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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의 거대한 오판, “대책이 없다!” - "反中연대가 이렇게 빨리, 또 강하게 다가올 줄 몰랐다" - "미국 국내정세가 이렇게 빨리 진정될 줄 몰랐다" - 미국에 대한 오판, 딜(deal)할 요소 자체가 사려져
  • 기사등록 2021-03-26 16:03:57
  • 수정 2021-03-26 21: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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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불안석 중국 지도부]


중국이 엄청나게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교정책에 있어 중국의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서 좌불안석인데다가 이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분노는 물론이고 공산당 지도부의 안색이 변했다고 할 정도로 그 불안감과 위기감은 갈수록 극대화되고 있다.


중국의 지도부가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18일과 19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있었던 미중간의 2+2 고위급회담이다.


이날 만남에서 그야말로 이례적이었던 것은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의 태도였다.


이 만남에서 양제츠의 발언에 대해 여러 분석들이 나왔다. 원래 대미 외교를 전담해 왔던 양제츠가 미국측 고위관리를 향해 분위기를 흐리는 발언을 해 온 적이 없었다. 항상 온화하게 외교적인 발언만 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제츠는 이날 그동안의 스타일을 완전히 뒤집으면서 무려 16분 14초 동안이나 거친 언사를 퍼부어댔다. 외교적 결례는 이미 거론할 입장도 아니었고 이는 시정잡배들 입에서나 나올 말들을 막 퍼 부어댄 것이다.


양제츠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CNN은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중국 측이 실질보다 보여주기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며 “과장된 연기에 전념했다”고 보도했다. 다시 말해 양제츠나 왕이 외교부장 모두 자국민들에게 미국에 거칠게 대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이른바 대 국민 선전선동을 전 세계의 카메라가 보는 앞에서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분석도 일견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분석은 양제츠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양제츠는 이번 알래스카 만남 자체가 앞으로 바이든 정권 4년간의 미중관계의 초석을 놓는 아주 중요한 만남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향한 길목에서 미중관계가 엄청나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 역시 주목하고 있다. 그렇기에 알래스카에서의 첫 대면에서 양제츠가 그렇게까지 발언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랬을까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두 가지 오판]


우선 양제츠는 미국과의 대화를 제의해 놓고도 어느 정도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심 미중간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다양한 제안을 할 계획도 있었고 미국측과 심도 깊은 논의를 할 준비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기대들이 다 무너졌다. 특히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첫 행보로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면서 보여준 행동, 그리고 회담 전날인 17일(현지시간) 미국이 홍콩 문제와 관련해 중국 인사 24명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한 것에 대해 중국의 지도부는 상당히 당황했다고 한다.


중국과의 고위급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이미 대 중국 포위망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를 착착 구체화해 나가는 것을 보고 중국의 지도부가 열 받았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대화의 상대로도 인정하지 않은 것이고 존재 자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첫 대면에서 블링컨 장관이 대 중국 발언을 하면서 중국의 생각을 벗어난 말들, 이를테면 이미 중국을 향한 미국의 정책은 정해졌으니 이에 대한 중국의 의견을 듣겠다는 식으로 일방통행을 하니 양제츠가 완전히 뒤집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를 비롯해 서방진영들이 똘똘 뭉쳐 중국의 인권에 대해 거칠게 항의하면서 제재까지 취하자 사실상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가 이성을 상실할 정도로 흥분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지도부를 이렇게 혼란에 빠지게 만든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중국의 위기 돌파를 위한 전선이 미국 하나만이 아니라 너무나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 한 국가만 철저하게 대응해 가면 될 줄 알았는데 미국은 미국대로, 또 서방진영까지 확산되어 상대할 국가들이 너무나도 많아졌다는 데 대해 중국이 충격을 받았다는 의미다.


둘째는 미국의 국내 정세에 대해 중국 지도부가 완전히 오판했다.


[중국의 오판 1: 미국의 동맹 연대 전략]


중국 지도부가 오판을 그야말로 크게 한 것 중의 첫 번째는 바이든 정부의 동맹 연대전략에 대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 때는 대 중국 전선이 사실상 딱 미국 하나로 좁혀져 있었다. 그래서 미국만 상대하면서 중국은 나름대로의 외교전략을 펼칠 수 있었다.


아시아권만 하더라도 중국은 한중일 3각 경제공동체 주장을 해 왔었고 이를 통해 미국의 포위망을 와해시킬 수 있을 것이라 봤다. 그래서 한국을 중국쪽에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밀착 외교를 펼친 것이다. 당연히 효과도 있었다. 미국보다 중국쪽에 더 가까운 외교를 문재인 정부가 해 오면서 미국의 대 중국 포위망을 상당 부분 허물었다고 자평했다.


유럽 역시 EU가 독일이 중심이 되어 포괄적 투자협정을 체결하기로 하고 마무리단계에 들어섰다. 따라서 EU를 미국의 대 중국 포위망에서 분리시켰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지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아 그동안 중국이 은밀하게, 그리고 깊숙하게 진행해 왔던 ‘미국의 대 중국 포위망 흔들기’ 작업이 완전히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소 4년 이상 작업해 온 모든 외교적 노력이 단 두달여 만에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취임 직후부터 전 외교안보 진영을 총 동원해 유럽의 국가들과 매일 접촉하는 ‘유럽 로드쇼'를 펼쳐 왔다는 것을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미국의 외교안보 진용이 새로운 인물들이 아니라 이미 오바마 정부에서 손발을 맞춰온 베테랑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블링컨 국무장관이 알래스카에서 중국과 2+2회담을 한 직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유럽을 방문했다는 것은 이미 유럽국가들과의 대 중국 외교방향이 상당 부분 조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블링컨 장관의 유럽 방문과 동시에 유럽국가들이 대 중국 제재에 나서게 된 것이었다. 대중국 접근에 있어 미국 혼자만이 아닌 다자적 접근을 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취임 두 달만에 결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일본과 한국 방문도 그야말로 아주 치밀하게 의도된 방문이었다. 이미 ‘유럽 로드쇼'를 통해 대 중국 포위망 형성을 다진 상황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반중 포위망 형성이 긴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서의 구멍은 바로 동맹국 한국이었다. 미국은 이미 일본·호주·인도 등 국가와 화상으로 정상회의를 열었고 군사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으로도 중국을 겨냥한 협력 기반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핵심 역할을 해 주어야 할 한국이 문제였다.


그 한국을 트럼프 정부에서는 한국의 원미친중(遠美親中; 미국은 멀리하고 중국을 가까이 하는 외교)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예 방치해 두었다. 어떻게 보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하는데 있어 필요한 도구 정도로만 취급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 들어서면서 동맹과의 연대를 통한 대 중국 정책을 펴 나간다는 원칙이 확고하게 서면서 한국 정부를 새롭게 다잡아야 할 때가 다가왔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의 취임 후 첫 행선지를 일본과 한국으로 잡은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 온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대외적으로 강력하게 중국을 비판했다. 그리고 한국 문재인 정부의 친중정책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문제 제기를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대중 정책이 상당히 변화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미국이 한국을 보는 시각도 전 정권과는 달리 달라졌고 접근하는 방식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내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도 강경하게 변했다. 그래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의 미사일 방어와 관련해 주한미군의 합동 비상작전 요구대로 사실상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단계 성능 업그레이드를 한다는 사실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린 것이다.


이런 흐름에 중국은 적잖이 당황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중국에 약속했던 3불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드 배치로 인한 양국간 갈등 해소를 위해 중국에 제시한 ‘3불 정책’은 한국이 사드 시스템을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MD 시스템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3자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이를 완전히 뒤집는 정책을 곧바로 강행하겠다고 한 것이고 한국 정부도 사실상 동의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시진핑 정부가 한국정부를 향해 5년 넘게 공들여왔던 모든 외교적 과실이 다 날아가 버렸다. 그러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이 더욱 불안한 것은 이렇게 유럽과 인도-태평양지역 모두 대 중국 포위망 형성을 하는데 있어 단순한 무역개념이나 이념 문제가 아니라 인권 문제와 결합하여 대 중국 압박을 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인류보편적 상식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중국이 빠져나갈 구멍도 별로 없다. 그것도 한 두 나라가 아니고 중국과 러시아를 뺀 사실상의 강대국과 중견국들이 똘똘 뭉쳐 모두 대 중국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는 데서 중국은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은 상황이 이렇게 급변할 줄 몰랐다. 그것도 이렇게 빨리 이런 순간이 다가올지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오판한 것이다.


[중국의 오판 2: 미국의 국내 상황]


여기에 또 하나, 양제츠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것은 미국의 국내 정세에 관한 판단이었다. 지난해 11월 4일의 대통령 선거를 겪으면서 미국은 양대진영으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심지어 의사당이 탈취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진터라 미국이 이러한 국민분열과 폭력사태 등을 수습하는데 한참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더불어 국내 문제 때문에 국제정세나 외교 문제를 돌볼 겨를도 없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러한 판단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것이다.


사실 시진핑 주석이 나서서 “동진서퇴(東進西退; 동양은 전진하고 서양은 후퇴한다)”론을 꺼내들면서 중국이 곧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진단에 기초한 것인데 미국이 오히려 다시 ‘강한 미국’을 내세우며 ‘미국이 돌아왔다’고 외치니 중국으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미국이 국내 문제로 흔들릴 때 이를 진정시킬 방안으로, 다시말해 바이든 정부의 국면전환용으로 국제적 대형이슈를 중국이 지원하는 딜(deal)을 하려 했었다. 그 중 하나가 기후변화 문제이고 또 다른 하나가 북한 문제였다.


곧 미국이 트럼프 정부때의 강경한 대 중국 정책을 포기하는 대신 중국도 바이든 정부를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은 하겠다는 그러한 딜을 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중국의 계산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갔다. 우선 미국의 국내 문제가 중국이 생각하는 것만큼 혼란스럽지도 않았다. 순전히 중국식 생각으로 상상하다가 완전히 스타일을 구긴 것이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가 사실 기후변화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높은 것도 아니고 북한 문제 역시 중국의 도움이 없이도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중국이 딜을 할 어젠다로 내놓은 것들이 미국에게는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은 것들이었다는 말이다.


결국 미국 정세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말미암아 미국에 내놓을 카드 자체가 마땅치 않은 상황으로 몰려 가면서 알래스카에서의 2+2대화에서 전혀 재미를 보지 못하게 된 것이고 심지어 앞으로 잘 될 것이라는 희망조차도 갖지 못하게 됐다.


[중국, 솟아날 구멍이 안보인다!]


더더욱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집단적인 대 중국 공격에 반격할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다. 그동안 중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왔던 것이 무역 보복인데 이또한 앞으로 큰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미국이 이미 그에 대한 대비를 하기 시작했고 진짜로 중국이 서방국가들을 향해 무역보복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본격적으로 중국 경제 죽이기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 정부때보다 더 어려운 국면을 중국이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이 험한 국면을 돌파할 수 있을까? 지금 추측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알래스카 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측에 4월에 화상대화를 요청했지만 미국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탑-다운 방식이 아닌 보텀-업 방식은 북한 김정은과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시진핑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지금 입장을 딱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이 말일 것이다.


“대략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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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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