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우크라의 가미카제 공격으로 석유 위기에 직면한 러시아]
석유국가이고 석유가 주수입원이기도 한 러시아가 돌연 석유 위기를 겪고 있다. 바로 우크라이나군의 석유시설 집중 파괴작전 때문이다. 그것도 우크라이나군이 아주 값이 싼 드론으로 러시아의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에너지 시설들만 골라 폭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군이 값싼 드론과 적군의 지뢰로 러시아 교량을 폭파하는 영리한 전술도 선보이면서 러시아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22일, ‘침략국에 대한 공격 없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었는데, 우크라이나는 이에 걸맞게 지난 2년여 동안 러시아 전역의 정유소와 석유 저장고에 대한 공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으며, 지난 한 달 동안에는 그러한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8월 초부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정유 및 유통 시스템에 대한 12차례 이상의 공습을 감행했으며, 그 속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가장 최근 공습은 8월 30일 크라스노다르와 사마라 지역 도시 시즈란의 정유소를 대상으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무인체계군 사령관인 로버트 마디아르 브로브디는 “여러 차례 공습을 받은 두 정유소가 러시아 군부대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2025년 장거리 공습 목표의 40%가 러시아 정유소였으며, 다른 공습 대상들은 저장 및 펌프 시설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해 “일부 추정에 따르면 러시아 정유 용량의 최대 20%가 일시적으로라도 손실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로써 하루 100만 배럴이 훨씬 넘는 원유 손실이 발생했는데, 주로 휘발유이지만 경유도 포함되며, 특히 원유를 휘발유, 경유, 항공유로 분해하는 크래킹 시설의 파괴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는데,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로 인해 이러한 시설들을 교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여파로 전국 곳곳에서 주유소마다 저장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휘발유를 사려는 줄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휘발유 도매가는 연초 대비 54% 상승하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면서 “급기야 러시아 당국은 휘발유 수출을 중단했다”면서 “이로 인한 세수 감소는 러시아의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있는데, 실제로 2025년 첫 7개월 동안 재정 적자는 614억 달러에 달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휘발유 배급제까지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임할 때까지 러시아 석유 및 가스 대기업 가즈프롬 네프트의 전략 책임자를 지냈으며, 지금은 싱크탱크인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에 근무중인 세르게이 바쿨렌코는 “8월 정유 시설 공격이 이전 공격과는 다른 규모였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이제 항법 성능이 향상되고 대규모로 공격하여 러시아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무인기를 훨씬 더 많이 투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쿨렌코는 이어 “모스크바 인근 랴잔에서 남동부 볼고그라드까지 800km에 달하는 정유소에 대한 공격이 연휴와 수확기 연료 수요 급증과 맞물렸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수천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이 공격의 직접적인 영향아래 놓여 있으며, 특히 러시아가 점령한 크름반도와 극동 블라디보스톡처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연료 부족 현상이 보고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해 “이렇게 석유국가인 러시아에 석유 부족 현상이 벌어진 것은 바로 우크라이나의 ‘가미카제’ 드론 생산의 급증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무기 시스템 전문가인 올레나 크리자니우스카는 “지난 5월에 처음 공개되어 현재 러시아 영토 깊숙이 침투하는 공격의 약 60%를 담당하는 장거리 드론 FP-1이 이미 하루 100대씩 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FP-1은 60~120kg의 탄두를 탑재하며, 탑재량이 가벼울 경우 최대 1,600km의 사거리를 자랑한다. FP-1은 대당 5만 5천 달러(약 7600만원)에 불과하지만, 치열한 전자전 상황에서도 정확한 조준을 보장하는 정교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더 무겁고 비싼 류티(Lyutyi) 드론도 공격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바쿨렌코는 “러시아의 상황이 현재로서는 어렵기는 하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경제와 군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본격적인 연료 위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전략가 로렌스 프리드먼 경은 “정유 공장에 대한 공격이 현재 속도로 계속될 경우 러시아가 그 여파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의 공격 자체만으로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경제 약화와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진격 저지가 맞물리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우크라, 값싼 드론·적군 지뢰로 러시아 교량 '영리한' 폭파]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가 값싼 드론과 러시아군이 숨겨놓은 지뢰를 이용해 러시아의 주요 교량 두 개를 폭파하는 영리한 공격에 성공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CNN은 “우크라이나군의 제58차량화여단이 지난 8월 23일 600달러(83만원)짜리 드론 두 대로 러시아군이 자국 교량 아래에 은폐해 놓은 지뢰와 탄약을 터뜨려 교량을 폭파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드론 영상을 보면 드론이 교량에 접근해 대전차 지뢰와 다른 탄약 더미를 발견하는 모습이 보인다. 영상은 드론이 이 지뢰 더미에 돌진하면서 갑자기 끝난다.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에는 러시아의 교량이 큰 규모의 폭발과 함께 무너지는 장면이 담겼다.
이번 공격에 대해 제58차량화여단은 “해당 교량 주변에서 비정상적인 활동이 감지된 뒤 이를 자세히 살펴봤으며, 일반 정찰용 드론은 날릴 수 없어 1인칭시점(FPV) 드론을 보냈다”면서 “첫 번째 교량을 폭파한 이후 다른 교량도 확인했고, 그곳에도 지뢰가 있는 것을 발견해 다시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덧붙였다. 폭파된 교량은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의 국경 인근에 있으며, 러시아군이 병력을 보급하기 위해 사용하던 전략적 통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은 “우크라이나의 기습 진격에 대비하기 위해 러시아군이 이곳에 지뢰를 매설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교량 폭파에는 미사일 발사대나 전투기를 사용해 유도탄을 쏴야 할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번에 값싼 드론 두 대로 러시아의 주요 교량을 폭파함으로써 비용면에서도 매우 효율적인 공격을 수행한 셈이다.
이에 대해 CNN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맹렬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번 작전은 우크라이나에 있어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푸틴의 협박, “무력으로 전쟁 종식시킬 수도...”]
한편,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러시아 경제가 피폐일로로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디오프랑스(RFI)는 지난 8월 29일, “3년이 넘는 피비린내 나는 전투 끝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면서 “석유 수입 감소와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해 러시아 경제는 현재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RFI는 이어 “올해 초부터 러시아의 경제 지표는 부진했다”면서 “예를 들어 석유와 가스 판매 수익은 연방 예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올해 첫 7개월 동안 18.5% 감소했다”고 짚었다.
RFI는 “많은 사람들은 러시아가 EU의 제재를 받더라도 중국과 인도가 여전히 러시아에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는 전적으로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2024년 중국의 전체 수입은 14% 증가했지만,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은 7% 감소했는데, 이는 중국이 전 세계 다른 국가로부터 더 많이 수입하는 반면,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RFI는 “더욱이 서방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거부함에 따라 러시아는 수출 대상을 중국, 인도, 튀르키예로 옮기고 있지만,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밖에 없다”면서 “더 나아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생산자들은 중개자를 추가해야 하므로 비용이 증가한다”고 짚었다.
RFI는 “급격한 경기 침체 이후,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 경제가 언제 바닥을 칠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추측한다”면서 “결국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러시아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4일, “우크라이나가 사실상 항복하지 않는다면 무력으로 종식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푸틴은 “키이우가 NATO에 가입한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모스크바가 주장하는 러시아어 사용자에 대한 차별을 종식시킬 것을 포함하여 오랫동안 요구해 온 사항을 완화할 의향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푸틴의 이러한 근거없는 자신감은 러시아를 더욱 더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항복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무력으로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 말했지만 그러한 푸틴은 이미 전쟁 개시 3년 6개월이 훌쩍 지났음에도 아직도 국경 근처에서 전쟁을 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러시아가 그렇게 지지부진한 전쟁을 벌이는 사이 우크라이나는 자체 방어력을 더욱 더 확보해 가고 있으며 급기야 10월이 넘어서면 장거리 미사일도 스스로 만들어내게 된다. 그러한 국면을 과연 러시아가 견딜 수 있을까? 이런 측면에서 푸틴의 넘치는 자신감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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