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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을 흔드는 ‘왕후닝’의 그림자 - 왕후닝의 선전선동술이 시진핑을 오히려 위기로 몰아 - 반미 선동, 글로벌브랜드 불매운동도 왕후닝 작품 - 시대 흐름과는 다른 왕후닝의 공작, 실패는 당연
  • 기사등록 2021-04-02 16:00:15
  • 수정 2021-04-03 08: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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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왕후닝, 다시 중국을 흔들다!]


‘시진핑의 책사’로 불리는 왕후닝(王滬寧)이 다시 돌아왔다. 왕후닝은 2002년부터 18년 가까이 중국 공산당의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중앙정책연구실의 주임을 맡아 왔었는데 지난해 10월 30일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내외신 기자회견에는 장진취안(江金權)이 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으로 소개되면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져 왔었다.


그랬던 왕후닝이 중국 공산당 정권이 위기로 몰리자 다시 전면에 나서 중국의 애국주의를 불지피고 대 국민 선전선동의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중화권에서 발행되는 중국어 매체들은 지난 18일과 19일(미국시간) 알래스카에서 있었던 미국과 중국간의 2+2회담에서 양제츠 정치국원의 16분 발언이나 신장 지역의 면화 문제로 불거진 H&M과 나이키 등의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 배후에 왕후닝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공청단을 움직여 여론을 주도한 것도 바로 왕후닝 작품이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현대판 제갈량’으로 불리는 왕후닝]


왕후닝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한마디로 ‘시진핑의 책사’로도 불린다. 아니 이를 넘어 ‘황제의 스승’이라고도 한다. 왜냐하면 왕후닝이 세 명의 지도자를 20여 년 넘게 연속으로 보좌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 중국을 알려면 왕후닝부터 알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상하이에 있는 푸단(復旦)대 교수 출신인 왕후닝은 1995년에 상하이방(上海幇)으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중앙무대에 진출하게 된다. 왕후닝은 이후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국정 이념인 ‘삼개대표론(三個代表論)’과 ‘과학발전관’에 이어 시진핑의 치국(治國) 사상인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도 설계했다. 삼대(三代)에 걸쳐 ‘제왕의 책사’로 활약한 것이다.


왕후닝의 책략 핵심에는 기본적으로 ‘강한 국가’와 ‘강한 당’을 기반으로 한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를 세우는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중국을 이끌어 온 ‘삼개대표론’과 ‘과학발전관’, 그리고 ‘시진핑 사상’의 공통점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당과 국가의 존재’라는 핵심가치이다.


그래서 왕후닝은 중국에서는 정치와 당(공산당)은 완전히 하나가 되어 물같이 흘러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정치체제 개혁을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정치 개혁이 있어야 하지만 그것은 중국이 처한 현 상황에 대한 것이지 중국의 기본 체제에 대한 개혁은 결코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러한 권위주의적 사상은 시진핑 정권 들어 ‘시진핑이 곧 국가’라는 신념으로 발전한다. 그래서 시진핑 옹위가 곧 중국의 발전이라는 개념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결국 왕후닝의 사상은 중국의 전통에서 답을 구한 것인데 제왕적 통치체제가 중국 발전의 기본이고 이를 현대화하여 지금의 중국에 적용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중국의 시진핑 체제가 왜 이렇게 흘러가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중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사고(思考)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보니 서방세계의 정치 체제를 비롯해 세련된 방법론들을 결코 중국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아무리 좋아도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중국화하여 중국 나름의 방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이러한 생각들이고 그러한 배경에 ‘중화사상’이라는 것이 굳게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다.


왕후닝의 이러한 사상의 흐름은 중국의 지도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입맛에 딱맞는 책략으로 발전하게 된다. 사실 중국 공산당은 그들이 원전으로 내세우는 마르크스주의와는 결도 흐름도 완전히 다르다. 그 마르크스 주의마저도 중국화하여 중국판 공산주의를 창출해 낸 것이 지금의 중국이다.


결국 지금의 중국 정치체제는 말로는 마르크스주의를 계승한 사회주의라고 하지만 이는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일 뿐이고 “권력자들에 의한, 권력자들을 위한 권력자들의 나라”라고 평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멋지게 분장하고 화장하여 중국식 사회주의로 재창출한 이가 바로 왕후닝이다. 왕후닝의 사상은 공산당 체제의 모순과 정치 지도자들의 불안감도 적당히 감춰줬으며, 권력 투쟁의 무기로도 활용이 됐다. 그러면서 왕후닝은 무려 3대에 걸쳐 제왕의 책사로 활동해 온 것이다.


[반미선동도 왕후닝의 작품]


지난 2019년 6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왕후닝은 정치국을 총 동원해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전 당원을 대상으로, 소위 ‘초심을 잊지 말고 사명을 기억하자(不忘初心 牢記使命)’는 주제로 교육을 시작했다.


중국이 처한 위기를 사상전으로 돌파하자는 개념인데, 이 교육의 핵심에는 대미(對美) 선전전(宣傳戰)이 자리잡고 있었다. 왕후닝은 이 선전선동을 총괄하는 교육공작 소조 조장에 임명됐다.


이러한 전 당원 교육에 들어가기 직전인 5월 왕후닝이 지휘하는 중앙선전부는 중앙방송국과 전국 성급 위성방송국에 16일부터 저녁 골든타임에 항미(抗美) 영상을 매일 방송해 ‘항미 사기를 고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왕후닝은 중국사회에 애국주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중국 사회에 불어닥친 항미전쟁은 국제적으로 중국을 오히려 고립시키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한국 전쟁 70주년을 맞으면서 항미원조 전쟁 논란으로 확대되었고, 그러한 중국식 애국주의는 전 세계의 거센 반발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다시 복귀한 왕후닝, 또 애국주의 선동]


지난 3월 알래스카에서 열린 2+2회담에서의 양제츠 발언 역시 왕후닝의 그림자가 엿보인다고 중화권 매체들이 보도했다. 중간에 통역할 시간도 주지 않고 거친 언사로 미국을 공격한 양제츠의 발언의 방향을 잡아 준 사람이 바로 왕후닝이라는 것이다.


양제츠가 이날 발언한 말 가운데 주목할만한 것은 “내가 한마디 하겠는데, 미국은 중국 면전에서 우월한 지위에 서서 대화할 자격이 없다. 20년 전, 30년 전에도 당신들에게는 이런 지위가 없었다. 중국에서 이런 수법은 먹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 대목이다.


이러한 발언은 사실 미국을 향해 던진 말이 아니고 중국인들을 향해 쏟아낸 선전선동에 목적이 있었다. 즉, 중국내의 애국주의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양제츠가 애국주의적 발언을 내던지자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즉각 그 발언 장면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미국을 향한 분노를 불러일으키도록 선동했다.


인민일보는 양제츠 발언 장면 동영상을 ‘짤’ 형식으로 만들어 대대적으로 퍼뜨렸다. 당연히 중국의 SNS들이 격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책략을 설계하고 지휘한 것이 바로 왕후닝이라는 것이다.


왕후닝은 최근에 벌어진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로 인해 중국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지자 이를 뒤집기 위해 또다른 공작을 펼쳤다. 그것이 바로 글로벌 브랜드 제품 불매운동이다.


왕후닝은 중국이 유럽연합국가들과 서방진영 국가들의 제재로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이미 6개월여 전에 있었던 신장 면화와 관련된 글로벌 브랜드들의 발언을 핑계로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조작했다.


그 대상으로 찍힌 대표적 브랜드가 바로 H&M과 나이키다.


*관련기사: [정세분석] “중국의 뿌리가 무너지고 있다!”

*관련영상: [Why Times 정세분석 746] “중국의 뿌리가 무너지고 있다!”


분위기가 암울해지자 왕후닝은 자신이 ‘총관리인’으로서 직접 관리하는 공청단을 내세워 H&M이 지난해 발표했던 신장 면화 보이콧 성명을 들추며 “H&M이 고의로 시비를 걸고 있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신장 면화에는 이런 수법이 먹히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이 알래스카 회담에서 양제츠가 “중국에선 이런 수법이 먹히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같은 내용이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청단이 이렇게 들고 일어서니까 알래스카에서의 선전선동 수법과 마찬가지로 곧바로 CCTV, 인민일보 등 거의 모든 중국 관영 매체가 비슷한 시기에 H&M을 향한 전방위 공격에 나섰다. 그리고 이 선동은 곧이어 나이키로 확대가 됐다.


이번에는 중국 정부까지 나서 판을 키웠다. 그러자 중국 연예계는 H&M과 나이키 등과 잇따라 결별을 했다. 유명 연예인들을 앞세워 분위기를 고조시킨 것이다.


누가 이런 시나리오를 만들고 지휘했는가? 바로 왕후닝이다. 왕후닝은 중국의 이데올로기와 선전 모두를 장악하고 있다. 왕후닝이 중앙정책연구실의 주임직에서는 공식적으로 물러났지만 그 배후에서 모든 것을 지휘하고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당 중앙정책연구실은 정치, 경제, 문화, 국제, 사회 등 분야에서 중국 공산당과 국가 발전 전략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박사급 인재 수백 명이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자리에 새롭게 임명된 이는 장진취안(江金權)이다. 전혀 외부에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그동안 중앙정책연구실에서 주로 중국 공산당 강화를 위한 연구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런 이가 왕후닝이 했던 일들을 도맡아 진행할 능력도 안되고 감도 안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결국 만인의 표적이 되는 중앙정책연구실의 주임직에서 왕후닝이 공식적으로는 물러났지만 배후에서 모든 것을 지휘하고 조종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시대 흐름과는 다른 왕후닝의 공작, 과연 성공할까?]


왕후닝은 이미 구시대의 인물이 되었다. 중국의 신세대들은 이미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생각도, 사상도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는데 왕후닝이 설계하는 중국식 ‘시진핑 주의’는 아직도 봉건왕조 시대의 가치관에 머물러 있는 듯 보인다.


그러다보니 왕후닝의 일련의 공작들이 중국 사회내에서도 거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해 2월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중국 사회가 흔들리자 왕후닝은 선전부를 통해 ‘대국전역’(大國戰疫∙중국의 전염병에 맞선 싸움)을 치켜세우는 시진핑의 책을 내놓으며 ‘대국(중국) 지도자의 위민(爲民) 감정’을 대대적으로 찬양했다. 그러나 이러한 왕후닝의 시도는 엄청난 반발을 불러왔다. 심지어 악평까지 쏟아지면서 결국 출간 일주일만에 예약 판매를 취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더불어 베이징 시민 쉐푸민(薛扶民)은 인터넷에 실명으로 고발문을 게시해 왕후닝의 인민에 대한 애정 부족을 지적하며 정치적 책임을 물어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3월의 알래스카 회담에서 양제츠가 했고 또 H&M 불매운동에 나서는 공청단의 성명에서 똑같이 사용된 “중국엔 이런 수법이 먹히지 않는다”는 말은 중국내의 위챗같은 SNS에서 오히려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중국에서 미국 따윈 먹히지 않아,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만 먹혀”, “중국에서 미국 따윈 먹히지 않아, 3년간 3천만 명이 굶어 죽는 것만 먹혀”라는 식으로 번져간 것이다.


심지어 “중국인에게 이런 건 안 먹혀”라고 적힌 티셔츠가 국내 인터넷에서 불티나게 팔리자 국내 인권 운동가들이 입고 다녀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뿐 아니다. 공청단의 선동으로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 과정에서 H&M이나 나이키 매장의 홍보간판 등을 불지르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들이 박수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공안에 연행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심지어 중국 광둥성(廣東省) 위원회 기관지 남방일보가 그러한 불매운동을 과격하게 하는 이들을 가리켜 ‘H&M 보이콧 군중 행렬에 섞여 들어간 나쁜 사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는 보이콧 하는 동시에 우리와 뒤섞인 채 불합리한 행동으로 물을 흐리려는 ‘고급흑(高級黑∙지도자 개인이나 정책을 과도하게 홍보하다 과유불급 논란을 부르는)’을 경계해야 하며 보이콧의 효과가 반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기사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여기서 잠깐, 남방일보가 지적한 ‘고급흑(高級黑)’은 누구를 지칭한 것일까? 남방일보의 의도가 훤히 보이지 않는가?


이렇게 중국이 달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은 왕후닝의 시대는 이미 흘러갔지만 아직도 자신의 선전선동으로 중국인들을 세뇌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중국이라는 나라가 멍이 들고 시진핑은 그로 인해 오히려 더욱 더 ‘고급흑(高級黑)’이 되는 처지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남방일보의 기사에 대한 댓글에 “함부로 따라가지 마라, 이것이 바로 당을 따라간 결과”라는 글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지금의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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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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