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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바이든-시진핑이 긴급하게 전화회담을 한 이유? - 美측의 실무대화 요구에 中 회피하자 바이든 분노 - 남중국해 일촉즉발, 군사적 충돌로 비화 가능성 고조 - 미중정상간 90분 통화했지만 합의 사항 없이 이견만 드러내
  • 기사등록 2021-09-11 21:27:21
  • 수정 2021-09-12 09: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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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진핑 전화통화, 무슨 얘기들이 오고 갔나?]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전화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간 대화는 지난 2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인사를 위한 전화 통화 이후 7개월만에 이뤄졌다. 90분여에 걸친 양 정상간 전화통화를 한줄 요약하자면 “많은 말들이 오고 갔지만 서로가 일방적인 주장만 했고 별다른 합의 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백악관은 관련 보도자료도 단 5문장으로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며 회담에 대한 평가도 “통화의 분위기가 친숙하고 솔직했다”고 표현했다. 백악관의 “솔직한 대화를 했다”는 표현은 통상 외교적으로 볼 때 양측의 의견 차이가 있었으며 별다른 합의를 하지 못했을 경우에 사용하는 용어다.


그러나 중국측은 양 정상간 대화에 장황하게 설명을 하면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를 썼다. 특히 양 정상간 통화에 대해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자세하게 중국측 의견을 설명했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개 중국은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이 보도문을 내면 이를 인민일보가 받아쓰는 형식으로 기사를 싣고 관영 CCTV도 그대로 방송하는 식이어서 신화통신의 보도가 결국 중국 공산당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신화통신은 특히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응해 전화 통화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원칙)을 변경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이 이를 부각하는 것은 대만 문제에 대해 양국간 갈등의 폭이 크며 이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미국의 대중 정책으로 미중 관계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은 물론 다른 나라들의 공통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서로 핵심 관심사를 존중하자"고 밝혔다고 했다.


또한 시 주석은 “(미·중이) 전략적인 담력과 식견, 정치적 패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신화통신은 밝혔다. 다시 말해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트럼프 시대의 반중(反中) 정책과 절연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의 보도 내용을 보면 마치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다양한 국내외적 문제에 벽에 부딪치자 다급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 대화하자고 부탁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간 최대 현안인 대만 문제에 대해 시진핑 주석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면서 양국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표현한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매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양국이 중요하고 우선적인 영역을 정해 오판과 뜻밖의 충돌을 피하고 미중 관계를 정상 궤도로 회복시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중국측의 이러한 설명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까?


[바이든이 시진핑에게 전화통화를 요구한 이유?]


이번 미중정상간 전화통화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배경부터 알게 된다면 두 정상간 대화에서 미국측의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먼저 전화통화를 하자고 한 동기에 대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측이 미국과의 실질적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음으로 인해 양국 관리간의 대화가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데 격분해(exasperated)‘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를 원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미국은 적극적인 對 중국 전선을 펼치면서 “중국 위협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위해 구체적인 후속작업들을 진행해 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31일, 아프간 전쟁 종료와 관련된 대국민연설에서 “타국을 위한 전쟁의 시대는 끝났다”며 “이제 중국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국력을 집중해야 할 진짜 상대방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지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아프간 철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 말은 곧바로 중국 포털 바이두에서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대 중국 정책 방향이 중국을 무너뜨리자는 것이 아니라 과거 미국이 중국을 WTO체제 속으로 이끌었던 당시의 계획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장기집권을 위해 ’글로벌 체제 속에서의 중국‘이 아닌 ’글로벌 체제 위에 군림하는 중국‘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욕심으로 인해 세계 패권장악을 시도하려는 것을 미국이 결단코 막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게 미국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당연히 중국의 고위관료들과 대화를 하면서 설득도 해야 하고 미국측 의견을 제안도 해야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그러한 의도를 눈치 채고 아예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3월 알래스카의 앵커리지에서의 미국측 토니 블링턴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반 국가안보좌관과 중국측 양제츠 정치국위원과 왕이 외교부장간의 2+2회담도 미국측의 의도 설명에 대해 중국측이 격하게 반발하면서 실질적인 대화를 나누지도 못했다. 또한 지난 7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중국으로 건너가 왕이 외교부장 등과의 교섭도 진행하려 했으나 중국측의 비협조로 설전만 벌이고 끝나 버렸다. 양국간 군사회담도 중국측이 끝내 회담의 격을 놓고 말씨름을 벌이면서 유야무야되어 버렸다.


문제는 미중 양국이 대화는 없고 이렇게 감정을 앞세운 설전을 벌이다간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들어 남중국해와 대만을 놓고 극한적 충돌 위기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누군가 실수로 방아쇠를 당기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비상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분명히 양국간 군사적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군사적 충돌도 마다하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점을 백악관도 “두 정상은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양국의 책임을 논의했다”는 말을 이번 정상 통화 관련 보도자료에 담은 것이다.


또 하나, 바이든 대통령이 이 시점에 시진핑 주석과 전화 통화하기를 원한 또다른 이유에 대해 CNN은 “마이크로소프트 이메일 해킹과 랜섬웨어 공격 등 여러 불법행위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비난하고 있는 와중에 정상 통화가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도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중국의 사이버 활동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의 지도자들이 서로 간의 차이를 제쳐놓고 기후변화에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 3월 공개된 마이크로소프트 해킹 배후에 중국 국가안전부가 있다고 주장해 왔고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영국, 일본 등과 함께 지난 7월 중국 국가안전부의 악의적 사이버 활동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은 바 있는데 이러한 사이버 공격에 대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에게 강력한 경고를 하면서 정부차원의 대책 수립을 요구한 것처럼 중국측에게도 같은 개념의 대응을 바이든 대통령이 했을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그래서 양 정상간 전화 통화 자체가 “돌파구가 될 만한 합의를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말하는 것이다. WSJ은 이날 바이든 정부의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그렇게 평가하면서 “소통의 통로를 열어놓기 위해” 통화했고 “미국의 목적은 미·중 간에 안정적 정세를 이루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SCMP 역시 “이번 통화가 갈등 확대를 예방하고 분야별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이 ’하나의 중국‘ 원칙 고수 발언의 의미]


이번 미중 양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중국측이 가장 크게 내세우는 내용 중의 하나가 바이든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 2월 첫 전화 회담 당시엔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 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말했다는 것은 사실상 중국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여기에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19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만도 공식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비슷한 보호 대상”이라 말했는데 이는 사실상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발언이었고, 그동안 미국이 고수해 왔던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개념도 넘어서는 발언이었다.


물론 이 발언이 중국의 반발을 사면서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보이자 국무부가 “미국의 대만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에 미국의 대만 정책 관련 속내를 바이든 대통령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었다.


이렇게 미국에 있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외교적으로 아직 변동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 고수를 표명했다고 해서 그것이 대만 방어 포기라는 식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미중 양 정상간 전화 통화에서 긴장을 줄이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대만에 대한 양국 정상의 발언은 대조적이었다”고 보도했다.


다시 말해 “중국은 미국이 대만의 독립선언을 지지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미국은 그러한 중국측 희망을 수용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FT도 이와 관련하여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의 미국대표부의 공식 명칭을 “타이페이 경제문화대표부(Taipei Economic and Cultural Representative Office; Tecro)에서 리투아니아가 한 달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대만대표부(Taiwan Representative Office)’로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리투아니아가 ‘대만대표부’라는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중국과 격한 외교적 갈등을 일으켰는데 만약 미국이 그렇게 명칭 변경을 허용한다면 이는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갈등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FT는 “‘대만대표부’ 명칭 개정에 백악관의 아시아 차르로 불려지는 커트 캠벨과 국가안보회의 관계자들은 지지를 하고 있으나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진 상태는 아니”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FT가 젠 샤키 백악관 대변인에게 질의를 했을 때 젠 샤키는 답변을 거부했다”고 FT는 전했다.


또 하나, 의미있게 주목해야 할 대목은 미국 백악관이 미중 정상간 통화를 설명하면서 중국을 그동안의 예와 같이 ‘China’로 호칭한 것이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 PRC)로 불렀다는 점이다.


이 역시 미국이 이번 양국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의 한 단면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 하다.


[미중간 화해는 시진핑이 더 원했다]


사실 이번 미중간 정상통화에서 미중 양국간의 화해와 경제분야 등에서의 회복에 대한 욕구는 시진핑 주석이 더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내년 3연임을 앞둔 시 주석의 입장에선 미국 제재가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미 유화책을 꺼냈다가는 ‘저자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대놓고 그러한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던진 말 중에는 사실상 미국과의 화해를 강력하게 촉구한 일면이 보여진다.


시 주석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송나라 시인 육유(陸游)의 시를 인용했다. “겹겹의 산과 많은 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앞에 길이 없는가 했는데, 갑자기 버드나무가 무성하고 꽃이 만발한 것이 보이니 앞에 마을이 하나 있구나”라는 시구였는데, 이는 어려운 상황에서 해결책을 이뤄낸다는 의미다.


중국 외교부도 시진핑 주석의 말을 인용해 "관계를 바로잡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고 잘 해야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만큼 중국도 미국과 손을 잡고 협력을 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는 의미다.


[시간은 미국편인가, 중국편인가?]


현재의 미중갈등은 미국보다는 중국에게 충격적이다. 특히 중국은 시진핑의 3연임과 모든 정책을 믹스하면서 스스로 질곡의 골짜기로 들어서고 있다. 미중간의 디커플링은 중국 경제를 더욱 더 고립화시키고 있고, 여기에 중국 정부가 자초한 빅테크 등에 대한 규제와 공동부유 개념 확대는 중국이 그동안 번창해 왔던 그 길을 스스로 차단하고 퇴로까지 끊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오죽했으면 우리 한국은행마저도 "중국 경제가 하반기 들어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겠는가?


반면 미국은 중국과는 다르다. 경제성장률마저 이미 중국을 추월한 지 오래다. 그래서 시간은 미국편이라 말하는 것이다. 중국과 군사적 충돌을 하지 않으면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면 시진핑 체제가 스스로 무릎꿇을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 이번 미중간 정상통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미중정상간 전화통화에 대한 결론 한 줄 평.


“중국은 초조하고 미국은 다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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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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