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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위험한 줄타기 외교, 수렁의 끝은 어디인가? - 한-미, 한-중 각기 다른 발표, 도대체 무슨 논의를 했길래? - 한-미, 한-중 회담때마다 터져 나오는 한국정부의 왜곡발표 - 한국의 줄타기 외교, 아슬아슬하다!
  • 기사등록 2021-04-05 12:48:10
  • 수정 2021-04-05 16: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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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과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왼쪽), 서훈 한국 청와대 안보실장이 3국 안보실장 회의를 위해 2일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만났다. [사진=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트위터]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담]


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인근에 위치한 메릴랜드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이 만났다.


오후 3시부터 4시 45분까지 105분 동안 열린 이날 회의에서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에 관해 협의하고 인도태평양 안보를 포함한 공동 관심사를 논의했다”면서 “3국 안보실장들이 공동의 안보 목표를 보호하고 진전시키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백악관이 언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3국 안보실장이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이 성명을 통해 밝힌 내용들은 이렇다.


“3국 안보실장들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으며 비핵화를 향한 3각 공조를 통해 이 문제들을 다루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전면으로 이행하고 확산을 방지하며 억지력을 강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에도 동의했다.”


“3국 안보실장들은 남북 이산가족상봉과 납북자 문제의 신속한 해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 대한 확고한 동맹 공약을 재확인했으며, 일본과 한국은 각국 국민과 지역, 전 세계의 안보를 위한 양자 관계와 3국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국 안보실장들은 인도·태평양 안보를 포함한 공통의 우려 사안을 논의했다.”


“3국 안보실장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다른 주요 문제들을 해결하고 미래의 전염병을 예방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미얀마의 즉각적인 민주주의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의 가치에 대해 논의했다.”


“3국간 관계를 강화하고 공통의 민주적 가치에 기반을 둔 공동의 비전을 발전시키는 것에도 합의했다.”


[한-미-일 대화, 미국과는 다르게 발표한 서훈 실장]


그러나 서훈 안보실장의 이날 회의에 대한 설명은 결도, 내용도 상당히 달랐다. 서훈 실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한 발언은 바로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를 위한 노력이 계속 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와 비핵화 협상의 선순환적 기능에 대해 강조해서 설명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서 실장은 ‘남북 관계'와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에 방점을 두고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백악관의 발표와는 너무나 달랐다. 백악관은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해 비핵화와 대북제재 이행에 무게를 두었다. 특히 백악관 발표에 ‘협상 조기 재개'란 표현은 아예 있지도 않았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 관련 내용이다. 백악관 성명에서는 “인도·태평양 안보를 포함한 공통의 우려 사안”을 논의했다고 했다. 이는 3국 안보실장들이 중국 견제 문제를 논의했다는 의미다.


이 회의에 ‘아시아 차르(옛 러시아 황제)’로 불리는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도 회의에 참석했다는 것은 3국 실장회의에서 중국 문제가 깊숙하게 논의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서훈 실장은 이와 관련해 입을 닫았다.


▲ 중국으로 건너가 욍이 외교부장을 만난 정의용 외교부장관 [사진=외교부]


[중국으로 건너가 왕이부장 만난 정의용 외교부장관]


미국에서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가 열리는 바로 그날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왕이(王毅) 부장의 초청을 받고 중국 땅 샤먼으로 건너가 양국 외교장관 회의를 가졌다. 이는 지난 2월 왕이 외교부장이 전화 통화에서 중국 방문을 초청한 데 따른 것으로 정 장관이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이다. 그것도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미국에서 열리는 같은 시간대에 중국에서 완전히 성격이 다른 회의를 연 것이다.


중국의 왕이 부장이 왜 하필,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열리는 그때에, 그것도 대만을 두고 미-중간 충돌이 격화되는 시점에 대만 바로 코 앞의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이러한 회담을 열자고 했는지에 대해 전혀 고민도 하지 않고 무조건 응한 것으로 보인다.


왕이 부장의 의도는 간단하다.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의 성과를 무너뜨림과 동시에 아무리 미국이 한국을 붙잡고 설득해도 한국은 중국편이라는 것을 대외에 천명하고자 했을 것이다. 왕이 장관의 그러한 의도는 상당히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이날 한-중 외교장관 회의가 마친 후 정의용 장관의 브리핑에서 그러한 내용, 곧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와는 상당히 정반대 성격의 내용들이 공표되었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우선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가급적 조기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중 간 외교·안보 협의를 위한 '2+2(외교·국방장관) 회담'을 조기에 개최하기로 했다"고도 소개했다.


정 장관은 이어 "중국은 우리 정부의 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책과 완전한 비핵화 정책을 지지한다"며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고, 중국도 할 수 있는 협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시진핑 주석의 방한 관련 내용이 아예 빠져 있다. 중국측이 그 부분에 대해 전혀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중국측은 한국측의 시 주석 방한 초청 의사를 전달받고 의례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정의용 실장은 이를 중국측의 허락으로 과하게 받아 들였다는 의미다.


또 하나, 한국측 발표에는 없는데 중국 외교부만 일방적으로 발표한 내용도 있다. 그것이 바로 “한-중 양국이 이른바 백신여권과 코로나 백신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중국 외교부는 발표문에서 "양국은 건강코드 상호 인증을 위한 공조를 강화하고 백신 협력을 전개하며 신속통로(패스트트랙)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축하하고 중국의 해외 동포 백신 접종 계획인 춘먀오(春苗) 행동을 지지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발표했지만 우리 정부 발표문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중국 외교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이 내용들은 사실 한국 정부의 정체성과도 관계가 되어 있어서 앞으로 상당한 파장을 낳을 수도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일단 중국판 백신여권을 한국에서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은 중국산 백신(시노백)의 효용성을 한국 정부가 국제적으로 인정해주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게 되면 중국산 백신의 국내 도입 문제도 자연스럽게 거론될 수 있게 된다.


중국의 해외 동포 백신 접종 계획인 춘먀오(春苗) 행동을 지지한다는 내용 역시 외교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당장 한국에 체류중인 중국인 국적자들에 대한 방역을 중국이 직접 하겠다는 의미고 더불어 중국산 백신으로 이들에게 접종하는 것을 한국정부가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한국정부의 방역권을 중국이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지난 문재인 정권 초기 3불합의로 외교권을 사실상 중국측에 반납한 이후 또다른 국권 실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중국 공산당 100년을 축하했다는 중국 외교부의 발표 역시 문제다. 중국 공산당은 6.25전쟁 개입으로 한반도의 분단을 가져왔으며 통일을 저해한 세력이다. 이들로 인해 한국군, 민간인, 유엔군 등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그 중국 공산당은 북한 정권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면서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일본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집요하게 과거사를 물고 늘어지면서 중국의 과거사는 아예 덮어버리고 축하까지 해 주는 이러한 행태를 대한민국 국민들이 용인할 수 있을까?


[한-미, 한-중 회담때마다 터져 나오는 한국정부의 왜곡발표]


그런데 한국 정부의 왜곡된 발표는 이번이 처음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한-미간, 그리고 한-중간 당국자 회담이 있을때마다 이런 문제들은 불거져 나왔다.


한-미간 왜곡 사례로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9년 9월 7일의 한-미 정상간 통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당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통화한 후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지지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또 "북한이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조기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그러나 1시간여 뒤 백악관이 발표한 내용은 전혀 달랐다. 백악관은 "두 정상은 북한의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달성 방안을 논의했다"고만 했다. 그리고 청와대가 그렇게도 강조했던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당시 백악관은 일본과의 통화에서는 ‘합의했다’라고 했지만 한국과는 단지 ‘논의했다’는 말로 서로간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후 청와대 발표대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이 과연 이루어졌는가? 아니다. 이는 청와대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증거라 할 것이다.


한·미 정상이 대화 후 '다른 얘기'를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청와대는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회담 직전 한·미 정상 통화 후 "문 대통령이 '남북 경협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측 발표에는 이 부분이 전혀 없었다.


지난 2018년 9월 정부의 대북 특사 방북 전날 이뤄진 통화 브리핑에서도 백악관은 청와대가 강조한 '남북 개선'은 언급하지 않고 "FFVD를 논의했다"는 점만 강조했다.


앞서 2018년 3월 통화 후에도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대화 100% 지지했다"고 했지만 백악관은 "최대 압박을 계속하기로 동의했다"며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미국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9년 12월 23일 문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이 끝난 후 중국 외교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홍콩, 신장위구르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고 밝혔다”고 발표했다. 이는 외교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자 청와대는 즉각 이를 부인했다.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그냥 듣기만 했지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러한 해명에 대해 중국은 또다시 반박성의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이 문제가 외교적으로 비화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했을 뿐이다.


오히려 더 주목할 대목은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홍콩, 신장위구르 문제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태도를 보여 이에 만족한다는 인식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같은 날 한중 정상회담 발표에는 있고 중일 정상회담 발표에는 없는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2017년 11월의 한중정상회담 때도 청와대는 가장 먼저 문 대통령이 12월 방중하기로 했다는 점을 언급했고,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시 주석이 방한하는 문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의 '주요 소식'에는 문 대통령의 방중이나 시 주석의 방한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

청와대의 왜곡 발표가 전혀 정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한국의 줄타기 외교, 아슬아슬하다!]


지금 한국 정부는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다. 그것도 두가지 측면에서의 줄타기 외교다.


우선 미국의 면전에서는 미국측 견해에 동의하는 듯 일단 합의를 해 놓고 막상 돌아서서는 딴 소리하는 줄타기다.


그리고 두 번째는 미국과는 동맹 관계를 굳건하게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막상 중국 앞에서는 중국을 사실상 또다른 동맹국 대접하면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그 줄타기 외교의 문제점이 바로 드러났다.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미국 측이 반도체 문제를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보고 있다”고 강조하자 몇 시간 후 왕이 부장은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의 협력 파트너가 되길 바란다”면서 되받아쳤다.


안보 문제가 경제 영역으로 확장되고 융합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과거처럼 ‘정치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정경 분리 논리가 통하지 않게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선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줄타기 외교를 자초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중외교장관 회의가 끝난 후 왕이 부장은 “한·중 경제는 고도로 융합돼 이미 이익 공동체가 됐다”고 했다. 특히 왕이 부장은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분야인 반도체·5G·AI 등 첨단 기술에 대해 한국측에 협력 요청을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자, 그렇다면 그러한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협력을 미국과 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을 선택할 것인가? 미-중 양국에 다 눈치껏 하겠다? 그게 통할 것 같은가?


지금 상황은 중국이 한-미-일 삼각동맹의 가장 약한 고리로 한국을 지목했고, 한국을 뒤흔듦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무너뜨리겠다는 야심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는 멋도 모르고 칼춤을 추고 있는 것이고... 이렇게 위험한 줄타기를 우리 국민들은 언제까지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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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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