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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위기 자초한 北김정은, ‘생지옥’ 북한 - 청천벽력 같은 김정은의 명령. ‘장마당 폐쇄’ - "北주민 밥그릇 뺏아 국가 곳간 채우려는 의도" - "장마당 통한 자본주의 사상 통제도 주요 이유"
  • 기사등록 2021-03-05 17:32:22
  • 수정 2021-03-05 23: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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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김정은 총서기가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명령을 북한 주민들에게 내렸다. [사진-노동신문 캡쳐]


[청천벽력 같은 김정은의 명령. ‘장마당 폐쇄’]


북한의 김정은 총서기가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명령을 북한 주민들에게 내렸다. 북한 주민들이 먹고 사는 방편이었던 장마당을 완전 폐쇄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최근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와 전쟁을 선포한 김정은이 개인들의 장마당 운영, 소유를 금지하고 모든 거래를 당국의 관리하에 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 시장에서 거래되던 개인들의 식량 거래마저 중단시키고 국가식량판매소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장마당이 북한 주민들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중앙으로부터 배급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은 이것 저것 장마당에 들고나와 장사를 함으로써 그나마 근근히 생계를 유지해 왔는데 이 장마당이 폐쇄된다면 타격을 받게될 주민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심각한 후유증을 몰고올것으로 보인다.


사실 장마당은 1980년대 들어 북한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져들면서 북한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만든 것이다. 먹고살기 힘든 북한 주민들이 자력갱생의 차원에서 나타난 것이 장마당인 것이다.


그러다가 2002년 김정일의 ‘7·1경제관리개선조치’에 의해 공식화됐고, 이후 북한 유통·물류·운수 등 경제의 핵심으로 발전했다. 어떻게 보면 북한의 경제를 이끌어 온 2개의 축이 북중무역과 장마당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북한 경제를 이끌어 온 견인차 역할을 장마당이 톡톡히 해 왔다. 또 이로 인해 북한의 실질적 경제성장도 가능했다는 분석들도 있다. 어떤 분석으로는 북한의 GDP 중 50% 정도가 바로 이 장마당으로 인해 창출된다고 할 정도니 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반면 북한 주민들 소득의 70~80%가 바로 이 장마당을 통해 이뤄진다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장마당으로 나가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북한 주민들의 98% 정도가 장마당을 활용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일상화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북한 주민의 거의 대부분이 상인화되어 버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북한 주민의 50% 정도만이 사회주의 직장에서 일하는 반면 장사, 밀수, 개인 서비스 제공, 가축 사육, 텃밭재배와 같은 사(私)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성인의 70%를 넘는다고 한다. 여기에는 공산당원 여부, 거주지역, 교육 수준 등과 같은 것들과는 무관하다. 다시 말해 거의 모든 북한 주민들이 장사를 통해 먹고 산다는 의미이다.


이는 공식 직장에서 받는 월급으로는 생활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노동당이 아닌 장마당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현재 북한 당국이 공식 허가한 장마당은 500여개에 이르고 종사인원도 110만 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김정은이 이렇게 북한 주민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장마당을 폐쇄하고 그 자리를 정부 당국이 직접 대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정은은 왜 이런 조치를 내렸을까?]


김정은의 이러한 ‘장마당 국가통제’ 조치는 지난 1월 열린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이미 예고됐다.


당시 김정은은 사업총화 보고에서 “국영상업을 발전시키고 급양(식당), 편의봉사(미용, 사우나, 각종 수리점, 가내 수공업 등)의 ‘사회주의 성격’을 살리는 것을 현 시기 매우 간절한 문제로 상정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은이 여기서 ‘간절한 문제’라고 말한 것은 그만큼 북한 경제가 최대의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이고 이 위기를 극복해 갈 묘안이 간절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간절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으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인데 그렇게 되면 자신의 체제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그러한 개방 조치 대신 오히려 더 문을 걸어 닫고 자력갱생을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자력갱생 방안 자체가 뚜렷한 대책도, 해결방법도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1차적으로 그동안 장마당을 통해 주민들이 돈을 벌고 생명을 유지해 왔는데, 그 돈버는 것을 개인이 아닌 국가가 함으로써 우선 국가의 호주머니를 채워 보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김정은이 하게 된 것이다.


이는 그야말로 김정은이라는 국가가 가난한 북한 주민들의 밥그릇을 뺏는거나 다름없다. 참으로 잔인하고도 야비한 짓을 김정은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장마당을 폐쇄하고 국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두 번째 의도는 “장마당을 통해 유입될 수 있는 자본주의 바람의 싹을 아예 잘라 버리겠다”는 것이다.


한기범 전 국정원 1차장도 “최근 경제난으로 위기감을 느낀 김정은이 이런 장마당을 자본주의 서식지로 규정하고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장마당은 북한 주민이 먹고사는 방편이기도 했지만 더불어 북한 주민들의 소통의 창구, 그리고 정보 유입의 창구로 활용되어 왔다. 남쪽인 한국의 드라마도 그 장마당을 통해 얻을 수 있었고 북한의 바깥 세상의 모든 소식들도 바로 장마당을 통해 전파되었다.


심지어 BTS의 노래는 물론이고 한국의 트롯 열풍 등도 그대로 전파되는 곳이 장마당이었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지난해 8월 “백두산 답사에 나선 20대 북한 군인들이 오락회에서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 춤을 따라 했다 문제가 됐다”고 보도한 바도 있다.


북한이 최근 들어 반동사상 문화 배격법을 제정하고 한류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한류 배격을 강하게 주창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이런 연고로 김정은의 입장에서 장마당은 주시의 대상이었고, 그래서 장마당을 아예 폐쇄해 국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장마당이 폐쇄된다는 것은 북한 서민경제의 상징이 사라진다는 것이고 김정은 집권 이후 도입되었던 경제 개혁 조치 역시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이제는 식량거래·이발관·과외까지 통제한다]


김정은은 또한 시장 통제 조치의 일환으로 전국의 시장에서 개인들의 식량 거래를 중단시키고 국가식량판매소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조치는 북한 주민들에게 커다란 반발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협동농장에서 수확한 쌀이라도 국가가 정한 양만 납부를 하고 나머지는 경작자가 일부 개인 소유로 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확보한 식량을 장마당에 내 팔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김정은의 조치는 아예 협동농장과 개인의 수중에 있는 모든 식량을 구매해 판매하겠다고 했다. 이는 제재와 코로나 국경 봉쇄로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개인들이 비축한 식량까지도 강제로 징수해 식량 가격 및 수급의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는 것이 대북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문제는 이러한 강압적 방식을 김정일 때도 ‘양곡 전매제’라는 이름으로 시도했지만 실패했었다는 점이다.


말로는 모든 식량을 국가가 주민들에게 싸게 팔아 주민들에게 이득이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지만 이미 김정일 정권때 가격이 하락하기는커녕 더욱 상승하면서 흐지부지 되어버렸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도입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장마당의 국유화 뿐만이 아니라 개인 이발관, 미장원, 가정교사, 길거리 음식 장사, 길거리 상품 판매, 리어카꾼, 자전거꾼 등 상인들의 사적 거래도 전면 중단시킨다고 했다. 이러한 활동 모두를 국가기관에 소속시켜 세금을 거두겠다는 얄팍한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예상되는 후유증은?]


가장 큰 후유증은 북한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그리안해도 대북제재와 국경 봉쇄로 북한 주민들이 먹고 살 길이 막막했는데 이젠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장마당이라는 밥그릇까지 국가가 뺏아간다면 그야말로 북한 주민들의 먹고 살 길은 막막해진다.


김정은의 국가가 식량을 배급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데서 월급이 따박따박 나오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먹고 살아갈 길이 다 막혀 버린다.


김정은은 시장화로 인한 개인주의와 자본주의 사상의 유입을 막기 위해 그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지만, 그래서 먹고 사는 명줄을 국가가 관리할테니 다른 생각하지 말고 오직 김정은만 바라보고 주는 대로 먹고 살라고 하는 것이지만 과연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이 김정은의 생각대로 굴러갈지는 미지수다. 아니 미지수라기보다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지금 해 보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금 위기다!]


지난 2월 하순 주북 러시아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직원과 가족 8명이 ‘레일 바이크’ 형태의 수동 수레 열차를 타고 철길을 이동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공개됐다.


코로나 방역 때문에 열차를 이용하지 못해 별별 이동 수단을 다 동원해 평양에서 출발한지 무려 34시간만에 국경인 함경북도 나선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철길용 수레를 타고 1km가량 철길을 이용해 국경을 건넜다는 것이다.


왜 이들이 이렇게 해외토픽에나 나올 상황으로 북한을 떠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대사관 직원들마저 먹고 살기가 막막했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러시아 대사도 지난 2월 8일 언론 인터뷰에서 “밀가루, 설탕 등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사기 어려워졌다”며 “대사관 직원들은 서로 옷과 신발을 교환하며 자녀들에게 입히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1990년대의 고난의 행군 때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지금의 북한 상황은 그때보다 더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 북한 주민들의 고난은 어떠할지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북한 주민들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러한 생지옥을 경험해야 하는가?


[국가는 누굴 위해 존재하는가?]


북한은 지난 1일 노동신문 사설에서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구호를 언급하면서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할 것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북한 주민들이 지금 그것을 김정은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도 예전의 ‘그저 복종’하던 그들이 아니다. 이젠 자유를 생각하고 가족을 생각한다. 미래도 꿈꾼다.


김정은이 자초한 위기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최대의 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럴수록 북한 주민들에게 생명의 소리를 전하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단 금지법 등을 통해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을 결사코 막고 있지만 미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으로의 ‘생명의소리’를 전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이쯤에서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일전에 집권 여당 일각에서 김정은의 핵 개발과 인권 유린에는 눈을 딱 감으면서 확대된 장마당 규모만을 놓고 김정은을 ‘계몽군주’라 평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이 지금 김정은의 조치를 바라보면서 뭐라고 말할까? 김정은 스스로 자초한 북한의 경제 위기 때문에 시장 폐쇄·통제라는 초유의 반개혁적 카드를 뽑아든 그 김정은을 향해 이젠 뭐라고 말할까?


그저 속이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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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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