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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네타냐후 사임, “더 강한 이스라엘이 온다!” - 네타냐후 연정붕괴로 실각, 베네트 무지개 연정 꾸려 - 새 총리 베네트, 강경한 우파로 팔레스타인과 충돌 불가피 - 팔레스타인 도발시 중동은 다시 전쟁의 화마에 휩쓸릴 것
  • 기사등록 2021-06-04 21:31:52
  • 수정 2021-06-05 08: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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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리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시대]


총 15년 2개월의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이며 우파의 상징적 인물인 베냐민 네타냐후가 마침내 권좌에서 물러난다.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기치로 내건 '반 네타냐후 블록' 8개 정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최종 합의하면서 의회 과반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으로 떠오른 반 네타냐후 블록' 8개 정당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최초로 우파, 좌파, 중도, 아랍계 정당이 손을 잡은 ‘무지개 연정’ 성격을 띠고 있다.


이번 연정에는 지난 3월 총선에서 원내 제2당이 된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17석), 중도 성향의 청백당(8석), 중도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이 참여했다.


여기에 추가로 우파 성향의 '뉴 호프'(6석),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6석), 극우 성향의 야미나(7석), 아랍계 정당 라암(4석)도 합류해 총 62석이 됨으로써 크네세트(의회) 의석수 120석의 절반이 넘으면서 집권세력이 된 것이다.


연정을 주도하는 원내 제2당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트위터에 "차기 정부는 이스라엘 시민을 위해 일할 것이다. 우리에게 표를 줬는지 여부는 상관이 없다"며 "반대편에 선 사람들을 존중하는 한편 이스라엘 사회의 모든 부분을 통합하고 연결할 것"이라고 썼다.


앞으로 1주일 이내에 의회 신임 투표 절차를 거치게 되면 이들 정당이 참여하는 '무지개' 연정은 집권세력으로 공식화한다.


이들 세력은 사전 합의에 따라 차기 정부 4년 임기를 2년씩 나눠 전반부는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49)대표가 총리를 맡고 외무장관직은 라피드 대표가 맡는다. 그리고 집권 후반기 2년은 두 사람이 역할을 바꿔 직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방장관은 네타냐후 주도의 연정에서 그동안 국방부를 맡아온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가 계속 맡기로 합의했다.


[미래가 험난한 네타냐후]


이번에 총리직을 내놓게 되는 네타냐후는 1996년 만 46세의 나이로 최연소 총리, 이스라엘 건국 이후 자국에서 출생한 첫 총리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더불어 최장기 집권 총리라는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도 원내 제1당 리쿠드당(30석)을 중심으로 우파 연정을 꾸리려 했으나 실패해 앞으로 야당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런데 네타냐후의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이미 수뢰, 배임, 사기 등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 보호막 없이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는 현재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등으로부터 몇 년간 고급 샴페인과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새롭게 출범하는 무지개 연정, 앞날은 과연 순탄할까?]


네타냐후의 퇴진으로 새롭게 무지개 연정이 출범하지만 이 역시 과연 제대로 순항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된다.


이스라엘은 지난 2년간 무려 4차례나 총선을 치를 만큼 혼란한 정치 상황을 겪어왔다. 2019년 4월과 9월 총선 후에는 정당 간 이견으로 연립정부 구성이 무산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총선 후에는 네타냐후의 리쿠드당과 간츠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는 청백당이 코로나19 정국 타개를 명분으로 연정을 구성했지만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결국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갈등을 넘지 못하고 연정은 출범 7개월 만에 파국을 맞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반 네타냐후 블록의 '무지개 연정'이 출범하지만 이스라엘 정국은 또 언제든지 파행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지개 연정의 스펙트럼 자체가 워낙 폭 넓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팔레스타인 문제일 것이다. 네타냐후 축출이라는 목표 하나만으로 제휴한 까닭에 연대가 견고하지 않을 것이고, 특히 무지개 연정 내에 극우파와 아랍계가 동거하고 있어서 언제든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에 실각한 네타냐후의 반격도 관심거리다. 갖은 비판과 논란 속에 불사조처럼 12년간 권좌를 지켜온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기반, 개인적 집념과 끈기를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생명을 건 3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이 과반의석인 61석을 얻지 못하도록 누구라도 이탈자를 끌어내려고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일간지 가디언은 내다봤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파 정당들에 참여 거부를 촉구하며 좌파정부가 출범하면 이스라엘의 안보와 미래가 위협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 총리가 되는 베네트,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의 새로운 총리가 되는 극우 정당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는 어떤 인물일까?


그는 애초에 네타냐후의 수석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지금은 불과 7석의 의석을 가진 소수당의 대표이기도 하다. 이번 연정 구성에서도 베네트가 네타냐후와의 연정에 참여했으면 네타냐후는 총리로서 집권을 계속 할 수 있었으나 베네트는 오히려 반 네타냐후 진영에 서면서 스스로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그는 1967년 3차 중동전쟁 직후 이스라엘로 이주한 미국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최정예 특수부대인 '사이렛매트칼' 지휘관으로 복무하며 다수의 작전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전역 후엔 미국으로 건너가 소프트웨어 회사 사이오타(Cyota)를 설립했고, 나중에 이스라엘로 돌아와 2006년부터 2년간 당시 야당 대표였던 네타냐후의 수석보좌관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베네트는 한마디로 강경 우파다. 그동안에도 시오니즘(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민족주의 운동)과 유대인 정착촌 운동 지도자로 자리매김을 했고, 정통파 유대교도 정당인 '주이시 홈'(The Jewish Home)에 들어가 당권을 잡은 인물이기도 하다.


크네세트(의회) 의원이 되기 위해 미국 국적을 포기한 그는 네타냐후가 주도한 우파 정부에서 경제, 종교, 디아스포라(재외동포) 담당 장관과 교육부 장관, 예루살렘 담당 장관도 지낸 바 있다.


지난 2018년에는 국방부장관 자리를 원했으나 네타냐후가 허락하지 않으면서 둘 사이는 서먹해졌고, 이때부터 네타냐후와 갈라서기로 마음 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나중에 네타냐후가 2019년부터 2년간 베네트를 국방장관으로 기용하기는 했지만 네타냐후에 대한 섭섭함은 가시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스스로 우파연합을 결성하면서 의회선거에서 7석을 확보하게 됐다.


베네트는 네타냐후보다 자신이 더 강력한 우파 정치인이지만 증오와 갈등을 정치 수단으로 활용하지는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자신은 결코 극우 정치인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 3월 총선 이후에도 베네트는 친 네타냐후도 반 네타냐후도 아닌 '제3지대'에 머물면서 '킹 메이커' 역할을 자처했고, 결국 반 네타냐후 진영과 권력분점을 통해 자신의 멘토였던 네타냐후를 밀어내고 차기 총리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렇게 불과 7석의 소수정당이면서도 그가 차기 정권의 총리직을 맡게 된 것도 어찌보면 그의 뛰어난 정치력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베네트는 연정 타결 마지막까지 킹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다가 반 네타냐후 연합만으론 연정 구성이 되지 않자 베네트는 그때야 연정 구성의 마지막 카드를 내놓았다. 베네트 덕분에 연정의 퍼즐을 완성할 수 있었던 반 네타냐후 연합은 그에게 첫 총리직을 내놓게 된다. 이것이 2일의 연정 수립 시한 1시간여를 코 앞두고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베네트 내각의 미래일 것이다. 일단 베네트는 이스라엘 민족주의자로, 팔레스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강경파다.


[베네트 내각, 미국과의 충돌 불가피]


그래서 당장 연정내 아랍계파와의 충돌도 예상되지만 미국의 바이든 정권과의 마찰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베네트는 지난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 ‘드디어 팔레스타인 국가의 시대는 끝났다’며 두 손을 치켜들고 환호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의 유대계 맏사위 제러드 쿠시너와 함께 반 팔레스타인 노선을 확실히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 바이든의 시대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의 평화를 말하면서 팔레스타인과도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충돌할 수밖에 없다.


베네트가 네타냐후와 손을 잡았던 시기에 그렇게도 국방장관을 원했던 것은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에서 무력행사를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였다고 알려진다. 그의 평소 소신이 국제사회의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폭격해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번 펼쳤었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그의 가족이 67년 3차 중동전쟁 직후, “이스라엘을 지켜야 한다”는 믿음으로 미국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한 정통 유대계이기 때문이다.


[골치 아픈 팔레스타인 문제, 베네트 내각의 선택은?]


앞으로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과도 충돌이 예상되는 쟁점이 바로 팔레스타인 문제인데, 이는 이스라엘 내에서도 아주 민감한 이슈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까지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전쟁도 치른 후라 하마스의 추가 도발이나 이들에 대한 처리 문제는 자칫 연정의 기반을 허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베네트가 과거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이스라엘 영토로 합병하고 정부가 팔레스타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강경 기조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이러한 기조를 자신이 총리직을 수행하면서도 밀어붙일지가 최대 관건 중 하나다.


그래서 중동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은 베네트가 과거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은 총살해야 한다”거나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가 되면 이스라엘은 국가적 자살을 하게 된다”는 자극적인 발언을 해왔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팔레스타인과 이슬람 세계를 자극하는 정책을 가동할 가능성을 극히 우려하고 있다.


만약 평소의 베네트 소신대로 정국을 이끌어 간다면 지난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폭격하면서 고조된 이슬람 세계와의 갈등이 더 첨예화될 수 있을 것이다.


베네트가 국방장관 시절이었던 지난 해에도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서안지구를 이스라엘에 병합하고 이곳에 이스라엘 건물을 짓는 일을 주도해 반발을 불렀었다. 당시 그는 “1초도 멈출 수 없는 일”이라면서 아주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로이터통신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베네트가 총리에 취임하는 것만으로도 평화에 타격을 가하는 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러나 무지개 연정의 특성상 베네트의 소신대로 국정을 밀어 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BBC도 “연정에 참여한 정당들을 묶은 동력은 네타냐후를 권력에서 제거하겠다는 욕구 하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베네트가 대외 관계에 영향을 끼칠 민감한 정책을 당분간 내놓지 않는 전략을 가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간 가디언은 “새 정부가 와해를 막기 위해 팔레스타인 문제와 같은 어려운 이슈보다는 경제와 방역 같은 보편적인 문제 해결을 내세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이란과 팔레스타인 문제, (가자지구 내전 관련) 국제형사재판소의 전쟁범죄 조사,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와 외교·안보 등 산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만약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등이 지난 달과 같은 무력도발을 해 온다면 그때는 아마도 네타냐후보다 더 강경하게 대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런 측면에서 중동의 평화는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이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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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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