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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9-05 23: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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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은행들이 잇따라 신규 대출 중단에 나서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도 어려워지게 됐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에서 강화된 대출 규제가 애꿎은 실수요자들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의 '거래절벽'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주택시장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5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8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보다 0.21% 올라 8월 첫째 주(0.20%) 이후 5주 연속 0.2%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아파트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서울에서는 중소형 아파트도 9억원을 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930만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1억원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강력한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는 9억원 초과 아파트 구입 시 담보인정비율(LTV)을 20%로 제한한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농협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신규 대출 중단을 본격화하고 있다.

 

웬만한 월급쟁이들은 자력으로 아파트를 사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정부가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사다리를 끊어놨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오른 상황에서 자기자본으로 매수 하는데 한계가 있는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부동산 관련 대출을 점점 옥죄고 있어 매수자들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청원 게시판과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대출 규제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어려워졌다는 글들이 끊이지 않는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인은 지난 2일 '은행권 대출 제한 조치로 인해 실거주 1주택을 바라던 사람들이 최전선에서 피해 받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청원인은 "열 한번 청약 끝에 당첨돼 첫 보금자리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정부 가계대출 정책 때문에 '1가구 실입주'를 못하게 될 현실에 처했다"라며 "보금자리론을 신청 받던 은행에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대출 불가' 통보를 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중한 보금자리를 꿈꾸던 입주민들은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라며 "실거주 1주택을 꿈꾸던 무주택자들 꿈을 처참히 짓밟은 처사"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다른 청원인은 '부동산문제, 더 이상 해결하려하지 말아주세요'라는 글을 통해 "내 집 마련을 월급으로 하는 게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월급 같은 푼돈이라도 모아야 반지하라도 내 집을 마련하지 않겠느냐"라며 "그런데 이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도 막겠다고 하니 아이 키울 수 있는 나라 만들겠다는 말을 믿고 오래된 아파트라도 사지 않은 제 자신이 바보같다"고 한탄했다.


이사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대출이 막혀 어려움에 처했다는 사례도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 스터디'에 한 누리꾼은 "아이들 위해 조금 큰 집으로 이사하려고 해 11월 잔금을 앞두고 있는데 갑자기 대출이 막혀 막막하다"라며 "피가 다 마르는 것 같다"고 적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고액자산가나 다주택자가 아니라면 대출은 일반적으로 완화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무주택자에게는 주택 구입 용이도를 높이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출마저 막힌 대수 대기자들이 매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집주인들은 양도세 중과 부담과 집값 상승 기대로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부동산 거래절벽이 심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219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수준으로 5월(4895건), 6월(3940건), 7월(4471건)에 비해 감소세가 확연하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작년 말보다 거래 건수 자체가 확연하게 줄었다"며 "그나마 25평 매물은 간간이 거래가 되는데 10억원이 넘는 30평대 매물은 거래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거래절벽 속에서도 가격은 계속 뛰며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정부의 공급대책이 아직까지는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강남구 압구정동 영동현대1차 전용면적 63㎡는 지난 7월 26억1000만원(1층)에 손 바뀜 돼 최고가를 새로 썼다.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면적 84㎡ 입주권이 지난 7월 16억3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가격(15억원) 보다 1억원 넘게 올랐다.

 

부동산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증여나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거래 가능한 매물도 많지 않고 재건축 등 개발호재가 있는 단지는 매도 호가가 오르는 분위기"라며 "매도자와 매수자간 눈치싸움 속 거래 감소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집값 상승 흐름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팀장도 "높아진 가격에 부담을 느낀 매수자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반면 매도자들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거래절벽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시장에 매물이 증가할 만한 요인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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