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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뒤늦게 깨달은 홍콩의 중요성, ‘反중국 제재법’ 시행연기 - 홍콩에서 시행하려던 ‘反중국 제재법’, 일단 철회한 중국 - 다국적기업들 홍콩에서 철수, '동양의 진주' 명성도 사라져 - “홍콩은 지금 아프고 슬프다!”
  • 기사등록 2021-08-25 16:19:38
  • 수정 2021-08-26 05: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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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시행하려던 ‘反중국 제재법’, 일단 철회한 중국]


중국이 지난 6월 10일,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 대해 보복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반(反) 외국 제재법'을 홍콩에서도 시행하려다 홍콩 내부의 거센 반발 때문에 일단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반(反) 외국 제재법'은 서방세계가 중국의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중국 기업이나 개인을 상대로 제재를 내릴 경우 행정, 사법 등 각 분야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중국 기업이나 관리들을 상대로 한 외국의 제재에 충실한 개인과 기업에 대해 비자 발급 거부, 입국 거부, 추방, 자산 압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외국의 제재로 피해를 본 기업에 보상할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외국기업의 중국 투자는 물론이고 계속 중국과 거래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불안감을 높여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중국 주재 유럽연합상공회의소 조르그 우트케(Joerg Wuttke) 회장은 지난 6월, 이 법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통과되자, “중국의 투명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반(反) 외국 제재법'이 시행된다면 많은 서방의 기업들이 정치적 희생물이 될 수 있다”면서 “이는 외국기업의 중국 투자 유치를 망설이게 만들 것”이라 우려했다.


호주 시드니대학의 빙링 교수도 “이제 외국기업은 중국이라는 지정학적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다.


이번에 제정된 '반(反) 외국 제재법'이 사실상 중국에 무한정의 제재 권한을 부여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으로 중국이 마음대로 재단하고 판단할 가능성이 이주 높다는 의미다.


'반(反) 외국 제재법'의 내용 중에는 관련 기업인의 비자 거부 또는 취소를 포함해 중국내 자산에 대한 압류 및 동결, 중국 법인과의 거래 또는 협력 차단, 그리고 ‘명시되지 않은 기타 필요한 조치’까지 담겨 있어 그야말로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된 기업은 초토화될 위험성이 다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법을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려 했다가 그 카드를 접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홍콩 경제계에서는 이미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제재 때문에 증시도 급락하고 경제마저도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와중에 ‘반 중국 제재법’까지 시행된다면 기업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더욱 흔들 수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는데 이러한 우려로 인해 홍콩과 마카오에 ‘반 중국 제재법’의 적용이 일단 연기되었다는 것이다.


WSJ은 “일단 중국 당국은 이 법이 홍콩과 마카오에서도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자본을 위협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홍콩 경제계의 강력한 우려 때문에 일부 조항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과 마카오에는 각각 현지의 헌법과 입법부가 있지만 중국 당국이 전인대 상무위원회를 통해 법안을 직접 제정하면 홍콩과 마카오에게 법의 집행을 강제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이미 홍콩보안법과 반민주주의적이라 비판받는 홍콩 입법부 선거제도 개편 등이 시행된 바 있다.


[긴장하는 홍콩의 다국적 기업들]


일단 홍콩의 다국적기업들은 ‘반중국 제재법’ 제정이 일단 연기되었지만 이 법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행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 자체가 법의 내용과 관계없이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중국이 얼마든지 마음대로 다국적기업들을 처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법이 시행된다면 강제노동 혐의를 받고 있는 신장 지역 등의 민감한 문제와 연결되면서 면화 등의 수출입 문제와 연결될 것이고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다국적기업들 가운데 대형 금융기관 같은 경우는 미국이나 영국법을 따르게 되면 중국의 반중국 제재법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국제무역변호사인 호건 로벨스가 WSJ에 전했다.


따라서 “홍콩의 다국적기업들은 일상적인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법의 내용을 조정해 줄 것을 홍콩 당국에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 설득하는 홍콩]


이러한 홍콩내 다국적기업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홍콩은 중국 당국에 지난해 일방적으로 제정했던 홍콩보안법과는 달리 ‘반중국 제재법’의 경우 반드시 홍콩정부와 협의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경우에 따라 중앙정부가 아니라 홍콩입법부에서 현지 법률로 제정될 수 있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리 램 홍콩장관도 지난 주 기자회견에서 "현지 입법을 통한 법 시행을 지지한다"며 "중앙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한발 물러선 이유는?]


그렇다면 그렇게 강경하던 중국 당국이 왜 서슬퍼런 ‘반중국제재법’의 홍콩 적용에 대해 한발 물러섰을까?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중국 경제성장에 있어서 세계를 향한 개방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홍콩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점을 중국 당국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러한 상황 변화가 중앙정부의 생각을 바뀌게 했으며 이를 통해 홍콩에 대한 투자자들의 마음을 안심시킬 수 있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정부의 홍콩과 마카오사무국 황류취안 부국장도 24일 열린 홍콩중국기업협회와 홍콩무역개발협회가 공동 주최 세미나에서 “홍콩에 투자한 기업들과 투자자들의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고 있지만 중국은 그럼에도 경제를 계속 개방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한마디로 홍콩이 그동안의 세계 금융의 허브 역할을 해 온대로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황 부국장은 이어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에 있어서 홍콩의 위상과 기능은 매우 특별하다”면서 “홍콩의 역할을 결코 대체할 수 없을 것이며 홍콩의 위상과 역할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콩보안법도 홍콩의 기업환경을 보다 안정시키고 시민들의 권리와 자유를 더 보호할 수 있도록 적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홍콩의 다국적기업과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홍콩의 기업 자유 보장이라는 화두를 중국이 다시 꺼내든 가장 큰 이유는 중국당국이 홍콩의 일국양제 카드를 강제로 탈취하고 더불어 홍콩보안법 강제 적용 등으로 홍콩에서의 자유가 점점 사라지면서 기업활동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국의 일국양제 폐지로 홍콩은 ‘동방의 진주’라는 명성이 희미해졌고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지난 6월 24일의 홍콩 빈과일보 강제 폐간은 홍콩의 명성을 먹칠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특히 중국 당국이 간과한 것은 홍콩의 현재를 통해 중국의 미래를 전망해 왔었는데, 중국이 홍콩을 향해 강압적으로 행하는 정책들은 그동안 쌓아왔던 홍콩의 명성을 하루 아침에 뭉개버리는 ‘도시약탈’과 같은 만행으로 세계인들이 보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동시에 중국의 미래 또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홍콩 사회의 미래는 중국 사회의 진화에 달려 있다고 봤는데 중국 사회가 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마오쩌둥 당시로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반중국 정서도 강해지고 더불어 반 중국 연대를 외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호소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는 의미다.


[홍콩을 떠나는 다국적기업들]


이런 이유로 홍콩의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홍콩을 떠나고 있다. WSJ은 지난 6월 6일 “세계 최대 명품업체인 프랑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프랑스 화장품기업 로레알, 일본 소니 등 각국의 간판 대기업들이 한때 세계에서 가장 기업 하기 좋은 곳이자 ‘아시아의 허브(hub·중심지)’로 불렸던 홍콩을 속속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러한 현상이 날로 강화되는 중국 개입과 이로 인한 불안, 코로나19 대유행 등이 겹친 결과”라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다. 노스페이스, 반스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VF코퍼레이션은 올해 1월 25년간 운영했던 홍콩 사무소를 폐쇄했다. 단지 그간 홍콩에서 중국 영업 및 마케팅을 담당했던 인력만 중국 상하이로 이동시켰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또한 경영진 일부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보냈다. LVMH와 로레알도 홍콩 직원을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기로 했다. 더불어 미국 페이스북과 구글 역시 미국과 홍콩을 해저 데이터 케이블로 연결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한국의 네이버도 고객 개인정보 등 백업 데이터를 보관하는 국가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바꿨다. 이 모두 홍콩에서의 기업활동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러다보니 홍콩이 공동화되고 있다.


그리고 다국적기업들이 떠나간 자리에 중국의 본토기업들이 속속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홍콩이 국제적인 도시가 아닌 중국의 한 도시로 추락하고 있다. WSJ은 “최근 12개월간 중국 기업 63곳이 홍콩에 새 본사와 사무실을 열었는데, 같은 기간 미국 기업 45곳은 홍콩 사무소 및 지역 본사를 폐쇄했다”고 전했다.


WSJ는 이어 “최근 홍콩의 업무용 사무실 공실률(비어 있는 비율)이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이 중 80% 이상이 글로벌 기업이 홍콩을 떠나며 발생한 공실”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홍콩 주재 미국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325명 중 42%가 “국가보안법 우려,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이주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해 충격을 주었다.


[“홍콩은 지금 슬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금 홍콩의 경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되고 있다.


SCMP는 지난해 년말의 홍콩 풍경을 전하면서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전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이 몰려와 발 디딜 틈이 없었던 홍콩이 최근 ‘눈물의 폭탄 세일 중’”이라면서 “홍콩에서 계속된 반정부시위와 코로나 팬데믹이 지금의 홍콩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실업률이 치솟고 고용 안정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졌다. 정부의 지원금이 종료되면 실업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SCMP는 전했다.


이렇게 ‘중국의 미래’라 불렸던 홍콩이 처절하다싶을 정도로 무너져 내리자 중국 당국도 급기야 더 이상 홍콩에 대한 탄압을 일단 중단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강압적 통치를 하다간 그나마 남아있는 다국적기업과 금융기관들마저 철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의 장남으로 혁명 2세대를 일컫는 훙얼다이(紅二代)’의 맏형 격인 덩푸팡(鄧樸方)’이 공개편지를 통해 지적했던 말이 계속 귀에 쟁쟁하게 남아 있다. 15가지 문제 제기중 7번째 항목이 바로 홍콩 문제였다.


“7. 홍콩의 혼란이 거의 1년이나 계속되는데 도대체 누가 홍콩의 일국양제라는 좋은 시스템을 파괴했는가? 중앙의 영도자는 이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세계 금융허브였던 홍콩이 이렇게 처절하게 무너져 내린 것은 결국 시진핑의 장기집권을 위한 야욕 때문이었다. 홍콩으로부터의 민주주의 정신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홍콩에 있는 시진핑 정적들의 자본줄을 차단하기 위해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홍콩을 유린했던 것이다.


결국 시진핑 주석은 ‘홍콩으로 인해 중국도 변화될 것’이라는 미국의 생각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러니 미국도 모든 동맹국들과 힘을 합쳐 결국 중국타도에 나서게 된 것이다.


중국은 지금 홍콩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버린 것에 대해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런들 시진핑 3연임이 코 앞에 있는데 그 욕심을 버릴 중국 공산당이 아니지 않는가? 또한 그들의 본심을 이미 알아챘는데 아무리 그렇게 뒤늦게 얼버무린다고 떠났던 큰 손들이 다시 돌아오겠는가?


홍콩의 봄날은 이렇게 이미 지나갔고 여름도 없이 이제 늦은 가을로 접어 들었다. 홍콩에 부는 삭막한 바람이 주윤발의 코트 깃을 생각나게 하지만 그것은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일 뿐, 낭만은 사라지고 중국 공산당의 탐욕만 지금 홍콩 거리에 낙엽처럼 나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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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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