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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무역보복에도 호주가 코웃음 치는 이유? - 또 칼 빼든 호주, 中과 맺은 업무협약 전면 재검토 - 호주 무역보복한 중국, 오히려 중국만 엄청 손해 - 중국에 99년 장기임차해 준 다윈항 협약도 파기 예정
  • 기사등록 2021-05-04 13:22:43
  • 수정 2021-05-04 16: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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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칼 빼든 호주, 中과 맺은 업무협약 전면 재검토]


지난 4월 21일 반중(反中) 선봉에 선 호주가 중국몽의 세계화 도구로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 겸 21세기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에서 전격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빅토리아 주정부가 지난 2018년, 2019년 일대일로 참여를 위해 중국 정부와 체결한 업무협약(MOU) 등이 우리의 외교 정책과 맞지 않고 국익도 해친다”며 외국관계법(Foreign Relations bill)에 따라 4건의 MOU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난 4월 25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호주 정부가 중국 기업과의 수천 건에 달하는 업무협약을 외교적 사안으로 판단해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피터 더튼 호주 국방부 장관이 호주 라디오 방송의 인사이더즈(Insiders) 프로그램에서 밝혔다. 이는 호주 정부가 사실상 중국과의 외교적 단절에 가까운 국면으로 몰아치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튼 장관은 지난 2015년 중국의 랜드브리지 그룹(Landbridge Group∙嵐橋集團)이 북부 노던준주와 체결한 다윈항(Port Darwin)의 99년 장기 임차계약을 포함해 수천 건의 협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의 중요한 전략자원 항구이자 관문인 다윈항 장기 임차계획은 노던준주 정부가 5억600만 호주달러(약 4355억원)를 받고 운영 통제권 100%와 항만 소유권 80%를 넘겨주면서 99년간 임대해줬다.


지난 4월 21일의 일대일로 협약 파기 당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보복 위협을 가했지만 조시 프라이든버그 호주 재무장관은 “호주는 자신의 국익을 보호하는 데 있어 명확하고 일관되게 행동할 것”이라고 했고, 아예 한술 더 떠 추가로 중국과의 관계 정리를 위한 협약 재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더튼 국무부 장관도 “호주 정부는 베이징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보복 위협에도 꿈쩍도 안하는 호주]


사실 호주에게 있어서 중국이라는 나라가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은 상당히 크다. 전체 국가 교역의 4분의 1을 중국과 하는 나라가 바로 호주다. 중국 수출입 의존도가 일본·미국을 합친 것보다 많고,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 되기 이전인 2019년에 중국인 관광객 130만 명이 와서 15조원 정도를 쓰고 갔다. 그뿐 아니다. 전체 유학생의 30% 가까운 17만 명의 중국 청년이 대학 재정을 굳건히 떠받친다.


이렇게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크다 보니 중국은 호주를 우습게 본 듯 하다. 오죽했으면 중국 관영 언론인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이 “호주는 신발에 붙은 껌 같은 귀찮은 존재라서 가끔 돌에 문질러줘야 한다”면서 노골적으로 비하했겠는가?

이렇게 경제적으로 밀접한 두 나라가 갈등이 생기게 된 것은 호주 정부가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사업 참여를 금지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을 밝히는 국제조사가 중요하다고 말한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즉각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해 5월부터 호주산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중국산 맥주 원료로 많이 쓰이는 호주산 보리에도 최대 80.5% 관세를 부과하더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아예 수입을 금지해 버렸다. 호주산 와인에 대해선 반(反)덤핑 명목으로 수입을 제한했다.


이쯤되면 호주가 중국에게 손들 법도 한데 호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더 거세게 중국을 몰아붙였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우리 가치관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압박에 결코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호주는 스파이 활동 혐의로 중국인 학자들의 비자를 취소했고, 호주에 있는 중국 매체 기자들의 숙소를 비슷한 혐의로 수색했다. 중국 기업의 호주 회사 인수 계획을 국익에 반한다며 막아 세웠다.


그러자 중국이 또다시 호주를 겁박했다. 지난해 11월 17일 호주 캔버라 주재 중국대사관은 현지 언론 기자들을 불러 호주 측의 반중(反中) 사례 14가지를 적시한 문건을 전달하며 호주를 비판했다.


중국 측은 호주가 중국의 인권 문제나 홍콩, 대만,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문제 등은 중국 공산당이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핵심 이해관계라면서 호주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한 중국 외교관은 "중국은 화가 났다. 중국을 적으로 만들면 중국은 적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고 나인뉴스와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러한 중국의 위협에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그 부분(중국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우리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규정하는 근본가치에 관한 문제”라며 “중국은 그 부분을 양국 갈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호주가 호주다운 정책을 펼치는 것은 긴장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박했다.


사실 호주가 일대일로 사업에 대해 협약파기를 했다는 것은 중국의 자존심을 뒤흔든 것이고, 특히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완전히 깎아내린 도발성 공격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호주의 일대일로 사업 파기는 호주 한 나라만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주변의 다른 나라들에게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어 중국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중국의 CCTV를 비롯해 관영언론들은 마치 호주를 저주라도 하듯 비난성 기사들을 내보냈고 반 호주 선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가 꿈쩍도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버티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호주가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의 전방위적 무역보복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 중국 수출액이 전년도인 2019년에 비해 별 차이가 없다. 2019년의 대 중국 수출은 1484억 호주달러였는데 2020년에는 1452억 호주달러로 겨우 32억 달러만 줄어들었을 뿐이다. 그것도 코로나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호주가 선방한 셈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그렇게 강력한 무역보복을 했는데도 대 중국 수출액이 줄어들지 않은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바로 대중 수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철광석 때문이다. 호주산 고순도 철광석은 대체제가 거의 없어서 수입을 제한하면 오히려 중국 제철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철광석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유연탄 또한 중국 입장에서는 대체하기 힘든 품목이다.


사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도 최첨단 산업을 이끄는 핫 포인트이고, 더불어 중국 산업을 선도하는 핵심 지역인 광둥성 일대 광저우(廣州), 둥관(東莞), 선전(深), 중산(中山), 주하이(珠海) 등지에서 전력과 수도공급이 끊겨 엄청난 혼란이 일어났다. 이뿐 아니다. 창장(長江) 이남인 저장(浙江)성 이우(義烏) 시에서도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심각한 사태를 맞았고 장시(江西), 후난(湖南)성 등도 심각한 전력난을 겪었다. 전력 비상사태를 겪은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이유가 호주에 대한 무역보복을 한다면서 호주로부터 석탄 수입량을 대폭 줄였다. 중국산 석탄은 가격이 비싸고 질이 낮아 발전소들은 외국산에 의존한다. 2019년 한 해 중국은 석탄 총 2억 6500만t을 수입했다. 호주산 석탄은 한때 중국 전체 석탄 수입의 57%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비중을 차지했지만 호주와의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되면서 28% 수준까지 차츰 수입량을 줄여 왔다. 문제는 그렇게 호주산 석탄의 수입이 금지되자 당장 중국의 에너지 수급 자체가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반면 호주는 중국으로부터 수출을 금지당한 보리나 쇠고기, 면화 등을 한국, 멕시코, 일본, 베트남 등지로 판로를 다변화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수출 감소분을 메꿨다. 호주산 와인과 랍스터들도 타격을 입었지만 전체 수출에서 이들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정도다.


결국 중국이 호주에 무역보복을 했지만 그 피해를 호주가 입었다기 보다 중국이 더 손실을 봤고 그러면서도 중국은 ‘깡패국가’라는 오명만 뒤집어 쓴 셈이 됐다.


이와 관련해 프란세스 애덤슨 호주 외교통상부 차관은 지난 4월초 애들레이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호주 정부는 서로의 입장 차이를 토론하면서 상호 이익을 위해 대화하고 협력하기를 원하지만, 중국은 대화와 협력의 전제로 우리에게 핵심 국익을 양보하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덤슨 장관은 호주가 지켜야 할 핵심 국익으로 모든 국가가 동의하는 규칙의 준수, 학문과 언론의 자유 등을 들었다.


댄 테한 무역·관광·투자부 장관도 중국이 “신장 위구르 제재에 참여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지만 “나라의 주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대응했다. 중국에 물건 좀 더 팔겠다고 민주주의와 인권, 언론 자유 같은 보편 가치를 양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은 경제 보복으로 호주의 콧대를 꺾어보려 했지만 손해는 오히려 중국이 보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고, 괜히 호주를 건드렸다가 앞으로 더 많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난처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호주의 적극적 대 중국 반격 강화]


중국의 일대일로를 단절시킨 호주는 차제에 중국에 대한 반격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4월 27일에는 일본·호주·인도 경제 담당 장관이 화상회의를 열어 중국 견제를 위한 공급망 강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자동차, 의료기기 등의 지역 내 공급망을 강화하도록 '서플라이체인 강화 이니셔티브'라는 새로운 틀을 만들기로 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호주의 동맹국인 뉴질랜드도 대 중국 반격에 동참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5월 3일 "뉴질랜드와 중국의 차이가 서로 조화하기 더 어려운 수준이 되고 있다"라며 강경한 대 중국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아던 총리는 이날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중국 비즈니스 서밋 연설에서 중국에 "세력을 키워가면서 그에 맞는 책임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을 촉구하면서 "우리는 중국과 서로 동의하지 않고, 동의할 수도 없으며, 동의하지 않을 것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위구르족의 인권 상황과 관련한 깊은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혀왔고, 중국 고위 지도자들에게도 여러 번 이런 우려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사실 뉴질랜드도 무역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 특히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국가들에 비해 중국에 상대적으로 온건한 태도를 취해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는데 이렇게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자세로 전환한 것이다.


호주 정부는 이러한 외교적 반격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력 강화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우선 호주군은 앞으로 10년간 총 223조원을 투자해 전력을 증강하기로 했다. 중국을 사실상의 잠재 적국으로 간주하면서 이러한 국방력 강화에 나서는 것이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또한 군기지 개선, 미국과 기동훈련 확대 등을 위해 2026년까지 5억8천만 달러(약 6천450억원)의 지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에는 호주 북부 지역 4곳의 군사 기지를 개선하고, 대형 항공기를 위해 활주로를 연장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호주와 미국은 격년으로 기동훈련을 하는데, 올해 8월에 예정되어 있다. 통상 호주 동부 해안에서 열리는 기동훈련에는 3만명 이상의 병력이 참여한다.


모리슨 총리는 "미국과 다른 동맹, 인도·태평양 지역 이웃과 협력해 호주 국방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계속해서 우리의 이익을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과 직접적인 갈등과 함께 이 지역에서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지금 호주가 강해지고 있다. 중국의 어설픈 무역보복이 호주로 하여금 정신무장도 강화하게 만들었고 중국의 호주 침투에 대한 경계심도 갖게 만들었으며 호주의 자강(自强)을 이끌도록 만들었다.


지금 중국이 호주를 우습게 봤다가 큰 코 다치는 장면을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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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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