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푸틴의 핵심 측근마저 포기한 러시아 경제, 어느 정도길래?]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막심 레셰트니코프 경제부장관이 “러시아 경제는 지금 심각한 침체 위기에 빠져 있다”면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강경 정책으로 인해 더 이상 버틸 능력이 없다”고 실토해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3년 넘게 치르면서 완전히 전시경제체제로 전환했는데 이로인한 후유증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푸틴의 전쟁 수행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푸틴의 대응이 주목된다.

영국의 더타임스(TThe Times)는 2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막심 레셰트니코프 경제부장관이 푸틴 대통령의 주요 경제 행사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러시아의 경제가 극히 냉각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이는 전시경제 체제인 러시아 내부에서 극심한 내부 균열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한때 크렘린궁 고문이었지만 2014년 크름반도 합병에는 반대했고 푸틴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자로 꼽히는 경제학자 블라디슬라프 이노젬체프는 더타임스에 “러시아 내부에서의 분열은 이미 시작되었다”면서 “크렘린궁의 경제 각료들은 더 이상 군사비 증가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 할 것”이라 짚었다.
이노젬체프는 이어 “작년에 2025년 예산안이 채택되었을 때 군사비 지출은 석유 및 가스 수입의 107%였다”면서 “이는 푸틴이 석유 및 가스 수입 전액을 군사비로 지출하라고 명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노젬체프는 그러면서 “현재 군사비 지출은 석유 및 가스수입 전체의 130%를 넘어서는데 이는 엄청난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같은 포럼에서 “지나치게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함으로써 러시아 경제를 냉동고에 가두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경제 실무를 맡고 있는 막심 레셰트니코프 경제부장관은 완전히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더타임스는 “레셰트니코프 장관이 크렘린궁에 군사지출을 더 이상 늘려서는 안된다는 강력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지금 식으로 전쟁 비용 지출을 계속 늘리게 된다면 러시아 경제는 파국으로 흐를 수도 있을 것이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사실 그동안 러시아 경제는 서장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쌓아왔던 막대한 경제 비축량, 전쟁으로 인한 시민과 민간 기업에 대한 부의 재분배 덕분에 예상보다 더 잘 견뎌냈지만, 이젠 완전히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더타임스는 “그동안 서방진영은 ‘푸틴이 전쟁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젠 한발 더 나아가 ‘푸틴은 더 이상 평화를 감당할 능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러시아가 안고 있는 경제적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푸틴, 더 이상 전쟁을 이끈다면 붕괴 수순으로 들어갈 수도]
더타임스는 싱크탱크인 유럽 분석 및 전략 센터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이노젬체프의 견해를 인용해 “만약 군사비가 지금처럼 유지되고 유가가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러시아는 1~2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푸틴이 지금처럼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면 러시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초위기의 현실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그러한 심각한 위기의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내의 경제관료들이 벌써부터 ‘경기 침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는데, 이젠 푸틴마저 ‘러시아가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 ’는 말을 직접 할 정도가 되었다.
실제로 푸틴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기조연설에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경제가 균형 잡힌 성장 궤도로 전환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균형 잡힌 성장은 적정한 인플레이션, 낮은 실업률, 그리고 지속적인 긍정적인 경제 역동성을 의미한다. ... 동시에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심지어 경기 침체의 위험을 지적한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되어서는 안 돤다”고 말했다.
이는 푸틴도 지금의 경제 위기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이 지금 눈앞에 다가와 있다는 것은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부장관은 그러한 푸틴에게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라’면서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위기 의식 느낀 경제 실무진, 푸틴과 격렬한 대립할 수도...]
일단 지금 상황을 보면 크렘린궁내의 경제 실무진들은 이미 러시아 경제가 침체상태에 빠져 있음을 인식하고 더 이상 전쟁비용을 늘려서는 안된다는 강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아예 공개적으로 푸틴의 면전에서, 더불어 심지어 서방진영의 기자들까지 있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거론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전쟁을 이끌어가는 푸틴과 러시아 경제를 책임지는 경제실무진간에 이견이 발생했다는 것이고, 경제 각료들의 의견 제시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전쟁 비용 지출을 강요한다면 이젠 반발하고 나설 수도 있음을 말해준다는 점에서 푸틴의 대응이 주목된다.
러시아의 인테르팍스통신도 이날 경제포럼 소식을 전하면서 “우리의 모든 수치는 과거를 돌아보는 거울일 뿐”이라면서 “현재 기업 심리로 판단하건대, 우리는 사실상 이미 경기 침체에 빠지기 직전”이라고 조심스럽게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명령한 지 3년 만에 러시아의 전시 경제가 침체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푸틴은 국방비를 역대 최대 폭으로 늘렸는데, 작년에는 전년 대비 25%나 늘어나 13조 1,000억 루피아(1,670억 달러)에 달했고, 전쟁 첫 해인 2022년에 GDP가 위축된 이후 2년 연속으로 4%를 넘어섰다”면서 “크렘린이 ‘군사적 케인즈주의’를 수용하면서 임금이 크게 인상되고 노동 시장이 경색되었지만, 수요가 한계에 도달하면서 올해는 침체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석유가격 하락이 러시아 경제난 부추겼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으로 인한 석유가격의 하락은 푸틴의 이마에 심각한 주름살을 안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폭락하면 푸틴의 군자금도 고갈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FT는 “석유와 가스 수입이 전체 예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모스크바는 유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25년 예상보다 최대 2.5% 감소할 수 있다”면서 “이는 크렘린궁이 차입을 늘리거나, 비군사 지출의 삭감, 또는 남은 비축금을 인출해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러시아의 주요 수출 품목인 우랄산 원유의 평균 가격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와 OPEC+ 연합의 예상치 못한 생산량 증가로 인해 거의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이 시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가격 정보 제공 기관인 아르거스에 따르면, 우랄산 유가는 배럴당 약 50달러에 거래되고 있었다. 러시아는 우랄산 유가를 배럴당 69.70달러로 보고 2025년 예산을 계획했다. 벌써 계획과 20달러 이상의 차이가 생겼는데 이 마이너스 금액이 그대로 손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유가하락은 러시아 경제에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는데, 상황이 계속 이렇게 흘러간다면 러시아 경제는 전쟁 관련 비용 지출로 인해 성장은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경제지원을 위해 국부펀드 중 일부를 이미 사용했는데, 이로인해 추가로 빼낼 수 있는 금액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FT는 이에 대해 “실제로 러시아 국부펀드는 유동자산 비중이 지난 2020년에 비해 3분의 2로 감소했으며, 지금같이 국부펀드를 사용한다면 년말쯤이면 바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상 그동안 비상자금으로 모아 놓았던 자금까지 모두 끌어다 쓰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의미다.
FT는 이어 “이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약 3400억 달러 규모의 보유고 역시 서방의 제재로 동결되어 있어 러시아 행동 여지는 크게 제한되어 있다”고 짚었다.
그러다보니 러시아 경제 관료들은 유가 하락 현상을 보면서 초조해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패스코프 대변인은 “유가 상황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상황은 극도로 불안정하고 긴장되어 있으며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유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의미다.
FT는 “결론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국가 중 하나가 바로 러시아”라면서 “관세전쟁은 러시아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짚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간에 관세전쟁이 휴전을 하고 있음에도 유가는 여전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러시아에겐 실로 뼈아픈 현실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대해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T-인베스트먼트 소피아 도네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러시아는 올해 약 1조 루불의 손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예상 예산 수입의 2.5%에 해당한다”면서 “이는 GDP 성장률이 0.5%포인트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의 러시아 전문가 야니스 클루게도 “유가 하락이 예산 수입에 반영되려면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러시아 경제에는 상당한 부담감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크렘린궁이 어쩔 수 없이 지출을 삭감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쟁비용 지출은 유지한 채 사회복지 지출과 같은 비군사 예산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줄여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수출기업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려 할 것이고, 동시에 국가부채를 더 늘리려 할텐데 이러한 모든 조치들이 결국 국가를 자살로 몰고가는 그야말로 아주 위험한 행동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지금의 러시아 경제가 재앙 수준은 아니지만 푸틴이 전쟁을 오래 끌면 끌수록 심각한 수준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고, 푸틴의 호언장담대로 전쟁을 앞으로 2~3년 더 끌어간다면 러시아 경제는 어쩔 수 없이 붕괴의 수순으로 추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푸틴은 아직도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저 러시아 국민들만 불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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