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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확 바뀐 미국의 전략, “오직 한 놈만 팬다!” - 아프간을 중국에 떠넘긴 미국, 오직 대 중국 전략에 집중 - 냉전 이후 최대규모 군사훈련하는 美, 대만 방어 의지 확고 - 골치아픈 아프간 떠안은 中, 갈수록 사면초가 수렁 빠져들듯
  • 기사등록 2021-08-22 23:02:08
  • 수정 2021-08-23 07: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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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의회조사국의 `새로운 미중전략경쟁` 보고서 표지


[미국의 전략, 외교적 측면에서의 변화]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3일(현지시간), “대 중국 전략이 ‘새로운 국면에서의 미·중 전략경쟁’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확연하게 바뀌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내 주목을 끌고 있다.


『새로운 미중 전략경쟁: 미 국방부에 대한 함의와 의회에 대한 현안(Renewed Great Power Competition: Implications for Defense - Issues for Congress)』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우선 “미·중 전략경쟁 양상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고 했다.


다시 말해 “1990년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이라크와 시리아 등 중동국가와 아프가니스탄 등 서아시아 및 동아시아 등 2개의 지역분쟁(Major Regional conflict: MRC)에 전략적 비중을 두었으나, 최근 들어 중국과 러시아의 강대국 경쟁 국면에 비중을 두는 대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의 전략이 세계 각국의 지역분쟁에 대비하던 전략에서 이젠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쟁에 대비하는 전략으로 변화한 것”이라고 안보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두 번째로는 “트럼프 정부시절의 미·중 전략경쟁이 고강도 수준의 경쟁이었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비교적 저강도 복합적 경쟁국면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즉, “트럼프 정부 시절에는 힘의 우세를 지향하는 방식이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자유, 민주, 인권, 권위주의로부터의 민주주의 방어, 부패 척결 등의 이념 경쟁을 지향하면서 과거와 다른 저강도 차원에서의 장기적 경쟁국면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현재의 미국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이 과거보다 훨씬 공세적이며 민족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러한 대응은 지난 30여 년 간 미국이 주도한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타파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전략, 안보적 측면에서의 변화]


이러한 외교적 분석외에 이 의회조사국은 국방과 안보 측면에서도 미국의 전략을 분석했다.


첫째, 의회조사국의 보고서는 미군이 대대적인 부대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4일 바이든 대통령은 국방부에 미군의 ‘해외 주둔 군사력의 재배치(Global Posture Review)’를 지시하였는데, 이는 중동과 아프칸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그 병력들을 동아시아 또는 인도-태평양 전구로 재배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군 재배치는 지난 3월 8일에 발표된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 전략 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y Guidance)’에 이미 명시되었으며, 이러한 지침에 따라 미국의 육군, 해군, 해병대와 공군이 주요 첨단 전력과 새로운 부대들을 인도-태평양 전구 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인근으로 전개시키고 있고, 이러한 태평양 억제 이니셔티브(PDI)에 의해 호주, 일본, 한국, 필리핀과 뉴질랜드 등의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둘째, 이러한 미군 재배치와 함께 작전 개념도 새롭게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술에 대응해 육군은 다영역 작전(MDO) 개념을 도입했으며, 해군은 해양 분산작전(DMO)을, 해병대는 경쟁적 전장환경 하의 연안작전(LOCE)과 첨단 원정기지 작전(EABO) 등의 새로운 작전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셋째, 기존 재래식 무기의 화력, 장거리화, 정밀타격 고도화 및 표적 정확도를 향상하는 높은 수준의 재래식 무기(High-End Conventional Weapons)를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 전장이 우주, 전자기, 정보 및 사이버 도메인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저궤도(LEO)에 첨단 정찰, 감시 및 표적(ISRT) 위성 역할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넷째, 첨단 재래식 무기에의 과학기술 접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23일 바이든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신속히 첨단 재래식 무기에 접목하기 위해 『신속한 과학기술 확보 프레임워크(Adaptive Acquisition Framework)』 법안에 서명한 바 있는데, 이를 통해 고가의 연구개발을 줄이고,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며, 시험평가가 어려운 장애 요인들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조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재래식 무기의 첨단화를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부품공급 안보(supply chain strategy)’ 강화이다. 이 역시 바이든 정부 들어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지난 2월 24일 바이든 대통령이 100일 이내에 미 국방부는 미군의 부품공급 체계에 대해 해외로부터의 의존도를 감소시킬 방안을 강구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는데 이러한 조치는 그동안의 미군의 부품 공급 체계 자체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즉, 새로운 미·중 전략경쟁이 미군의 부품공급 체계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데, 이는 중국과 러시아 제품들이 단가가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구매가 가능하도록 한 현 부품공급 체계를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 미군의 군수지원체계의 해외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여섯째, 미국은 중국만이 아닌, 새로운 미·중 전략 경쟁에 악영향을 주는 이란과 북한의 위협, 테러의 아프리카 확산, 일부 실패한 정권들의 권위주의 강화 등의 현상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으로 베네수엘라와 쿠바 등을 들었다.


[미국의 전략, 현실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그렇다면 미 의회보고서가 펴낸 미국의 전략 변화가 현실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최근 들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다. 이곳에서의 미군 철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으며 특히 지난 트럼프 정부 시절에 올해 5월까지 완전 철군하기로 탈레반측과 협의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아프간에서 철군을 단행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글로벌 그랜드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은 우선 중동지역에서 서서히 발을 빼기로 결정했다. 중동지역은 이미 미국의 핵심이익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과거 1970년대에는 중동지역이 원유로 인해 미국의 사활이 걸려 있는 지역이었지만 2007년부터 본격화한 ‘셰일 혁명’은 미국의 중동관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이미 미국은 앞으로 100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를 확보한 상황에서 구태여 중동지역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그동안 아프간이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중동 지역과 중앙아시아의 길목에 있다는 이유로 ‘전략적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미국이 그동안 엄청난 손해를 무릅쓰고 지켜왔고 또 스스로 국가를 지킬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도 했지만 결국 국민적 역량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더 이상 미국이 아프간에 남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아프간 철수가 미국의 대 중국전략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의 글로벌 방어전략은 오직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간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유럽연합(EU)이 전적으로 맡기로 역할 분담을 했다.


나토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이 지원하는 대신, 미국이 직접 대 러시아 전선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줄인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역량을 중국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가 중국에게 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력의 분산과 함께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할 짐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언뜻보면 아프간이 중국과 손을 잡으면 중국의 최대 약점인 원유수송로의 새로운 개방과 함께 중앙아시아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해 주는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은 중국에 계륵이 되면서 엄청난 부담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다. 쉽게 말해 중국이 갑이 아닌 아프간의 탈레반이 갑이 되어 중국을 윽박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크게 세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만약 탈레반과 중국이 손을 잡고 원유수송로의 일대일로 사업이 완성된다고 해도 그때부터 칼자루는 탈레반이 쥐게 된다. 중국과 탈레반 간의 ‘제로섬 관계’가 부각되면서 중국은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닐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두 번째는 신장 위구르 독립세력과의 충돌 가능성이다. 중국의 에너지 파이프라인은 모두 신장 지역을 통과한다. 그렇게 뜨거운 지역을 그동안 신장 위구르 독립운동을 펼쳐왔던 ETIM 세력이 그냥 두고볼 리가 없다. 이들의 활동이 강화되면 될수록 중국은 어쩔 수 없이 엄청난 군대를 파견해야 하고 자칫 그들과 충돌이라도 생기게 되면 이는 국지전으로 쓸려갈 수 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지속적으로 신장 위구르의 인권 상황에 대해 공세를 가하는 것도 부담이다. 여기에 EU까지 가세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은 신장 위구르 독립세력에게 큰 힘이 되면서 중국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미군의 탈레반 철수는 아프간 인근 국가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고, 특히 중국에게는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탈레반이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과 중국 서부 신장지역까지 ‘수니파 이슬람 세력권’을 형성하게 된다면 중국으로서는 너무나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중국의 서쪽 국경지역인 신장을 완전히 그들에게 열어 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미국이 골치 아픈 아프간을 중국에게 떠넘겼다”는 분석들이 나오는 것이다.


[중국에 집중하는 미국, ‘한 놈만 팬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아프간 철수 후 중국에 집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 해군이 냉전 이래 최대 규모로 서태평양의 섬을 점령하고 통제하는 군사훈련을 일본, 호주, 영국군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는 동맹국들에게 아프간 함락이후 미국의 군사적 공약의 신뢰성 제고 및 중국의 영토적 야망에 맞서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 보도했다.


그러면서 WSJ은 “이번 훈련이 이스라엘이든 대만이든 공격을 당하면 즉각적으로 개입해 이들 나라를 지킬 것이라는 미국의 입장을 견고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를 이유로 대만에 불안감을 조성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선전선동”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미군의 대대적인 군사훈련에 화답이라도 하듯 일본의 스가 총리도 19일 “바이든 대통령의 미일동맹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면서 “동맹의 신뢰성에 후한 점수를 부여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더 많은 외교 및 군사지원을 투입할 것”이라면서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를 계기로 쿼드(QUAD)를 중심으로 한 군사적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 이후 미국은 외교와 군사적 자원 대부분을 중국을 향한 전략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쉽게 하는 말로 ‘한 놈만 팬다!’는 개념이다. 이를 중국 입장에서 보면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중국을 향한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 여기에 아프간의 탈레반이라는 혹까지 생겨났다. 특히 아프간의 탈레반은 예측 불가능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받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대만 독립을 향한 날갯짓은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집권당인 자민당과 대만의 집권당인 민주진보당이 빠르면 8월 안에 화상 안보대화를 열기로 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숨이 턱 막힐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9일 이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이번 대화는 동맹급의 정부간 진행되는 2+2안보회담 버전으로 일본-대만간 회담이 진행될 것”이라면서 “이 회담에 일본측에서는 자민당의 사토 마사히사 외무국장과 오쓰카 다쿠 국방국장이 참여하는데 이들은 모두 정부에서 차관급의 직위를 수행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더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과 대만의 회담이 끝나면 미국도 그런 성격의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당장 중국은 이같은 행위가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라면서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 뻔하지만 그렇다고 중단될 일도 아니기 때문에 중국의 스트레스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렇게 중국은 갈수록 사면초가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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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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