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미군의 아프간 철수로 양수겹장에 걸려든 중국 - 美, 아프간 이어 이라크에서도 병력 철수, 중국에 집중 - 아프간에서의 이슬람세력들 혼란, 중국에 치명적 - 중국, 동서 양쪽에서 위협받는 상황으로 흘러갈 가능성
  • 기사등록 2021-07-23 21:54:28
  • 수정 2021-07-24 09:04:59
기사수정



[미국은 왜 아프간에서 철수했을까?]


2001년 9·11 테러로 시작된 아프간전이 다음 달 31일 미군의 완전 철수를 끝으로 20년 만에 막을 내린다.


그런데 미군은 왜 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서 철수를 결정했을까? 물론 아프간전의 중요한 목표였던 오사마 빈 라덴을 파키스탄에서 지난 2011년 5월 사살함으로써 전쟁 목적을 달성했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그때 바로 철수했어야 했음에도 지금까지 남아 있었던 것은 아프간 내 무장세력인 탈레반을 소탕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실패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결국 탈레반 세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일부 언론들이 보도하는 것처럼 ‘야반 도주’를 한 것일까?


우선 아프간 철수에 대한 미국의 큰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면 마치 미국이 탈레반의 위협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 나온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국제정세라든지 미국의 그랜드 플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자들의 일방적 생각일 뿐이다.


미국은 지난 2011년 빈 라덴 사살 이후 아프간전을 마무리할 명분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탈레반 측과의 평화협상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원만한 타협이 이루어져 미군을 철수하게 되었다.


물론 현재의 아프간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워싱턴으로 날아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철군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까지 했지만 “아프간 문제는 아프간 국민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매몰차게 등을 들렸다.


그렇다면 만약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게 되면 탈레반에 의해 정복당할 위험까지 있는데도 친미정권인 카르자이 정권을 끝까지 돕지 않고 철수를 결정하게 된 것일까? 크게 세 가지의 이유가 있다.


*이유1) 아프간 정권의 부패로 인한 ‘밑빠진 독에 물 붓기’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를 결정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동기 중의 하나는 아프간 정권의 부패 때문이다.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의 남 베트남 정권이 그러했듯 카르자이 전 정권을 포함해 아프간 정권은 너무나도 부패해 미국이 원조한 무기를 팔아먹기 일쑤였다. 아무리 경제 원조를 해 줘도 그를 통해 국민들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배를 채우는데 급급했다.


실제로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에 쏟아부은 돈은 무려 2조4000억달러(약 2758조원)에 이른다. 그중에는 전 세계 아편 공급량의 70~80%를 차지하는 이 나라 농토를 밀 농장으로 바꾸기 위해 농민들에게 지급한 보조금 등 국가 재건 비용 1300억달러도 포함되어 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히려 미국이 지원한 자금들이 탈레반 수중에 들어가 미군을 죽이는 무기 구매 자금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미국내에서 “왜 이런 나라에 돈을 쓰느냐”며 여론이 비등했다.


여기에 아프간 정권 안에 탈레반 측과 내통하는 자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중요한 기밀을 아프간 정부와 공유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프간 정권을 불신하기에 이른다. 당연히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과의 합동작전은 상상도 못했다. 오히려 그런 훈련을 하다간 미군이 역습 당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아프간 정부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부패와 정권의 무능 때문에 더 이상 미군이 아프간에 주둔할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이유 2) 아프간 국민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


미군이 아프간을 떠나는 두 번째 이유는 아프간 국민들 때문이다. 결국 그 나라의 운명은 그 나라의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 나라의 수준에 맞게 정부 수반이 생겨나고 그 나라 국민의 의식 수준에 맞게 민주주의도 발전해 가는 법이다.


그런데 미국은 아프간 국민들을 도대체 믿을 수가 없었다. 탈레반 반군들이 주민들 속에 숨어 있다가 언제 튀어나와 미군에 역습을 가할지 모르는 상황이 연일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미군이 작전을 펼치다보면 아프간 주민 속에 누가 탈레반이고 누가 선량한 주민인지 알 수가 없었고 여기에 주민들도 탈레반을 보호해 주다보니 작전을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아예 모두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작전을 미국은 원하지 않았다. 결국 미군이 과연 누구를 위해 전투를 해야 하고, 무엇을 위해 미국의 젊은이들을 희생시켜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만든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프간은 국민들부터 스스로를 지킬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여기에 정치 지도자들 역시 자신들의 부를 챙기는데 급급했지 아프간을 바로 세울 의지도, 욕심도 없었다. 그렇게 부패하고도 무능한 친미정권을 미국은 보호해 줄 아무런 명분도, 의미도 없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미련없이 아프간을 떠난 것이다.


*이유3) 대 중국 전략에 집중하기 위해


사실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는 미국의 세계전략 프레임이 완전히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말해 전 세계의 미군 주둔 전략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프레임에서 ‘대 중국 제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는 지난 2001년 이후 미국이 글로벌 전략으로 삼아 왔던 '테러와의 전쟁'이 마무리됐음을 뜻한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이슬람 테러 섬멸을 명분으로 2001년 아프간,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 중 이라크전은 지난 2011년 12월 사실상 종전선언을 했기 때문에 마무리됐다고 봐야 한다.


이와 함께 테러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던 알카에다나 IS같은 이슬람 과격단체는 사실상 궤멸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해외 미군의 배치 전략을 테러와의 전쟁이 아닌 ‘중국과의 대결’을 위한 국가안보전략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지난 2017년의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로 나타났다.


그동안 해외 미군의 주둔은 테러와의 전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동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테러 세력 부근을 중심으로 분산 배치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오직 중국이다. 그렇다면 미군의 배치도 오직 중국만을 고려한 전략으로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아시아 중시 전략이 나오는 것이고 더불어 아프간은 물론이고 중동에서 발을 빼려 하는 것이다.


[이라크에서도 철수하는 미군]


이런 관점에서 미군은 아라크에서도 병력을 완전히 철수시키기로 했다. SCMP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미국이 이라크에서 군병력을 올해 말까지 완전 철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라크 군의 훈련과 자문 역할만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라크에는 2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오는 2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SCMP는 이어 “그동안 이라크 정부가 미군의 주둔을 계속해 주기를 원해서 남아 있었지만 이젠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더 이상 주둔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전현직 당국자를 인용, 전투 병력이 철수하더라도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임무에서 이라크군을 돕기 위한 지원 병력은 남을 필요가 있다는 점이 성명에 포함되리라고 전했다.


[중국은 양수겹장에 걸렸다]


미국의 아프간과 이라크에서의 철군은 결국 중국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군은 중국에게 양수겹장의 수를 던진 것으로 봐야 옳을 것이다.


*미국의 수 1: 대 중국 군사력 증강


첫 번째 미국의 수는 아프간과 이라크 등에서 철수한 미군 병력을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 지역에 더욱 증강함으로 인해 중국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는 점이다.


당장 일본과 한국을 중심으로 미군의 병력이 증강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미국의 최첨단 장비들 역시 증강될 것이다. 오직 중국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미국의 수 2: 중국의 발목을 잡게 될 아프간


두 번째로는 아프간에서의 철수가 중국의 발목을 잡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른바 역대 모든 제국이 고전(苦戰)을 면치 못했던 ‘제국들의 무덤(the graveyard of empires)’, 다시 말해 ‘아프간 덫(Afghan Trap)’에 중국이 빠져들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일단 미군이 철수한 아프간은 그야말로 힘의 공백 상태다. 아프간 정부군은 사실상 별 힘이 없다. 탈레반에 의해 아프간이 점령당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원래 중국은 미국이 중국과 76km의 국경을 접한 아프간을 장악해 중국을 위협하려 한다고 판단했으나 미국은 전혀 그럴 의사도 없었고 그러한 행동으로 옮기지도 않았다. 그래서 미군 철수를 그동안 주장해 왔지만 막상 미군이 철수하고나니 중국은 오히려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우선 아프간 정부군은 논외로 치더라도 탈레반과 반 탈레반 군벌들간의 내전은 다시 격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아프간은 전 세계 이슬람 세력의 각축장이 될 것이고 그로인해 중국과 아프간 국경 역시 혼돈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왜냐하면 이슬람 세력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눈길이 매우 차갑기 때문이다. 이는 신장 위구르 이슬람세력을 탄압한 중국이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중국은 시리아에서 이슬람 테러집단 IS와 함께 싸웠던 위구르 테러범들이 아프간을 근거지로 해, 신장 위구르 지역으로 계속 침투할 가능성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파키스탄 북부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인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엔지니어와 노동자 9명이 트럭 폭탄 테러로 숨졌다.


그래서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를 요구해 왔던 중국은 태도를 바꿔 “(미국이) 무질서를 방치하고 떠나, 그 부담을 다른 나라들(중국)에 넘겨선 안 된다”면서 비판했다. 은연 중에 중국의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지난 5월9일 아프간 수도 카불의 한 이슬람 시아파 여학교에서 수니파가 설치한 차량 폭탄이 터져 68명이 죽은 사건에 대해서도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갑작스러운 철군 발표가 아프간 전역에 폭발 테러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지난 15일 “중국은 미국의 아프간 전쟁을 비난하더니, 이제 미군 철수를 걱정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마도 주인없는 나라가 될 아프간이 이슬람 테러집단의 온상(溫床)이 되고, 이들 세력들이 파키스탄을 포함해 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 등으로 확산되면서 그곳의 중국 기업과 중국인들을 공격하고 더불어 신장 위구르 지역으로 침투하게 된다면 중국은 그야말로 엄청난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일단 이들 국가들을 중심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Belt and Road Initiative) 프로젝트를 당근으로 제시하면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려 하고 있지만 현실은 완전히 이와 엇나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 13일 아프간 수도 카불과 파키스탄 북부 도시 페샤와르를 잇는 도로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중국‧파키스탄을 잇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인 CPEC(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를 아프가니스탄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CPEC는 620억 달러(약71조2000억원)짜리 도로‧항만‧교량‧철로‧발전소 건설 인프라 프로젝트로, 중국의 서부 신장과 파키스탄의 아라비아해(海) 과다르 항구를 잇는다.


문제는 우선 파키스탄 내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반감(反感)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중국인들과 중국 회사들을 향한 공격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아프간의 덫에 빠져들고 있는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은 의미있는 미소를 던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이 위협적인 이슬람테러집단으로 간주하는 ‘동투르키스탄독립운동(ETIM)’을 미국의 테러집단 지정 목록에서 뺀 것도 바로 아프간 철수를 생각하며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지난 6월 FT는 “제국들의 무덤(아프간)이 이제 중국을 부른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미소 짓는 이유? 중국의 동쪽은 미국이 병력 증강을 통해 더욱 강력하게 중국을 압박할 것이고 중국의 서쪽은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중국을 거세게 밀어 붙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국이 흐뭇한 미소를 숨길 수가 없는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910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