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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다 같이 잘 살자?', 벽에 부딪친 시진핑의 공동부유 - 공동부유론 본격화되면 중국 경제 몰락 위기감 커져 - 중국 경제 이끌어왔던 중산층 반발, 예상보다 더 거세 - 中공산당, "기부 강요하지 않겠다"면서 한 발 물러서
  • 기사등록 2021-09-02 21:14:28
  • 수정 2021-09-03 07: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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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3연임을 앞두고 터져 나온 공동부유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지난 8월 17일 중앙재정위원회 10차 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가 제도를 세워 재산을 재분배하여 사회의 공평을 촉진시켜야 한다”면서 재산 재분배를 강조하고 고소득자에 대한 규범과 조절을 강화하는 ‘공동 부유(共同富裕)’ 개념을 꺼낸 이후 중국 사회가 ‘문화대혁명 2.0’의 광풍에 휘말리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론은 과거 마오쩌둥 당시 혁명을 하면서 ‘토호를 타도해 밭을 나누자(打土豪分田地)’는 개념과 동일하게 중국인들이 받아들이면서 일대 대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은 과거 마오쩌둥이 했던 그대로 “고소득 계층에 대한 조절을 강화해, 합법적 소득은 보장하되 지나친 고소득은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고소득 계층과 기업이 사회에 더욱 많은 보답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부유층과 기업이 가진 파이를 나눠 빈부 격차를 줄이고 중산층을 키운다는 전략이고, 쉽게 표현하자면 부자들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자는 발상이다. 마치 마오쩌둥이 “지주와 부농으로부터 재산을 빼앗아 고루 나눠주자”면서 ‘모두가 부유해지는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했던 말과 똑같다.


물론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집권 첫해인 2012년부터 나온 말이기는 하지만 그 당시에는 1년 전체 합쳐봐야 5~6회 정도였기 때문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시진핑 2기’를 앞둔 2016년부터 급격히 자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9년에는 30회, 그리고 올해 65회로 급증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이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내년에 있을 당대회에서 시진핑 3연임이 결정된다는 시점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동부유론에 대한 시책을 주도하는 곳이 군사위, 안보위 등과 함께 시 주석이 위원장을 맡은 공산당의 핵심 조직인 ‘중앙 재경위’라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앞으로도 모든 경제 관련 정책을 공동부유 기조 아래 추진해 나갈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공동부유의 사전 작업으로 시작된 것이 바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빅테크들에 대한 반독점 감독과 규제조치들이고, 최근의 사교육 금지 조치도 바로 이러한 목적으로 시행된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당국은 이제 본격적으로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한 분배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고, 부유층과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분배 방안들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투어 이익 공유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를 밀어붙이는 이유?]


그런데 이러한 공동부유를 시진핑 주석이 밀어붙이는 가장 큰 이유는 3연임을 넘어 장기집권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와 직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동안의 중국 사회 관행을 깨면서 장기집권으로 가는 길목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주석의 의도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당연히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반 시진핑 세력들의 중심에 서 있는 거대자본과 중산층에 대한 대대적 압박을 통해 이들이 시진핑 주석을 향해 대들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소위 ’가진 자‘들을 제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빈곤층‘과 ’서민층‘의 결집을 통해 편가르기를 하면서 그들에게 저항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을 ’시진핑 우호세력‘으로 만들어 현재 중국의 경제 중심세력들을 누르겠다는 발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하위 계층을 뭉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과거 마오쩌둥 당시에 활용했던 ’모두가 잘사는 사회‘라는 구호다.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또 그러한 개념이 바로 공산주의의 기본 이념이기도 하기 때문에 중국 사회가 별다른 저항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이는 역으로 그만큼 중국 사회내에 시진핑을 추종하지 않는 세력들이 많다는 것이고, 사실 중국내 경제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중심세력들이 반 시진핑파여서 당연히 권력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에 이렇게 ’공동부유론‘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동부유론이 중국의 서민층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공동부유론의 핵심 정책들 가운데는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대신 가난한 자들의 임금을 올려준다는 ’강제 기부와 노동권 강화‘라는 방안이 있고, 역시 부자들의 재산 기부를 통해 저가의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보급해 주겠다는 방안, 그리고 더 이상 사교육비에 투자 안해도 다같이 그런대로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교육 금지 조치들에 대해 그리안해도 부자들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서민층들에게 대단한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진핑의 공동부유 개념에 대해 호주에 머물고 있는 중국 문제 전문가 황푸징(皇甫靜)은 “시진핑 정권은 서방국가의 제재에 직면해, 새로운 토지개혁으로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 하는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다.


이러한 시진핑의 정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황푸징은 “중국은 이미 ‘공동 부유는 생산력 저하’라는 역사적 교훈을 지니고 있다”면서 “마오쩌둥 시절의 국가봉쇄로 돌아가면 결국 국가와 국민 모두에 거대한 재난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황푸징은 “중국은 경제에 큰 타격을 입고, 사회는 창의력과 활력을 잃을 것이다. 그 결과 경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온다. 마오쩌둥 시절이 그랬고. 이제 같은 결과가 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안해 하는 중국의 중산층과 기업들]


그런데 그러한 황푸징의 예언 그대로 공동부유론이 현실화된다면 당장 타격을 받게될 중국의 재산가들과 중산층, 그리고 기업들이 매우 불안해 하고 있으며 불만도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해 온 글로벌 투자자들도 증시 상장 직후 국가안보 조사를 받은 디디추싱이나 사교육 업체의 비영리기구 전환 명령 등 돌발 사태가 또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고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경제의 핵심축들인 이들의 불안과 불만을 잠재우지 못하면 당장 중국 경제의 성장에 심각한 부작용들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라는 사회가 이미 세계의 주요 경제대국들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중국에서 부자들과 중산층을 옥죈다는 것은 한마디로 사회 구조 자체를 완전히 뒤집겠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칫 중국 경제의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들이 나온다.


실제로 빅테크 기업이면서 시가총액이 620조원이 넘는 글로벌 시총 상위 기업인 텐센트만 하더라도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론에 순응하기 위해 “개혁개방의 큰 흐름 속에 성장한 과학기술 기업으로서 어떻게 하면 자체 기술과 디지털화 능력으로 사회 발전을 도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면서 “사회에서 얻은 것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텐센트의 중국당국 시책에 대한 순응이 기업 가치를 하락시킨다는 점이다. 이미 텐센트의 주가는 연일 하락중이다.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2월에 비하면 50% 넘게 추락했다. 또한 텐센트의 창업자인 마화텅의 자산은 16조원이 줄었다.


그런데 이렇게 기업 가치가 하락하고 이익이 줄어드는 기업들이 어디 텐센트 뿐이겠는가? 아마도 지금까지 중국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던 모든 기업들이 다 이렇게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러한 흐름이 중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공동부유론]


중국 공산당을 만들고 이끈 마오쩌둥의 경제론은 공동부유론, 이를 줄여 ‘공부론(共富論)’이라 할 수 있다. 당시는 인구의 90%가 농민들이었다. 결국 10%밖에 없는 아주 작은 파이로 90%에게 나눠주려 했던 마오쩌둥의 경제정책은 대실패로 끝났다.


그때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이 바로 ‘참새의 비극’이다. 농촌 지도에 나선 마오가 곡식 낟알을 해치는 참새를 유해 조류라고 판단해 참새들을 박멸하라고 지시하자 그 해 2억 마리 이상의 참새가 죽었다. 문제는 참새가 사라지자 해충이 들끓어 대흉년이 들었고, 결국 그해에 2000만~4000만 명이 굶어 죽는 초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그러나 마오쩌둥의 뒤를 이은 덩샤오핑은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하면서 “먼저 일부라도 부자를 만들어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선부론(先富論)’을 주창했다. 바로 그 ‘선부론’ 때문에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 미국과 패권을 겨룰 만큼 성장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중화민족의 부흥을 전면에 내세운 시진핑 주석이 지금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어야 할까? 당연히 덩샤오핑이 지금의 중국 경제 성장의 발판을 만든 것처럼 시진핑은 ‘덩샤오핑 2.0’으로 가면서 부자의 층을 더욱 두텁게 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옳다. 그래야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줄 파이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그 길로 가지 않았다. 잘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도록 하는 방향이 아닌 가진 자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일단 나눠주자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을 정한 것이다.


말이 ‘자발적 기부’이지 중국과 같은 독재사회에서 이는 명령과도 똑같다. 고소득층의 재산을 공산당이 조절하겠다는 말도 재산을 강탈해 가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런 식으로 중국 사회가 안정화되고 더불어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대단한 오산이다. 아마도 당장 중국의 부유층과 중산층들은 ‘탈중국’을 꿈꾸기 시작할 것이다.


더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에서 이러한 자산가들이 무너지면 중국 경제도 함께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중국에서 ‘제2의 참새의 비극’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공동부유론 폐해에 서둘러 진화작업 나선 중국당국]


이러한 흐름을 눈치 챈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서둘러 진화작업에 나섰다. 우선적으로 중국 당국은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서한을 보내 “교육정책 개선 외에 다른 산업에 피해를 주려는 의도는 없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한마디로 앞으로 더 이상의 기업 규제조치로 인한 투자 손실이 없도록 할 것이라 한 것이다.


지난 8월 26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한원슈(韓文秀) 중국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이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최 기자회견에서 "공동 부유는 공동의 분투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라며 "부자를 죽여 빈자를 구제하는 방식을 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문화대혁명 2.0‘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다독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동부유는 시 주석이 집권 초기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온 이념”이라면서 최근의 일련의 규제가 돌발적인 것은 아니고 중국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가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을 뿐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공동 부유'의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기업과 부자들의 '사회 보답'을 요구했던 공산당은 이날 “기부를 강요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사실상 중국 최고 지도부가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이 가져올 폐해, 특히 중국의 경제사회 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으며 경제성장 역시 멈추는 것을 넘어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뒤늦게 깨닫기 시작하면서 속도조절에 나섰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시진핑 주석은 올해초 “중국이 빈곤사회를 탈출했다”면서 자신이 공약한 “샤오캉사회를 달성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공동부유론은 시진핑 자신이 했던 말과도 완전히 배치된다. 여기에 대한 비판이 중국내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중국 상황, 정리하자면 이렇다.


시진핑 주석이 앞장서서 공동부유론을 꺼냈고 그래서 전 공산당 조직이 그 길만이 살 길이라고 돈키호테 같이 밀어 붙였는데 뒤늦게 “이 산이 아닌가보다’라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니 엉거주춤하고 있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나라가 세계의 리더가 되겠다고 큰 소리치고 있으니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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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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