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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독일 메르켈의 퇴장, 중국은 지금 불안하다! - 26일 독일 총선에서 집권당 정권재창출 힘들 듯 - 메르켈 이후 누가 정권 잡든 중국과는 거리두기 예상 - 중국의 유럽 정책 완전히 바뀌어야 할 처지
  • 기사등록 2021-09-24 22:03:33
  • 수정 2021-09-25 08: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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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16년 시대의 종언]


올해 67세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6일의 총선을 끝으로 16년 집권을 끝내고 퇴장한다. 정치를 시작한 지 31년만이다.


특히 메르켈 총리의 퇴진은 선거에서의 패배가 아닌 스스로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음으로 인해 이뤄진 퇴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실 독일 역사에서 이렇게 선거 패배가 아닌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메르켈 총리앞에 붙었던 수많은 수식어들, 예를 들면 최초의 여성 총리, 최초의 동독출신 총리, 최연소 총리, 최장기 총리(헬무트 콜 총리와 동일), 최다 G7참석 총리(17번) 등이 메르켈 총리가 독일 역사에서 갖는 의미를 그대로 설명해 준다.


이러한 메르켈 총리의 업적은 독일 국민들의 지지도로도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 8월 중순 공영방송 ARD가 정치인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메르켈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은 63%였다. 이 수치는 현재 차기 총리 후보로 각 당에서 지명된 기민당의 아르민 라셰트(32%),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42%) 등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았다.


이러한 메르켈을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극하게 대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번째로 만난 유럽의 지도자로 메르켈 총리를 선택한 것이다. 불과 임기를 3개월여밖에 남겨 두지 않은 메르켈 총리를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초청했다는 것은 메르켈 총리가 갖는 국제적 위상을 한마디로 설명해 준다.


[메르켈이 독일 역사에 남긴 치적들]


우선 메르켈은 독일 정치를 완전히 바꿨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메르켈을 두고 ‘왜 벌써 물러나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그만큼 미련이 많다는 의미이고 또 인기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독일 청소년들은 그의 퇴임을 앞두고 인터넷에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나요’라고 묻는 글을 띄우기도 했다고 한다. 유아기부터 총리는 메르켈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독일 정치 현장에 있어서 메르켈이 갖는 의미는 크다.


독일에 있어서 메르켈은 한마디로 위기에 처했을 때 더 강하게 국가를 이끈 뛰어난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15년 난민 유입 사태를 해결한 주역이 바로 메르켈이다. 그래서 이를 두고 독일에서는 ‘무티(mutti·엄마) 리더십’이라 부른다.


또한 독일 외부에서는 EU(유럽연합)의 지휘자요 화합을 주도한 인물로 ‘유럽의 여제(女帝)’로 부르기도 한다. 유럽연합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팔을 걷어붙이고 조율을 했고, 대화와 포용으로 수많은 난제들을 풀어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쇼맨십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어찌보면 과묵하다할 정도로 말수도 적고 무미건조하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솔직하고 신뢰를 주는 리더십으로 인해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그를 가리켜 “신뢰할 수 있고 지적으로 정확한 사람”이라고 자서전에 썼던 것이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메르켈 총리와 관련해 메르켈른(merkeln)’ 즉, ‘메르켈스럽다’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 단어가 처음 등장할 때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우유부단하다’는 의미로 통용됐다고 한다. 평소 신중하고 무미건조한 메르켈 총리의 언행을 풍자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 단어 뜻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유부단하다는 부정적 의미를 넘어서 최근엔 '상황을 잘 관리한다' '신중하게 처신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는 것이다. 이는 조용하고 신중하면서도 유연함과 강인함을 겸비한 메르켈 스타일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만큼 메르켈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메르켈은 국내에서도 많은 치적을 남겼다. 우선 그의 경제 성적표는 정말 우수하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 독일의 실업률을 3%로 낮추면서 사실상 완전 고용을 달성했다. 이뿐 아니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불과 59%로 프랑스의 98%, 영국의 85%에 비해 상당히 낮다. 그만큼 재정이 건실하다는 것이고, 국민들을 향해 포퓰리즘적 정책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경제적 충격이 유럽사회에서 가장 낮았다. 또 그렇게 재정 비축을 잘 해 왔기 때문에 코로나 팬데믹을 이겨내기 위한 과감한 정책을 펼칠 수가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메르켈 총리의 집권 시기가 독일에게 있어서는 황금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메르켈 퇴임 이후에 독일이 과연 그동안 유럽사회의 지도국으로 계속 군림할 수 있을 것인가의 의문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CNBC는 15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가 집권했던 지난 16년 동안 독일은 유럽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막강한 힘과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하지만 많은 유럽인들은 메르켈 총리의 퇴임과 함께 독일의 황금기(golden age)도 끝나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외교문제평의회(ECFR)가 유럽연합(EU) 12개 회원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인 응답자 중 52%가 자국이 황금기를 지났다고 답했고, ‘여전히 황금기’라고 믿고 있는 응답자는 15%에 불과했다.


유럽 전역의 응답자 중 34% 역시 ‘독일이 저물어가고 있다’고 답했으며, 21%만 ‘현재 황금기에 있다’고 했다. CNBC는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메르켈 총리 퇴임 후 EU의 리더십에 대한 불확실성이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장 큰 단점, ‘정권 재창출과는 무관한 정치인’]


그렇다고 메르켈 총리에게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단점은 메르켈 총리의 인기가 개인에 관한 것이지 메르켈이 속해 있는 정당과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 총선에서 메르켈이 속해 있는 중도우파인 기독교민주연합(기민당, CDU) 소속 후보의 지지율이 낮고 이번 총선에서 다수당이 될 가능성도 낮다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일본의 닛케이(NIKKEI)는 19일, 옌스 짐머만 사회민주당(SPD)의원의 말을 인용해 “메리켈 총리가 집권 하는 내내 소속 정당이 아닌 개인 중심의 정치를 해 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독일 총선은 오는 26일 실시된다. 현재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사민당·SPD)이 여당인 기독교민주연합·기독교사회연합(기민·기사연합/CDU·CSU)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추세대로 마무리된다면 메르켈 총리 이후 독일 총리가 좌파정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여론조사 기관 포르사(Forsa)가 지난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숄츠 후보(63)가 이끄는 사민당은 25%의 지지율을 보인 반면 집권여당인 라셰트 후보(60)의 기민·기사연합은 22%로 3%p정도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녹색당 17%, 자유민주당(자민당/FDP) 11% 순이었다.


물론 독일 총선이 직접 총리를 뽑는 것이 아니라 정당에 소속된 의회 의원들을 뽑고 의회에서 총리를 선출하는 것이어서 총리 후보자들의 지지도가 곧바로 정당 의석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독일 현지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판세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메르켈 총리의 후광을 입은 집권 기민·기사연합은 사민당과 20%포인트 가량의 격차를 보이며 앞서갔지만 7월 중순 홍수 사태 직후 지지율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라셰트가 수해 피해 현장에서 파안대소하는 모습까지 보도되면서 사민당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또 하나, 지지율이 이렇게 역전하게 된 것은 사민당의 숄츠 후보의 전략 때문이기도 하다. 숄츠는 메르켈 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코로나19 경제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독일 국민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그러면서 숄츠는 오히려 메르켈 총리를 추켜 세우며 자신이 메르켈의 후계자라고 내세웠다. 메르켈이 숄츠와 일부로 거리두기를 했지만 숄츠의 적극적인 대시로 메르켈에 대한 인기가 일부 슐츠에게 넘어간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지지도대로 선거가 마무리된다면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얻지 못해 연정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현재 3위를 달리는 녹색당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후보가 상당히 중요한 키맨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총선이 끝나도 당장 차기 총리가 결정되지 못할 수도 있다. 1위를 기록한 정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선 연정 파트너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양당 연합으로도 과반수가 안되면 제3의 정당과도 연합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어떠한 정당들로 연합을 하는가에 따라 독일의 정책 또한 출렁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어찌되었건 메르켈의 높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권 재창출에는 실패한 총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것이 메르켈 총리의 퇴임에 가장 아픈 부분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메르켈 총리의 약점으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탈원전을 선택해 독일 국민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안겨다 주었다는 점을 든다. 이로인해 독일은 석탄에 의한 발전과 러시아로부터 전기를 수입하는 국가로 전락했다. 독일이 러시아로부터 이어지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을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밀어붙인 것은 그만큼 독일의 에너지 정책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독일 총선을 바라보는 중국의 답답한 시선]


그런데 이번 독일 총선을 가장 답답한 마음으로, 또 가장 뼈아프게 바라보는 나라가 바로 중국일 것이다. 일단 중국으로서는 그동안 중국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해 주었던 메르켈 총리가 물러난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도 아쉬워하고 있다.


물론 “메르켈 총리가 중국의 일당독재에는 비판적이고 티베트나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중국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메르켈 총리는 중국이 엄연한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우선주의’를 제창하자 메르켈의 중국 사랑은 도를 더해갔다”면서 “재임기간 중 13번이나 중국을 방문할 정도로 중국에 대해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WSJ은 “메르켈이 이렇게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순전히 중국의 경제력 때문”이라면서 “독일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서 중국을 그에 걸맞게 대우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23일, “독일 총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지금은 3위로 떨어졌지만 녹색당이 어떤 방식으로든 차기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메르켈 정부의 친중 정책에 매우 만족했지만 메르켈이 떠난 이후의 기민당마저도 메르켈이 추진했던 중국정책과는 다를 것이어서 이젠 그를 매우 그리워하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도 했다.


SCMP는 이어 “이번 독일 총선에서 많은 여론조사 기관들이 적색 사민당(SPD), 황색 자유민주당(FDP) 및 녹색당이 결합한 신호등 연정이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독일의 대 중국정책에는 그동안과는 달리 심각한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자유민주당이나 녹색당 모두 중국의 EU투자협정에 대해 반대하고 있으며 사실상 상당히 강력한 반중정책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으로서는 암울하다 할 정도로 메르켈 이후가 불안하다는 의미다.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3위 정당인 녹색당의 입지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심지어 현재의 집권정당인 기민·기사연합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과반수에는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녹색당·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에도 연정의 키를 녹색당이 쥘 가능성이 크다. 어찌되었건 중국으로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은 유럽을 취하는데 있어서 베이스캠프나 다름없었던 독일을 잃어버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절대적 중요성을 가진 외교파트너였던 유럽을 이젠 끌어안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EU가 결정적으로 중국의 손을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았던 유럽연합(EU)과의 투자협정(CAI) 체결이 전면 보류된 상황에서 이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독일의 메르켈 리더십이 절실한데 이젠 그러한 꿈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버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말 유럽연합과의 투자협정이 성사되자 시진핑 주석이 이를 “국제정치 분야에서의 엄청난 승리”라면서 “단순한 경제적 이익보다 더 큰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라고 주장한 바 있었는데 이젠 그 큰소리가 역전되어 “국제정치에서의 큰 패배”로 유럽이 다가오게 되었다.


이렇게 중국은 되는 일이 없다. 동서남북 모두 넘어지면서 코깨지고 턱 다치고 이마에도 상처가 나는 일들을 호되게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현재이고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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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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