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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 의존했던 ‘요소수 대란’, 제2의 경제보복 가능성은? - 中수출규제로 인한 요소수대란, 韓경제 올스톱될 수도 - 당장 물류대란에 건설 현장도 전면 중단 위기 - 중국의 요소수 수출 규제 이유 뭔지 분명히 파악해야
  • 기사등록 2021-11-08 13:58:42
  • 수정 2021-11-08 17: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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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물류 올스톱 위기, ‘요소수’가 뭐길래?]


경유 차량 운행에 필요한 요소수의 품귀 현상이 택배 등 물류업계를 넘어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물류 대란을 넘어 건설 현장, 자동차, 철강, 건설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일상생활 전반을 위협할 것이란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요소수 부족 사태가 해결되지 아니하면 화물차 200여만대가 일단 올스톱되면서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어 피해액 산정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만약 요소수 재고 소진으로 대한민국이 마비되면 당장 하루 3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단 버스업계만 보더라도 전국 4만5024대 노선버스(시내·외 농어촌 고속버스) 중 34.8%에 필요한 요소수 재고는 연말이면 고갈될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재고가 불과 며칠 남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당장 이번 주부터 교통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


택배와 유통업계가 받는 압박은 더욱 심각하다. 물류운송을 담당하는 차량 상당수가 경유차여서 만약 요소수를 구할 수 없다면 택배는 물론이고, 물류 전체가 올스톱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뿐 아니다. 레미콘 차량이 필수적인 건설현장은 물론이고, 쓰레기 수거까지도 문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요소수 부족은 대한민국 산업계 전반에 엄청난 주름살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유독 한국에서 요소수 대란이 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요소수가 반드시 필요한 경유차량의 비중이 높은 데다 요소수의 거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부터 한국은 경유차량에 반드시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선택적 환원 촉매장치(SCR)’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한다. 그래야만 유럽연합(EU)의 경유차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을 통과할 수 있다. SCR는 미세먼지 주범인 질소산화물(NO)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와 물로 변화시키는 장치다.


문제는 유독 한국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경유차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은 디젤차 비중이 1∼3% 수준에 그치는 데 반해 한국은 전체 경유차 2600만대 중 유로6가 적용된 경유차는 약 400만대에 이른다.


이렇게 요소수가 필요한 경유차가 월등히 많은 상황임에도 여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수를 한국은 97%(올해 1~9월 기준)를 중국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다.


반면 요소수 필요 차량이 그리 많지 않은 일본의 경우는 자체 생산도 하지만 수입국도 중국과 호주, 인도네시아 등으로 다변화했다. 디젤차 비중이 30% 정도 되는 유럽도 자체적으로 요소 생산도 하지만 수입처도 다변화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에 요소수 대란이 생겨난 직접적인 요인은 결국 중국으로부터 기인됐다. 최근 중국이 갑자기 그동안 별도의 검역 검사 없이 수출이 가능했던 요소 등 29개 비료 품목을 대상으로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면서 지난 10월 15일부터 국내에 요소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던 터라 중국이 수출규제를 하다보니 그 모든 피해를 우리의 경유차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요소를 국내에서 생산하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요소를 생산하는 기업이 국내에는 한 곳도 없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요소를 생산했던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이 2011년 요소 생산공장을 닫았기 때문이다.


2010년까지만 해도 한 해에 15만톤 가량의 요소를 생산해 국내 소비의 55% 가까이 감당했던 삼성정밀화학이 생산을 중단하게 된 것은 중국산 싼 제품이 물밀 듯 밀려들어오면서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결국 요소 수입을 해외에 거의 전량 가까이 의존하게 됐고, 그것도 우리의 목숨 줄을 아예 중국에 다 맡기면서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던 것이다.


[요소수 대란에 우왕좌왕하는 정부]


사실 요소수 대란으로 인한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미 한달여 전인 지난 10월 11일, 중국이 수출 검사를 빌미로 요소수 수출을 제한한다고 통보했을 때, 이에 곧바로 긴급 대응을 했더라면 뭔가 다른 대책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선 주중 한국대사관은 중국의 수출 제한 초기 “통상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 걱정할 필요 없다”고 오판했다. 중국이 왜 요소수 수출을 제한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조차 모르고 있었기에 그렇게 무능한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업계가 직접 나서서 요소수 수급상황에 대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국정감사에 바빴던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그러다가 완전히 사태가 커질대로 커진 상황에서 뒤늦게 요소수 대응 TF를 가동하긴 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전혀 세우지도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무능과 중국에 대한 지나친 신뢰다. 이미 2019년에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로 반도체 산업이 휘청일 만큼 큰 위기를 겪었을 때, 일본에 대해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하면서도 정작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재품들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때 일본에 그러했듯이 특정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제품에 대해 대응책을 세웠더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수입품 1만2586개 가운데 특정 국가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이 3941개(31.3%)나 된다. 특히 요소수를 비롯해 최근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실리콘 등 이 중 절반(1850개)이 중국에 편중돼 있다.


그런데 미중충돌 상황이 지속되면서 앞으로 글로벌 경제 체제가 어쩔 수 없이 재편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당연히 주요 원자재와 부품은 국가 안보 측면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어야 옳다.


그러나 우리는 미중 줄타기를 하면서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한국 정부의 전적인 중국 신뢰, 곧 중국이 우리 한국에 대해 무역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가져 왔는데 바로 그러한 잘못된 믿음이 이번에 요소수 사태로 불거졌다고 보면 될 것이다.


[대책은 있나?]


이러한 요소수 대란의 가장 기본적인 해결책은 수입선 다변화다. 그러나 그러한 수입선 다변화를 하려면 최소 2~3개월이 걸린다. 만약 중국에서 문제가 터지자마자 수입선 다변화를 시도했더라면 년말이면 문제가 풀리기 시작했을 수도 있으나 당장 지금의 품귀현상을 막는데는 문제가 있다.


발등에 불이 붙은 정부가 긴급하게 호주로부터 요소수 2만L를 긴급 수입하기로 했지만 그 양은 유조차로 주로 쓰이는 16톤급 탱크로리트럭 한 대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정도 양이라면 국내 등록 디젤 화물차 330만대가 하루도 못 쓰는 적은 양이다. 한마디로 ‘언 발에 오줌누기’란 뜻이다.


정부는 또 공업용 요소의 차량용 전환도 구상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공업용 요소는 불순물이 많아서, 순도 높은 요소를 사용해야 하는 요소수를 만들기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내 생산 시설을 다시 가동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 역시 가동까지 이르려면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필요한 대책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럽과 같이 자체적으로 요소를 생산해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일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그렇게 하고 있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는 요소수의 완제품 수입을 늘리는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가격은 높지만 물류대란이 일어나는 것보다는 낫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 남은 대책은 어쩔 수 없이 한시적으로라도 배출가스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다. 요즘 화물차업계에서 SCR을 무력화하는 개조작업들이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흔히 ‘정관수술’이라는 용어로 부른다. 전자제어장치(ECU)를 조작해 SCR 작동을 멈추게 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요소수없이도 디젤차 운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분명 불법이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당장 까만 매연인 질소산화물이 최대 10배까지 배출돼 환경 문제를 유발할 수 있고, 차량 내부 부품도 망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불법이 일어나는 것은 10L당 9000~1만원이던 국내 요소수 판매가가 최근 10만원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불법으로라도 차량을 운행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분명 정부가 나서서 할 일은 아니다. 오죽했으면 트럭 운전자들이 그렇게 해서라도 차량을 운행하려 할까? 그 애타는 심정이 이해가 간다.


[중국의 또다른 ‘경제보복’ 아닌지 살펴봐야]


중국이 지난 10월 15일부터 요소의 원료가 되는 석탄 부족을 이유로 수출 전 상품 검사를 의무화하면서 요소수 수출대란이 일어나자 우리 정부는 일단 중국에 "요소에 대한 수출 전 검사를 조기에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ㆍ중 간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서 중국 내 관련된 부문에 (요소)수출 전 검사 절차 조기 진행 등 우리 측 희망 사항을 지속적이고 구체적으로 밀도 있게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요소수 대란이 결코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중국 정부 당국자는 "석탄가격 상승이나 전력난으로 발생하는 이슈“라며 ”수출 통제 목적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수출 전 상품 검사 의무화 조치에 대해 "중국 측은 수출 전 검사를 통해서 (요소가) 급격히 수출되는 것을 적절히 조절하자는 것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 당국의 말 가운데 ”요소의 수출량을 적절히 제한하고 있다“는 말이 아주 귀에 거슬린다. 바로 의도적으로 한국에 대한 요소수 수출량을 제한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희토류의 ‘무기화’를 말한 바 있다. 그런데 평소에는 거들떠보지 않을 정도였던 값싸고 흔했던 원료였던 요소수를 중국이 의외의 ‘한국 길들이기 무기’로 꺼내들면서 수출제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라는 것이다.


만약 그러한 의도가 있다면 요소수의 수출제한이 단기에 풀릴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확한 중국의 의도 파악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차기 대선을 불과 100여일 앞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미국에 경도되지 못하도록 우리 정부를 통제하기 위한 수법으로 요소수를 무기화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요구사항이 반드시 따를 것이다.


어찌되었건 아쉬운 것은 미중 디커플링이 시작되면서부터 우리 정부는 이에 따른 한국 경제의 플랜B를 만들었어야 했다. 더불어 세계 물류대란이나 중국에서의 전력난이 일어났을 때 중국이 석탄생산을 이유로 요소수 수출 제한을 활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했어야만 했다. 한국 경제가 세계의 정세에 깊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정책을 수립했어야 하나 이를 등한시한 것이 너무나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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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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