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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反탈레반 세력 북부 3개주 탈환, 의미있는 저항 시작 - 아프간 저항세력, 전설적인 전쟁 영웅 마수드 장군 아들이 지휘 - 살레 아프간 제1부통령도 합류해 임시정부 선언해 힘 보태 - 탈레반의 아프간, 국제사회 인정받는데 엄청난 걸림돌 될 듯
  • 기사등록 2021-08-23 13:45:09
  • 수정 2021-08-23 16: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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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탈레반 세력의 반격, 의미있는 저항 시작돼]


탈레반 세력이 점령했던 아프가니스탄에 反탈레반 군이 결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1일(현지 시각),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대한 저항을 선언한 아프가니스탄 정부 잔존 세력이 수도 카불 북쪽의 판지시르주와 파르완주 탈환에 이어 비글란주 등 일부 지역을 추가로 탈환했다고 보도해 관심을 끌었다.


여기서 파르완 주는 아프간의 수도 카불 바로 위의 지역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아프가니스탄은 모두 34주(州)로 이뤄져 있는데, 이들 중에서 탈레반 세력은 카불 북부 판지시르와 파르완 두 곳을 장악하지 못했었다.


특히 판지시르에서 암룰라 살레 부통령과 국민영웅 고(故) 아흐마드 샤 마수드 장군의 아들 마수드 주니어(아흐마드 마수드)가 반군 세력을 규합하기로 하면서 탈레반에 맞설 최후의 거점으로 지목됐다.


이런 상황에서 바글란주에서도 탈레반 세력들이 격퇴되기 사작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3개주의 주요 거점들이 반 탈레반 세력의 수중으로 들어오면서 탈레반 세력은 당장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즉, 북부 3개주에서 저항이 거세지게 되면 탈레반 세력의 상당수를 이곳으로 보내 내전을 치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수도 카불의 장악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재 카불 공항을 점령하고 있는 미군이 추가로 증원되면서 수를 늘리게 되면 또다시 미군과 교전을 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당황한 탈레반측은 바글란을 다시 빼앗기 위해 북부 최대 도시인 쿤두즈에 주둔하던 병력을 바글란으로 급히 보냈다. AFP 통신과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판지시르 계곡에 수백의 진압군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지시르에 도착한 탈레반군은 현재 공격 명령을 기다리는 상태라고 스푸트니크는 보도했다.


[반 탈레반 세력의 의미]


반(反)탈레반 세력의 집결지가 된 아프가니스탄 북동부의 판지시르 계곡은 카불에서 북동부로 65㎞ 떨어져 있는데,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다리어(아프간 페르시아어)로 ‘다섯마리의 사자’를 뜻하는 판지시르 계곡은 1980년대 소련군의 침공에 맞서 아프간 병사들이 게릴라 전투를 벌였던 곳이고, 그동안 한 번도 무너져 본 적이 없는 요새 중의 요새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아프간의 전설적인 전쟁 영웅 아마드 샤 마수드 장군이 판지시르 계곡 전투를 이끌면서 그는 ‘판지시르의 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프간의 전쟁 영웅인 마수드 장군은 1996년 탈레반이 아프간 실권을 장악하자 이들 탈레반 세력에 반기를 들었으며, 북부동맹 지도자로 활약하다가 2001년 9.11 테러가 터지기 이틀 전 탈레반에 의해 암살당했다.


그런데 바로 마수드 장군의 아들 마수드 주니어가 이 계곡을 지키고 있어서 화제다. 마수드 주니어는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소련에 맞섰으며 탈레반에도 저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여러 지역으로부터 정부군이 판지시르에 집결한 상황"이라며 "탈레반이 현재 노선을 고수한다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아프간을 지킬 준비가 돼 있고, 유혈사태를 경고한다"고 했다.


외신에 따르면 정부군과 지역 민병대로 구성된 반 탈레반 저항군은 현재 아프간 북부 판지시르와 파르완, 바글란 등 3개 주를 거점으로 진지를 구축한 상태이며, 이 중에서 카불 북부 판지시르 계곡에는 반(反)탈레반 항전 세력이 집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스스로를 민족 저항 전선(National Resistance Front)이라고 부르는 이들 저항세력들은 7,000명 이상의 병력을 모았다”면서 “이 단체의 외교 책임자인 알리 나사리(Ali Nazary)는 그 숫자에는 아프간 보안군 장교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나사리 씨는 “현재 우리는 아프간 공군의 헬리콥터도 몇 대 있다”면서 “우리는 침략자들이 한 번도 정복한 적이 없는 이 계곡을 점령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은 반면 카불 함락 이후 판지시르에는 수천 명의 반대파가 운집했고, 마수드 휘하에만 9천 명이 집결한 상태라고 전했다.


특히 탈레반을 피해 카불을 떠난 암룰라 살레 아프간 제1부통령이 판지시르 계곡에서 마수드 주니어를 만났다는 트윗이 17일 퍼지면서 이곳이 반 탈레반 세력의 핵심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살레 부통령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는 절대 테러리스트 탈레반과 같은 하늘 아래 있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나의 전설이자 지도자인 영웅 마수드 장군의 유산과 영혼을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수드 주니어는 미국과 프랑스 등의 언론에 편지를 보내 도움도 요청하고 있다. 마수드 주니어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판지시르 계곡에서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갈 준비가 돼 있다”며 “탈레반과 싸울 준비가 된 무자헤딘(성전에 참여하는 전사라는 뜻)들과 함께 글을 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날이 올 것을 알고 있었고, 아버지 시대 때부터 무기를 비축해 왔다”며 “지난 72시간 동안 판지시르 저항군에 합류하라는 나의 호소에 아프간 병사들, 아프간 특수부대 전 대원들이 이곳 언덕으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마수드 주니어는 또 “탈레반이 공격을 한다면 우리는 강력히 저항할 것이며, 아프간 자유의 마지막 보루로 판지시르를 지킬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수드 주니어는 “우리의 군사력과 군수품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서구의 친구들은 지체없이 우리에게 무기를 공급해달라”고 호소했다.


마수드 주니어는 더불어 “탈레반은 아프간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며, 탈레반 치하 아프간은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즘의 온상이 될 것”이라며 “미국과 민주주의 동맹국들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의회, 런던과 파리에 있는 아프간 친구들에게 우리를 위해 나서줄 것을 청한다”고 말했다.


[반 탈레반 저항군의 의미]


물론 이들 반 탈레반 저항세력의 투쟁이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아직 단정하기엔 이르다.


이들 반 탈레반 세력의 확장 여부는 이들이 아닌 오히려 탈레반 세력에게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시말해 통치기반 다지기에 이어 공식 정부 수립을 준비하고 있는 탈레반 세력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긍정적 조치들을 취한다면 이들 반 탈레반 세력은 잠잠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제사회가 달라진 탈레반의 아프간을 국가로서 인정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탈레반의 아프간에 취해지고 있는 국제적인 제재들도 해제되면서 정상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탈레반같이 국제사회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혀 간다면 살레 아프간 부통령과 마수드 주니어가 이끄는 반 탈레반 세력이 힘을 얻으면서 국제사회의 지원도 받게 될 것이고 아프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런 시점에서 살레 아프간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아프간 헌법에 따라 대통령의 부재·도주·사임 또는 사망시 제1부통령이 임시 정부의 수반이 된다”며 “나는 현재 아프간 국내에 있으며, 합법적인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모든 (세계의)지도자들에게 지지와 합의를 확보하는 중”이라고도 했다.


현재 흐름은 탈레반세력이 국제적인 인정을 받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지난 19일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 수립을 선언한 뒤 조만간 새 정부 구상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이라는 이름은 탈레반이 20년 전 ‘이슬람 근본주의’를 앞세워 폭정을 실시했을 당시 내걸었던 것과 같다.


벌써 이러한 국가명칭에서도 드러나지만 탈레반의 아프간이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조짐들이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에 민주주의는 없을 것”이라고도 공언하기도 했고, 당초 “보복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어기고 ‘피의 보복’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탈레반의 아프간이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으려면 스스로 체질 변화도 해야 하지만 살레 아프간 부통령과 마수드 주니어가 이끄는 반 탈레반 세력을 포용해 정부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만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 아프간 사태를 논의하는 미 바이든 대통령과 수뇌부들 [사진=백악관]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 그 뒷 이야기들...]


한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군 철군 후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붕괴까지 1∼2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 11일 만에 무너질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아프간이 미군 철수 이후인 지난 6일 지방의 주도가 처음으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에 함락된 뒤 15일 수도 카불까지 넘어가면서 붕괴했기 때문에 오스틴 장관이 ‘11일만의 붕괴’라는 말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예측이 이렇게 빗나간 것은 전적으로 아프간의 가니 대통령과 정부 지도자들, 그리고 아프간 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지난 15일 수도 카불 함락 전날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통화했는데, 그는 그때 죽기로 싸우겠다고 말했다"면서 ”그래놓고 그는 다음 날 해외로 도망쳐 버렸고 아프간 군대는 무너졌다“고 했다.


실제로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이 아프간의 마지막 보루인 수도 카불마저 포위하자 지난 15일 부인, 참모진과 함께 국외로 도피했고, 카불이 당일 탈레반 수중에 들어가면서 아프간 정부는 붕괴했다.


웬디 셔면 국무부 부장관도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아랍에미리트(UAE)로 도피한 가니 대통령과 관련한 질문에 "그는 더는 아프간의 인물이 아니다"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가니 대통령은 스스로 부인했지만 국외로 도주하면서 한화로 2천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챙겨갔다는 보도가 나와 공분을 샀다.


특히 미국은 자국민의 대피가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프간군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바람에 국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 가니에 대한 불만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은 현재 미국인들의 아프간 탈출을 돕기 위해 탈레반 측과 접촉하고 있지만 그것이 탈레반 세력을 정식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블링컨 장관은 밝혔다.

G7 국가들도 24일(현지시간) 긴급 정상 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올해 G7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소집하는 이 회의에서는 "국제사회가 (난민들의) 안전한 대피를 보장하고, 인도주의적 위기를 예방하며, 아프간인이 지난 20년간 누려온 혜택을 지켜낼 수 있도록 협력하는 문제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존슨 총리는 밝혔다.


영국은 이번 회의에서 탈레반에 대한 경제 제재와 지원 중단 검토를 제안할 방침이며, 더 많은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미군 완전철수 시한을 미뤄달라고 바이든 행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더불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현지시간) NBC방송에 출연해 “현재 우리는 현지에 충분한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군 지휘부에 추가 병력이 필요한지 매일 묻고 있다”면서 추가 파병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은 지난 5월 20년 만에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시킨 후, 아프간에 잔류한 미 시민과 동맹, 아프간 조력자 등의 대피를 돕고자 6000명의 군인을 카불 공항에 임시로 다시 파견한 상황인데, 탈출을 하려는 아프간인들이 공항에 몰려 혼란이 가중되고 테러 가능성까지 엿보이면서 추가 파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어 “미국인이 탈레반에 의해 카불 공항 진입이 차단당하거나 작전이 지장을 받을 경우,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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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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