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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3-21 09:30:46
  • 수정 2022-10-09 15: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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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Why Times]


노래와 이야기는 왜 힘이 있을까.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 있을 때 함께 기쁨을 나누고, 슬프거나 힘들 때 모여서 노래하고 이야기하며 시름을 달래는 특성이 있다. 지나간 세월을 되돌아보면 매년 다사다난했고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그 가운데 아무리 현실이 어려워도 노래와 이야기 속에서 희망을 얻으며 꿋꿋하게 살아왔다. 재미 이민진 작가가 장편소설 '파친코'에서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고 말한 대로 개인과 나라의 역사는 어떤 고난과 억압 속에서도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일어서려는 생명력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지난 일 년여 동안 온 세계에 역병이 돌고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사회적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쌍방소통이 제한된 상황 속에서 야외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TV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열렬히 응원하고, 레트로 스타와 새로운 별들의 탄생을 지켜보며 묻혀 있던 이야기를 발굴해냈다.


그동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돌 그룹의 뒤를 잇는 K팝 꿈나무들의 경연이 있나보다 정도로 여겼는데, 급기야 남녀노소가 트로트 노래에 빠지거나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 남성중창과 무명가수들의 노래를 되풀이해서 듣고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마치 스포츠 중계나 게임을 보듯 모여 앉아 취향에 맞는 출연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합격하기를 간절히 염원했으며 본인의 바라는 결과가 나오면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노랫말이 주는 메시지와 가수들의 인생 이야기(life story)에 관심을 기울이며 위로를 얻고 격려를 보냈다. 진정성 있는 삶과 철학적 사유가 깊은 내용을 담은 노래일수록 더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런 현상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오히려 현직에서 물러나거나 시간과 생활의 여유가 있는 장년층과 노년층에게도 여가의 일부분이 되었다. 물론 시청자의 요구를 미리 알아채고 프로그램을 제작한 방송사의 발 빠른 비즈니스 전략도 있겠지만, 시청자들은 음악인들의 활동에 응원과 지지를 보내면서 부지중에 스타를 중심으로 한 온오프라인 시장을 형성해나가는 팬덤의 역할을 했다. 마치 씨실과 날실을 엮어 그림을 만들어가는 타피스트리처럼 대중예술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매체를 통해 만나 다 짜기 전까지는 드러나지 않는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인데 이 모든 일들이 COVID-19로 인해 뉴노멀 세상이 더욱 앞당겨졌기에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학생들은 이미 비대면 수업에 상당 부분 적응을 했고, 성인들의 평생학습도 점차 온라인으로 바뀌어 진행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귀로 듣는 오디오북이 긴 시간 종이책을 읽기 어려운 장년층에게 각광을 받는 추세다. 마치 예전에 옛날이야기를 듣던 것처럼 성우나 작가의 목소리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고전과 신간소설을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는 서비스가 늘어났다.


최근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눈 감은 채 들으며 그 시대를 상상했고,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재미한국인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영어원문으로 듣는 중이다. 충분히 이해 할 수는 없으나 작가가 영어로 표현한 이야기를 먼저 듣고 우리말로 번역판을 읽으려고 책을 주문을 해두었다. '파친코'는 작가가 30년 간 재일한국인 4대의 삶 90년을 역사적 이야기로 풀어낸 소설이기에 조금 더 느린 속도로 읽으며 느껴보고 싶다.


지난 연말에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유미리 작가가 <'</span>에노역 공원 출구(Tokyo Ueno Station)'2020년 전미도서상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2012년 경주 국제펜대회에서 만난 적이 있는 유 작가는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카다와 상까지 수상했으나 여전히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에서 경계인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런가 하면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자신의 체험한 가족사를 바탕으로 만든 독립영화 '미나리' 역시 낯선 땅에 가서 뿌리를 내린 한국인 이민자(코리언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50여 개의 국제영화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올랐다니 기대가 된다. 언제부터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을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목소리가 점점 큰 울림으로 번져 나간다고 믿기에, 다시 노래하고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과연 누구와 함께 무엇을 남길지 안과 밖을 깊고 넓게 둘러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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