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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베이징대 교수 ‘공동부유’ 정면 비판, 중국 경제 불안 확산 - 시진핑 책사 류허, 긴급 진화 , 글로벌 투자자 불안 더 커져 - 해외 경제 전문가들, "중국 경제 미래에 냉혹한 평가" 이어져 - 결국 ‘시진핑 리스크’, "공동부유는 중국 경제 몰락 결정타 될 것”
  • 기사등록 2021-09-08 21:05:45
  • 수정 2021-09-09 08: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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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 교수, 시진핑의 공동부유론 정면 비판]


중국 제1의 대학이라 할 수 있는 베이징(北京)대학교의 저명한 경제학자가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공동부유론(共同富裕論)’'을 정면 비판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슬퍼런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론에 대해 “과도한 시장 개입은 '공동빈곤'의 위험이 있다”고 비판한 당사자는 장웨이잉(張維迎) 베이징(北京)대 경제학과 교수라고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SCMP는 이어 “장웨이잉 교수가 최근 공익성 민간학문기구인 '경제 50인 논단(CE50)'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시장의 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정부 개입에 자주 의존하면 공동빈곤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면서 "기업가들이 부를 창출할 동기가 없다면 정부가 빈곤층에 이전해줄 돈도 없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상류가 말라버린 강처럼 될 것이라 우려했다“고 전했다.


장 교수는 또한 "계획경제는 빈곤층에 더 많은 복지를 제공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빈곤층이 생겼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시장 지향적 개혁을 앞당기는 것만이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 주장했다.


장 교수는 더불어 “자유경제는 보통 사람이 가난의 족쇄를 풀고 부유해질 기회를 잡도록 할 수 있다"면서 "중산층의 소득을 늘릴 최선의 길은 기업과 시장경쟁을 더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의 글이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이러한 비판이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론 강조 후 알리바바를 포함해 거대 빅테크 기업들의 거액 기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이다.


중국 시안 출생인 장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94년부터 베이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8년에는 베이징대 주요 싱크탱크인 국가발전연구원을 설립하기도 한 장 교수는 2018년 10월에도 “중국의 지난 40년 고성장은 시장화, 기업가 정신, 서구 300년의 기술 축적으로 이룬 것이지 이른바 ‘중국모델’ 때문은 아니다”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지난해 정부 정책을 공개 비판했던 알리바바 마윈(馬雲) 회장이 철퇴를 맞은 데 이어 당국이 강력한 규제·처벌 드라이브를 통해 사실상의 공포적 통치를 강화하고 있는데도 과감하게 시진핑 주석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진핑의 공동부유에 대해 장 교수만 비판한 것이 아니다. SCMP는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원을 지낸 웨이자닝(魏加寧)도 1일 창장(長江) 상학원이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반독점은 맞지만, 행정적 독점과 국유기업의 독점에 먼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웨이자닝은 이어 ”이러한 식의 정부 개입은 중국의 국가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라면서, ”민영기업을 보호하고 민간투자를 촉진할 시장친화적인 정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웨이자닝은 또한 "자본과 재능 있는 사람, 혁신을 잘 대하는 게 중국의 장기적 경제성장과 지속적 성공, 공동부유를 위한 열쇠"라고 말하기도 했다.


왕샤오루(王小魯) 중국개혁기금회 국민경제연구소 부소장도 최근 발표한 글을 통해 ”공동부유가 시장경제하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중국이 철 지난 행정적 개입 방식에 의존해 개혁 전의 구체제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공동부유론 반박 글, 즉각 삭제한 중국 당국]


베이징대 장웨이잉 교수의 공동부유 비판 글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에 올라왔다가 즉각 삭제되었고 위챗에서 해당 글을 전송하는 것도 안 되고 있다.


또한 공익성 민간학문기구인 CE50 홈페이지에 게재됐던 글도 내려진 상태다. 당연히 중국내 보도도 전면 금지 상태지만 홍콩의 SCMP만 이를 보도한 것이다. 참고로 SCMP는 마윈의 알리바바가 최대 주주로 있는 매체다.


[반격에 나선 시진핑, 대학 향해 사정의 칼날 들었다!]


중국 최고의 대학이라 말하는 베이징대학에서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에 대해 비판을 가하자 중국 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사실상 역린을 거스른 이러한 반발에 대해 공산당의 사정 및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5일 이른바 ‘칭베이푸자오·淸北復交)’로 불리는 중국의 4대 명문대학인 칭화대, 베이징대, 푸단대, 상하이 자오퉁대도 포함해 전국 31개 주요 대학의 최고 책임자를 수도 베이징으로 소환해 “일부 학교에서 새 시대에 대한 이념 교육이 매우 느슨해져 있다”며 “이에 따른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공산당 통제와 관련한 엄격한 집행 또한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고 SCMP가 7일 보도했다.


한마디로 대학들을 향해 “최고지도자 시 주석과 공산당에 대한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공산당 주장과 다른 생각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말라”면서 이들 대학들에게 “공산당 사상이 흐려졌다”고 경고를 한 셈이다.


SCMP는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말 이후로 학계에서 시 주석에 대해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는데 이번에 베이징대학의 장웨이잉 교수가 시진핑 주석의 주장, 그것도 3연임을 앞두고 핵심 사업인 공동부유를 정면 비판한 것에 대해 중국 공산당 당국이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장 교수 한 사람만 콕 집어 제재를 가하면 ‘이런 정도의 학문적 비판조차 수용하지 못한다’는 국내외 비판이 커질 것을 우려해 당국이 대학가 전체를 압박하는 쪽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시 주석 집권 후 교수들은 언론자유, 시민권 등 민감한 주제와 거리를 두라는 말을 줄곧 들어왔다”면서 특히 “서양철학, 예술 관련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반드시 책에 있는 대로만 가르쳐야 하고 시 주석이나 공산당에 관한 언급, 중국과 서방 국가의 비교 등을 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고 했다.


SCMP는 그러면서 홍콩 싱크탱크 톈다연구소 우쥔페이 부소장의 발언을 인용하여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11월에 열리는 제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전회)와도 무관하지 않다”면서 “이번 회의에서는 올해 창당 100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의 성과를 홍보하는 여러 행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공산당의 주요 행사를 앞두고 시 주석에 대한 비판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우 부소장은 “최근 대중매체, TV, 영화 분야에서는 이념 정화 작업을 벌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과거 정치·사회적 운동에서 핵심 역할을 해온 대학은 여전히 (당의) 주요 우려 사항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한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소속 현장 조사팀은 특히 베이징대 교수와 직원 수십 명을 모아놓고 베이징대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5일 보도했다.


조사팀은 이 자리에서 “당의 영도(이끌다는 뜻)를 유지·강화해 정치 건설을 한층 강화하고 베이징대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지시를 학습·관철하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중앙기율위 조사팀은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에 대해서도 “당의 전면적 관리를 실행하는 데 취약점이 있고 학교와 기업, 병원 등 중대 프로젝트에 위험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상하이에 있는 푸단대에 대해서도 “정치 사상 과목의 주도적인 역할이 부족하고 사상 분야에 대한 위험 대비가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공동부유 강행 속 시장 달래기도 동시 진행하는 중국]


일단 중국의 기업들은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 강행에 철저하게 엎드리면서 ‘자발적 기부’라는 이름으로 수익금을 정부에 내놓고 있다.


빅테크 기업으로 핵심 규제 대상인 알리바바는 2025년까지 1천억 위안(약 18조원)을 들여 '공동 부유 10대 행동'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이는 알리바바의 반년치 순이익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도 500억 위안(약 9조원) 기부를 약속했고,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인 핀둬둬도 100억 위안(약 1조8천억원)의 농업과학기술전담 기금 조성 계획을 밝혔다.


또한 “홍콩과 중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핑안보험, 메이퇀, 중국은행 등 최소 73개사 등의 상장사들이 최근 실적 보고서에서 시진핑 주석이 주창하는 '공동 부유'를 앞다퉈 언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 보도했다.


이들은 앞다퉈 "공동 부유를 촉진할 것"이라든지 “직원들을 위한 '공동 부유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중국내와 해외에서 민영 경제 부문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 우려들이 쏟아져 나오자 시진핑 주석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류허(劉鶴) 부총리가 공개 석상에서 “중국 정부의 민영 경제 발전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6일 관영 신화통신은 류 부총리가 이날 스자좡(石家莊)에서 개막한 디지털경제박람회 축사를 통해 "민영 경제 발전 지지 방침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뀔 일이 없을 것"이라며 "반드시 사회주의시장경제 개혁 방향을 견지하는 속에서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류 부총리는 이어 세수의 50%, 국내총생산(GDP)의 60%, 기술혁신의 70%, 도시화의 80%, 시장 주체의 90%를 차지하는 민영 경제가 자국의 안정적 성장과 고용 안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민영 경제 활력 유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러한 류 부총리의 발언은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를 지나치게 강력하게 밀어붙이면 중국 경제의 기본 틀이 흔들리면서 몰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들이 내부에서도 흘러나오면서 긴급하게 시장 달래기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들이 나온다.


7일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의 이후이만(易會滿) 주석(장관급)도 전날 개최된 세계거래소연합회(WFE) 총회 축사에서 "중국 자본 시장은 개혁개방의 산물로서 30여년간 우리는 시종 개혁 속 발전과 개방 속 진보, 협력 속 공영을 견지했다"면서 "우리는 국가 차원에서 마련된 새롭고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 계획에 따라 후강퉁(滬港通·상하이와 홍콩 증시 교차거래) 시범 적용 확대, 후룬퉁(滬倫通·상하이와 런던 증시 교차 거래) 개선 등 개혁개방 확대 조치를 연구·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후이만 주석의 이날 발언도 중국 주식에 투자한 중국 안팎의 투자자들이 천문학적 손실을 보면서 세계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 시장의 신뢰성에 관한 의문이 커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주석의 발언으로 중국 시장을 향한 불안은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시장 달래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및 해외의 경제전문가들은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향한 집권 다지기 차원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사회주의로의 회귀'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시장의 불안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기술에서부터 사교육에 이르기까지 최근 수개월간 중국 당국의 규제가 소나기처럼 쏟아지면서 세계 투자자들은 겁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의 양대 빅테크인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주가만 올해 들어 3천300억 달러(약 382조원)나 감소했고, 나스닥 골든드래곤 차이나 지수(NASDAQ Golden Dragon China Index)에 편입된 98개 중국 기업들의 시총도 지난 2월 연중 고점 대비 7천650억 달러(약 886조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과 손절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트렌드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에 초기부터 투자하는 등 중국 첨단 산업 투자에 앞장서 온 손정의(孫正義)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도 중국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를 보류하겠다고 선언했다.


상황은 이렇게 너무나도 좋지 않다. 어찌보면 베이징대학 장웨이잉 교수의 지적은 사실 현재 흘러가는 중국 경제의 위험성을 일반적 평가로 지적하는 수준이지만 해외의 전문가들은 장웨이잉 교수의 언급보다 훨씬 냉담하고 노골적으로 중국 경제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의 리스크는 결국 ‘시진핑 리스크’이고 “지금의 공동부유는 결국 중국 경제를 몰락시키는 결정타가 될 것”이라 지적하는 것이다.


그런데 3연임이라는 당근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시진핑 주석에게 이러한 전문가들의 경고가 귀에 들리기나 하겠는가? 그래서 중국의 미래가 어둡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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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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