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시진핑의 의사결정권 박탈한 中공산당 중앙정치국위원회]
최근들어 갑자기 국내 언론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실각설을 널리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특히 지난 6월 30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제21차 집단 학습회의에서 시진핑의 연설을 리창(李强) 총리 등 정치국 상무위원 6명이 일제히 받아적은 것을 두고 시 주석은 아직 건재하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하고, 또 이날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결정된 ‘당 중앙 정책결정·사안조율기구 업무조례’에 대해서도 오히려 시진핑의 권한을 확대하는 제도적 조치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시진핑의 실각설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llei Asia)는 3일, 지난 7년간 중국 특파원을 거쳐 중국지국장을 역임했던 나카자와 카츠지 논설위원의 ‘가까이서 본 중국’이라는 글을 통해 “중국 국가주석이자 공산당 서기장인 시진핑이 이른바 '최고 권력'을 성공적으로 축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시진핑의 권력의 원천은 2013년 당 중앙위원회가 채택한 정책 조정 및 의사 결정 체계에서 찾을 수 있는데, 지난 6월 30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에서 오랜 체제의 기반을 약간 뒤흔드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중앙정치국회의에는 24명의 위원 중 군 서열 2위이자 친 시진핑파인 허웨이둥 장군만 불참했는데, 그는 지난 3월 이후 실종상태다.
특히 이번 중앙정치국회의가 주목을 받았던 것은 지난 5월에는 이례적으로 열리지 않았다가 두 달만에 열렸다는 점, 그리고 시진핑의 실각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 관심이 쏠려 있어서였다.
▲ 2025년 7월 1일자 인민일보, 붉은 색 부분이 중앙정책위원회 기사이고, 파란색 부분이 중국공산당 창립 104주년 관련 기사다.
이는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7월 1일자 지면을 보면 지금 중국의 관심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7월 1일은 중국공산당 창당 104주년을 맞는 날이다. 예년같으면 이에 대한 다양한 행사는 물론이고 인민일보의 보도도 당연히 이에 집중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 2024년 7월 1일자 인민일보, 파란색 부분이 중국공산당 창립 104주년 관련 기사다.
실제로 지난해 7월 1일에는 당 창건 기념에 관련된 기사가 1면 톱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우측 하단에 아주 작게 기사가 나갔고 관련 성명도 이례적으로 짧았다. 대신 중앙정치국 회의에 대한 기사는 1면 상단을 완전히 독차지했다. 이는 그만큼 지금 중국 공산당내의 관심이 중앙정치국회의에 쏠려 있다는 것이고, 이 회의에서 내린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한눈에 보여준다.
[중앙정치국회의에서 결정한 ‘정책결정 및 조정기관’의 의미]
그렇다면 지난 6월 30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에서 결정된 ‘정책결정 및 조정기관’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일까? 이에 대해선 우리 신문도 지난 2일 “30일 열린 中중앙정치국회의, 중국의 대변혁이 시작되었다!”는 제목의 중국관찰(유튜브 3410회)을 통해 자세히 분석한 바 있다. 여기서 우리 신문은 신화통신의 보도문을 정리하면서 “중국 공산당 역사, 특히 시진핑 주석과 관련해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 당장(党章, 당헌)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중앙당위원회)는 매년 1회 개최하는데, 회의 기간 중에는 정치국상무위원회가 중앙당위원회를 대표해 그 권한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중앙위원회를 통해 선출된 중앙 지도 기구와 중앙 지도자는 중국 공산당의 일상 업무를 주재하며, 다음 중앙위원회가 새로운 중앙 지도 기구의 중앙 지도자를 선출할 때까지 그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제4차 중앙위원회전체회의(4중전회)는 아직 열리지 않았고, 회의 일정도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당연히 중국 공산당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 그리고 총서기와 서기처가 계속해서 ‘중앙당’을 대표해 업무를 주재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맞다.
그런데 지난 6월 30일의 중앙정치국회의에서의 결정은 4중전회를 열지도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중앙당 결정 의사 조정 기구’가 등장했으며, 그것도 시진핑 주석이 직접 주재한 회의에서 지금의 공식적인 조직을 모두 넘어선 새로운 기구를 만들었다는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말은 이번에 신설된 조직은 현재의 정치국을 초월한다는 것이고, 당연히 현재의 정치국, 정치국상무위원회, 총서기, 서기처의 모든 권한을 새롭게 만들어진 ‘중앙당 의사조정기관’에 권한을 이양했다고 정리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새로 만들어진 기관이 현재의 중난하이의 모든 권한과 권력을 실질적으로 장악했다는 것이라는 의미다.
물론 새로운 기구의 업무규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동안 중국을 이끌어왔던 정치국, 정치국상무위원회, 총서기, 서기처가 새로운 의시결정기구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닛케이도 이와 관련해 “중국공산당이 현행 제20기 중앙위원회의 다음(이 경우 제4차) 전체회의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처럼 중요한 결정을 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첫눈에 보면 최근 정치국 회의에 대한 성명이 ‘중앙집권적이고 통합된 지도부’와 같은 자주 사용되는 용어를 포함하고 있어 시진핑 주석의 손에 권력이 더욱 집중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시진핑 정부의 정책 결정, 심의, 조정 기관들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해석했다.
현재 상황을 본다면 현재의 시진핑 정부는 당연히 그대로 존재하고 또 행정업무를 앞으로도 해 나가겠지만 과거와는 다른 점은 무슨 일을 행하든지 간에 이번에 신설된 ‘조정기구’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집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마디로 시진핑이 그동안 무소불위로 휘둘렀던 의사결정권을 박탈한 것이고, 시진핑 정부의 국무원도 앞으로는 위에서 결정한대로 집행하는 기관으로 격하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시진핑의 국가안보 우선 정책 정면 비판한 학계]
중난하이의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베이징에서는 아주 주목할만한 사건이 하나 터졌다. 베이징대학교 국제전략연구소 창립 원장인 왕지스(王吉斯) 박사가 시진핑 정부의 국가 안보 우선 정책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시진핑의 권세가 하늘을 찌를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이에 대해 닛케이아시아는 “왕지스(王吉斯) 박사는 국가보안법 시행 10주년이 되는 지난 1일 시진핑의 국가안보 최우선 정책을 과감하게 비판하는 책을 감히 출간했다”면서 “그는 온건한 국제정치학자로, 주로 시진핑 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 주석 재임 시절 외교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왔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이어 “왕박사는 ‘국가 안보의 중요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 경계는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국가 안보가 경제적 번영을 포함한 다른 국가 목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왕 박사는 국가 안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의 부정적 영향을 설명하며, 독일과 일본의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실패를 예로 들었다.
닛케이는 “왕박사는 부의 급속한 성장이 독일과 일본의 팽창주의적 야망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러한 배경은 지금의 시진핑 정권과 지나치게 유사하다”고 짚었다. 또한 왕박사는 “오늘날의 반동적인 통치자들은 국가 안보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폭력적인 탄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이라한 논문이 지난 6월 12일 베이징대학교 국제협력이해연구원 웹사이트에 게재되었으며, 원문은 중국 외교부 산하 출판사인 월드어페어스프레스(World Affairs Press)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에 3월에 게재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논문이 검열당국에 의해 삭제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6월 23일, 시 주석의 모교인 베이징 칭화대학교 국제안보전략센터 웹사이트에 교차 게시되었다.
그리고 지난 6월 23일에는 베이징에서 국가보안법 시행 10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그날 저녁 주요 뉴스 프로그램에서 심포지엄에 대해 보도까지 했다. 그런데 바로 이날 이 자리에 국가 안보 정책의 실질적 책임자라 할 수 있는 국가안전부 첸이신(陈一新) 부장은 심포지엄에 참석하지 않았다. 일설에서는 첸이신이 장유샤(张又侠)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의해 체포되어 구금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 신문이 지난 6월 26일, “공안부와 국가안전부마저 장악한 장유샤, 놀란 시진핑 '브릭스 정상회의'도 돌연 불참”이라는 제목의 중국관찰(유튜브 3400회)을 통해 자세히 정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공산당 내부에서는 일반 국민의 혹독한 현실과 동떨어진 의사결정 체계에 대한 비판이 널리 퍼져 있다”면서 “시진핑의 권력은 이미 정점을 지나 추락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닛케이는 “최근의 중요한 흐름은 중난하이가 시진핑 단일체제에서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시진핑 주석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시 주석이 2013년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회의에 불참하는 것으로 이는 중국의 정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내려진 조치”라고 해석했다.
이렇게 시진핑은 ‘갓끈 떨어진 선비’ 신세로 전락했다. 그런 그가 다시 부활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 퇴장을 할지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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