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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친중 필리핀 두테르테의 험악한 종말 - 중국의 호구 자청한 필리핀 두테르테, 국민들 등 돌려 - 차기 대선에서 부통령 출마후 딸 대통령 시키려던 계획 수포 위기 - 취임초 '친중반미' 선언이 두테르테 발목 잡으면서 지금도 갈팡질팡
  • 기사등록 2021-06-12 22:46:46
  • 수정 2021-06-13 06: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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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사진=Doctor Luck Twitter]


[중국의 호구 자청한 필리핀 두테르테]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이 좌불안석이다.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호기롭게 내걸었던 ‘반미친중(反美親中) 외교가 완전히 벽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전통적인 친미국가였다. 1998년에 방문군 협정(VFA)이라는 군사협정을 맺으면서 사실상 동맹관계를 맺어 왔으나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원래 필리핀은 철저한 반중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국과 맞서 왔다. 지난 2013년 6월에는 헤이그 유엔국제중재재판소로부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승소하며 중국의 패권야욕에 치명적 타격을 입힌 나라가 바로 필리핀이었다. 그만큼 중국과 각을 세워왔었다는 의미다.


필리핀의 그러한 용기로 주변국인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도 중국에 적극 대항하면서 중국이 탈취를 시도하는 크고 작은 섬들과 암초들을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엄청난 국제적인 판결을 받아낸지 불과 3년후 ’외교가의 괴짜‘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필리핀의 외교방향은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두테르테는 당선되자마자 “필리핀의 경제발전을 도와줄 나라는 중국이며, 6년의 임기 동안 서방국가들을 방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달라진 외교 카드를 전격 공개했다.


사실 외교에 있어서 그렇게 중요한 전략은 협상용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딜을 해 가야 하나 두테르테는 취임하자마자 필리핀의 외교 수를 만천하에 공개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취임 직후 곧바로 중국으로 날아가 “나는 중국인의 핏줄”이라면서 “중국-필리핀 관계가 경제 발전에 훈풍을 불어넣길 바란다”고 밝혔다.


두테르테는 또한 2012년부터 중-필리핀 관계를 악화시켜온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서도 “남중국해 분쟁에서의 승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출신지인 민다나오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투자 약속 등을 받아냈다.


동시에 중국 방문 도중에 미국과의 결별을 선언해 버렸다. 아주 즉흥적인 처사였다. 그는 필리핀 교민을 만나는 자리에서 “이제 미국에 결별을 고할 때다”라면서 “더 이상 미국의 간섭은 없다”라고 선포까지 해버렸다.


이러한 필리핀의 행보에 대해 미국이 ’우려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두테르테는 되려 “미국은 필리핀의 외교 행보에 간섭하지 말라”면서 “미국이 계속 필리핀 외교에 대해 문제 삼는다면 미국과의 방위협력도 폐기하겠다”고 윽박질렀다.


그러면서 필리핀은 중국에게 또 하나의 선심카드를 꺼내 들었다. 배타적 경제수역내 에너지 자원을 공유하겠다고 한 것이다. 사실상 중국에게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나선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모든 것을 다 바친 필리핀에게 중국은 과연 어떻게 대했을까? 일단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공개적으로 반미를 외치자 두테르테에 대한 중국의 대접은 거의 ’오바마급‘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과잉 대우를 하면서 두테르테의 환심을 샀다.


그렇다면 중국을 다녀온 이후 중국은 필리핀을 어떻게 대했을까?


한마디로 필리핀의 모든 것을 다 쥐었다고 생각한 중국은 오히려 필리핀을 막 대하기 시작했다. 필리핀이라는 나라를 우습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가만 있어도 저절로 와서 고개 숙이고 중국의 종이 되겠다고 딸랑거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필리핀을 중국은 함부로 다룰 수 있는 나라로 쉽게 본 것이다.


지난 2019년에는 팔라완 북서부 해역에서 중국 함정으로 추정되는 선박의 공격으로 필리핀 어부 수십 명이 목숨을 잃는 침공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만약 이런 일이 다른 나라에서 일어났다면 외교적인 분쟁은 물론이고 난리가 났을 터였다.


그러나 두테르테는 자국의 국민이 생명을 잃는 엄청난 일을 당했음에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의 자비를 얻어 내려면 그 정도 문제는 눈감아줘야 한다”면서 “우리보고 무기력하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비판하더라도 중국에 대해 외교적인 문제를 삼지 않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이 정도 필리핀의 두테르테가 중국을 향해 납작 엎드렸으면 중국은 고마워서라도 필리핀에 대해 뭔가 더 지원하고 더 호의를 베풀어야 마땅하겠지만 중국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부 수십명이 사망했을 때 필리핀과 가까운 친구인척 호들갑을 떨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태도는 다시 ’완강한 종주국‘의 모습으로 돌변했다.


민다나오에 대한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투자 약속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지금 이 시점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더불어 지난해 말까지 필리핀 국민 모두가 맞을 수 있는 분량의 중국산 백신을 지원해 주겠다는 약속마저 공수표를 냈다.


이와 관련해 그레그 롤링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동남아시아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필리핀에 약속한 사회 기반시설 건설 프로젝트 중 다리와 관개 사업 단 1건만 추진했다”면서 “이 마저도 사업이 완전히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CNBC에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군과 필리핀 민간인에 대한 공격도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에 과한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넓은 품’을 기대하면서 온갖 아부에 매달렸음에도 중국은 오히려 필리핀을 얕잡아 보면서 되려 갖은 수모를 다 주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과 대조되는 인도네시아의 대 중국 정책]


필리핀의 이러한 외교정책은 이웃나라 인도네시아와는 완전한 대조를 보여준다.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이 중국을 다루는 방법은 필리핀의 두테르테와는 완전히 달랐다.


지난 2019년, 중국군이 남중국해에서 가까운 나투라제도 수역을 침범하는 일이 발생하자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공군 전투기를 출격시키면서 즉각 대응하도록 했고, 심지어 직접 섬을 방문해 “해사분쟁과 영토문제에 관한 한 어떤 타협도 없을 것”이라면서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인도네시아가 그렇게 강경하게 대응한 것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중국의 영토 팽창 정책에 대해 극히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에는 중국을 비롯한 불법조업 선박이 인도네시아 영해를 침범하면 나포하는 등 무관용정책을 펼치기도 해 주목을 받은 적도 있다. 그만큼 중국의 인도네시아 소유의 섬과 암초 등에 대한 탈취 야욕을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어업권분쟁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중국에게 인도네시아 소유의 섬과 암초를 넘보려는 기회를 아예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강력하게 중국을 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인도네시아의 간을 보려다가 된통 당한 것이다. 그러자 중국은 곧바로 인도네시아의 환심을 사기 위한 외교정책을 펼쳤다. 더불어 필리핀에는 제공하지도 않았던 코로나 백신을 먼저 제공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미국과의 관계, 갈피 못잡고 있는 필리핀]


두테르테의 친 중국 외교는 이미 실패로 결론났고, 중국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받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취임초부터 온 국민들에게 선포했던 ‘친중반미’ 선언이라는 말 때문에 발목이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팡질팡 외교를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019년만 해도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중국이 필리핀이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티투섬에 대량의 선박들을 보내면서 침탈할 기미를 보이지 두테르테는 발끈하면서 “중국은 티투섬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했다. 중국을 향한 경고 메시지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정 그렇게 나온다면 필리핀이 다시 친미로 돌아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순전히 중간선거를 의식한 대 국민 쇼를 한 것이다. 왜냐하면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다시 친중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0년 2월에는 미국과 맺은 군사협정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일방이 종료 선언을 하게 되면 180일 이후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해 8월에는 미군과 합동해상훈련도 중지한다고 선포했다. 미국과의 관계 정리를 위한 수순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의 군사협정은 과연 종료되었을까? 아니다.


우선 미국과의 관계 정리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필리핀 안보에 대한 문제들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11월 일단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 근거협정의 종료 시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 2월말부터 필리핀이 실질 점유를 하고 있는 휫선리프 인근에 중국의 선박 220여척이 머물면서 또다시 침탈 야욕을 부리면서 상황은 또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군과는 아예 합동군사훈련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던 두테르테 대통령이 4월 전격 다시 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영토 침탈 야욕에 대한 필리핀내의 여론 악화를 의식한 것이다.


특히 미국과 필리핀 양국의 국방장관들은 전화 회담을 갖고 남중국해 문제를 논의하고 미국의 적극적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두테르테는 이제 중국과 담을 쌓고 다시 친미로 돌아서기로 한 것일까? 여기에 대한 답도 역시 ‘아니다’이다.


두테르테는 지난 5월 18일에는 중국과의 휫선리프 갈등과 관련해 내각에게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입밖으로 발설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특히 록신 외교부장관이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에 대해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지 말라는 의도였다.


그리고 두테르테는 지난 5월 20일 닛케이아시아가 주최한 ‘아시아 미래 컨퍼런스’에서 “필리핀은 중국과 미국의 패권 싸움에서 어느 한 쪽의 편도 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두테르테의 마음은 갈팡질팡인 것이다. 아마도 자신이 임기초에 내질렀던 ‘친중반미’ 선언이 계속해서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에 돌아서는 필리핀인들]


두테르테의 마음이 이렇게 흔들리는 사이 필리핀 국민들의 두테르테에 대한 애정도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이는 필리핀인들의 대 중국 호감도에서도 나타난다. 여론조사기관 소셜웨더스테이션스가 지난해 7월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필리핀인들은 중국보다 미국과 호주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신뢰한다는 비율은 60%였으며 호주는 49%였다 그러나 중국은 22%에 불과했다. 중국을 신뢰한다는 비율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임기초 34%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두테르테가 가장 우려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동안 두테르테의 강력한 후원자였으며 상원의원이기도 하고 프로복싱 8개 세계챔피언 벨트를 거머주며 필리핀 국민적 영웅이 된 파퀴아오(42)가 두테르테와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차기 대통령 출마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 민주필리핀당 대표도 맡고 있는 파퀴아오가 “중국에 대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태도가 실망스럽다”고 지적하면서 “주권국가로서의 입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에 더욱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이렇게 자신을 공격한 파퀴아오에 대해 두테르테는 지난 8일, "대외정책에 대해 지식이 결여돼 있다. 좀 더 공부하라"고 타이르듯 말했지만 국민 여론은 이미 파퀴아오에 기울고 있다.


그동안 집권 여당내에서 두테르테의 인기를 넘어설 수 있는 대선 후보가 나오지 않던 참에 파퀴아오가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하면서 내년 필리핀 대선 정국은 이제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 두테르테는 필리핀 대통령 임기가 6년 단임제라서 내년 5월 치러지는 선거에 대통령이 아닌 부통령으로 출마하고 대신 대통령으로 그의 측근인 장녀 사라나 심복 ‘크리스토퍼 봉 고’ 상원의원을 대통령으로 내세워 실권은 자신이 계속 가져가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러한 계획이 완전히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현재 국민 여론은 파퀴아오 편이다.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테르테는 파퀴아오를 집권당에서 축출하기 위한 공작을 벌이고 있는데 이러한 두테르테의 정략이 과연 성공할지도 관심거리다.


이래저래 필리핀은 두테르테라는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과연 필리핀이라는 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그야말로 중국의 호구가 되어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수모만 당한 그 필리핀의 국민들이 두테르테를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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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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