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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 북한서 자국민 대거 철수시킨 이유? - 중-러 최소인원 제외 12개국 대사관 직원 및 가족 모두 철수 - 평양내 생필품 부족, 북측과 교류 중단, 코로나 팬데믹 이유 - 평양의 경제붕괴, 북한체제 내구력 약화 계기될듯
  • 기사등록 2021-07-06 13:22:18
  • 수정 2021-07-06 16: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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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편을 이용해 평양을 떠나는 러시아대사관 직원과 가족들 [사진=주북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러시아, 북한서 자국민 대거 철수]


북한에 주재하는 대사관 중에서 사실상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러시아가 북한에서 최소한의 공관직원만 남겨 둔 채 자국민을 대거 철수시켰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은 5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북한에 머물던 자국민 거의 대부분이 지난 2일 기차로 러시아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어려운 코로나19 시기를 포함해 지난 수년간 북한 주재 러시아 공관에서 일해 온 이들”이라며 북한의 엄격한 국경 폐쇄로 2년 가까이 인력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사관은 “여러 외교관, 의사, 행정 직원, 기술 직원들이 떠났고 학교와 유치원은 문을 닫았다”며 “평양 중심가에 위치한 러시아인 마을은 더 조용해졌다”고 전했다. 다만 “외교 공관 업무는 멈추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맡은 임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사관은 이번에 북한을 떠난 러시아인이 몇 명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의 교도통신은 “북한을 떠난 러시아인들이 90여명으로 이들은 북러 접경 지역의 하산 역을 통해 북한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하산역은 지난해에도 러시아인들이 단체로 북한을 떠났던 곳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 전문매체인 NK News는 “러시아 정부가 지난 6월부터 북한에서 직원과 그 가족들을 대거 철수시킬 계획이라고 알려진 바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래 러시아 대사관이 실시한 최대 규모의 철수”라고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 대사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면 흰색과 짙은 녹색의 국제선용 참대칸 열차에 마스크를 쓴 수십명의 성인들과 어린아이들이 줄을 서서 탑승을 준비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또다른 사진에서는 짐과 가벼운 화물뿐만 아니라 애완동물도 기차에 함께 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더불어 러시아는 항공기편으로 러시아로 직접 철수할 것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북러 국경지역은 신의주나 나선지역 등의 육로를 통한 철수를 고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문을 닫는 평양 주재 해외공관들 [사진=주북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북한 주재 공관들 이미 거의 폐쇄]


사실 북한에 주재하는 외국의 공관들은 대부분 철수했다. 이미 지난 4월 북한 주재 12개국 공관이 생필품 부족 등의 문제로 폐쇄됐다고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밝힌 바 있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에 있는 12개국 공관이 업무를 중단했고, 국제인도주의 단체 소속 모든 외국인 인력이 북한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사관은 "북한 수도(평양)를 떠난 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 "전례없이 엄격한 총체적 제한, 의약품을 포함한 생필품의 극심한 부족, 건강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부재한 상황을 모두가 용인하지는 못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영국, 베네수엘라,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폴란드, 체코, 스웨덴, 스위스, 프랑스 등의 공관 문에 자물쇠가 걸려 있고 국제 인도주의 단체의 모든 외국인 직원이 떠났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수교국은 161곳이지만, 평양에 상주공관을 두고 있는 나라와 국제기구는 30곳 안팎이다. 이 가운데 이제 중국과 러시아 대사관의 최소 인력만 남고 모두 철수한 셈이다.


[이들이 북한을 떠난 이유?]


이렇게 외국의 공관직원들이 대거 북한을 떠나는 첫 번째 이유는 현재 북한에서 그래도 가장 살기가 낫다는 평양마저도 생필품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이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자국으로부터의 물품 반입도 막고 있고 순환 인력의 배치마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도 지난 2월 인테르팍스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국경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평양에서 생필품을 구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월만 하더라도 러시아측 주재원과 가족들이 평양을 떠나려 했으나 북한측이 교통편을 제대로 제공해 주지 않아 ‘레일 바이크’ 형태의 수동 수레 열차를 타고 철길을 이동해 북한과 러시아 국경을 넘은 적이 있다. 2월 26일 당시 촬영된 사진을 보면 평양 주재 러시아 외교관 8명이 가족들과 함께 추위 때문인 듯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털모자와 마스크 목도리 등으로 머리와 얼굴을 감싸고 있다.


대사관에 따르면 이들은 코로나 방역 때문에 열차를 이용하지 못해 이 같은 형태로 귀국했다고 한다. 북한은 코로나 발생 이후 중국, 러시아 등 외국과 인적 교류를 차단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다.


대사관은 “이들은 평양에서 출발해 기차(32시간)와 차량(2시간)으로 34시간 가량을 이동해 국경인 함경북도 나선에 도착했다”며 “그곳에서 사진에 나온 철길용 수레를 타고 1km가량 철길을 이용해 국경을 건넜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연해주 하산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료를 만나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으로 이동했다”고 했다.


평양에서 함경북도 나선까지 열차로 32시간 걸린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이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이렇게 엄청나게 시간이 걸리는 것은 북한 철도가 노후화가 심해 ‘거북이 운행’(시속 40㎞ 수준)을 하는 데다 정전이 잦기 때문이다.


그것도 북한은 코로나를 이유로 국경을 넘기를 꺼려해 결국 나선에서 러시아 국경까지 바이크를 통해 1㎞가량 밀어야 했던 것이다. 국경폐쇄로 북·러 간 교통수단이 모두 끊긴 탓이었다. 그나마 이번에는 러시아 국경까지 열차가 운행해 이런 기이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미 북한 내부의 경제상황이 너무나도 열악하다보니 북한에 주재하는 대사관 직원들마저도 견디지 못하고 사실상의 북한 탈출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 상황을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러시아 대사는 지난 2월 8일 언론 인터뷰에서 “밀가루, 설탕 등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사기 어려워졌다”며 “대사관 직원들은 서로 옷과 신발을 교환하며 자녀들에게 입히고 있다”고 했다.


지금의 평양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탈북 외교관 출신의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도 평양 주재 외교관들은 외교단 상점에서 생필품을 구하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며 “지금은 국경 봉쇄로 생필품 조달이 완전히 끊겨 기본적인 생활이 안 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들이 평양을 떠나는 두 번째 이유는 외국의 대사관들이 평양에 남아 있어도 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국민대 교수는 지난 6월 NK News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외교관들은 현재 북한에서 할 일이 거의 없다"면서 "그들은 완전히 고립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아무도 만날 수 없으며, 그들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의미 있는 활동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접촉은 거의 중단되었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없으며,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철수는 당연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란코프 교수는 "현 상황에서 의료적인 응급상황이 발생한다면 이 사람들을 돕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 “대사는 당연히 당장 불필요한 인력을 감축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부족하더라도 최소 인력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NK News는 이와 관련해 “의료 문제로 고통받는 외국인들이 출국을 하는데도 최소 3주일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의료지원도 받지 못하는 위기 상황이 닥칠 수 있다”면서 러시아를 비롯한 해외 공관들의 사실상의 북한 탈출은 당연한 것이라고 봤다.


외국의 공관들이 평양을 떠나는 세 번째 이유는 결국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00% 바이러스가 없는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평양 주재 외국인들이 느끼는 현실은 이와 전혀 다르다.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과 교민들, 그리고 청진 영사관 직원들까지도 지난 5월 북한 당국의 요구에 의해 전원 코로나 검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5월 26일(현지시간) 평안북도의 한 간부 소식통을 인용해 ”요즘 들어 코로나비루스 의심 증세로 앓고 있는 환자들이 전국 여러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는 이어 ”평안북도의 경우, 지난 4월말까지 도 안에서 코로나 증세로 의심되는 환자를 요해(파악)한 결과 2천 400여명으로 밝혀져 비상이 걸렸으며, 평안남도 평성시에서만 400여명, 함경남도에서 6천 589명, 라선시에서만 6천355명, 강원도에서 2600여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하고 사망자는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코로나 의심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자 국가비상방역본부에서는 전국에 비상방역강화에 대한 지시를 철저히 이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RFA는 더불어 ”코로나비루스와 관련한 내용을 타인에게 발설하여 사회적 불안감과 국가방역에 반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주모자와 주동 분자는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는 포고문이 5월초에 하달되었다”면서 ”국가의 코로나방역에 반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체제를 위협하는 반역행위로 규정하고 단호한 처벌을 경고하고 있어 주민들은 서로를 경계하면서 함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코로나가 북한 전역에서 만연하고 있음에도 북한 당국이 이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도 북한 주재 해외공관들이 철수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코로나 팬데믹이 북한 전역을 휩쓸고 있는데다가 만약 외국인들이 코로나에 감염되더라도 치료를 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이 북한에서의 대대적인 철수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평양의 경제 붕괴가 주는 시사점]


지금의 평양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는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국경이 봉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북중 국경이 열려 있다면 대사관들은 자국으로부터 물품 공급도 받을 수 있고 당연히 평양내의 외교단 상점에서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양공화국’이라 불릴 정도의 평양에서, 그것도 외교관들마저 생필품을 구입하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평양을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극심한 경제 위기가 북한 사회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 정권이 체제를 떠받치는 당·정·군 핵심 계층이 모여 사는 평양이기 때문에 그들마저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북한 체제의 내구력이 빠르게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올해 들어서만 전례 없이 당 전원회의를 3차례 개최하면서 당 간부들을 달달 볶고 있고, 심지어 최고위직인 상무위원까지 숙청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도 북한 내부의 핵심 계층에 대한 군기를 잡자는 것이고, 이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음으로 북한 체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다잡고 있다고 해석하면 될 것이다.


이만큼 북한이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평양에 주재하는 외국인들마저 철수하는 이 상황, 김정은은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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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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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1 개)
  • kihn342021-07-06 20:20:54

    한쪽으로 치우친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자기들 생각에 맞지 않으면 테러하는 집단과 똑같다
    이 언론이 바로 그러한 언론... 일본 중국 북한 미국등 다양한 내용으로 보도 하시길... 유튜브 역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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