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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 ‘타이베이→대만’ 변경 검토에 中 군사충돌 경고 - 이미 대만을 동맹 국가 대우하는 미국, 2+2회담까지 열어 - 중국, 군사적 충돌 운운하며 협박하지만 정작 미국은 시큰둥 - 대만 명칭 변경 도미노 현상 벌어진다면 중국 위상 추락 불가피
  • 기사등록 2021-09-15 13:25:56
  • 수정 2021-09-15 16: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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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에 있는 타이페이 경제문화대표부 [사진=Wikipedia]


[‘타이베이→대만’ 주미대표부 이름 변경 검토하는 미국]


지난 9월 11일 우리 신문이 “바이든-시진핑이 긴급하게 전화회담을 한 이유?”라는 정세분석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의 미국대표부의 공식 명칭을 “타이페이 경제문화대표부(Taipei Economic and Cultural Representative Office; Tecro)에서 ‘대만대표부(Taiwan Representative Office)’로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해 보도한 바 있었는데 이 문제가 중국의 강력한 반발로 군사충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FT의 이러한 보도는 12일 대만의 연합보 등 주요 매체들을 통해 “미국이 대만의 요청에 따라 워싱턴 주재 대만 대표부의 명칭을 '타이베이(Taipei) 경제문화대표처'(TECRO)에서 '대만(Taiwan) 대표처'로 바꾸는 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라는 내용으로 전해지면서 대만 사회는 “1979년 미국-대만 단교 후 가장 상징적 사건”이라면서 적극 반기고 있다.


FT는 첫 보도 당시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이 이 안을 밀고 있으며, 명칭 변경을 위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해야 한다”면서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진 상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FT는 “‘대만대표부’ 명칭 개정에 백악관의 아시아 차르로 불려지는 커트 캠벨과 국가안보회의 관계자들은 지지를 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또한 이러한 사실을 백악관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FT가 젠 샤키 백악관 대변인에게 질의를 했을 때 젠 샤키는 답변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타이베이→대만’으로의 명칭 변경, 美 방침은 이미 결정된 듯]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타이베이→대만’으로의 명칭 변경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해 줄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7월 20일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면서 가장 반중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리투아니아가 수도 빌니우스에 대사관 격인 대만 대표처를 설치한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었는데 바로 이 리투아니아에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13일(현지시간), 시모니테 리투아니아 총리에게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하는 리투아니아의 원칙적 외교정책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사실 리투아니아의 대만대표처 설립은 대만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외교적 돌파구이고, 미국의 대만정책을 앞장서서 선도하는 국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중국은 리투아니아의 이러한 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외교부는 "리투아니아 정부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심각히 침해했다"며 "중국 정부는 이런 움직임에 단호히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리투아니아 주재 대사를 불러들이기로 결정했고, 리투아니아 측에도 자국 주중 대사를 소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또한 단교설까지 중국내에서 거론되었으나 그렇게까지 간다면 EU와의 모든 관계가 심각한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어 그렇게까지 진행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리투아니아 총리와의 전화 통화는 바로 이렇게 대 중국 전선을 강하게 형성하면서 유럽 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리투아니아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볼 수 있고, 미국도 리투아니아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타이베이→대만’으로의 명칭 변경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사실상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8월에도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유럽의 파트너들과 동맹국들이 앞으로 대만과의 상호 유익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면서 “우리는 리투아니아의 용기있는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만의 연합보는 "대만의 한 고위 관리는 미국이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의 명칭 변경을 추진한 지 꽤 오래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 이후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를 대만의 대사관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이후 이러한 기본 정책이 상당히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의 대통령 취임식에도 대만 대표를 참석시켰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대만과의 관계 강화는 물론이고 대만 수호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강하게 반발하는 중국]


문제는 리투아니아에 이어 미국까지 ‘타이베이→대만’으로의 명칭 변경에 나선다면 당연히 그동안 중국 외교의 핵심이었던 ‘하나의 중국’ 원칙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이를 디딤돌로 하여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중국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리투아니아가 ‘대만대표부’라는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중국과 격한 외교적 갈등을 일으켰는데 만약 미국이 그렇게 명칭 변경을 한다면 이는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갈등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러한 언론들의 예상대로 FT의 대만 명칭 변경 보도에 대해 중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FT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미중 관계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만과의 어떠한 공식적 소통도 중단해야 하며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주거나 중국의 핵심에 도전하려는 시도를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중국의 반발은 13일 ‘중국 공산당의 거친 입’으로 불려지는 환구시보(環球時報)를 통해 나왔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과 대만이 명칭을 바꾼다면 그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주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일 시 주석과 7개월 만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변경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킨 것으로 보여진다.


신문은 이어 "미국이 이 문제를 계속 추진한다면 중국은 미국과의 결전을 준비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며 "리투아니아에 한 것보다 단호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외교적 조치를 넘어 경제적·군사적 조치도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환구시보는 "중국은 미국과 대만의 오만함과 싸우기 위해 대만에 경제적 제재를 가하고 중국 전투기가 대만 상공을 비행하도록 해야 한다"며 "만약 대만이 발포한다면 대만 독립 세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대만 문제는 우리의 핵심 이익이라고 선언한 만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13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핵심 문제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은 양국 관계의 정치적 토대”라며 “중국은 이미 관련 매체의 동향에 대해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엄정한 교섭 제기’란 중국 정부가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 사용되는 표현이다.


그리고 14일에는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에 “대만 문제가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급변점)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는 후시진(胡錫進) 편집인의 영상 칼럼이 게재되면서 공격성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 영상에서 후시진은 “미국 정부의 대만관련 명칭 변경 고려는 중국 정부를 시험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오만에 외교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영어로 말했다.


후시진은 그러면서 “중국의 외교적 문제의 절반 이상이 대만에 관한 것이다. 대만 문제를 힘(force)으로 다뤄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며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군사적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비쳤다.


[중국이 ‘전쟁불사론’까지 말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


사실 중국의 입장에서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으로 명칭을 변경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중국이 그동안 글로벌 체제 속에서 누려왔던 중국에 대한 권위나 지위가 모두 무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국명이나, 국기, 국가(國歌)의 사용을 막고 있다.


1971년 유엔에서 대만이 축출되고, 197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에서 대만 국명을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나 대만(Taiwan)이 아닌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로 표기하도록 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부터 그렇게 된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전 세계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요해 왔으며 중국의 경제적 파워를 의식한 글로벌 국가들은 중국의 뜻을 그대로 수용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도 않았고 대만이라는 정식 국호 대신 ‘타이베이’라는 도시 명칭으로 대체해 왔었다.


그래서 대만과 관련된 공관을 둘 때도 대사관이 아닌 무역대표처로 칭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지난 1992년 중국과 수교 이후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를 통해 대만과 소통하고 있다.


문제는 만약 미국이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이라는 정식 국호를 사용하게 된다면 당연히 전 세계적으로 도미노 효과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러한 문제는 오는 24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호주, 인도, 일본 등 쿼드 국가들과 첫 대면 정상회의에서도 거론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동맹국들을 포함해 유럽연합의 국가들도 자연스럽게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이미 유럽연합(EU)의 국가들에게 “독재국가이며 반 인권국가인 중국을 결코 지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리투아니아의 강력한 호소에 EU국가들도 호응하고 있다. 지난 8월 11일, 유럽연합 대외사무부(EEAS)의 나빌라 마스랄리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이번 일은 중국과 리투아니아 양자 문제이지만 불가피하게 전체 EU와 중국 관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마스랄리 대변인은 이어 “EU는 중국을 대표하는 정부로 중화인민공화국을 승인했지만 동시에 대만과 관계를 심화하는 데에도 흥미를 갖고 있다”며 “EU의 ‘하나의 중국 정책’과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은 같지 않다”고 리투아니아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이달 초 유럽의회 외교위원회는 대만을 지지하는 내용의 보고서 초안을 통과시켜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보고서 초안은 EU의 대만 주재 대표부 역할을 하는 기관 명칭을 '타이베이 주재 EU 무역사무소'에서 '대만 주재 EU 사무소'로 변경하자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는 이미 중국이 우려하는 도미노효과가 서서히 진전되고 있다는 징조로 보여진다.


[중국 반발에도 대만과 안보회의 연 미국]


대만관련 명칭 변경과 관련해 중국이 ‘전쟁불사론’까지 꺼내들면서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에 대해 미국은 시큰둥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선 대만에 대한 명칭 변경이 하나의 중국 원칙 고수와는 별개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느냐는 투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대만과의 외교·안보 분야 고위급 회담을 진행했다. 이러한 회담은 지난 8월 27일 일본과 대만의 집권당간의 2+2회담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대만-일본간 대화는 화상이었는데 이번 대만-미국간 대화는 대면회담이라는 점, 그리고 일본과의 회담은 집권당간의 소통이었는데 미국과의 대화는 사실상 정식 국가간 2+2회담과 같이 격을 높였다는 점이다.


대만의 자유시보(自由時報)에 따르면 우자오셰(吳釗燮) 중국 외교부장과 구리슝(顧立雄) 국가안전회의 비서장이 이끄는 대만 외교·안보 당국 대표단이 지난 9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미국 당국자들과 연례 비공개 외교·안보 분야 고위급 회담을 진행했다.


이는 사실 국가 대 국가의 2+2회담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미국이 지금 대만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한마디로 정리해 준다. 사실상 동맹국가로 대만을 대우하고 있다는 것이고 철저하게 대만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위협이나 협박은 아예 무시되고 있다. 그러한 중국의 위기 조성 자체가 오히려 중국 스스로를 몰락의 길로 이끈다는 것을 미국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렇게 미국은 미국이 가고자 하는 길을 뚜벅뚜벅 가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중국은 그저 초조하기만 하다. 만약 미국이 대만으로의 명칭 변경을 승인하고 미국의 동맹국들마저 이를 따라한다면 시진핑 주석의 입장은 그야말로 난처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대만을 향해 도발하자니 자칫 중국 공산당의 몰락으로 갈 수도 있어서 그러한 도박카드를 꺼내 들기도 쉽지가 않다.


여기에 시진핑의 딜레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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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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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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