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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100억원짜리 인터뷰, “민낯 드러낸 영국왕실” - 해리, "가족의 평안한 삶 위해 왕실 박차고 나와" - 마클, "자살 생각할 정도로 왕실생활 힘들었다" - 영국 언론의 과열보도가 왕실과 관계 악화 가중
  • 기사등록 2021-03-08 16:40:06
  • 수정 2021-03-08 21: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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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CBS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해리왕자 부부 [사진=CBS 트위터]


[영국 해리왕자 부부, 美 CBS와 100억원짜리 인터뷰 진행]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영국 해리 왕자(36)와 결혼한 메건 마클(39) 왕손빈 부부가 7일 밤 8시(미국 시간·한국 시간은 8일 오전 10시) 황금시간대에 2시간짜리 CBS 인터뷰로 왕실의 치부를 폭로했기 때문이다.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는 영국 시간으로 8일 새벽 1시여서 잠도 못자고 영국 왕실이 어떤 수모를 당하는지 지켜 보는 신세가 됐다.


미국 3대 공중파 방송 중의 하나인 CBS가 지난 주말, 이들 부부의 인터뷰를 예고하는 30초짜리 영상을 내보내자 미국은 주말내내 들썩였고 영국 또한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영국 왕실은 인터뷰 본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해리 왕자 부부를 깎아 내리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즉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이 이번 논란에 폭발적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우선 해리 왕자가 1997년에 사망한 다이애나비의 아들이어서 관심의 대상이라는 점도 있고 더불어 해리 왕자와 결혼한 메건 마클이 미 할리우드 배우 출신이라는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요인은 미국 대중이 영국 왕실에 갖는 오랜 동경심, 그리고 유독 왕실과 미국 간에 얽히고설킨 인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국은 찰스 왕세자의 불륜, 왕실의 냉대를 견디다 못해 이혼한 뒤 1997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을 영국보다도 더 사랑했던 나라이기도 하다.


특히 다이애나는 홀로 미국을 방문해 뉴욕의 에이즈 환자 병원을 찾거나, 미 팝송에 맞춰 춤추는 등 권위적인 영국 왕실과 미 대중을 이어준 아이콘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미국인에게 영국 왕실은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그런데 그런 다이아내비의 아들인 해리 왕자가 또다시 영국 왕실과 엄청난 갈등을 겪으면서 미국의 LA에 터를 잡고 독립을 선언했고 더더욱 이들 부부가 “어머니와 같은 비극을 다시 겪지 않겠다. 우리의 존엄을 지키겠다”면서 미 여론에 호소하자 미국 전체가 술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가 얼마나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지는 인터뷰 대가를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미국시간) CBS가 인터뷰를 기획·제작한 외주 제작사에 700만~900만달러(약 80억~101억원)를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해리 왕자 부부가 이 인터뷰 대가를 직접 받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CBS가 엄청난 금액을 이 인터뷰에 쏟아 부었다는 것은 이들 부부의 이야기가 그만큼 ‘시청률 보증 수표’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 부부는 2018년 5월19일 결혼한 두 사람은 이미 교제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줄곧 전 세계 및 언론의 관심 대상이었는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이자 찰스 왕세자의 차남으로 영국 왕위 계승 서열 6위인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인기 여배우였던 마클의 만남 자체가 화제였기 때문이다.


특히 마클이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자 이혼녀여서 보수적인 영국 왕실 가문의 일원이 된다는 것 자체가 화제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 둘이 결혼하자마자 왕실과의 불화설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고, 두 사람은 결국 지난 2020년 1월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그리고 3월 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영 연방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을 끝으로 왕실 고위 구성원으로서의 공무 수행을 마친 뒤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영구적으로 영국 왕실과 결별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마클은 둘째 아이를 임신중이다.


[해리의 부인 메건 마클은 무슨 말을 했을까?]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의 독점 인터뷰로 진행된 이날 방송에서는 충격적인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인터뷰는 메건 마클 왕손빈과의 단독 대화로 시작됐다. 마클은 영국 왕실을 떠나게 된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순진한 상태에서 영국 왕실에 들어갔던 것 같다"며 "왜냐하면 왕실 가족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클은 “영국 왕실 일원이 된 이후 침묵한 채 지내야 했다”면서 "난 왕실로부터 보호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왕실 기관 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도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왕실에서의 생활은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고 자유도 거의 없었다”면서 “심지어 친구들과 점심 먹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았다”고 했다.


오프라 윈프리가 혹시 '자신을 해하려는 생각을 한적 있느냐'고 질문하자, "그렇다. 왕가에서의 곤경 때문에 자살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또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왕실에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지난 2019년 5월 출산한 아들 아치와 관련해서도 마클은 서운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우선 마클은 첫째 아기인 아치를 임신했을 때 왕립기관으로부터 그가 왕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안전을 보장받지도 못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그것도 기존의 관례를 바꿔가면서까지 차별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아들이 태어났을 때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 등에 대한 우려와 대화들이 오고갔기 때문에 왕실이 아치를 왕자로 만들기를 원치 않았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발설했다.


결국 아치의 피부색이 문제가 되었다는 것인데 마클은 자신에게 그렇게 말한 사람의 이름을 밝히기는 거부했다. 이름을 공개하면 그 사람이 큰 화를 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아치는 '왕자' 칭호를 받지 못했다. 영국 왕실에 따르면 군주의 직계 가족은 탄생과 동시에 왕실 존칭인 '전하(HRH, His/Her Royal Highness)'라는 칭호를 받는다. 그러나 아치의 경우 이같은 칭호를 받지 못한 것이다.


그는 "왕족의 칭호를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가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힘들었다"며 "영국 왕실의 첫 번째 유색인종인 내 아들이 왕실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 다른 증손자·증손녀처럼 칭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 괴로웠다고 말했다.


윈프리가 '해리 왕자 부부가 아치의 왕실 칭호를 원치 않았다는 보도도 있었다'고 말하자 마클 왕자비는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마클은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해서는 상당히 호감이 있는 발언을 했다. 마클이 여왕과의 첫 대면에서 우선 예의를 다해 절하는 법부터 배웠는데, 여왕과의 만남에서 멋진 대화, 수다가 함께 하는 그런 편안한 대화를 나눴다고 회상했다. 또한 로열패밀리로서 함께 차에 탔을 때 무릎담요를 덮으라고 하는 등 따뜻한 면모를 여왕이 보여주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해리 왕자 부부에 대한 과열 보도를 일삼는 영국 언론 등과 종종 마찰을 빚기도 했던 마클 왕손빈은 해리 왕자의 형인 윌리엄 왕세손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자신 때문에 울음을 터뜨렸다는 보도 역시 사실이 아니라면서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리고 이러한 보도가 언론과 틀어진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특히 영국 언론들의 이중적 보도 태도가 그녀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해리 왕자의 형인 윌리엄 왕자의 부인인 캐서린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을떄 언론들은 ‘헌신적이고 사랑스런 모습’이라고 극찬을 했었는데 정작 자신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노출되자 악담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임신 중에 아보카도를 먹는 것에 대해서도 캐서린이 먹었다고 할 때는 ‘입덧을 돕는다’고 보도하더니 자신이 아보카도를 먹는 것에 대해서는 ‘물 부족과 환경 파괴와 연관된 과일로 등장했다’면서 분노를 표시했다.


한편 마클은 왕실 생활의 일부도 공개했는데, 왕실에 있는 동안 여권이나 운전면허증, 열쇠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해리와 마클 부부는 또 어떤 얘기를 했나?]


마클의 단독 인터뷰 후에 이번에는 해리와 마클 부부가 오프라 윈프리와 대담을 나누었다. 그들은 지금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둘째의 출산 예정일은 올 여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리 왕자는 파파라치에게 쫓기다가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엄마 다이애나를 회고하면서 왕실과의 관계를 끊으면서 신변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을 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여러 곳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해리 왕자는 특히 “왕실을 떠날 때 아버지인 찰스 왕세자와 세차례나 대화를 나눴고 두 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를 했지만 아버지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회고했다.


나중에 아버지인 찰스왕세자는 해리의 견해를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했다고 했다. 이때 오프리가 ‘왜 아버지가 전화를 끊었는가?’라고 묻자 해리는 잠시 주춤한 다음 “이미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한 다음이기 때문”이라면서 “이 지경이 된 것은 정말 슬픈 일이지만 나는 결국 그 길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리는 “아마도 어머니 다이애나도 왕실에서 물러나기로 했을 때 매우 슬프고 힘들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내 마클과 행복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인인 마클이 ‘더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때 해리 왕자는 그 말을 듣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면서 “당시 아내가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는데 그저 그녀를 위해 곁에 있는 일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말도 했다. 특히 “왕실의 생활 자체가 숨막히는 공간이라 의지할 곳이 없었다”면서 “특히 인종적 편견이 자신을 힘들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때 마클은 “자신은 왕실에 합류하기 위해 모든 것을 떠났고 그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왕실 생활에 대해 누구도 세심하게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 배우지를 못했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밤늦게까지 구글링을 하는 것이 자신의 일상이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해리 왕자는 “왕실이 마클을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번 놓쳤다”면서 “그런 사이 영국 언론의 부정적 보도가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슬프고도 힘들었던 것은 보수당과 노동당의 70여명이 넘는 여성 의원들이 메건 마클과 관련된 기사를 밑줄치면서 공격한 것”이라고 했다.


해리는 그러면서도 “지금 우리 둘은 믿기 힘들 정도로 힘들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 함께 힘을 북돋아 주기에 괜찮다”고 했다.


해리 왕자는 이어 자신들이 왕실의 공식 임무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한 이후 모든 왕실 가족이 연락을 끊었다면서 “영국 왕실은 지난해 1/4분기 이후 재정적 지원도 모두 끊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엄마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존재가 힘이 되었다”고 했다.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가 남긴 것들]


이날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 참석한 메건 마클은 과거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착용했던 반지를 차고 나와 주목을 끌었다. 프랑스 명품인 까르띠에사 제품인 이 반지는 다이애나비가 살아있을 때 대중 앞에서 여러 번 선보였던 것이었다.


마클이 이 반지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지난 2017년 해리가 마클에게 약혼하려 했을 때 어머니 다이애나의 보석을 가지고 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마클은 지난 2018년의 로열투어에서 이 반지를 착용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비록 왕실과 결별했지만 지금 어느 때보다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들은 지금 그동안 전혀 누릴 수 없었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해리는 아들 아치를 자전거 뒷좌석에 태우고 함께 돌아 다니기도 하고 함께 하이킹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리는 “아내 마클이 자신을 구했다”면서 아내를 자랑스러워 했다. 그러자 아내 마클은 “남편 해리가 우리 모두를 구했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아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자부했다.


인터뷰가 마지막으로 진행되면서 해리는 아버지 찰스 왕세자가 한동안 전화를 받지 않더니 요즘은 다시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윌리엄 왕자와의 관계도 ‘좋다’면서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고 했다.


이들 부부에게 지금도 가장 의지가 되는 인물은 다름아닌 어머니 다이애나였다. 어쩌면 지금 미국인들에게 해리 왕자 부부의 스토리가 대대적으로 회자되는 가장 큰 이유 증의 하나도 바로 해리가 다이애나의 아들이었고 둘 다 똑같이 왕실과 결별했기 때문일 것이다.


해리 왕자의 인터뷰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자 영국 왕실도 반격에 나섰다. BBC는 왕실에서 아기의 피부색을 놓고 이야기했다는 마클 왕자비의 인터뷰에 "참담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또 왕실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는 한 쪽의 이야기일 뿐이며, 구체적인 발언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부연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번 인터뷰 방송을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분간 공식 일정을 늘려 국가적 이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CNN은 해리-마클 부부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자 ‘로열(Royal) 뉴스’ 코너를 따로 만들고, 지난해 영국 왕실과 마클 간 갈등으로 촉발된 ‘메그시트(Megxit·메건 마클의 영국 왕실 탈퇴)’와 이전 왕실의 추문 등을 총정리한 기사와 여론 반응 등을 실시간으로 내보냈다.


해리 왕자와 메간 마클의 인터뷰. 우리에게 많은 여운을 남긴다. 이들 부부의 인터뷰는 다이애나비를 다시 지금 시점으로 불러 왔고 또다시 애잔한 스토리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잔잔한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행복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해리 왕자 부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도, 호화스런 왕실의 삶도 아니었다. 오직 자유로운 삶이었고 가족의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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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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