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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전운 감도는 우크라이나의 당당함, “러시아, 너 나와!” - 우크라이나 공격 명분 만든 러시아, 군사훈련하며 시기 저울질 - 우크라이나, 외교의 힘으로 44개국 결집, 러시아에 맞대응 - 미국의 적극적 지원 얻어내며 외교적 승리, '당당한 외교의 힘'
  • 기사등록 2021-09-13 21:41:50
  • 수정 2021-09-14 06: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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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감도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위협에 맞대응]


유럽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무르익으면서 앞으로 양국간 어떠한 돌발 사태가 벌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금방 알 수 있다.


지난 9월 7일(현지시각) “지난 8월 23일,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내에서 일어난 가스관 파괴 공격이 우크라이나 정보국이 주도한 것이라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발표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타스 통신은 이어 “폭발 장치는 7월 비밀리에 크림 반도에 반입되었으며, 공격은 우크라이나의 독립 기념일에 계획되었다”면서 “이 공격은 우크라이나 정보국의 키릴 부다노프(Kirill Budanov) 국장의 승인을 받아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은 또한 “이러한 사실은 크림반도 가스관을 파괴한 용의자들로부터 자백을 받은 것”이라면서 “공격의 대가로 2000달러를 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이러한 발표는 이 사건의 진실성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러시아가 언제든지 무력으로 침공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 시점에 10일부터 16일까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20만 병력과 290대의 전차를 포함한 80여대의 헬리콥터, 다연장 박격포, 군함 15척 등의 엄청난 병력들이 발틱해를 비롯한 인근 9개소에서 대규모의 자파드(Zapad) 2021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 훈련이 매 2년마다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러시아의 인근 국가 공격이 대부분 이 훈련 직후에 이뤄졌었다는 점에서 이번 훈련이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타스통신은 이 훈련과 관련해 “니콜라이 판코프 국방부 차관이 ‘자파드-2021 훈련은 순전히 방어적’이라 밝혔다”면서도 이번 훈련의 규모가 이례적으로 대규모라고 전했다.


또한 “이 훈련에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도 13일 참관하게 될 것”이라고 타스통신은 보도했다.


이뿐 아니다. 러시아의 타스통신은 지난 9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올해 4억 달러를 포함해 2014년부터 25억 달러 어치의 무기를 공급해 온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이런 행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부추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방어선에 미국의 무기 체계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러시아가 그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 들어가게 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으로 시행중인 대 러시아 제재조치를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타스통신은 지난 8일 이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러시아 등의 세력이 미국 선거에 개입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불충분함에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또한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워싱턴을 방문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러시아와 대결하는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자국 ICTV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대결에서 홀로 남겨지지 않을 것이며 지원을 받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면서 "지원은 러시아 측의 긴장 고조(행위)에 따라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또한 러시아 억제 정책의 일환으로 6천만 달러(약 695억원)의 군사원조도 추가로 집행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과 크림 병합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이 지역에서의 분쟁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사를 러시아의 적극적인 반대로 주저해 왔으나 이번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분쟁 해결을 위해 미국의 고위급들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게 될 것이며 백악관의 안보보좌관이 직접 이 문제에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이렇게 되면 돈바스 지역의 분쟁에 대해 그동안 우크라이나·러시아·독일·프랑스의 4자 회담(노르망디 형식 회담)을 통해 협상을 해 왔는데 앞으로 미국이 참여하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공방도 치열하다. 타스통신은 10일, “블라디미르 젤란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지극히 비논리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져 보인다”고 비난했다.



[이미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


이렇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분쟁이 일촉즉발 상황인 가운데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반군과의 교전으로 우크라이나군 10여 명이 사상하는 일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지난 24시간 동안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의 공격으로 병사 2명이 전사하고 10명이 부상했다”면서 "대부분의 공격은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발생했는데, 분리주의자들은 대구경 화포와 유탄발사기, 드론을 동원해 아군 진지를 공격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충돌이 일어난 지역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간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돈바스로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는 돈바스의 친러 성향 주민들은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전격 병합하자, 분리·독립을 선포하고 중앙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현재까지 정부군과 산발적인 교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약 1만3천 명이 사망했다. 국방부는 이어 "지난해 분리주의자의 공격으로 50명이 숨졌으나, 올해 들어서는 현재까지 적어도 52명의 군인이 숨졌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충돌이 발생하자 러시아군도 즉각적으로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에 러시아군을 추가 배치하고 있으며, 20만여명의 군사훈련도 동시에 진행하면서 위기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들이받은 우크라이나, 분노하는 러시아]


이런 상황에서 과거 소련 연방국가였던 우크라이나가 거대 제국인 러시아를 향해 외교의 칼을 빼들면서 러시아를 당황하게 만드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8월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44국 협의체를 본격 출범시켰기 때문이다.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를 비롯한 대통령 9명, 스웨덴의 ‘스테판 뢰벤’을 필두로 총리 4명, 독일의 ‘하이코 마스 ’등 외무장관 14명이 집결했다. 또한 영국·포르투갈은 국방장관이,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특사인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이 참석했다. 그리고 일본·호주 등 7국은 대사를 참석시켰다. EU(유럽 연합)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2인자도 참석했는데, 한국은 이 회의에 초대받았으나 불참했다.


이렇게 44개국의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크림 플랫폼(Crimea Platform)’이라는 국제회의를 출범시켰기 때문이다.


젤렌스키가 방대한 규모의 국제회의인 ‘크림 플랫폼’을 창설한 이유는 2014년 러시아에 빼앗긴 크림반도를 되찾아오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우선 얻어 내고 또 호시탐탐 우크라이나 공격을 노리는 러시아에 적극 대항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날(1991년 8월 24일)로부터 30주년을 맞은 시기에 ‘크림 플랫폼’을 출범시킨 것이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위해 필요한 공동의 외교적 노력을 환영한다”는 공동선언문이었다.


비록 크림반도를 러시아에게 빼앗긴 이후 우크라이나는 7년째 동부지역에서 러시아 지원을 받는 반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기개는 러시아를 움찔하게 만들었으며 미국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는 계기를 만들었다.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외교의 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노력이 스스로를 지키는 ‘나비의 날갯짓’이라는 점이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공격해 왔을 때 우크라이나는 별다른 대응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당했다. 우선 스스로를 지킬 힘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도 러시아가 전체 보유 병력의 10분의 1에 해당되는 군사력을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시키면서 군사적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지만 미국과 EU가 강력하게 맞서면서 러시아의 푸틴은 결국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 군대를 철수시켰었다.


그런 경험 때문에 지금의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의 안보를 미국과 EU에 철저하게 의지하면서 서방 세계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그렇게 미국과 EU를 등에 업을 수 있는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EU의 안보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일이 현실화되면 러시아가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충돌하는 국제적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의 크림 플랫폼에 44개국이나 모인 것이다. 여기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도 든든한 배경이 되었다.


미국 입장에서도 만약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으로 무너진다면 곧바로 EU 전체에 위기 상황이 확산되면서 미국의 EU 보호 의지에도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리안해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로 동맹 보호 의지를 의심받는 차에 우크라이나까지 미국이 지켜 주지 못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이 돌아 왔다’는 선언은 완전히 뭉개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적극 관여를 선언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함부로 넘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난 4월만 하더라도 미국이 이렇게까지 깊이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푸틴은 최대한의 군사적 압박을 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이것이 외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5년 ‘국민의 종(從)’이라는 드라마 덕에 국민 배우로 떠오르면서 대선 승리까지 거머쥔 인물이다. 그래서 젤렌스키가 이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많은 우려들이 있었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과거 어떤 대통령들보다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우리의 한일관계와 비슷하다 할 정도로 앙숙관계인 폴란드하고도 반러정서를 공통분모로 하여 우의를 다졌다. 그가 먼저 폴란드에 화해 제스처를 보냈고 바르샤바를 방문해 극적으로 손을 잡았다. 이러한 실용주의 덕분에 우크라이나의 숙원 사업인 EU 및 나토 가입에 폴란드가 이젠 앞장설 정도로 관계가 돈독해졌다.


젤렌스키는 독일의 메르켈과도 정면 담판을 벌였다. 독일·러시아 간 천연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가 완공을 앞두자 이를 견제하고자 젤렌스키가 메르켈을 만나 담판을 벌인 것이다. 이유는 우크라이나의 국익 때문이었다.


노르트스트림2가 가동되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관통해 서유럽으로 가는 기존 가스관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도 높아지고 연간 3조원대인 천연가스 통관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젤렌스키는 메르켈을 만나 담판을 벌인 끝에 결국 지난 8월 22일, “노르트스트림2를 러시아가 무기로 활용하면 제재를 가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이렇게 대단한 외교력을 보인 젤렌스키가 드디어 미국에도 양국의 국익을 위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원해달라”며 적극 지원해 달라는 요구를 했고 이에 미국이 적극 화답하면서 드디어 메르켈 독일 총리에 이어 유럽 정상으로는 두 번째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초청을 받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보다도 빠르다.


젤렌스키는 지금 ‘외교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젤렌스키의 당당함은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에서 나온다. 더불어 미국을 앞세운 외교의 기본 때문에 거대한 러시아와도 맞짱뜨고 있다.


그러한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러시아의 푸틴이 오히려 움찔하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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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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