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중국 랴오닝 항공모함의 대 굴욕 - 랴오닝함, 루스벨트함 피하기 위해 해남도로 전 속력 항진 - 조롱거리된 中 랴오닝함, 美 머스틴함 여유롭게 지켜만 봤다 - SCMP, "미 해군 공개사진은 중국군에 대한 경고 의미"
  • 기사등록 2021-04-13 13:19:33
  • 수정 2021-04-13 16:38:00
기사수정

▲ 지난 4일 동중국해를 항해하는 랴오닝함을 미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인 USS 머스틴 함(DDG 89) 선상에서 지휘관 2명이 다리를 꼬고 앉아 내려다보는 모습. 이 사진은 10일(현지시간) 미 해군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사진-미 해군]


[서둘러 하이난다오로 향한 中 랴오닝함]


남중국해로 진입한 중국 랴오닝(遼寧) 항공모함, 과연 루스벨트 항공모함이나 아니면 마킨 아일랜드 강습상륙함과 조우했을까?


베트남의 군사전문가인 듀안 당은 지난 10일 오전 2시 42분(UTC; 세계협정시; 한국 시간 오전 11시 42분) 대만 남쪽과 필리핀 루손 섬 사이의 바시해협(Bashi Strait)을 통과한 랴오닝함이 바시해협으로 향하고 있던 루스벨트 항공모함을 멀찍이 피해 11일 0시 14분(UTC, 한국시간 09:14) 하이난다오의 해군기지 인근으로 도망치듯 속도를 낸 항적을 12일 트위터에 올렸다.


그 시간 이미 루스벨트 항공모함 전단과 나란히 항해하면서 공동훈련을 실시했던 마킨 아일랜드 강습상륙함은 중국이 최근 탈취 공작을 벌였던 스플래틀리 군도 인근 해역에 머물러 있었다고 베이징대학의 SCS Probing Initiative가 12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공지했다. SCS Probing Initiative는 그동안 긴장속에서 루스벨트 항공모함 전단과 마킨 아일랜드 상륙강습함의 항로를 시시각각 파악하고 있었다.


아마도 랴오닝함은 루스벨트 항공모함 전단이 바시해협으로 오기 전에 그곳을 통과하기 위해 최대의 속도로 하이난다오 방향으로 항진한 것으로 판단된다.


▲ 군사전문가 듀안당이 공개한 루스벨트 항모와 중국 랴오닝함의 항적 [사진=듀안당 트위터]


군사전문가 듀안당이 올린 랴오닝함과 루스벨트 항모전단의 이동 항적 시간을 보면 랴오닝함이 얼마나 전속력으로 질주했는지를 육안으로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루스벨트 항모가 남중국해의 파라셀제도 동쪽을 통과할 때의 시간은 11일 02:31(UTC)이었다. 그리고 바시해협 초입에 도달한 시간은 12일 00:30(UTC)이었다. 거의 22시간여가 걸린 셈이다.


그런데 랴오닝함이 대만 동쪽을 거쳐 바시해협 입구에 도착했던 시간은 10일 02:42(UTC)이었고, 하이난다오 동쪽 해상에 도착한 시간은 11일 00:14(UTC)였다. 역시 22시간여가 걸린 셈이다.


그런데 이동했던 항적 거리는 루스벨트 항모보다 랴오닝함의 거리가 최소 1.3~1.4배 정도 된다. 그만큼 전속력으로 질주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만큼 랴오닝함이 루스벨트 항공모함과 조우하는 것을 꺼렸다는 의미일 것이다.


반면 루스벨트 항공모함은 랴오닝함의 이동을 뻔히 알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고 정상 속도를 유지하면서 여유 있는 항해를 했다는 의미다.


군사전문가인 듀안당이 올린 두 항모의 항적에서 시간을 그렇게 표기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말해 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조롱거리된 中 랴오닝함, 美 여유롭게 지켜만 봤다]


그런데 루스벨트 항공모함이 그렇게 여유를 부린데는 이유가 있었다. 루스벨트 항모가 바시해협에 향해 항진하는 와중에 미 해군은 10일(현지시간) 전용 웹사이트의 포토갤러리에 아주 의미있는 사진 하나를 올렸다.


지난 4일 동중국해를 항해하는 랴오닝함을 미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인 USS 머스틴 함(DDG 89) 선상에서 지휘관 2명이 다리를 꼬고 앉아 내려다보는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사진을 통해 보면 랴오닝함과 머스틴함의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았다. 육안으로도 훤히 보이는 거리였다는 의미다.


미 해군은 사진 설명을 통해 지난 4일 동중국해 해상에서 머스틴 함의 지휘관(CO, 함장) 로버트 브리그스 중령과 부지휘관(XO, 부장)인 리처드 슬리예 중령이 랴오닝 함을 지켜보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사진 속 브리그스 중령(왼쪽)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뻗어 난간에 올리고 있었고, 리처드 슬리예 중령은 팔짱을 낀 채 랴오닝함을 구경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미 해군은 이러한 사진을 왜 올렸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랴오닝함의 상대는 마킨 아일랜드 상륙강습함도 아니었고 루스벨트 항공모함 전단은 더더욱 아니었다. 심지어 중국의 랴오닝함이라는 존재가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USS 머스틴 함조차도 저렇게 편안하게 다리 꼬고 구경할만한 그 정도 수준밖에 안된다는 것을 만방에 과시를 한 것이다.


홍콩에서 발행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상황에 대해 군사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일종의 과시 행위라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이 중국군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과시하는 사진이라고 본 것이다.


대만 군사전문가 루리시(呂禮詩)도 SCMP에 “사진 속 두 지휘관은 불과 수천m 떨어져 있는 랴오닝 함을 매우 여유로운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이는 그들이 중국군을 경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캐나다 군사 평론지인 칸와디펜스리뷰 편집장 안드레이 창은 이 사진에 대해 “미군이 랴오닝 항모 전단의 움직임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음을 알리는, 인민해방군에 보내는 경고”라고 했다.


그런데 랴오닝함과 머스틴함이 이렇게 조우하게 된 것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


▲ 중국을 겨냥해 위협적인 항해를 한 미 해군 구축함 머스틴의 항적 [사진=SCS Probing Initiative]


미 해군의 머스틴함은 지난 3일 상하이(上海) 동쪽 250㎞ 해역에서 남하를 시작해 양쯔(揚子)강 하구 저우산(舟山) 군도 동쪽 50㎞까지 다가가면서 중국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머스틴함의 이러한 항적에 대해 중국 인민해방군은 경고의 차원에서 칭다오에 머물고 있던 랴오닝함을 발진시켰고 이미 상하이 인근까지 내려갔던 머스틴함의 뒤를 쫓아 3일 일본 미야코(宮古) 해협을 통과한 뒤 남중국해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머스틴함이 지난 3일 오전 9시 14분경에 중국의 대문으로 불리는 양쯔강 입구까지 접근했다는 기록으로 살펴볼 때 머스틴함은 유턴하여 자신을 쫓아오는 랴오닝함을 향해 오히려 접근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장소도 동중국해도 사진이 찍힌 날짜도 4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사진을 공개한 미 해군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머스틴함의 공개적 중국 위협에 대해 경고를 하려는 랴오닝함을 되려 쳐다 보면서 비웃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했다는 것은 랴오닝함에 대해 ‘덤빌테면 덤벼라’고 윽박지른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미 해군의 거만하고도 여유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머스틴함의 도발적 행동에 대해 랴오닝함 전단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랴오닝함 외에도 중국이 최첨단이라고 자랑하는 난창함과 구축함, 호위함, 지원함까지 떼지어 가던 랴오닝 전단이 어떠한 반응을 보였느냐 하는 것이다.


이미 결론이 나온 것처럼 그들은 아무런 군사 대응도 하지 않고, 심지어 항공기 하나 발진시키지도 않고 숨죽이며 스쳐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중국의 자존심이라 말하는 항공모함 랴오닝 전단이 마킨 아일랜드 강습상륙함도 아니고 루스벨트 항공모함은 더더욱 아니었고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에게도 숨죽이며 도망가야 할 수준임을 만천하에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중국인민해방군에게 엄청난 굴욕을 안겨다 주었다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 해군이 의도적으로 공개한, 그것도 아주 연출하다시피 찍은 이 한 장의 사진은 지금 미중관계의 위상을 보여 주고 있으며, 특히 남중국해에서의 중국도발에 대한 미국이 던지는 아주 중요한 메시지라고 보면 될 것이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834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