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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헝다그룹 파산설’, 중국 몰락 서막인가? - 헝다그룹 파산, 중국 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 안겨줄 가능성 - 부동산 붕괴, 빅테크, 교육시장 규제까지 겹치면서 큰 위기 초래 - FT, “헝다 그룹 운명이 국제 금융시장에 파문 일으킬 수도"
  • 기사등록 2021-09-21 22:34:53
  • 수정 2021-09-22 07: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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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中헝다그룹 운명의 시간이 다가온다]


중국이 떨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恒大, Ever Grande)그룹의 파산설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증시까지 폭락한 상황에서 중국 당국의 23일 헝다그룹에 대한 조치를 주목하고 있다.


회사채와 금융사 대출 등 빚을 약 3050억 달러 이상을 떠안고 있는 헝다그룹은 최근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빼겠다며 규제를 강화하면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그러자 일단 부채의 돌려막기로 근근히 명맥을 유지해 왔던 헝다그룹은 중국의 추석연휴가 끝나는 23일 일부 채권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헝다그룹의 운명도 판가름나게 됐다.


5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에 대한 이자 8400만달러(약 995억원)를 지급해야 하고 역내 채권에 대한 이자 2억3200만위안(3600만달러, 426억원)도 지급해야 한다. 이자 지급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채권자들에게 이자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공식적인 디폴트가 성립한다.


[헝다그룹 파산,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중요한 것은 헝다그룹의 파산이 중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는 중국 정부 당국이 헝다그룹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던, 그렇지 않고 파산으로 몰고 가든 그 여부에 관계없이 헝다그룹의 파산은 중국 경제에 심각한 주름살을 안기게 될 것이라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지난 1996년 광저우에서 간판을 올린 헝다그룹은 중국의 부동산 신화를 주도한 거대 건설사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헝다그룹의 자산 규모는 2조위안(약 366조원)에 이른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에 이르는 수치다.


이 정도 규모이니 헝다그룹이 최종 파산한다면 중국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몰고 올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게 만든다.


현재 헝다그룹의 대차대조표에서 확인된 부채 규모가 3050억달러(약 361조 1200억원)로 집계됐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 밖에 '숨은 채무'가 상당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CNN은 지난 1일 “중국 경제에 또 다른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헝다의 자금난이 극심하다. 부채를 상환하지 못한다면 그 영향은 중국의 경제 시스템 전반을 강타할 것”이라고 보도했던 것이다.


특히 중국의 고속 성장을 뒷받침해온 한 축인 부동산 업계가 무너지면, 이들 업체와 거래한 대형 국유은행들이 부실채권을 떠안게 되면서 금융 시스템에도 큰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내년 2월 동계올림픽 개최와 내년의 시진핑 3연임을 위한 당대회를 앞두고 금융시장의 혼란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문제는 중국 정부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건 일단 응급조치를 통한 생명연장은 되겠지만 근본 원인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기반 자체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미국의 CNBC는 20일(현지시간) 월가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하며 "헝다그룹 파산 위기가 글로벌 증시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정부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미 창(Jimmy Chang) 록펠러 글로벌 패밀리 오피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헝다그룹이 중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중국 정부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헝다그룹 사태가 다른 기업으로 번지지 않도록 각종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서 "이미 글로벌 증시가 헝다그룹 사태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상태"라면서 "중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당국의 이러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를 겪게 될 것이며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연쇄 파산으로 후유증은 아주 오래, 그리고 매우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사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은 인건비 상승을 비롯해 제조업 여건이 날로 악화되는데다가 미중간의 디커플링까지 발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제조업 의존도를 줄여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GDP 성장률을 6%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건설 부동산 섹터를 경제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키웠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중국의 GDP에서 건설 섹터가 차지한 비중은 약 13.5%(Fitch 추정)에 달할 정도였다. 이는 미국 경제 수준과 비교하면 3배에 달할 정도다.


여기에 지난해 8월 메사추세스의 국가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건설 및 관련 부문을 추가하게 되면 그 비중은 거의 25%를 넘는다. 이런 이유로 중국 경제를 '시멘트 경제'라고 부르기도 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멘트 경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우선 SOC 건설도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한계가 오도록 되어 있고 아파트 등의 부동산 등을 통한 경기 부양도 부동산 투기 열풍 등의 부작용이 뒤따른다. 그러다보니 건설 업계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채를 동원해 무분별한 아파트 건설에 뛰어들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코로나 팬데믹이 찾아 왔고 더불어 막강한 미국의 디커플링으로 인해 중국의 실물 경기 자체도 둔화되면서 부동산 시장 자체가 침체기를 맞게 된 것이다.


당황한 중국 정부가 2020년부터 부동산 시장의 과열 진화에 나섰지만 자신들이 키워놓은 부동산 과열을 갑자기 규제를 하게 되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나타나게 되었다. 당연히 부채 규모가 높은 업체를 중심으로 유동성 적신호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 대표적 업체가 바로 헝다그룹이다.


아마도 헝다그룹은 자신들에게 이러한 위기가 찾아 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도 못했을 것이다. 쉬자인(許家印·63) 헝다그룹 회장은 지난 2019년 가을 ‘신중국 건국 70주년 행사’ 때 시 주석과 함께 톈안먼 성루에 오른 ‘홍색 자본가’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이 좋아하는 스포츠가 축구라는 점에서 유명 축구클럽 ‘광저우 헝다 구단’을 2010년에 인수할 정도였다. 그만큼 시진핑이라는 권력에 가깝고 줄도 댔기 때문에 당연히 권력의 지원을 받으며 차입을 통해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헝다그룹 위기설이 나왔을 때도 “너무 커서 무너질 수가 없다”는 대마불사론(大馬不死論)이 나왔다.


그러나 이미 시진핑이 그렇게도 강조했던 ‘회색코뿔소’가 되어버린 헝다그룹을 중국 정부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번져가 버렸다. 그동안 돈을 빌려준 중국과 해외의 금융회사들은 헝다의 자금난이 심화하는데도 ‘설마’ 하다가 지난 8월 국제 신용평가사들인 무디스와 피치가 헝다 그룹 채권 등급을 ‘투자 부적격’으로 하향 조정하자 결국 비상이 걸리면서 이젠 좌초 위기로 몰리게 된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헝다그룹 하나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중국 내 부동산 업체 274곳이 파산을 신청한 상황”이라며 “최대 기업인 헝다까지 채무 불이행에 빠지면 중국 금융시장의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채무 불이행 규모는 올 들어서만 62억달러(약 7조2600억원)에 달해, 지난 12년치를 다 합친 것보다 13억달러나 많았다.


일본의 닛케이(NIKKEI)는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실대출 규모가 중국의 5대 은행에서 올해 상반기 6개월동안 지난해보다 30% 급증한 970억 위안(150억 달러, 17조 7600억원)에 이른다”고 20일 보도한 바 있다.


부동산업계의 줄파산은 이미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버렸다는 의미다.


[헝다그룹의 파산,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헝다그룹의 파산을 막는 것도 문제고 그대로 방치해도 문제라는 점이다. 만약 헝다그룹의 파산을 방치하게 되면 헝다그룹 뿐만 아니라 부동산 업계의 줄파산이 이어지면서 국내외 대형 투자자와 은행의 손실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다시 이들 기업과 금융회사들에 대해 신용 위기가 닥치고, 돈줄도 막히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또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연쇄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 이는 중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에 투자했던 해외의 금융기관들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월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채 위에 세운 부동산 신화가 무너지는 동시에 실물경기와 금융시스템 위기의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헝다그룹에 여신을 제공한 국내외 은행은 128개로 집계됐고, 비은행 금융업체도 121개에 이른다. 이들 기관들 모두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게 될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헝다 그룹의 운명이 중국 금융을 넘어, 국제 금융시장에도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고 평했다.


그래서 헝다 그룹이 ‘중국의 리먼 브러더스’라 불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8년 미국 투자은행(IB) 순위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에 이어 4위였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함으로써 전세계적 금융위기를 몰고 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중국의 문제가 단지 부동산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 공산당 리스크’ 또는 ‘시진핑 리스크’로 불리는 중국의 막무가내식 ‘규제’와 ‘단속’으로 이미 빅테크 기업들이 줄줄이 추락하고 있는데다가 지난 7월엔 정부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인다면서 초강력 사교육 규제를 시행하면서 교육시장이 초토화됐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중국 정부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며 철강 등 원자재 생산량에도 적극 개입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의 3연임을 위한 서민들 마음잡기를 위해 공동부유(共同富裕·common prosperity)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그래서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중국 정부의 무차별적 규제와 단속으로 올해 2월 이후 기술주·교육주 분야에서만 손실이 1조달러 넘게 발생했다”며 “이런 마구잡이식 조치는 중국이 구애해온 해외 투자자들까지 내쫓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유명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최근 FT 기고문에서 “시진핑은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하며, 모든 중국 기업을 일당제 국가의 도구로 간주한다”고 경고했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지난달 “중국의 규제, 단속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투자 중단을 선언했던 것이다.


이미 헝다그룸으로 촉발된 전 세계 금융시장은 이미 폭풍의 눈으로 진입했다. 20일 뉴욕 증시는 지난 5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 산업의 침체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큰 에너지 관련주 하락 폭이 특히 컸다.


반면 시장의 불안감이 커질 때 상승해 ‘공포 지수’라 불리는 시카고선물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는 전일보다 23.6% 상승한 25.71까지 치솟았다. 그만큼 전 세계가 중국의 헝다그룹 사태를 우려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증시도 전반적으로 내려갔다.


물론 헝다 및 중국 부동산 개발 시장의 위기가 전 세계 증시에 일시적인 충격은 주겠지만 그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럼에도 중국발 금융 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그동안 중국 시장에 대해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위기 요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중국 정부도 감당 못할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CIBC 프레이빗웰스의 데이비드 도너비디언 최고투자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코로나 충격으로부터의) 중국 및 글로벌 경제 회복이 더뎌질 가능성이 있다는 시장의 불안이 헝다를 계기로 드러난 것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요한 그란 알리안츠 IM ETF 팀장도 “지난 몇 주 동안 축적돼 온 여러 우려에 헝다가 ‘낙타 등을 부러뜨린 지푸라기’(the straw that broke the camel’s back, 차기 직전이었던 한계를 넘어버리게 만드는 작은 사건) 같은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FT에 말했다.


중국은 지금 헝다그룹의 여파가 어떻게 번질지 전혀 예측조차 못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로만 여겼던 헝다그룹의 파산이 중국내 금융시장을 넘어 전세계 금융시장까지 엄청난 파도를 일으킬 것이라고는 아마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시진핑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중국 경제의 미래를 점치는 것조차 이젠 불확실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이번 헝다그룹의 침몰이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중국경제의 한계이고, 더불어 중국 경제의 몰락을 예고하는 사건이라고 말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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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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