과 달리 마두로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면서 “베네수엘라를 떠난다는 것은 자유와 재산을 잃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WSJ은 “분석가들에 따르면 마두로와 그의 동맹들이 직면한 첫 번째 문제는 형사 책임”이라면서 “대통령과 일부 고위 관료들은 수 톤의 코카인 밀매 및 콜롬비아 게릴라에 무기 제공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된 상태지만,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마두로에게 5천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한편, 헤이그에 본부를 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18년부터 베네수엘라의 반인도적 범죄 혐의를 수사해 왔다. 여기에는 지난 2017년 시위 폭력 진압 사건때, 정치적 박해, 고문, 강간 등이 포함되며, 최소 5,000명이 임의로 구금되고 125명 이상이 경찰과의 충돌로 사망한 혐의가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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