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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의 역주행, “영어 공부 반대, 시진핑 사상 의무화” - NYT, "중국이 역주행하며 역사를 되돌리려 하고 있다" 강력 비판 - 영어교육 반대,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을 버리자는 것 - 중국의 우민화정책, "마오쩌둥 시대로 되돌리려 한다"
  • 기사등록 2021-09-13 13:53:03
  • 수정 2021-09-13 17: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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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되돌리려는 중국, 영어 공부 반대]


시진핑 3연임을 앞둔 중국이 완전히 역주행을 하고 있다. 서방세계의 영향력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영어 공부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신 시진핑 사상 교육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9일, “중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들이 거주하면서 상업의 중심지인 상하이시의 교육 당국이 초등학교에서 기말고사시 영어시험을 보지 못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 뉴욕타임즈의 9월 9일자 기사

일단 “대외적인 이유는 시진핑 주석이 제창하는 공동부유 개념에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랬다고 하지만 사실 서방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목표가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영어시험을 보지 않는 대신에 새롭게 추가된 과목이 ‘새 시대를 향한 중국의 특성과 사회주의에 대한 시진핑 생각’이라는 교과서를 의무로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영어시험 대신 중국 공산당의 이념과 시진핑 우상화 교육을 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상하이에서의 영어시험 반대 및 영어교육 축소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중국 교육 당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초·중학교에서 해외 교과서를 활용해 영어를 교육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한 중국 정부의 자문단은 올해 대학능력 시험에서 영어과목을 빼도록 요구했다. 더불어 이미 공동부유 개념에서 시행된 사교육 금지조치로 영어 과외를 하면 이제 불법인 세상이 되었다.


이런 영어 교육 반대 분위기는 대학에도 그대로 확대되고 있다. NYT는 익명을 요구하는 대학관계자의 말을 빌어 “대학 내에서 저널리즘, 헌법 같이 중국 공산당의 이념을 거스를 수 있는 과목일수록 영어 원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번역본까지 채택하지 않고 있다”면서 “문제는 정부가 추천한 교재들은 학문적 가치가 거의 없는 중국 정부 신념과 일치하는 것들만 넘쳐나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심지어 “올 여름 칭화대가 신입생들에게 '노인과 바다’ 중국어 번역본을 합격 선물로 보냈는데 이마저도 비판 대상이 되었다”고 NYT가 전했다. 칭화대 총장은 “학생들이 용기와 인내를 배우기를 원한다”면서 선물을 한 이유를 밝혔으나 일부 소셜미디어에선 “왜 중국이 아니라 미국 작품을 택했냐”는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어 교육을 강조했던 중국]


중국의 외국어, 특히 영어 교육에 대한 반대는 그야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역주행이다. NYT는 “수년 전만 해도 중국 정부가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강조했다”면서 “지금의 중국 총리인 리커창도 중국의 영어교육 열풍 한 가운데 있었다”고 전했다.


“리커창 총리도 한때 중국내에서 50만부 이상 발행되던 ‘Learning English’를 통해 공부한 세대이고, 1982년만 해도 당시 중국의 TV가 천만대 정도 보급되었을 때 BBC 영어교육 프로그램인 ‘Follow Me’가 인기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다”고 NYT는 소개했다.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8년 중국 학생 2억여명이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진학하기 까지 외국어 수업을 들었고, 그 중 다수는 영어를 배우는 것을 선택했다. 그랬던 중국이 돌연 영어교육에 대한 역주행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어교육은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


NYT는 “중국의 사회, 문화, 경제 및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면서 “영어는 가난하고 폐쇄적인 국가를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탈바꿈시킨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과 거의 동의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서 가장 국제적인 도시인 상하이의 교육당국이 초등학교에서의 영어시험 금지 조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물론 “상하이 교육당국의 그러한 조치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중국인들이 이러한 조치에 대해 서구사회에 대한 중국의 반발 또는 중국이 더 이상 글로벌 경쟁에서의 개방성을 포기하려는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그래서 NYT는 중국이 “후진 기어를 넣고 있다”고 한 것이다.


[마오쩌둥 시대로 되돌리려는 중국 공산당]


결국 “중국이 개혁개방의 상징마저 포기하려는 것은 중국을 1950년대와 1960년대로 되돌리려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NYT의 주장이다. “중국 공산당이 특히 이데올로기와 민족주의 선전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 정부 당국의 이러한 역주행은 분명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은 서구사회를 배우면서 중국을 개혁해 왔고, 이를 통해 지금의 중국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NYT는 “리커창 총리도 문화대혁명을 막 벗어난 1970년대 후반에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할 때 서구사회의 흐름을 공부하고자 영국 법학자인 로드 데닝(Lord Denning)의 책 ‘적법절차의 원리(The Due Process of Law)’를 친구들과 함께 번역해 공부했다”면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많은 중국인들은 영어 교육 열풍에 빠져 들었으며 그들 가운데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도 끼어 있었다”고 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은 자신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정도였고 심지어 영어로 연설을 하기도 했다. 장쩌민 전 주석은 2000년에 미국의 '60 Minutes'에 출연해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을 낭독해 주목을 받기도 했고 리커창은 홍콩을 방문했을 때 아예 영어로 연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에서의 영어 열풍이 식기 시작한 시점이 시진핑 주석의 취임부터”라고 NYT는 진단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민족주의 열풍이 거세게 중국에 불어 닥치면서 중국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인 영어마저 거세 대상으로 등극했다”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문제는 과연 이러한 영어교육 금지 추세가 앞으로 어떻게 확대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눈여겨 볼 것은 “중국 당국이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하고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여권 발급과 갱신 조치를 중단했는데 여권이 만료된 중국의 중산층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과연 해외 여행이 가능할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심지어 “해외에 사는 이들과 교류한 이들이 현지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NYT는 소개하면서 “이러한 조짐이 결국 중국의 완전 고립으로 가려는 의도”가 아닌지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특히 중국내에 민족주의 열풍이 불면서 영어 교육 반대에 적극적인 찬성을 하는 중국인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번 “상하이 교육당국의 영어시험 금지조치에도 많은 중국인들이 환호를 보냈다”고 했다.


[반발하는 중국의 중산층들, ‘영어교육은 필수’]


그러나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은 중국의 지금을 이끄는 수많은 중국의 중산층들이 중국당국의 폐쇄적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하이 교육당국이 초등학교에서의 영어시험 금지 조치를 밝힌 후 약 40,000명이 응답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85%가 학생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영어를 계속 배워야 한다는데 동의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NYT는 이어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양국간의 긴장이 지속되는 최근에도 베이징의 미국 대사관은 5월 이후만 해도 약 8만 5000건의 학생비자를 발급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상하이의 한 변호사도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영어공부가 중국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자신의 딸이 영어 공부를 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글을 올렸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이어 그 변호사가 "중국인은 언제 영어 공부를 멈출 수 있는가"라고 스스로 질문한 후 “중국이 가장 앞선 기술의 리더가 되고 전 세계가 중국을 배우고 따라야 할 때가 온다면 그때는 외국인들이 중국어를 배우러 오게 될 것”이라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니까 그 전에는 영어를 배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취지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12일, 500명이 속한 소셜미디어 단체방을 운영하는 스텔라 쩌우의 말을 빌어 "영어가 세계와 연결되는 중요 수단이라고 여기는 많은 부모들은 (사교육 규제에 따른) 영향을 상쇄할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국이 사상 통제를 강화할 경우 영어 교재 구매조차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영어책을 사재기하고 있으며, 자신의 8세 딸을 이제부터 직접 가르칠 예정이라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SCMP는 이어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한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외국어를 배움으로써 서구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비판적 사고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중국 학교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다"는 스텔라 쩌우의 말을 특별히 강조했다.


SCMP는 특히 ”영어 교육 반대 흐름은 미중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내에 국수주의 감성이 부상되면서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면서 ”2019년 3월 국수주의 인플루언서 화첸팡은 ‘영어는 대부분의 중국인에게 쓰레기 기술이며 서구의 언어는 서구 사고방식으로 이끌 것’이라고 경고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뜨거운 논쟁을 야기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올해 3월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정협 위원 쉬진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필수 과목에서 영어를 빼자고 주장하는 일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쉬진 정협위원의 주장은 중국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왔는데 중국청년보가 진행한 관련 설문에서 11만여명은 쉬 위원의 의견에 반대하며 중국이 다른 나라와 경쟁하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10만명은 쉬 위원의 의견에 동조하며 영어 대신 중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게 더 낫다고 답했다. 52%:48% 비율로 팽팽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중국 사회의 허리축인 중산층들이 자신들 자녀의 미래가 달린 교육에 대해 엄청나게 열정적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이들 가운데는 중국 당국의 사교육 폐지 이후 영어를 공부할 수 없게 되자 부모 중 한 사람이 직장을 그만두고 자녀에 대한 영어교육에 집중하는 이들까지 생겨났다“고 SCMP가 12일 보도했다. 이들이 이렇게 자녀의 영어교육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바로 ”세계와의 의사소통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SCMP는 전했다.


지금 중국의 중산층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 당국이 중국의 미래세대들을 ‘우민화(愚民化)하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이미 학생들의 학업 부담 경감을 내세워 학교내에 어떠한 우등반 설치도 금지했고 전체적인 학업 난이도를 평이하게 해야 한다는 지침도 발표했다.


심지어 교육당국이 제시한 외의 새로운 내용의 교육도 금지했다. 시험성적 순위를 매기는 것조차 금지했고 시험 성적에 따라 반은 물론이고 자리를 배치하는 것도 금지했다. 시험도 최소로 줄였다. 평가 자체를 거의 하지말라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조치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한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이는 한마디로 학생들의 수준을 하향 평준화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아무리 그러한 조치를 강력하게 취한다고 해서 부모들의 교육 열기가 사라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99.99%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학생들의 미래를 결정하게 되는 대학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 가오카오(高考)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일류대학에 갈 수 있고 그래야 중국내에서 괜찮은 직장도 들어갈 수가 있다. 그러한 대학입시와 사회체제는 그대로 두고 어린 학생들 공부 못하게 한다고 자녀들을 향한 부모의 교육열이 사라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모두가 성적도 비슷하고 경쟁도 할 필요가 없는 그러한 사회를 ’공정한 세상‘이라 주장하지만 이러한 중국 당국의 헛된 생각은 결국 중국의 미래를 좀먹는 자해행위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특히 중국의 중산층들의 반란은 지금의 시진핑 정부에게 엄청난 도전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중산층 자녀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에 그들이 양보하거나 결코 고개 숙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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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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