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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 상원, 中공자학원 통제법안 통과, 이유는? - "공자학원에 공자는 없고 오직 '중국공산당'만 존재" - “미국 내 너무 많은 학교가 정치 사기극 희생양” - "공자학원, 공산당 이념 전파 및 스파이 활동 본거지"
  • 기사등록 2021-03-09 13:06:21
  • 수정 2021-03-09 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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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학원 전경


[美 상원, ‘공자학원 감독·통제 강화 법안’ 만장일치 통과]


미국 상원이 지난 5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이 운영하는 공자학원의 영향력을 제거하고 더이상 미국 학교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자학원 법안(CONFUCIUS Act)’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존 케네디(John Kennedy) 공화당 상원의원이 발의하여 미국 상원이 이날 통과시킨 이 법에는 공자학원이 있는 미국 대학에 공자학원의 교육 내용 및 활동·연구비·채용인원 등을 철저히 감독·통제하도록 요구하면서 감독을 소홀히 하는 학교는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도록 해 사실상 공자학원의 퇴출을 유도하도록 했다.


또한 이 법은 공자학원에 학문의 자유를 보호하고 캠퍼스 내 외국법 적용을 일절 금지하도록 요구했다.


이 법을 발의한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지난 4일(현지시간) 상원회의에서 “중국 권위주의 정부가 운영하는 공자학원은 자유로운 의제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위구르족이나 티베트, 홍콩 시민, 톈안먼 광장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누구도 말하지 못하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케네디 의원은 또한 별도 성명을 통해 “공자학원은 모두 중국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선전 기관”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케네디 의원은 그러면서 “미국 내 너무 많은 학교가 매일 정치 사기극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이 법안은 공자학원에 대한 통제권을 전적으로 대학에 부여하고 캠퍼스 내 사상의 자유를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케네디 의원은 이어 “하원이 우리와 함께 이 법안을 대통령 책상에 올려놓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케네디 의원의 이러한 지적은 이 법안이 지난해 6월에도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지만, 하원에서 부결된 적이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하원에서도 이 법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아주 높다. 미국내 분위기가 反 중국으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왜 공자학원이 문제가 되는가?]


인류문명의 4대 성인으로 불리는 고대 중국의 사상가인 공자(公子·기원전 551~479)의 이름이 왜 이렇게 수모를 당하는 것일까?


공자는 중국 공산당 초기인 마오쩌둥 시기에는 ‘도구’(盜丘·도둑놈)로 지탄받았다. 특히 홍위병들은 1970년대 문화대혁명 시기에 공자가 봉건주의를 상징한다며 공묘를 불사르고, 각 지역에 있는 공자 기념물을 파괴했다.


그런데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자와 제자 3000명이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일약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공자와 유교를 부활하는 운동이 중국 전역에서 벌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공묘를 직접 방문했고 공식 석상에서 공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시진핑 시기에 이렇게 공자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것은 중화민족주의를 공산주의의 보완 이데올로기로 삼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자로 대표되는 중국 전통문화가 서구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를 통해 중국몽을 전 세계에 과시하려는 것이다.


‘공자학원’도 이러한 기본개념에서 출발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각국 대학 등과 협력해 중국어·중국사·중국 문화 등을 가르치는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래서 겉모습만 보면 영국 브리티시카운슬(영국문화원), 독일 괴테인스티튜트(독일문화원)와 유사하다. 그러나 이 공자학원은 사실상 중국 공산당 체제 선전을 넘어 심지어 스파이 활동의 본거지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공자학원을 운영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보면 공자학원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공자학원·학당은 국무원 교육부 산하 국가한어국제보급지도소조(國家漢語國際推廣領導小組) 소속이다. 여기서 소조란 일종의 태스크포스 개념인데, 이 태스크포스에는 교육부를 포함해 재정부·상무부·외교부·문화여유부·국가발전개혁위원회·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국가신문출판총서·국무원 신문판공실·국가언어문자공작위원회 등 12개 부처가 참여한다. 이는 공자학원이 전(全) 국가적 사업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그리고 이 공자학원을 책임지는 '국가한판(國家漢辦)'의 주석은 쑨춘란(孫春蘭) 국무원 부총리 겸 통일전선공작부장이 맡고 있다.


이렇게 중국 정부가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 공자학원은 초기에는 소프트파워 외교의 일환으로 중국어 교육, 중국 문화 교류의 매개로 시작했으나 2013년 3월 시진핑(習近平) 집권 후 성격이 변질됐다.


그때부터 시진핑 정부는 공자학원을 체제선전의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우선적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가 지나는 국가에 집중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을 ‘샤프 파워(sharp power·권위주의 정부가 은밀하게 펴는 정보전과 이데올로기 전쟁)’를 키우는 기관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공자학원에서 가르치는 교재들도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공자학원에 공자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공자’의 사상을 왜곡·변조해 공산당에 유리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학원 교재로 베이징대학출판사가 발행한 대외중국어교재·문화중국어 시리즈인 ‘중국 이해하기(解讀中國)’는 공자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중국의 가장 유명한 사상가 공자는 농민을 매우 경시했다. 그의 학생이 공자에게 농사짓는 법과 야채 재배술을 배우려 하자 공자가 코웃음을 치며 비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늙은 농민만 못하니 그들에게 배우거라.’ 공자는 스스로 정당하지 않은 수법을 써서 돈 벌기가 나에게 하늘의 뜬구름처럼 멀고도 불가사의하다며 자신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공자는 돈에 대한 갈망을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 공자는 ‘부(富)'가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말채찍을 잡고 수레를 모는 천한 일이라도 내가 하겠다.”


요약하자면 공자가 농민을 천대했고 상인의 부귀를 부러워했다는 것이다. ”고대 중국 노동자들은 공자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그는 사지가 부지런하지 않고 오곡을 분간하지 못한다”는 대목도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자학원 교재에서 앞서 언급한 부분중 농민 관련 부분은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 나오는 것인데 원래 의미는 ‘사람은 저 나름대로 본분과 맡은 일이 있다. 농민은 농사일에 몰두해야 하듯이 지식인은 학문과 도덕 승화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가 부를 탐했다는 내용도 원전은 ‘논어’ ‘술이(述而)’편에 있는데 원뜻은 사람이 부를 누릴 수 있는지는 운명에 달려 있으니 구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완전하게 왜곡해 그야말로 ‘공자를 기가 막히게’ 만들고 있다. 다시말해 공자는 그냥 소위 말하는 ‘얼굴마담’으로 내세우는 것이고 실제로는 공산당 사상을 은밀하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교재들에서 마오쩌둥을 태양에 비유해 신격화하고 중국 공산당에 대한 찬양들을 배우도록 되어 있다. 심지어 어린이용 교재에서도 중국 공산당 찬양을 노래로 배운다.


이렇게 공자학원을 통해 중국어를 배우는 사이에 자신들도 모르게 중국 공산당 당원처럼 사상이 교화되도록 교재들이 편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학원의 수강을 마치고 나면 머릿속에 “마오쩌둥은 동양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생각과 “마르크스를 만나는 것이 하나님을 만나는 것과 다름없다”는 의식, 그리고 “중국 공산당의 은혜가 동해바다보다 깊다”는 사상을 갖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당국이 공자학원을 체제선전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첩보 수집 조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6월, 캐나다에서 발행되는 중국어신문 환구화보(環球華報)는 캐나다 정보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공자가 캐나다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는가’ 제하 기사를 게재했다. 당시 환구화보는 공자학원이 체제 선전과 첩보 활동을 위한 기관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도 공자학원이 스파이 조직으로 활용된다는 보고들이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지난 2018년 2월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공자학원이 중국공산당 사상 선전과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되고 있어 수사 대상에 올랐다”면서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을 비롯해 중국계 교수, 학생, 연구원을 정보수집원으로 활용하는 행태가 미국 전역에서 관찰되고 있다”고 확인해 주었다.


레이 국장은 이어 “공자학원이 미국 내 중국 유학생과 중국 민주화운동, 인권 활동과 관련된 재미 중국인의 동향을 감시하는 거점으로도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뿐 아니다. 유럽에서도 미국과 같은 지적들이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벨기에 정부는 스파이 혐의로 브뤼셀자유대 공자학원 원장 쑹신닝(宋新寧)의 입국을 거부하기도 했다.


[한국은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공자학원에 관한한 ‘아시아 최다’ 보유국가다. 2020년 12월 현재 23개의 공자학원이 운영중이다. 별도로 19개 중고등학교와 1개의 프랜차이즈학원인 ‘대교 차이홍 공자학당’도 운영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서울공자아카데미는 지난 2004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공자학원이다.


전 세계적으로 본다면 현재 162개 국가에 공자학원 541곳과 공자학당 1170개가 운영 중이다. 이것도 세계 63개 대학이 공자학원과의 관계를 끊어서 다소 줄어든 숫자다.


한국에 이렇게 공자학원이 많은 것은 중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는 이유도 있지만 각 대학들이 공자학원 유치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있을 것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중국과 교류 확대의 불가피성, 시중 학원 절반 수준 수강료로 중국어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 중국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인센티브(대학 관계자 초청, 장학금 지급) 등을 이유로 공자학원을 유치했고 실제로 제정적 도움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면서도 공자학원이 낳는 폐해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실제로 중국 대학과 교류협정을 맺거나 공자학원을 설치할 때 대학 내 정치 활동(중국공산당 활동) 자유 보장을 요구해 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면 돈 때문에 양심을 팔아먹은 것과 다름없지 않겠는가?


그러는 사이 우리의 젊은이들이 공산주의 사상에 세뇌되고 있고 친중사상으로 무장되고 있으며 또 반미운동의 진원지가 되어 한미동맹 흔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2005년 유럽 최초로 공자학원을 개설한 스웨덴 스톡홀름대는 2015년 공자학원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미국에서는 2014년 시카고대·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공자학원 폐쇄를 필두로 ‘공자학원 퇴출’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왜 공자학원 퇴출에 나서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


얼마 전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아주 의미심장한 보도를 한 적이 있다.


“공자학원이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분명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모든 객관적인 관찰자들이 ’공자학원이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나 더.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지명된 윌리엄 번스는 지난 2월 24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적대적이고 약탈적인 중국의 리더십은 우리의 가장 큰 시험이고 중국과의 경쟁은 앞으로 우리 안보의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내가 만약 미국의 대학 학장이라면 공자학원은 문을 닫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 이래도 공자학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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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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