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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필리핀 두테르테의 몰락, “침몰하는 배와 같다” - 두테르테 딸 사라의 대통령 출마 포기, 父의 국정 장악력 약화 때문 - 필리핀 정세 뒤집은 레사 기자의 노벨평화상 수상 - 현재 유력 차기 대선 주자 5명, 두테르테 후계자 당선은 어려울 듯
  • 기사등록 2021-10-18 13:47:08
  • 수정 2021-10-18 16: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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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추락 두테르테, “가라앉는 배”]


한때 80%가 넘는 지지율을 보였던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그야말로 대추락을 거듭하면서 이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17일, “전세(戰勢)는 두테르테와 그의 딸 사라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두테르테와 맞서다가 투옥을 당하기까지 했던 마리아 레사 기자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이 필리핀의 정세를 완전히 돌려놓고 있다”면서 “두테르테는 이제 침몰하는 배의 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닛케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테르테는 딸 사라와 함께 부통령-대통령 동반 출마를 생각할 정도로 압도적 지지를 보여 왔으나 헌법정신 훼손이라는 반발에 부딪쳐 이를 포기했다”면서 “두테르테의 부통령 출마는 사실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가 ‘마약과의 전쟁’을 하면서 저지른 대규모 잔학행위에 대한 수사를 하는 것에 대해 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면책특권이 있는 부통령에 출마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이어 “그러나 두테르테의 인기가 추락하고 그동안 두테르테의 정치적 동반자들까지 등을 돌리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면서 “여기에 두테르테 정부내의 부패스캔들까지 터지면서 두테르테는 날개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닛케이는 “두테르테의 딸 사라도 대통령 출마를 포기하게 된 배경에는 두테르테의 권력 장악력이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면서 “두테르테는 지난 9개월 동안 무려 21%나 지지율이 하락했으며 심지어 그의 고향 민다나오에서조차 두테르테의 부통령 출마 계획을 반대할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리아 레사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면서 필리핀 정국에 핵폭탄을 터뜨린 셈이 됐다. “필리핀인 최초로 노벨상을 받게 된 마리아 레사는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의 물결에 맞서 자유를 위해 투쟁해 온 ‘反 두테르테’ 세력에 엄청난 힘을 실어준 계기가 되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는 또한 “두테르테의 딸 사라가 대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음에도 압도적 우위를 보이던 지지율 역시 추격자에게 따라 잡히면서 이젠 사라가 입장을 바꿔 대선 출마를 한다해도 당선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면서 "아버지 두테르테-딸 사라 두테르테로 이어지는 부녀간 대통령 승계는 이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필리핀 정세 뒤집은 레사 기자의 노벨평화상 수상]


마리아 레사 기자는 한마디로 권위주의적 포퓰리즘 정권에 대항하다가 엄청난 고난을 겪은 언론인이다. 마리아 레사 기자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온라인 매체 래플러(Rappler)는 2011년 두테르테 당시 다바오 시장이 무자비한 범죄 소탕 정책을 강행하자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핍박을 받기 시작했다.


우선 권력세력은 래플러의 反두테르테 기사를 가진 자와 외세를 두둔하고 영웅을 욕보이는 ‘가짜 뉴스’로 몰아 세웠고, 사회 혁신에 역행한 ‘반동 저널리즘’으로 낙인찍어 버렸다.


이러한 압박은 두테르테가 대통령이 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두테르테는 그의 측근들이 장악한 검찰과 경찰, 그리고 사법기관을 통해 래플러 기자들에 대해 명예훼손과 탈세, 외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 구속을 반복했다. 두테르테는 지난 2018년 래플러에 대해 현장 취재 제한 조치를 내렸으며, 현재 레사 본인도 탈세, 명예훼손 등 모두 7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두테르테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이들 권력세력은 레사와 래플러의 기사에 대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하수인’ ‘범죄자’ ‘가짜뉴스 아울렛’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엄청난 고난을 겪으면서 레사 편집인과 래플러 기자들이 가장 괴로웠던 것은 ”두테르테를 무작정 지지하는 시민으로부터 받은 박해(persecution)”라고 했다.


두테르테의 열렬 지지자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와 이메일·문자 등을 통해 ‘쓰레기 기자’ ‘기생충’ ‘민중의 적’ 같은 비난과 모욕, 협박을 쏟아냈다고 한다. 심지어 기자들의 신상을 탈탈 털어 가족이나 친구까지 비난과 협박을 일삼아 왔다. 이러한 압박과 위협, 핍박에 상당수의 기자들이 결국 래플러를 떠나야만 했다.


이와 관련해 국경없는기자회의 국제캠페인 책임자인 레베카 빈센트는 “레사는 내가 만난 어떤 사람보다 가혹한 온라인 학대를 당하고 있다”며 “법정에서는 눈에 보이는 대상과 직접 싸우지만, 온라인에서는 보이지 않는 악플러들의 무차별 공격에 노출돼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빈센트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사실을 취재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레사의 저널리즘에 대해 두테르테 정부가 오히려 위협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래플러의 레사 편집인은 지난 2018년 6월 포르투갈의 소도시 에스토릴에서 열린 세계편집인포럼(WEF)에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확증 편향,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며 자기 확신에 빠진 권위주의 정권과 대중 독재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저널리즘의 겨울이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레사 편집인은 또한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히틀러와 비슷하다”면서 “페이스북은 그의 포퓰리즘적 거짓말을 유포시켜 결국 두테르테를 키웠다”고 말했다. 레사는 그동안 두테르테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며 두테르테 정권 못지않게 작심 비판해왔다.


레사는 이어 “두테르테가 히틀러라면 페이스북은 밴드웨건이었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레사가 말한 ‘밴드웨건’이란 퍼레이드의 맨 앞에서 요란한 음악을 연주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곡예단과 악대를 말한다. 레사는 이번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같은 밴드웨건이 있었기 때문에 두테르테와 같은 선동 정치인이 성장할 수 있었다”며 둘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두테르테의 포퓰리즘적 수사학은 히틀러와 같은 방식으로 일견 매력적”이라며 “분노와 증오로 엮인 두테르테의 거짓말은 페이스북에서 사실보다 빠르게 유포돼 그의 세력을 키웠다”고 했다. 대중 선동과 막말정치로 지지 기반을 다져온 두테르테에게 페이스북은 더할 나위없는 날개를 달아줬단 의미다.


실제로 레사는 그동안의 탐사보도를 통해 필리핀 정부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페이스북 가짜 계정 26개를 발견해 보도한 바 있다. 두테르테 정부는 이 계정을 통해 근거 없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반정부적인 언론인과 정치인을 공격해왔다.


사실 필리핀은 인권 변호사와 과거의 민주 투사들이 이끄는 나라였다. 또한 한때 아시아를 선도하는 나라이기도 했다. 그러한 나라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들이 그것도 권력층이 주도하여 ‘권위주의 정권과 대중독재’가 등장하고 더불어 ‘저널리즘의 겨울’이 다가올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가히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이 또한 현실이 되어 버렸음을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지난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레사는 권력을 남용하고 폭력을 쓰며 권위주의적인 필리핀 정권을 폭로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활용한 인물"이라며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악조건에 빠지는 세상에서 이상을 옹호하는 모든 저널리스트를 대표한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지금 필리핀의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아예 전세를 뒤집어 버렸다. 그리고 두테르테에 대한 환멸감까지 급부상하면서 두테르테는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곤혹스러운 두테르테, 뒤늦게 노벨상 수상 축하]


레사 편집인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가장 곤혹스러운 이는 아마도 두테르테 대통령일 것이다. 줄곧 자신을 비판한 언론인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레사 편집인에 대한 노벨상 수상이 확정 발표된지 3일이나 지난 11일, 필리핀 대통령궁 해리 로케 대변인이 레사의 노벨상 수상에 축하의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두테르테가 레사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의식한 탓인지 수상 소식에 이렇다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다가 뒤늦게 입장 표명을 한 것이다.


[필리핀 대선, 누가 뛰고 있나?]


내년 5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금까지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후보는 무려 97명에 이른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들 중에서 심사를 거쳐 11월 15일 최종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


일단 지난 11일 닛케이가 밝힌 현재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5명의 후보는 다음과 같다(후보 순서는 알파벳순).


*로널드 "바토" 델라 로사(Ronald "Bato" dela Rosa)


지난 9월 6일부터 11일까지 실시된 펄스 아시아(the Pulse Asia)의 여론조사에서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바토 상원의원(59세)은 두테르테의 마약과의 전쟁 당시 경찰청장을 지냈다. 그는 여당인 PDP-라반(Laban)의 후보이기도 하다.


지난 15일 후보등록 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뒤늦게 후보로 등록한 그는 두테르테의 딸 사라의 대선 출마 포기로 인해 긴급하게 대신 투입된 후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사라 대신 출마했다는 설을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유산과 마약 및 부패와 테러리즘과의 전쟁,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대유행 속에서 경제회복을 이어갈 사람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그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는 두테르테의 오랜 보좌괸이었던 봉고 상원의원이다.

한마디로 두테르테의 후계자로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Ferdinand "Bongbong" Marcos Jr.)


펄스 아이사의 9월 조사에서 지지율은 15%로 두테르테의 딸 사라(20%)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봉봉 후보는 과거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들로 지난 2016년의 부통령 후보 경선에서는 레니 로브레도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적이 있다.


*프란시스코 "이스코 모레노" 도마고소(Francisco "Isko Moreno" Domagoso)


펄스 아이사의 9월 조사에서 지지율은 13%로 3위를 달리고 있는 ‘이스코 모레노’는 현재 마닐라 시장으로 자신을 중도주의자로 부르면서 “필리핀을 치유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의 가문 출신도 아니고 평범한 필리핀 사람”이라면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전직 배우로서 잘 생긴 외모가 무기라는 평을 받고 있는 그는 마닐라의 빈민가에서 자란 소위 ‘흙수저 출신’이지만 현재 페이스북에서 1600만명의 팔로워를 가질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에마누엘 "매니" 파키아오(Emmanuel "Manny" Pacquiao)


펄스 아이사의 9월 조사에서 지지율은 12%로 4위이기는 하지만 대선 출마 선언자들 중 지지율 1위인 봉봉 마르코스와는 불과 3%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선전이 더 기대되는 후보이다.


지난달 대통령 선거 운동에 집중하기 위해 권투 선수직에서 은퇴한 그는 두테르테 현 대통령에 맞서 두테르테 정권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면서 부패한 공무원들을 향해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그들 모두를 감옥에 보낼 것이라는 선전포고까지 해 주목을 끌었다.


파키아오의 무기는 역시 ‘흙수저 출신’으로 무일푼에서 부자가 된 성공 스토리를 필리핀의 역전 스토리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마리아 레오노르 "레니" 로브레도(Maria Leonor "Leni" Robredo)


펄스 아이사의 9월 조사에서 지지율은 8%였다. 현직 부통령인 그는 마약과의 전쟁이나 두테르테의 친중외교에 강력하게 맞선 인물이기도 하다.


인권변호사 출신이기도 한 그녀는 소외된 사람들의 희망으로 떠올랐지만 두테르테의 벽에 막혀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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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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