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베네수엘라 F-16 전투기, 미 해군 군함에 접근]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코털을 건드렸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군이 베네수엘라의 마약 운반선을 격침한 데 이어 해상 경계와 함께 미군의 함정을 증파하고 있는 가운데 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전투기가 미 해군 함정 근처를 비행하면서 마치 위협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이러한 군사행동에 대해 강력 경고하고 나서면서 미국과 베네수엘라간의 군사 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군사전문 매체인 더워존(The War Zone, TWZ)은 5일(현지시간) “오늘 오전 베네수엘라 F-16 전투기 두 대가 미 해군 함정 근처를 비행했다”면서 “미 국방부는 해당 함정이 공해에 있었다고 밝히며, 베네수엘라가 해당 지역에서 미군의 마약 소탕 작전을 저지 또는 방해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여야 하며, 만약 그러한 행동이 재발한다면 미군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 경고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주목을 끄는 것은 이러한 베네수엘라 전투기의 군사행동이 미국 당국이 남카리브해를 통과하던 선박에서 마약 밀수 용의자 11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해당 뉴스를 맨 처음 보도한 CBS뉴스는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완전히 무장한 베네수엘라 전투기 두 대가 미 해군 함정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 USS 제이슨 던햄(USS Jason Dunham) 근처를 선회 비행한 것은 완전한 무력과시”라며 “이번 사태를 매우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TWZ은 “미 해군의 베네수엘라 작전은 사실상 베네수엘라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를 겨냥한 작전”이라면서 “마두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지난 2020년 뉴욕연방법원에서 기소되었으며, 그와 측근 여러 명을 포함한 14명도 마약 테러 및 콜롬비아 FARC 반군과의 코카인 밀수 공모 혐의로 연방 기소되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마두로 체포에 5천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트럼프,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 격침, 탑승자 전원 사망]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마약 유입을 놓고 외교적 긴장을 높이는 와중에 미 해군 순양함이 파나마 운하를 거쳐 카리브 해로 속속 진입하고 있어 미국과 베네수엘라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마약 운반선을 격침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지난 2일(현지시간) 공개하면서 미국과 베네수엘라간의 충돌은 현실이 됐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해당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는 한 소형 보트가 항해를 하던 중 미사일 공격을 받고 폭발해 불길이 치솟는 장면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자신의 명령에 따라 미군이 남부사령부 관할 구역에서 베네수엘라 '트렌데아라과(TDA)' 마약 조직원들이 탑승한 보트를 폭파했다”면서 “이 보트에 마약조직원 11명이 탑승하고 있었고 미국으로 향하던 중이었으며, 탑승자는 모두 사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트렌데아라과(TDA)는 니콜라스 마두로의 통제 아래 활동하는 테러 조직으로, 미국과 서반구 전역에서 대량학살, 마약 밀매, 성매매, 폭력 및 테러를 하고 있다”면서 “미군은 이번 공격으로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것이 미국으로 마약을 들여오려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경고가 되기를 바란다. 경고한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공격 영상이 가짜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프레디 나네즈 정보통신부 장관은 소셜미디어에 “인공지능(AI)을 사용해 만든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영상에 대한 초기 조사 결과 조작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미군의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 폭격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땅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우리는 마약 카르텔이 어디에 있든,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곳이면 어디든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앞서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달 27일 같은 취지의 질문에 “마약 유입을 막고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미국의 모든 권한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마약소탕 작전을 벌이는 진짜 이유?]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4000여명의 병력까지 투입하면서 베네수엘라의 마약 조직 소탕에 나서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미국의 유명한 싱크탱크인 아틀랜틱카운슬(Atlantic Council)은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위협적인 행태를 재확인하며 ‘마두로는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며, 마약 카르텔의 도주자일 뿐이라고 지적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마약 운반선 폭파 장면을 공개했는데, 이는 1989년 미국이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 정권을 군사작전으로 무너뜨린 일을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마약 근절을 명분으로 내세운 정권 교체 시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애틀랜틱 카운슬은 이어 “한때 번영했던 민주주의 국가였던 베네수엘라는 수 년간 지역 및 국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에 빠져 있는데, 정치적 탄압이 만연하고 거의 800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이 마두로 정권을 피해 피난길에 올랐다”면서 “이러한 환경 속에서 마약 밀매 조직을 포함한 무장 단체와 범죄 조직은 당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번성하며 이득을 취해 왔다”고 짚었다.
애틀랜틱 카운슬은 “마두로는 베네수엘라 국민뿐 아니라 더 넓은 지역과 전 세계에 위협이 된다”면서 “마두로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선거권을 침해했고, 민주주의 세력에 대한 탄압을 심화시키면서 권력을 유지해 왔는데, 베네수엘라의 현역 및 전직 정치범들과 석방된 미국 인질들이 이를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군 함정 8척이 미사일 1200여 기로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최근 100년 새 남미에서 목도한 최대의 위협”이라고 했다. 또 “미국은 군사적 위협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며 “방어를 위한 최대 대비 태세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두로는 “베네수엘라를 향한 미국의 군사작전은 트럼프의 손을 피로 물들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베네수엘라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카리브해 작전을 주동하고 있는 '전쟁 지휘자'”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남미의 대표적인 '반미 국가'로 최근 중국과 러시아와의 밀착을 더욱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화웨이 휴대전화를 선물 받았다”며 “미국이 절대로 해킹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니하오” “셰셰”라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주요 외신은 이번 사태가 1989년 조지 H W 부시 행정부의 파나마 침공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마약 소탕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궁극적으로는 정권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이라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마약 밀매와 권력 남용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던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쳤다. 미군은 수도 파나마시티를 포함한 요충지를 장악했고, 체포돼 미국으로 송환된 노리에가는 마약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미국이 중남미에 직접 무력으로 개입해 특정 국가의 정권을 교체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상륙작전 훈련한 미국, 본격적 군사행동 나설까?]
지금 상황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5일 벌어진 베네수엘라 전투기의 위협성 선회 비행이 과연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의 여부다. 눈여겨볼 것은 베네수엘라의 현재 국방력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경제난 장기화로 식량과 석유 부족이 심한데다 옛 소련제 노후화된 무기들도 숫자가 부족해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실제로 미군이 공격을 개시할 경우 방어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마두로는 민병대 450만명을 동원할 것이라 큰소리쳤지만 이 역시 허세에 불과한 수치인 것으로 보인다. 국제 군사력 평가 기업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베네수엘라 상비군은 10만 9000명, 예비군은 8000명 정도다. 2020년 상비군이 34만 명에 이르렀지만 경제난 심화로 많이 감소해 지금은 기껏해야 16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민병대에는 남성은 물론 여성, 어린이, 노약자까지 포함돼 있지만, 중화기는 물론 총기도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전투함은 총 13척에 불과하며 전투기는 40기 정도 보유하고 있지만 노후화 및 정비 부족으로 제대로 운용 가능한 전투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베네수엘라 정권은 언제든지 항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TWZ은 3일, “미 해군과 해병대는 푸에르토리코 남부에서 상륙 작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미 해병대는 이번 훈련 관련 보도자료에서 마두로나 베네수엘라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지만, 불법 마약 유통을 둘러싼 워싱턴과 카라카스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조치가 발표되었다”고 짚었다.
TWZ은 이어 “이틀 전 시작된 이 상륙 훈련에는 제22해병원정단(MEU) 소속 해병대원과 해군 장병들이 참가하고 있다”면서 “이오지마 상륙준비단(ARG) 소속인 제22해병원정단은 8월 14일 노퍽을 출발하여 남부 카리브해로 향했는데, 이 부대는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USS 이오지마호와 샌안토니오급 상륙 수송함 USS 샌안토니오호, USS 포트로더데일호 등 세 척의 함정에 4,500명 이상의 해군 장병과 해병대원을 태웠다”고 설명했다.
TWZ은 또한 “훈련에 참여한 해병대와 수병들이 마약 단속을 위해 파견된 ARG/MEU 소속”이라면서 “세 척의 함정이 현재 푸에르토리코 근처에 있다”고 덧붙였다. TWZ은 “훈련 상황을 고려할 때, 적어도 일부 함정은 훈련에 참가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면서 “푸에르토리코의 험난한 지형과 열대 기후는 베네수엘라의 환경과 너무나도 유사하기 때문에 전방 배치 시 높은 수준의 준비 태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마약 조직 소탕작전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또한 언제든지 베네수엘라에 군병력을 투입해 마두로 정권 해체도 노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만큼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 당국이 친중적 국가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표적 친중국가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처결이 남미의 정치 방향에도 상당한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