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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테러, 그 배경을 보니... - 이란 핵시설 테러, 美의 이런핵합의 추진 반대 의지보여 - 美, 이스라엘의 이란 핵합의 강력 반대에 뜻 접은 듯 - CNN, "이란 핵합의 협상 어둡다" 전망
  • 기사등록 2021-04-12 13:23:52
  • 수정 2021-04-12 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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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나탄즈의 핵시설의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돌아보는 로하니 대통령 [사진=이란 대통령실]


[이스라엘 모사드, 이란 핵시설에 사이버 테러]


이란의 핵심 핵관련 시설인 나탄즈 핵시설에서 의문이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란이 큰 충격에 빠졌다.


나탄즈 핵시설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상 사용 금지된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보유한 시설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 왔는데, 이번에 의문의 정전사태가 생기면서 나탄즈 핵시설을 사실상 마비시켜 버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11일(현지 시각) “나탄즈 핵시설 배전망 일부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다행히 이 사고로 인해 인명 피해나 누출이 발생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사고 경위와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추후 언론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사고 발표후 수 시간 후에 이란 당국은 나탄즈 핵시설 정전 사태를 “명백한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은 “오늘의 공격은 이란 핵 과학 발전의 적들이 필사적으로 감행한 테러 행위”라며 비난했고, 카말반디 대변인은 “이란 정부는 이런 비열한 행위를 비난하며 IAEA와 국제사회가 이런 핵 테러 행위에 대응해야 한다”며 “이란 정부는 가해자들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란 정부가 이렇게 살벌하게 상응조치를 경고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언론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나탄즈 핵시설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는 보도들을 줄줄이 내놨다. 정작 이란 당국이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단정적으로 지목하지 않은 것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나탄즈 핵시설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고 전했고, 공영 라디오 역시 “모사드가 이 사태의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나탄즈 핵시설 정전 사태에 대해 “10년 이상에 걸쳐 중동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고조되는 ‘그림자 전쟁'을 벌여온 두 적국(이란·이스라엘) 사이의 가장 최근의 사건”이라고 전했으며, 이스라엘 채널12는 “이번 공격으로 나탄즈 핵시설 전체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아비브 코하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 사고 발표 후 이스라엘군의 작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예루살렘 포스트가 전하기도 했다.


[왜 이 시점에 나탄즈 핵시설인가?]


이란 중부 나탄즈에 위치한 이 핵시설에는 우라늄을 농축하는 시설이 있으며 원심분리기가 가동 중이다. 이 시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일 사찰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10일(현지시간) ‘핵기술의 날’을 맞아 나탄즈 핵시설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인 IR-5·IR-6를 가동하는 행사를 열었는데, 11일 나탄즈 핵시설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음을 밝힌 것이다.


특히 이날 IR-6형 원심분리기 164기, IR-5형 원심분리기 30기를 연결한 캐스케이드(연결구조)를 가동하는 행사에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참석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지 국영방송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에 육불화 우라늄 가스를 주입했다. 그리고 그 행사 바로 다음날 이스라엘에 의한 사이버 테러가 이어졌다.


또 하나 주목할 배경이 있다. 이란의 이번 조치가 이란 핵 합의 복원을 위한 첫 당사국 회담이 시작된 가운데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첫 회담에는 핵 합의 당사국인 이란과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측이 참석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핵 합의를 탈퇴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재개한 미국은 이란 측의 반대로 참석하지 못했다.


당사국들은 회담 분위기가 건설적이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차 회담은 오는 14일 열릴 예정이다.


바로 이렇게 이란 핵 합의 복원 회의가 훈훈하게 진행되는 시점에 이스라엘에 의한 사이버 테러가 일어났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란은 성능이 개선된 원심분리기를 가동함으로써, 미국의 선제 경제 제재 해제를 압박하려 하지만 이스라엘이 그러한 이란의 협박적 메시지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이스라엘이 막아 버렸다는 의미다.


[이스라엘의 사이버 테러, 미국에 대한 무언의 메시지도...]


사실 이번 이란 핵합의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에 의해 추진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지난 2월 이란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귀를 사실상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이란이 합의 사항을 위반하고 있다”며 핵합의에서 탈퇴했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다시 복귀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이란에 대한 강경 메시지도 함께 내놨다. 지난 2월 18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영국 독일 프랑스 외교장관은 화상회의를 열고 ‘유엔 핵사찰을 수용하고 민간 수요용이 아닌 핵개발을 중단하라’고 이란에 요구했다. 미국을 비롯한 4개국 장관들은 이날 이란의 핵 문제와 함께 탄도미사일 개발, 인권 침해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그리고 4월 들어서 미국 측은 이란의 핵 활동 제한 합의 준수를 강하게 주장했고, 프라이스 대변인도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은 필요 이상으로 이란과 대화를 오래 끌거나 적당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일방적 제스처를 취하거나 양보하는 일 또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6일(현지시간)에는 젠 샤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란 핵합의 복원을 위한 당사국 회담에서 미국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란이 先 제재 해제 조치를 요구한 것에 대해 미국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분위기가 상당히 많이 바뀐 것이다.


이러한 바이든 정부의 이란 핵 합의 분위기 전환은 이스라엘의 강력한 반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이란 핵합의 복원 조치를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이란과의 핵 합의를 복원하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에 날 선 반응을 보여왔다.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기 위한 군사작전 계획까지 공공연하게 밝혀온 이스라엘은 지난 6일 홍해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상 기지로 알려진 화물선 'MV 사비즈'호를 공격하고, 관련 사실을 미국에 통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특히 지난 7일(현지시간)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차 대전 중 나치에 학살된 유대인들을 추모하는 '홀로코스트 추모일' 연설에서 “극단주의 정권과의 이런 협상은 가치가 없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이란과 합의는 핵무기의 길을 여는 것이며, 이 무기는 우리를 파괴할 것”이라며 “우리에게 핵합의 의무를 지울 수 없다. 우리를 파멸하려는 사람을 찾아내 제지하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임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핵무기 수백 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중동내 유일의 '비공식적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은 이란을 최대의 적으로 간주하며,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이 이미 ”20% 농축 우라늄 50kg 생산을 완료했다“면서 ”지난해 의회 결정에 따라 연말에는 120㎏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는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련 전문가를 인용해 ”이란이 1년 이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통상 핵무기 1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90% 고농축 우라늄 25㎏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20% 농축 우라늄 200∼250㎏을 생산해야 한다.


미국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도 ”이란이 9개월 내 핵폭발 실험을 시행할 수 있고, 1년 안에 초기 단계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황을 볼 때 이번 이스라엘에 의한 이란 나탄즈 핵시설에 대한 사이버 테러는 이란 핵합의 복원을 추진하는 미국에 대한 경고와 함께 이란이 독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과 핵 합의 복원 협상을 시작한 당일 미국과 이란에 분명하고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분명한 것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이스라엘의 생존에 절대적 위협이 된다. 이란은 그동안 공공연하게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이유는 바로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왔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국가의 생존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모든 정보력과 국방력을 총동원해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스라엘은 바이든 정부가 이란 핵합의 복원을 시도하려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해 왔고 만약 미국이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려 한다면 그때부터 이스라엘은 미국의 의도와는 별개로 독자행동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미국 바이든 정부를 압박해 왔던 것이다.


결국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이란 핵합의 복원에 대한 태도를 누그러뜨린 것은 이스라엘의 이러한 강력한 반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때마침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지속적이고 철통같은" 미국의 헌신을 재확인했다. 이는 미국의 대 이스라엘 정책이 다시 복원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이란과 핵합의를 추진한 지난 오바마 정부때도 미국과 소원했는데 이번에도 ‘오마바 시즌 2’를 맞이할 가능성을 우려해 왔었다.


그런데 과거 오마바 정부 시절과는 달리 이스라엘이 지난 6일에는 홍해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상 거점으로 활용된 이란 선박에 대해 폭발물 공격도 하고, 더불어 나탄즈 핵시설에 대해 사이버 테러도 감행하면서 강력한 대 이란 테러 행동으로 이어지자 미국도 결국 이스라엘의 요구대로 이란 핵합의 복원을 구태여 강행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나탄즈 핵시설에 대한 사이버 테러는 오스틴 장관이 이스라엘에 도착하기 수 시간 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역시 미국 정부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판단된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오스틴 장관과의 회담 후 성명을 통해 "현재 이란 정부는 국제 안보, 중동 전 지역, 이스라엘에 전략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이란과의 새로운 협정이 미국과 세계의 중요한 이익을 확보하고 이스라엘을 보호하고 지역의 군비 경쟁을 막을 수 있도록 동맹인 미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츠 장관은 물론 핵합의 복원 협상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않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7일(현지시간) 핵합의 복원 추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텔아비브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연구소의 요엘 구잔스키 선임연구원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내각의 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구잔스키 선임연구원은 "미 행정부가 핵합의 복원 협상에 대한 이스라엘과 다른 동맹국들의 우려를 듣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유대인국가안보연구소(JINSA)의 마이클 마코브스키 소장은 ”최근 핵합의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오스틴 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이 시의적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을 끌어안는 것은 이란을 상대로 신뢰할만한 군사적 선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이란에 보낸다"면서 "미국이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CNN은 7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 복원에 대한 협상 전망은 매우 어둡다“면서 ”기회의 창이 아주 빠르게 닫히고 있다“고 전망했다. CNN은 9일(현지시간)에도 ”이란 핵합의 복원을 추진하는 이란의 협상태도가 전혀 진지하지 않다“면서 이번 협상 전망을 아주 어둡게 분석했다.


한편, 나탄즈 핵시설에 사고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나탄즈 핵시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고, 당시 이란 정부는 ‘외부의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라고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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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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