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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호주가 중국과 ‘전쟁 불사’ 외치는 진짜 이유? - 中, 호주 땅을 명나라때 중국이 처음 발견했다고 주장 - 호주의 중국 영토화 노리는 中, 책략 알아챈 호주 분노 - '한국은 과거 중국의 영토' 주장 시진핑의 속뜻도 알아야
  • 기사등록 2021-06-06 21:11:57
  • 수정 2021-06-07 07: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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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 또다시 제기]


”호주의 스콧 모리슨 정부가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을 다시 내비치며 ‘일전 불사’를 다짐하고 있다“고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월 5일 보도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CMP는 “지난 4월 25일 호주 전몰자 추모일에도 마이크 페줄로 내무장관이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을 말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총리까지 작접 나서 대만과 본토간의 갈등이 호주에게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중국과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신문은 특히 “호주내의 반중정서가 심각하다”면서 “야당인 노동당에서마저 호주로 이민을 왔던 일부 중국계가 반 호주적 행태를 보인다며 이들을 중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SCMP는 “이러한 호주의 주장에 대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호주가 전쟁에 대해 병적인 집착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호주인들은 지난 1년여간 중국이 호주에게 취한 무역보복이나 대만에 대한 전쟁론, 그리고 홍콩 및 남중국해에서의 군사기지 건설 등이 호주인들의 중국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공산당은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라는 기본적인 가치를 취하지 않는 나라라고 광범위하게 인식되면서 호주인들의 대 중국 인식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도 했다.



[호주인들의 대 중국 분노, 근거가 있었다]


지난 4일 출간된 ‘중국의 조용한 침공’이라는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의 책은 호주인들이 왜 중국에 대해 분노하고 중국과의 전쟁 불사를 말하는지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 책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은 오래전부터 호주를 파이브아이스 국가, 곧 미국과의 핵심동맹 5개 나라 중 가장 약한 고리로 생각하면서 호주를 사실상 친(親) 중국 국가로의 체제 변화를 꾀했고 궁극적으로 호주를 중국의 제2영토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공작을 펼쳐왔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호주가 발칵 뒤집혔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중국이 호주를 삼키기 위해 어떤 공작을 펼쳐왔는지 적나라하게 소개한다. 그리고 언제부터 중국이 그러한 몽상을 했고, 실제로 중국인들이 위장해 호주로 입국해 시민권을 얻고 그들이 호주 사회를 어떻게 잠식해 갔는지, 그 전략들이 세세하게 소개된다.


한마디로 중국의 ‘호주 삼키기 전략’은 이것이 단순하게 호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이웃인 한국에서도 그러한 중국의 전략이 어떻게 수행되고 있는지도 짐작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책을 읽다보면 ‘지금 같은 21세기에 이런 일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그동안 호주에서 해 왔던 일들을 복기해 보면 중국의 ‘호주 삼키기 전략’이 그저 쉽게 넘길 일이 아님을 알게 만든다.


중국의 전략은 호흡이 길다. 오랜 시간에 걸쳐 공작을 그야말로 치밀하고, 그리고 꾸준하게 진행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소름끼치는 것은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할 때 “중국은 대략 2000년 전에 중국인들이 남중국해 전역을 발견해 이름을 붙이고 탐사하고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같은 주장을 근거로 1947년 손으로 아홉 개의 선을 U자형으로 배치한 구단선을 그어 이를 중국의 영토라고 우기면서 우격다짐으로 다른 나라의 섬과 암초들을 탈취해 갔다. 이는 분명히 국제법상으로도 그렇고 역사적으로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판결이나 판단을 완전히 무시한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남중국해에서 고기를 잡았다는 중국의 주장은 타당하지만 그것이 남중국해 도서를 통치할 권리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헤이그 중재재판소의 판결도 무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호주의 대표적인 중국학자인 존 피츠제럴드(John Fitzgerald) 교수는 중국의 생각을 이렇게 정리한다.


“분쟁지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때 베이징은 수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역사적인 근거를 만들어 육상과 해상 영토에 소유권을 세운다. 그 지역을 자기 소유로 강제 ‘회복’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한 나라가 자기 영토를 되찾는 것을 침략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중국의 지도층은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는다고 주장함으로써 다른 나라를 침략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고 본다.”


바로 이러한 전략을 중국은 호주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 과정을 살펴보면 여러분도 아마 소름끼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최근 밝혀진 바에 의하면, 중국은 2004년 8월 중순, 전 세계 특사들을 베이징으로 소집해 비밀회의를 열고 호주를 공략할 방법을 논의했다. 당시 공산당 총서기인 후진타오가 “앞으로 호주를 중국의 ‘전체적 주변’에 포함하기로 당 최고 권력기관인 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되었다”고 전달했다.


여기서 ‘중국의 전체적 주변(Overall Periphery)’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아주 의미가 깊은 중국의 전략이다. 그동안 중국은 육상 국경을 맞댄 나라들을 중립화하려고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중국이 접경국을 통제하는데 관심을 두는 것은 사방이 적에게 둘려 쌓여 있어 역사적으로 중국이 약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호주는 바다 건너 떨어진 나라다. 그런데도 중국은 호주를 ‘전체적 주변국’으로 삼으려 한 것이다. 이는 중국이 생각하는 중국 영토는 국경 남쪽으로 멀리 확장해 남중국해 거의 전 영역까지 포함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최남단 국경을 보르네오 섬 북서해안 근처까지 넓혔다.


그리고 지난 2005년 외교부 부부장 저우원중(周文重)이 캔버라로 가 호주에 주재하는 고위 중국인들에게 이런 책략을 제시한다.


“호주를 중국의 전체적 주변으로 포함시켰는데 이는 앞으로 20년 동안 중국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호주를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는 공급기지로 만들기 위함”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호주의 동맹 관계를 약화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 호주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똘똘 뭉쳐 호주 사회에 깊숙이 파고들어 경제-정치-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호주사회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그리하여 일차적으로 호주를 친(親) 중국 국가로 변신시켜 ‘제2의 프랑스’, 곧 ‘미국에 대해 언제든지 노(NO)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호주를 친중국 국가로 만드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03년 당시 국가주석이던 후진타오는 호주를 방문해 호주의회에서 이런 연설을 했다.


“중국인은 호주 국민에 대해 지금까지 줄곧 우호적인 감정을 소중하게 간직해 왔습니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 1420년대에 중국 명나라 원정함대가 호주 해안에 도착했습니다. 중국인들은 수 세기동안 망망대해를 가로질러 항해를 하고 당시 남방 땅이라고 부르던 곳, 즉 지금 호주에 정착했습니다. 이 땅에 중국 문화를 도입하고 현지인들과 조화롭게 살며, 자랑스럽게도 호주의 경제, 사회, 다원주의 문화가 성대하게 발전하도록 이바지했습니다.”


후진타오의 이러한 발언은 영국인 캐빈 멘지스가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는 중국 정크선의 역사 기록책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책은 출간되기 전부터 역사적으로 허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캐빈 멘지스가 제시한 지도들은 가짜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다시말해 중국 명나라의 함대가 호주 근처 어딘가에 도착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후진타오 당시 중국 주석은 중국인이 호주 해안에 도착해 그 땅에 이름을 붙이고 지도도 그리며 정착했다고 말한 것이다. 사실 후진타오의 그러한 발언은 호주의 역사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고, 호주의 역사를 수정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또한 호주의 역사가 중국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주장함으로써 결국 호주가 과거 중국의 영토라는 점을 주장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러한 연설을 들은 호주의 의회 의원들은 후진타오의 발언이 그저 중국과 호주 사이의 친근함을 조성하려는 발언정도로 치부하면서 문제를 삼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의 깊은 의도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후진타오의 발언이 있은 후 2년 뒤에도 푸잉 중국 대사가 호주 내셔널클럽에서 “호주는 지금까지 늘 중국의 세계 항해 지도상에 있었다”고 발언했다.


그리고 같은 해, 중앙대외선전판공실 홈페이지에도 정허 제독 함대가 제임스 쿡 선장이나 아벌 타스만보다 수백년 앞서 호주 북서부에 도착했다고 썼다.


또 2016년에는 당시 중국 외교부장이었던 리자오싱이 호주국립대학교 ANU에서 “13~14세기 원나라 시대의 탐험가가 호주를 발견했다”고 다시 주장했다. 그때도 리자오싱의 거짓된 역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중국은 왜 이렇게 끊임없이 호주를 자신들이 발견한 영토라고 말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남중국해를 그렇게 장악했던 중국이 그 범위를 호주까지 넓혀 가겠다는 야욕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조용한 침공’이라는 책을 쓴 ‘클라이브 해밀턴’은 이러한 내용들을 나중에 호주로 정치적 망명을 한 시드니 주재 중국 영사관의 정무 담당 1등 서기관으로부터 입수를 했고, 추가적인 취재를 통해 이 책을 완성했다고 적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의 장기적인 목표가 지금도 호주 사회 전반에서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말이다. 중국의 엄청난 자금 투입을 통해 호주 정치인들을 매수하고 그들이 친 중국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수 있도록 하며, 심지어 호주 선거에도 깊이 개입하고 더불어 호주 언론들까지 광고 집행 등을 통해 장악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의 호주 영주권 취득을 쉽게 만들어 호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도 세세하게 폭로한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샌가 호주가 주권을 중국에 빼앗기고 있음에도 호주인들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일대일로 등의 정책을 통해 한쪽으로는 문화 산업화를 통한 ‘소프트파워’라는 당근을 휘두르고, 한쪽으로는 경제적인 압박이라는 채찍을 휘두른다. 그래서 결국 다른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게 만든다.


유럽의 그리스 역시 파산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중국의 손을 잡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경제적 지원을 받고 주권을 조금씩 내주고 있다. 중국은 경제적 원조를 통해 그 나라의 중요한 거점 시설, 항구나 공항을 손에 넣으려 한다. 이것들은 언제든지 그 나라의 숨통을 죌 수 있는 장치가 된다. 호주에도 중국의 그러한 전략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호주가 눈을 뜨고 있다. 중국이 진짜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중국이 궁극적으로 호주를 어떻게 요리하려 하는지 이제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본질을 호주가 알았기에 전쟁도 불사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호주가 대만을 향한 중국의 위협이 곧 호주를 향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호주는 대만이 위험해지면 곧바로 일본 역시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모두를 중국이 장악하는 꿈을 중국 지도부는 끔꾸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중국몽을 호주는 이제야 알아챘다는 것이다.


[‘한국이 과거 중국의 일부?’ 시진핑 발언의 속뜻은?]


그러한 중국이 한국에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중국의 조용한 침공’의 저자인 해밀턴은 시진핑 주석이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했던 말, ”한국은 과거 중국의 일부였다“는 말을 상기시켰다.


중국 공산당은 태연하게 다른 나라의 역사를 본인들 것으로 만들어 선전한다. 그래서 한국과도 동북공정, 김치와 한복 등 역사와 문화에 관한 여러 이슈들로 논란이 많다고 봤다.


그런데 해밀턴은 중국의 전략을 읽지 못하고 그저 혐오하고 분노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한다. 중국의 책략에 방심해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이다.


해밀턴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중국의 진정한 본질과 야망을 깨달아야 민주주의와 주권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해밀턴은 ”중국이 호주를 향한 전략을 장기적으로 펼치듯 한국을 향해서도 그러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잊지말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중국을 찬양하고 중국을 옹호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이 바로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조용한 침공’이라는 해밀턴의 책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엄청난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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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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