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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어 교사 선발 ‘0’”, 중국어가 기피 대상이 된 이유? - 최근 사회정서로 굳어진 반중(反中)정서가 가장 큰 원인 - 10대를 포함, 젊은 세대들의 반중정서,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아 - NYT, 내년 대선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 전망
  • 기사등록 2021-09-02 12:30:09
  • 수정 2021-09-02 17: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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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교사 선발 ‘0’, 어쩌다 이런 일이?]


지난 8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022학년도 중국어 교사 선발 TO 확대를 건의한다”는 제목을 단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각 시·도 교육청이 발표한 2022년도 중등교원(중·고교 교사) 선발 예정 공고에 따르면 내년도 중국어 과목 교사의 전체 선발 인원이 ‘0명’으로 발표되었다”면서 “1997년 중국어 교사 선발이 시작된 이래, 중국어 교사를 단 한 명도 선발하지 않은 해는 없었다”고 했다.


2020년도엔 43명, 2021년도에는 33명이었는데 단 한 명도 뽑지 않은 건 24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어 학습은 필수’라고들 했고, ‘미래에는 중국어가 대세’라는 말들까지 나왔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일까?


한마디로 요즘 10대 학생들이 중국어를 철저하게 기피하고 외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중국어가 일본어, 프랑스어 등과 함께 선택 수강이 가능한 ‘제2외국어’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다보니 급기야 중국어 교사 채용 자체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미다.


그 이유가 뭘까?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는 요즘 10대들이 한자 자체를 매우 어려워하고 또한 성조(聲調·음의 높낮이)나 간자체를 낯설어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말들 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숫자가 워낙 적다보니 내신 성적에 불리하기 때문에 그렇다고도 말들 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10대 학생들이 중국어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가 최근의 사회정서로 굳어진 반중(反中)정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최근의 SBS드라마 조선구마사 사태를 비롯해 알몸 김치사건, 그리고 연예인들에 대한 국뽕식 대응, 더불어 사드 보복으로 인한 한류 교류 차단 등 복합적으로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이런 이유들로 인해 중국어를 배우는 것 자체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젊은 학생들조차도 중국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중국어에 대해 관심조차 갖지 않게 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어 강습 열풍이 불었고 또한 중국 여행이 1순위로 올랐던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에 중국어학원 등의 중국어 교육업계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중국을 '국가 존재를 위협하는 나라'로 보는 한국인들]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의 싱크탱크인 시카고카운슬 국제문제협의회(CCGA)는 한국과 미국,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이들 3개국 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인의 60%, 미국인의 67%는 ‘중국이 미국의 글로벌 패권을 대신하려 한다’고 응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한국에서 8%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수치는 미국의 12%, 일본의 17%보다 더 낮았다. 이는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그만큼 부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뜻이 없다’는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완전히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미·일 3개국 국민은 또한 안보 분야는 물론 경제 분야에서도 중국을 동반자보다 위협하는 경쟁자로 봤다. 안보 분야에서 중국을 경쟁자로 인식한다는 응답은 한국인 83%, 미국인 78%, 일본인 88%였고, 경제 분야에서 중국이 경쟁자라는 답변 역시 한국인 60%, 미국인 67%, 일본인 73%였다. 그만큼 중국에 대해 한국인들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8월 20일(현지시간), “한국 사람들은 이제 일본보다 중국을 더 싫어한다”는 기사를 올렸다. NYT는 이 기사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좌우할 여러 이슈들이 있지만 최근 상당히 중요한 이유가 등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반중정서”라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한국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유지를 우선 순위로 두는 것과는 달리 젊은 유권자들은 중국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러한 반중정서는 이미 반일감정을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NYT는 특히 최근 ‘시사인’이 조사한 결과를 인용하면서 “응답자 1000명 중 58% 이상이 중국을 ‘악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부정적으로 응답한 반면 불과 4.5%만이 중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NYT는 또한 “다른 나라들에서도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강화되고 있지만 지난해 퓨리서치센터가 조사한 14개국 대상 조사 중에서 젊은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중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높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NYT는 “그동안 젊은 세대들이 전통적으로 진보 쪽에 투표를 했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이러한 패턴을 깨고 스윙보터(유권자)로 변모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깡패처럼 행동하는 반면 우리 정부가 너무 굽신거리는 모습을 볼 때 좌절감을 느낀다”는 20대 유권자의 발언도 전했다.


NYT는 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젊은 유권자들의 반중정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면서 “30대의 이준석 대표가 홍콩과 신장위구르 지역에서의 중국의 잔인함에 맞서 싸울 것이라 말했다”도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경향은 중노년층이 중국문화를 존중하는 경향과는 상당히 다르다”라고 NYT는 평가했다.


NYT는 이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중국의 대외 정책이 강력해지고 중국의 권위주의를 자유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확대됐다”면서 “중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처리, 남중국해의 팽창주의, 정기적으로 서울을 뒤덮는 미세먼지 오염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반중정서는 세계적 흐름]


사실 반중정서는 이미 세계적 흐름이 되었다. 미국의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전 세계의 17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북미, 유럽, 아시아의 성인 약 1만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6월 30일 발표한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와 싱가포르 등 두 나라를 제외한 미국, 캐나다를 비롯해 유럽 8개국, 한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 지역 5개국을 포함해 15개 나라에서의 반중정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가장 좋지 않은 나라는 일본으로 무려 88%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77%였다.


미주대륙의 미국은 76%, 캐나다는 73%였고, 유럽대륙에서는 스웨덴이 80%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네덜란드(72%), 독일(71%), 벨기에(67%), 프랑스(66%), 영국(63%), 이탈리아(60%), 스페인(56%) 순이었다. 유럽대륙의 중국에 대한 부정 평가 평균은 66%였다.



특히 퓨리서치는 그동안 중국에 대한 이미지 조사를 꾸준히 해 왔었는데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아주 크게 증가했고, 이러한 경향은 조사 대상 국가들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한국만 하더라도 지난 2002년에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불과 32%였는데, 이 수치가 2007년들어 42%로 올라갔고, 2009년 50%대로 올라가더니 사드보복조치가 행해진 2017년 들어 60%대로 급상승했고, 2020년에 급기야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반 중국 이미지의 증가가 전 세계에서 고루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의 호전적인 전랑외교와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가 되었건 중국의 이미지는 갈수록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있고 이것이 각 나라의 외교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 대한 평가다. 특히 중국과 같은 1인 독재체제에서의 정부수반에 대한 이미지는 곧바로 국가 이미지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주목할만 하다.


조사 결과는 한마디로 전 세계인들이 시진핑에 대해 거의 신뢰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개국 평균 77%가 시진핑 주석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한 반면 불과 20%만 긍정적으로 봤다.


미국은 82%, 캐나다는 78%, 유럽은 76%, 아시아는 평균 78%이었다. 한국의 경우 아시아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84%가 시진핑 주석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퓨리서치가 이번에 발표한 조사결과에 대해 블룸버그는 “중국이 직면한 외교적 도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된 시점이 시진핑 주석이 권좌에 오른 시기부터 뚜렷하게 보인다. 이는 중국의 전랑외교가 상당히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이렇게 부정적인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곧바로 각 나라의 외교정책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미국민 4명 중 3명 이상이 반중정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반중정책을 채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것이 곧바로 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중정서의 확산에 대해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의 송재윤 교수는 “세계190국 중에서 128개국이 중국을 제1 교역 상대국으로 삼을 정도로 경제적 공생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중국을 경계하고, 불신하고, 심지어는 혐오하는 경향까지 보인다”면서 “이는 단순한 코로나 19 때문만은 아니며 1949년 건국 이래 지속돼 온 중국공산당의 일당독재, 인권유린, 중국-중심적(China-centric) 패권주의, 배타적 징고이즘(jingoism; 어느 사회집단 내에 발생하는 타집단에 대한 적대적·자기중심적 심리상태를 일컫는 말로 편협하고 맹목적인 애국주의)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중 정서를 확산시킨 굵직한 사건들만 역순으로 꼽자면, 코로나 19 팬데믹, 1989년 톈안먼(天安門) 대학살, 문혁 시기의 외교참사(1967-1969년), 한국전 파병(1950-1953, 이른바 “항미원조” 전쟁) 등을 들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이러한 반중정서가 중국을 고립무원으로 만들고 있으며, 외교적으로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반중정서가 대세가 된 한국]


이렇게 반중정서가 대세가 된 지금 유독 ‘공정’과 ‘자유’라는 키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의 반중정서가 강화되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던져 준다. 그러한 경향이 중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욕망까지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대한민국의 MZ세대들은 ”우리가 경제적으로 조금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중국 같은 나라에게 더 이상 굽신거리면 안된다“고 질타한다. ”대한민국의 자존심도 이젠 돌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기성세대들에게 묻는다. 김치를 파오차이라 부르고, 자기네들이 김치 종주국이라 우겨대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예 그런 중국인들과 상대하면 안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공정에 문화공정까지 일삼으면서 동네 조폭처럼 행세하는 시진핑과 중국의 행태에 대해 젊은 세대들이 혐오하기 시작한 것이고, 그것이 ‘중국어 교사 선발 0’라는 시대적 현상을 낳은 것이다.


이러한 젊은 세대들의 의식을 기성 세대들이 이젠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화려했던 중국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그럼으로 인해 생겨나는 낙조를 ‘동이 터 오르는 새벽’이라고 믿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친중 사대주의자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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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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