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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기로에 선 김정은, “美 손 잡을까?, 南 도발할까?” - 김정은이 대화의 장 나오기 기대하는 한국, 가능성은 희박 - 미국,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 낮게 봐 - 북한, 도발카드 만지막 거리는 듯
  • 기사등록 2021-05-28 15:26:05
  • 수정 2021-05-29 0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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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간 대화, 김정은은 어떤 선택을 할까?]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의 핵심 메시지 중의 하나는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25일에도 한국과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 준비가 됐음을 시사하면서 연일 북한의 대화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문 대통령 방미 성과 관련 3개 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전반적으로 북한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북측도 조만간 긍정적으로 호응해 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미국에서 성 김 대북 특별대표를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평가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23일(현지시간) ABC '디스위크'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교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공은 그들에게 넘어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이 유엔에 의해 명확히 금지된 활동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이를 외교적으로 추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대북접근법에 대해서도 “한번에 해결되는 일괄타결(grand bargain)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신 “명확하게 ‘세심하게 조율된’ 외교와 북한으로부터의 분명한 조치, 그리고 그런 방법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핵 보유국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면서도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이건 어려운 문제”라고 답변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박지원 국정원장]


이렇게 미북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이 돌연 미국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그것도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의 미국 방문인데다가 그것도 워싱턴이 아닌 북한의 유엔 대표부가 있는 뉴욕을 먼저 들른 후 워싱턴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주목을 받은 것이다.


박지원 원장의 뉴욕행에 대해 북한측과의 접촉설도 나온다. 그런 이유 말고는 뉴욕을 먼저 들를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긍정적인 대화 기류가 조성되었고, 우리 정부가 이를 통해 미북 관계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28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미국 방문과 대북접촉은 무관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지난 22일 열린 한미정상회담 뒤 북한에 그 결과를 설명했는지에 대해선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별도 채널을 갖고 있지 않다"며 "언론 등을 통해 대외적 메시지 발신하고 있다"고 답했다.


북한 친화적인 이인영 장관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박지원 원장의 뉴욕행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도 26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박 원장이 굳이 뉴욕에서 북한 당국자들을 만날 필요가 없다”며 “국정원은 북한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외교통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 관리들이 주로 사용하는 뉴욕채널을 이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김정은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기대하는 한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정상회담 이후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정부는 김정은이 미국과의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이라는 강한 희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자신감까지 엿보인다.


우선 통일부는 28일 이번 한미정상회담으로 남북 대화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며 남북 간 연락채널 복원과 대화 재개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남북 간 연락채널 복원과 대화 재개를 향후 우선 과제로 꼽으면서 "언제든, 형식에 구애됨 없이, 어떤 의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당국 간 대화 가능성에 대비할 것"이라고 했다.


문대통령의 초청에 의해 청와대를 방문해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들었던 5당대표들 역시 “대통령이 미북 및 남북 대화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듯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 낮게 보는 미국]


한국측의 이러한 긍정적 분위기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미정상회담과 같은 양국의 노력에도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er)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은 24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이나 양국 대통령의 발언 중에 대화 시작 전 먼저 혜택(benefit)을 준다던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 양보(concession)를 제공한다던가 하는 등의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만한 내용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클링너 연구원은 오히려 북한이 조만간 관영매체를 통해 한미 양국이 자신들에 대한 적대정책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내놓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또 “바이든 정부가 비공식 소통창구인 일명 ‘뉴욕채널’을 통해 계속해서 북측에 대화 제의를 할 것이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미국이 제재완화와 같이 솔깃한 제안을 하지 않는 이상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오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해리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국 담당 국장 역시 24일 RFA에 대화하길 원한다는 한미 양국 정상의 메시지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이 자신들의 입지가 강할 때 행동에 나서길 원한다”며, “현재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북한이 향후 몇 달 동안 침묵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의 김성한 고려대 교수도 2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 분석 및 전망 토론회에서 “한국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화와 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 모색,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미국 측의 지지를 얻어낸 것 등을 큰 성과로 간주하고 있겠지만 김정은 입장에서는 미국, 한국과의 대화 재개를 고려할 만큼의 결과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진척이 있을 때까지는 대화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고, 비핵화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론에서도 구체적인 합의가 없었다”면서 그렇게 전망한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북한이 미국에 적대시정책 철회, 특히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그 근간이 되는 한미동맹을 오히려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도 북한이 우려할 부분”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이어 “북한이 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경우 협상에 과감히 나오는 것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쪽을 선택해온 경향이 있다”며 “이번에도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같은 토론회에서 “현재로선 북한이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선언한 전술핵무기 개발의 연장선상에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군사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 “북한이 ‘버티기’, ‘정면돌파전’ 등의 구호를 꾸준히 내세워 왔다”면서 “지난 30년 동안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을 통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양보를 받아온 경험을 재연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 김 인도네시아주재 미국대사를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문 대통령은 성 김 대사의 대북정책특별대표 임명에 대해 “한국에 주는 선물”이라면서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긍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김성한 교수는 성 김 대사의 임명 자체가 오히려 “먼저 실무회담을 통해 의제를 조율한 뒤 정상회담을 고려하겠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북한이 대화에 나오는 것을 더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또한 성 김 대사가 대북정책특별대표만 맡는 것이 아니라 당분간 인도네시아 대사를 겸직한다는 것도 문제다. 이는 미국에게 있어서 북한 문제가 그렇게 최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점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국과 한국의 여러 전문가들은 북한의 김정은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분석관을 역임한 수 김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25일(현지시간) RFA에 ”한국 정부와 여당이 (북한과의 대화분위기 조성을 위해) 판문점 선언의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서 처리한다면 이것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의 미묘함과 의도를 심각하게 잘못 읽은 것“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 조정관도 25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대화를 촉진한다는 이유로 공동성명에 삽입된) 판문점 선언이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들어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판문점 선언 이행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측의 강렬한 희망과는 달리 북한 김정은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만약 김정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는 것은 또다시 미국과 한국을 속이면서 일단 지금 북한이 처해 있는 위기를 넘겨 보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김정은의 농간에 미국은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북문제를 전담하는 이들이 베테랑들이기도 하고, 먼저 실무진에서 철저하게 점검한 다음 정상간 만남으로 흘러갈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도발카드 만지막 거리는 북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는데 진짜로 지금 북한 동향이 심상치가 않다.


최근 들어 미군의 정찰기가 연속해서 북한 상공을 정찰하는 것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과 26일에는 미 공군이 운용하는 각기 다른 E-3B 조기경보통제기(AWACS)가 식별되었고, 27일에는 미 공군의 정찰기 RC-135W Rivet Joint가 한반도 상공을 정찰했다.


이러한 정찰이 주목되는 것은 지난 9~10일 원산 소재 김정은 특각(별장) 일대를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 분석 결과, 인근 해안에서 김정은의 호화 요트가 포착됐는데, 이는 김정은이 원산으로 갔거나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추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시드니 사일러 미 국가정보국장실 (O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향후 북한은 대남 지배력 과시를 위해 점차 더 강압적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최근 강조하는 ‘정면 돌파전’ 개념은 앞으로 수 주 또는 몇 달 뒤 어떤 행동을 취할지 가늠할 수 있는 핵심 단어”라며 “이는 과거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도발 때처럼 언제든지 남쪽에 대한 도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나 마찬가지”라고 본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어떠한 유인책도 제시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김정은 역시 대화의 장으로 나올 가능성은 역시 희박해 보인다. 작정하고 속이려들지 않는 한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에 북한과의 평화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미북정상회담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는 의미다. 국제 컨설팅 업체 '피치 솔루션스'의 국가 위험 및 산업 연구소도 그렇게 전망했다.


이러한 현실을 생각하면서 김정은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너무 기대해서도 안되고 또 되지도 않을 것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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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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