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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무너지는 독일집권당, 40대 총리 나오나? - 독일 정치 뒤흔든 3대 키워드, "혁신-분열-부패" - 좌파 터줏대감의 몰락, 혁신 게을리 한 탓 - 집권 여당의 추락, 부패와 분열로 총리 내놓을 수도
  • 기사등록 2021-05-06 20:48:26
  • 수정 2021-05-07 07: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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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5개월 앞 여론조사 3등 추락한 독일사민당]


독일의 정치가 요동치고 있다. 특히 오는 9월 26일의 총선을 5개월 여 앞둔 최근 여론조사에서 독일 좌파 진영의 터주대감인 사민당(사회민주당)이 3위로 추락하는 홍역을 겪으면서 정치 판도가 완전히 개벽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9월 총선은 16년간 장기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물러나고 후임 총리를 선출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20일의 여론조사에서 녹색당이 28%로 1위로 부상한 반면 152년의 역사를 가진 사민당(사회민주당, SPD)은 지난 2017년 9월 총선 당시 20.5%에서 13%로 추락하면서 좌파진영의 주도권마저 녹색당에 완전히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더더욱 지난 총선에서 32.9%로 1위를 달렸던 집권 여당인 기민(기독민주당, CDU)·기사당(기독사회당, CSU) 연합이 이번 여론조사에서 21%로 추락하면서 녹색당보다 뒤떨어지는 결과가 나오자 독일이 완전한 정치 리셋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도 나온다.


집권여당의 추락도 충격적이지만 좌파의 대명사인 사민당의 몰락은 독일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버림받았다는 해석도 나오면서 그야말로 전통의 사민당이 이렇게 몰락하는 것인가 하는 두려움까지 갖게 만든다.


사실 이미 지난해부터 실시했던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민당은 줄곧 10%대의 3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독일 국민들이 사민당을 더 이상 수권정당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좌파의 중심축이 사민당에서 녹색당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여론조사가 주요 정당의 총리 후보가 확정된 상황에서 여론조사 기관 포르자(forsa)가 ‘이번 일요일이 총선이라면 누구한테 투표하겠느냐’고 물은 결과라는 점에서 독일 정계는 이 여론조사를 그야말로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서 되짚어봐야 할 것은 전통의 좌파 대부 사민당은 왜 몰락했는가 하는 문제와 집권 여당 연정은 왜 2위로 추락했는가 하는 점이다.


[좌파 터줏대감 사민당은 왜 몰락했을까?]


1869년에 창당한 독일사민당(사회민주당)은 성장보다 분배를 우선하는 유럽식 중도좌파를 대표정당으로 유럽 전역에 사회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원천이 되었다.


빌리 브란트, 헬무트 슈미트, 게르하르트 슈뢰더 등 세 총리를 배출하며 20년간 집권했던 사민당은 중도우파인 기민·기사당 연합과 정권을 주고받아 왔다. 그래서 사민당과 기민·기사당 연합의 확고한 양당체제를 유지해 왔고, 정권을 잃은 기간에도 굳건한 제1 야당으로 자리매김을 해 왔다.


메르켈 총리에게 정권을 내준 2005년까지 13번 총선을 치르는 동안 사민당은 1987년의 총선에서 193석을 얻은 것 말고 200석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로 탄탄했었지만 2009년 총선에서 146석으로 참패를 하더니 그 이후로 계속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지난 2017년의 총선에서도 사민당은 20.5%의 득표율로 집권정당인 기민·기사당에 이어 2위를 하면서 153석을 얻었는데, 이는 과거 슈뢰더 전 총리가 정권을 가져온 1998년 총선과 비교하면 득표율이나 의석 모두 반토막으로 내려앉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사민당은 왜 이렇게 몰락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좌파정당이면서도 좌파의 본질인 혁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우파인 기민·기사당이 집권하면서 제1야당으로 있는 동안에도 집권정당으로 다시 발돋음 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 아예 의지가 없었다기 보다 현실에 안주하면서 스스로 혁신하려는 생각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 행태도 독일 국민들에게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 사민당은 기민·기사당이 주도하는 연정(聯政)에 참여하는 과정에서도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했다. 그러다보니 철학도 없는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신뢰까지 잃어버린 것이다.


여기에 사민당이 내놓는 정책들도 국민들의 관심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한마디로 시대정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사민당은 1980년대를 지배했던 노동자 권익 신장과 사회보장 제도 확립 아젠다에 아직도 매몰되어 있다.


유럽 사회에서 노조의 사회적 영향력도 이미 감소를 했고, 복지제도 또한 거의 완성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지금 시대의 핫이슈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올드함에도 불구하고 옛날 레코드만 계속 틀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됐고 한때 90만 명에 이르던 당원들도 최근에는 40만 명대로 절반 넘게 줄어들게 된 것이다.


다가오는 총선만 해도 그렇다. 사민당은 총리 후보로 63세의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을 내세웠다. 숄츠 장관이 완고한 꼰대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당내 역학 관계 때문에 그저 원만한 후보를 총리후보로 내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정당은 어떨까? 녹색당은 사민당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후보를 내세웠다. 41세의 여성인 안나레나 배어보크를 총리 후보로 내세운 것이다.


이렇게 녹색당이 지지도 1위로 부상되는 가장 큰 이유가 사민당이 내세운 정치 아젠다가 국민들로부터 배척을 받는 동안 그 빈자리를 녹색당이 꿰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좌파 진영의 중심축도 녹색당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렇게 독일 정치를 풍미했던 사민당은 이제 국민들의 눈밖으로 나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집권 여당 연정은 왜 2위로 추락했을까?]


지금 독일 정치에서 정말 특이한 현상 가운데 하나는 집권여당인 기민당·기사당 연정이 제3정당이었던 녹색당에게 1위 자리를 내 주는 수모를 당했다는 점이다.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하나는 집권 여당내 분열이고 두 번째는 부패 스캔들 때문이다.


우선 기민당·기사당 연정은 그동안 총리 후보 결정을 둘러싸고 내분이 있었다. 통상 기민당·기사당 우파연합은 다수파인 기민당에서 단일 후보를 내왔지만, 이번에는 연정에 참여한 기사당의 마르쿠스 죄더 당대표도 출마 의사를 밝히자 집권여당 내 2파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분열이 일어났고, 이 사태가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다 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소수파 수장인 기사당의 죄더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수파인 기민당의 아르민 라셰트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둘 사이에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지율 추락에 충격은 받은 우파 연합은 결국 모든 갈등을 접고 그동안의 관례대로 다수파인 기민당의 라셰트 당대표를 총리후보로 단일화하기로 지난 4월 20일 최종 결정했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집권 우파정당의 부패 문제다. 특히 올해 같은 슈퍼 선거의 해에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집권 여당에서 부패 스캔들이 터졌다는 것은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8일(현지시간) 독일 연방의회 기사당 원내부대표가 마스크 제조업체에 공공발주 물량을 중개해 66만 유로(약 8억9천만원)를 챙긴 혐의를 받은 데 이어 공동여당인 기민당 소속 연방의원이 중국산 마스크를 중개해주고 수수료로 25만 유로(약 3억4천만원)를 챙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형 부패스캔들로 확대된 것이다. 결국 기사당 원내부대표는 곧바로 기사당을 탈당했고, 기민당 연방의원은 연방의원직에서 물러났지만 집권여당에 주는 타격은 상당히 컸다.


미하엘 켈르너 녹색당 연방사무국장은 "기민·기사당 연합내 부패 내지 뇌물수수 스캔들은 셀프서비스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렇게 집권 여당세력의 분열과 부패가 당 지지율을 2위로 내려앉게 만든 것이다.


[포스트 메르켈은 누가 될까?]


지금 독일의 관심은 오는 9월, 16년만에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을 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쏠려 있다. 차기 독일 총리는 오는 9월 총선이 끝난 뒤 연방 하원의원들이 표결로 선출하게 된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오는 9월의 선거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3월의 주의회 선거 2곳에서 여당이 역대 최대의 패배를 했기 때문이다. 여당 내부에서는 한때 여당의 표밭이었던 이들 주에서의 참패를 재앙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이 보도했다. 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에 대해 독일 언론들은 기민·기사당 연정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만과 마스크 스캔들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녹색당의 부상이다.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치러진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회 선거에서는 녹색당이 32.6%를 득표해, 24.1%를 득표한 집권여당 소속의 기독민주당을 누르고 압승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한 지역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독일 전역에서 눈에 띄게 나타난다. 최근 조사에서는 아르민 라셰트 기민당 대표가 지지율이 녹색당 공동대표에 밀리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정당 지지율이 혼전세이고, 기민·기사당 연합과 녹색당이 서로 1위 다툼을 하고 있지만 오는 9월 총선에서 녹색당·사민당·좌파당이 합쳐 원내 과반수를 확보하고 좌파 연정(聯政)을 구성하게 된다면 녹색당의 총리 후보인 41세의 배어보크는 16년간 재임한 앙겔라 메르켈의 뒤를 이어 독일 총리로 취임할 수 있다.


녹색당이 총리 후보를 내는 건 창당 후 40년만에 처음이고, 당연히 녹색당 후보가 총리 당선에 가까이 가는 것 또한 처음이다. 독일 좌파 진영의 주도권을 쥔 정당이 사민당에서 녹색당으로 옮겨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독일을 뒤흔들 키워드, “혁신과 분열, 부패”]


현재 독일은 요동치고 있다. 이렇게 독일의 정치 판도를 출렁이게 만든 세가지 키워드는 바로 혁신과 분열, 부패라고 정리할 수 있다.


좌파의 터줏대감이었던 사민당의 몰락은 좌파의 기본 정신인 혁신을 등한시한 결과였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소수정당으로 몰락할 위기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집권정당인 기민·기사당 연정은 굳건하던 지지율을 과연 끝까지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불안감에 빠져 있다. 바로 분열과 부패 때문이다.


분열과 부패는 집권층의 나태함과 오만 때문에 일어난다. 메르켈이 물러나는 그 빈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분열이 일어났고 집권세력의 오만 때문에 부패 스캔들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젠 녹색당이라는 소수정당에게 총리 자리를 내어 줄 수도 있는 위기에 몰린 것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라 했다.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바로 그 군주민수를 지난 4월 7일의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목도한 바 있다.


독일도 지금 바로 군주민수의 대역사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독일의 지금을 보면서 군주민수의 세 가지 키워드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혁신과 분열, 부패. 그런데 지금 한국 정치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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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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