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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국이 삼성을 백악관으로 부른 이유? - 삼성 미래 달린 백악관 반도체 회의, 美협조가 최선 - 中 왕이 호출에 달려간 정의용장관, 농락 당하지 말아야 - 美, 반중(反中) 반도체 동맹이 형성 시도할 것
  • 기사등록 2021-04-03 22: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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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관련 긴급회의 소집한 미 백악관]


미국 백악관이 오는 12일 삼성전자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등 반도체·자동차·기술기업 등을 불러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자동차 업체에 이어 정보기술(IT) 기기, 가전제품 등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긴급회의를 소집했다는 것이다.


이 통신은 이어 이번 회의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FC) 국장이 업계 관계자들과 반도체 칩 부족에 따른 영향과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불룸버그 통신은 또 백악관이 의회, 동맹국과도 이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부족이 몰고 온 경제 충격]


사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경제 충격은 심각하다. 미국 GM을 비롯해 세계 주요 자동차기업들은 반도체 부족으로 엄청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당장 미 조지아주에 공장이 있는 기아자동차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멈췄다고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했고, 지난 3월 24일에는 제너럴모터스(GM)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감산을 발표하며 연간 이익 2조3000억원이 날아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국내 자동차 업계 또한 반도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은 반도체 부족으로 올해 1분기에 세계 자동차기업의 생산 차질이 130만 대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면서 올 4분기까지는 공급이 안정화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러한 반도체 부족은 자동차 생산 중단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전반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최대 가전기업 월풀 중국법인에서도 최대 25%의 물량 차질이 생겼고, 애플 협력업체 폭스콘은 반도체가 부족해 아이폰 생산량을 10% 줄였다. 전력망, 통신망 등 국가기간시설 운영과 스텔스 전투기, 최첨단 미사일, 군사위성 등 최첨단 무기 제조에서도 반도체가 핵심이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가?]


그렇다면 어쩌다가 이러한 반도체 부족사태가 발생했을까?


*이유 1: 중국의 패닉 바잉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의 마크 리우 회장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일어난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최대 원인”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생산이 부족한 게 아니라 미·중 갈등으로 불안해진 기업들이 반도체를 사재기하며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리우 회장은 지난 3월 30일(현지시간) 열린 대만반도체산업협회 행사에 참석해 그렇게 밝히면서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무역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워지자 경쟁 기업들이 그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한꺼번에 반도체 물량 확보에 나섰고 그 결과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 세계 시장에서 반도체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리우 회장은 이어 반도체 수요가 실제 필요한 것보다 과하게 표출되고 있다”며 “반도체 주문이 평소의 두 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생산량은 실제 수요를 능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미·중 협상에 따라 반도체 대란도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어차피 반도체 부족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일이기 때문에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반도체 자국 생산을 늘리려는 움직임은 비현실적 대안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유 2: 잘못된 수요 예측과 수요 폭증


이러한 리우회장의 의견과는 다른 주장들도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대란이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한마디로 수요 예측 실패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자동차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자 자동차업계들은 반도체 주문을 줄였고, 위탁 생산 업체들은 이에 따라 반도체 생산량을 크게 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지난해 10~12월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신차 주문이 쏟아지면서 반도체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 됐다는 의미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 근무, 수업 확대로 노트북·홈네트워킹 장비 수요가 대폭 증가했고, 가전제품 판매도 급증하면서 반도체 수요는 폭증했다. 이러한 일들이 겹치면서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이유 3: 자연재해


또다른 이유로는 세계를 강타한 자연재해를 들 수 있다. 지난 2월에 미국을 휩쓸었던 한파나 반도체 주 생산지인 대만의 가뭄, 그리고 역시 중요한 반도체 국가인 일본에서 2월과 3월 지진과 화재 등이 일어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TSMC 등 주요 반도체 공장들이 생산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위기 의식 느낀 미국]


이러한 이유로 반도체 품귀현상이 빚어지자 미국이 느끼는 위기는 그야말로 엄중하다. 우선 반도체 자체에 대한 해외 의존이 너무 크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느끼는 위기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보스턴컨설팅그룹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의 72%가 한국과 대만, 중국 등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미국의 생산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PC에 주로 들어가는 10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로 좁히면 대만이 92%, 한국이 8%다. 그만큼 반도체 생산에 있어 대만과 한국의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특히 대만의 반도체 주력인 TSMC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감히 상상을 불허한다. 미국 인텔도, 한국 삼성전자도 넘보지 못하는 최강의 시스템 반도체 제조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퀄컴이나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은 설계에 주력하며 고부가가치 마진을 획득하고, 반도체 생산은 대만, 중국, 한국 등의 아시아에서 하는 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터진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이러한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미국내 반도체 생산 비중 확대라는 카드를 내 놓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제조회사를 키워 대만의 TSMC나 삼성전자 같은 회사를 만들기에는 시간도, 능력도 역부족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 공장의 미국내 생산을 독려하고 지원하는데 모든 정책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미국은 애플 아이폰용 부품부터 최강 스텔스 전투기 F-35에 들어가는 군용 반도체까지 TSMC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 말은 역으로 그동안 중국의 방위산업을 첨단화하는 데 있어 그 원동력이 대만의 TSMC였다는 말도 그대로 통용된다.


이는 대만 TSMC를 확실하게 미국이 잡을 수 있다면 중국의 국방력 첨단화 역시 제어할 수 있다는 말과도 통한다. 그래서 거대 중국에 맞선 인구 2360만 대만의 최강 방위 전략이 TSMC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고, 대만은 이를 무기로 대만 방위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강력하게 주장하는 미국판 레드라인에 대만에 대한 군사적, 사이버적, 경제적 공격을 결코 해서는 안된다고 선을 긋고 나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은 국가안보적 차원에서라도 대만 TSMC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중국과 가까운 대만이 아닌 미국내에서 안전하게 생산하기를 권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만 TSMC의 공장을 미국내에 증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애리조나에 TSMC 공장도 끌어왔다. 이 공장 신설에 30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TSMC는 또 일본에 연구센터와 생산 라인 신설도 검토 중이다


[안보이슈로 격상된 반도체 문제]


이미 반도체가 국가안보의 핵심 이슈라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이번 반도체 품귀 사태를 국가안보 이슈로 다루고 있는 것이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경제 보좌관이 이번 대책 회의를 연다는 것 자체가 바이든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을 ‘국가 안보 사안’으로 다루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회의를 소집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의 외교·국방정책을 정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이끄는 자리다. 이렇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반도체 업계와 회의를 갖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반도체 관련 회의에서 미국 바이든 정부는 공급 부족에 따른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자국 내 생산을 늘리는 데 대한 인센티브 검토, 공급망 취약점 개선 등 여러 대책을 모색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삼성전자와 TSMC 등의 미국내 생산 확대와 아울러 미국의 인텔에 대한 생산 확대도 적극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인텔은 지난 3월 23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2곳을 설립하는 데 2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이 반도체 문제를 국가안보의 핵심 이슈로 다루면서 한국 시간 3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에서도 반도체 공급망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세 나라는 미래 반도체 제조 기술의 열쇠를 쥐고 있다”며 “민감한 공급망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미국발(發) 반도체 패권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반중 경제공동체 형성의 핵심 아젠다로 반도체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 바이든 정부의 생각인 것이다.


[미국은 삼성에게 무엇을 요구할까?]


그렇다면 이번 회의에서 바이든 정부는 삼성에게 어떤 요구 조건을 내걸까? 아마도 크게 세 가지의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거론될 것은 당장의 반도체 수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증산 요구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아주 기초적인 요구라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미국내 반도체 생산 공장 증설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좀 더 적극적인 투자를 미국에 하라는 요구일 것이고, 이에 대해 미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하게 될 것이다.


우선적으로 삼성전자가 현재 가동중인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 약 19조원을 추가로 투입해 증설함으로써 2023년 확대 가동하는 증설 계획 프로젝트에 대한 신속한 의사 결정을 미국은 강력하게 촉구할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삼성반도체의 중국내 생산과 관련된 문제다. 사실 이것이 이번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서 삼성이 심사숙고해야 할 가장 어려운 숙제일 것이다.


중국 시안(西安)에는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있다. 중국 IT업계의 거대한 수요를 배경으로 한 중국의 압박 때문에 삼성전자가 모래 먼지 날리는 그곳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는 건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미중충돌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볼모 아닌 볼모를 중국에 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당장 반도체의 중국 수출 금지에 흔쾌히 동의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문제는 미국이 동맹국 한국의 반도체 업체가 중국에 대한 수출을 반대하고 나설 경우, 삼성의 입장은 그야말로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도 미중충돌 상황을 예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중국에 진출했던 삼성이기에 현실적인 여건도 고려하면서 삼성을 압박할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할 수도 없는 것이 삼성이 처한 입장이다. 앞으로의 반도체 시장을 본다면 당연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략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삼성전자는 한미관계에도 아주 중요한 핵심 고리가 되기도 하지만 한중관계에서도 또한 의미있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시진핑 방한 등의 선거용 이슈를 획득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정치에 이용하는 경우다. 삼성전자가 문재인 정부의 한중간 정치에 이용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그야말로 삼성전자 자체가 엄청난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여기에 지금 이재용 부회장까지 수감되어 있는 상황이다. 더더욱 문재인 정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경영권까지 박탈했다. 그래서 진짜 염려가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미국에서 열리는 그 시간에 정의용 외교부장관을 중국 땅 샤먼으로 부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책략이 무엇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아마도 제대로 된 반도체 기업 하나 없이 기술 굴기의 사다리를 올라야 하는 중국으로선 TSMC를 축으로 한 반중(反中) 반도체 동맹이 형성된다면 열불이 터질 것이다.


그런데 왕이는 그 반도체 동맹에서 한국을 빼내려고 작당할 것이다. 과연 이러한 왕이의 책략에 평소에도 친중원미(親中遠美)를 추구했던 정의용 장관은 무슨 대답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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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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