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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인민해방군 전투기가 대만 남부를 포위한 이유? - G7, NATO 대만 문제 언급하며 중국 압박하자 항의성 시위 - 中 반발 불구, 美-대만간 협력은 더욱 강화될 듯 - 남중국해 인근 국가들도 中 도발 야욕에 강력 항의
  • 기사등록 2021-06-17 12:31:30
  • 수정 2021-06-17 15: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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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대만국방부]


[中군용기 28대, 대만 방공식별구역 침범]


중국인민해방군이 또 발톱을 드러냈다. 대만 국방부가 지난해 중국군 군용기 비행상황을 발표한 이후 최대 규모인 무려 28대가 15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중국인민해방군의 군용기는 중국군 젠(殲·J)-16 전투기 14대, J-11 전투기 6대, 훙(轟·H)-6 폭격기 4대, 쿵징(空警·KJ)-500 조기경보기 2대, 윈(運·Y)-8 전자전기 1대, Y-8 대잠초계기 1대 등 28대다.


이들 중국인민해방군 전투기들은 중국 광둥성 샨토우 인근에서 출격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전투기, 폭격기, 대잠수함 초계기 등으로 구성된 10대는 대만 남부와 필리핀 사이의 바시해협 방면으로 비행하다 다시 대만 동부로 방향을 돌렸고 이후 원래 항로로 되돌아갔다. 비행 형태를 보면 완전히 대만 남부를 감싸는 모양새를 보였다.


전투기와 조기경보기로 구성된 또다른 18대는 대만과 프라타스군도(중국명: 둥샤군도, 東沙群島) 사이를 왕복 비행했다. 프라타스 군도는 중국 광둥성(廣東省) 산터우(汕頭) 남쪽 260km의 남중국해상에 있는 산호초로 된 군도로 대만이 실효지배중이다.


이러한 중국인민해방군의 무력 시위에 대해 대만 국방부는 공군이 대응 출격해 방송을 통해 ADIZ를 떠나라고 경고하고 방공미사일을 이용해 추적 감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만 국방부는 이번 중국인민해방군 전투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진입은 6월 들어 4번째라고 말했다. 지난 6월 3일에는 Y-8전투기 1대, 4일 1대, 14일 1대 등으로 전투기 숫자도 적었고 횟수도 뜸했었다.


[중국인민해방군 전투기 대거 발진의 의미]


이번 중국인민해방군의 대만 위협 비행이 특별히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는 전투기의 비행 궤적이다.


한 부류는 대만의 남부를 포위하듯 비행함으로써 언제든지 대만 본토를 향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했고, 또 한 부류는 대만이 실효 지배중인 프라타스군도(둥샤군도)를 비행했다는 점이다. 이는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중국이 대만 본토에 대한 공격은 미국과의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어 주저할 수 있지만 그 대안으로 대만이 실효 지배중인 섬들, 특히 그 중에서도 프라타스 군도는 언제든지 삼킬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은 지난해 8월에도 중국 항모 전단이 대만 동남쪽 필리핀 해에서 훈련을 벌이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프라타스 군도를 통과하면서 무력 시위를 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 훈련이 프라타스 군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하이난다오(해남도)에서 대만 남부 바시해협을 거쳐 태평양으로 향하는 해상 요충로에 있기 때문에 중국군으로선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었다. 현재 프라타스에는 대만군 200여명만이 주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만의 싱크탱크인 국방안보연구소의 수쯔윤 선임연구원은 “중국인민해방군의 전투기가 바시해협까지 비행했다는 것은 유사시 남중국해를 항해하는 적의 함정이나 선박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나토를 비롯한 적국들이 중국에 군사적 위협을 가해올 경우 체계적인 보복을 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해석했다고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전했다.


[중국군 전투기는 왜 대담한 무력시위를 했을까?]


중국은 그동안 미국 등의 서방국가들과 대만과의 관계가 증진되는 일이 있을 때 마다 항의성 시위로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으로 보내왔다.


지난해 9월에는 미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인민해방군은 이틀에 걸쳐 전투기, 폭격기 18대와 19대를 각각 대만 북부와 남서부로 출격시켰고, 이들 중 일부는 대만해협 중간선(중국과 대만의 영공 경계선 격)을 넘기면서 대만을 위협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3월 태평양 섬나라인 팔라우 주재 미국 대사가 팔라우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 대사로는 미·중 수교 이후 42년만에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 군용기 10대가 대만 ADIZ를 침범했다.


또한 지난 4월에도 미국과 대만이 해경 분야 협력 양해 각서에 서명하자 중국 전투기, 폭격기 등 최대 규모인 25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시켜 또다시 대만을 흔들었다.


그런데 이번 중국인민해방군의 전투기 시위는 주요 7개국(G7)이 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이 그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G7 정상들은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막을 내린 정상회의 공동성명(코뮈니케)에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양안 이슈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또 미국과 EU는 15일(현지시간) 정상회의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 신장(新疆), 티베트, 홍콩 문제, 동·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만해협의 안정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EU의 성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정상적인 양자관계 발전 범위를 넘어 중국 내부 문제에 손짓·발짓하며 내정을 무리하게 간섭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함부로 중국을 비난하며 거짓 정보를 만들어 유포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과 EU가 할 일은 자신의 심각한 문제를 반성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자국의 이익과 요구를 다른 나라에 강요하거나 제3국을 겨냥한 소집단 정치를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미국과 EU가 중국에 맞서 협력·경쟁하겠다는 것은 중국의 이익을 해칠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이익을 얻겠다는 의미"라며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지능지수에 문제가 있거나 중국인의 지능지수를 낮게 평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며 견제에 나서자 중국이 "위협론을 과장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양녠주(楊念祖) 전 대만 국방부장은 대만의 중앙통신사와 인터뷰에서 "최근 여러 외교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 안정이 언급된 것 외에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도 처음으로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수호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중국이 높아지는 외부 압력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중공 군용기의 대규모 출동은 중국이 주권 문제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남중국해에서 항행의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함 [사진=미 해군]


[중국군 대규모 침범한 날, 레이건 항공모함은...]


한편 중국인민해방군 전투기가 28대나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바로 그날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함은 남중국해의 파라셀 제도 동쪽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면서 해상안보작전 및 타격훈련, 전술훈련 등을 수행했다고 미 해군은 밝혔다.


레이건 항모전단의 윌 페닝 턴 (Will Pennington) 사령관은 성명을 통해 “남중국해는 국제법상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지역의 핵심 해상”이라면서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과 남중국해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


G7과 나토의 대만 평화 언급에 이어 미국이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예고하면서 대만해협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단됐던 대만과의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협상을 5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고, 대만에 대한 코로나 백신 제공도 늘리기로 했다.


특히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가 15일(현지 시각)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모든 분야에서 대만과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국의 압력에 맞서 미국이 대만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결의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앞으로 미국과 대만과의 관계는 단순한 경제 차원의 협력을 넘어 외교 등 전반적인 문제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중국인민해방군이 대규모로 대만 방공식별구역 침범 후 불과 몇 시간 뒤 동아시아를 담당하는 최고위 외교관이 중국 견제 발언을 내놨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해 관심을 끌었다.


이는 중국의 그러한 위협이나 협박에 개의치 않고 미국과 대만의 관계는 더욱 더 증진되어 갈 것임을 분명하고 강력하게 예고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이웃나라들간의 긴장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불법적인 영유권 확대 시도에 대해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방장관들이 남중국해 행동강령의 조기 타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가 소집하여 10개국 장관들이 화상으로 진행한 이날 회의에서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도발적인 행동 자제를 촉구”하면서 “중국이 상황을 복잡하게 하거나 문제를 확대시킬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들어 중국의 도발에 의한 남중국해에서의 긴장은 연일 고조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인근 영공을 침범하자 말레이시아 공군기들이 즉각 대응에 나섰고 말레이시아 당국은 중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정작 말레이시아 영공을 침범한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다.


필리핀도 중국 인민해방군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중국 해상민병대가 휫선리프를 점령하려는 시도를 보이자 인근 해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있는데 중국 당국은 단지 악천후로 피신해 있는 어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트남도 중국 해상민병대의 베트남 소유 암초들에 대한 점령 야욕에 맞서 해상병력을 대폭 늘렸으며 중국과 직접적인 충돌이 없는 인도네시아마저도 중국을 의식해 해군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렇게 중국에 의해 대만도, 남중국해도 뜨거운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과연 중국의 욕심은 어디까지일까? 저렇게 주변국가들과 지속적인 충돌을 하면서 친선혜용(親善惠容; 이웃 국가와 친하게 지내고 성실하게 대하며 혜택을 주고 포용한다)이라는 말을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을까?


참고로 ‘친선혜용(親善惠容)’이라는 용어는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지난 2018년 외교정책 방향으로 제시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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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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