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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무역보복에 대만 ‘통쾌한 복수’ - 중국의 ‘대만 흔들기’, ‘파인애플 수입 중단’ 무역제재 - 중국보복, "차이잉원 총통 집권기반 흔들어 정권 붕괴 노려" - 대만인들 “중국 안 무섭다!”, 일본도 적극 지원, 4일만에 완판
  • 기사등록 2021-03-04 13:23:07
  • 수정 2021-03-04 17: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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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대만 차이잉원 총통 트위터]


[중국의 ‘대만 죽이기’, ‘파인애플 수입 중단’ 무역제재]


중국이 본격적으로 ‘대만죽이기’에 나섰다. 그동안 군사적 위협을 지속해 오던 중국이 대만의 민심을 흔들기 위한 무역제재의 전주곡으로 ‘파인애플 수입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중국 세관 당국의 마샤오광(馬曉光)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지난 2월 26일, “지난해부터 대만에서 수입한 파인애플에서 검역성 유해생물이 나왔다”면서 대만산 파인애플의 수입을 3월 1일부터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마 대변인은 “유해생물이 일단 유입되면 중국 본토의 농업생산과 생태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수입 중단은 생물안전을 위한 정상적인 조치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관련 법률과 규정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파인애플 수입중단이 주는 의미]


중국의 이번 파인애플 수입중단은 한마디로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을 겨냥한 민심흔들기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사실 대만 경제에서 농업의 비중은 2%도 되지 않지만, 대만 정치에서 농민은 아주 중요한 유권자들이다. 특히 파인애플은 대만 남부 및 중부 농민들의 주요 소득원이다. 전체 재배량의 11%가 수출되며, 거의 전량이 중국으로 수출돼왔다.


작년 중국의 대만 파인애플 수입량은 4만1천661t, 수입액으로는 15억 대만달러(약 605억원)에 달했다. 대만의 전체 경제 규모나 중국-대만 무역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해당 지역의 많은 농민의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에 민감한 문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만에서 전통적으로 타이베이 등 북부 수도권 지역에서는 국민당 지지세가 강하고, 가오슝(高雄)을 비롯한 남부 지방에서는 집권당인 민진당 지지세가 강하다. 파인애플의 주산지는 가오슝, 핑둥(屛東), 타이난(臺南) 등 전형적인 '민진당 벨트' 지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중국의 금수 조치는 막 파인애플이 본격 출하 시즌인 3월말~4월초를 앞두고 갑자기 발표됐다는 점도 중국의 왜 이 시점에 파인애플 수입중단 조치를 내렸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바로 이 점을 노리고 파인애플에 대한 전격 수입중단을 결정하면서 대만의 농심을 흔들면서 중국에 대항하면 이렇게 보복을 받기 때문에 차이잉원 정권을 바꾸라는 인식을 심어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만 타이베이타임스도 “파인애플은 대만 남부 농민들의 주소득원인데 이 지역은 전통적인 민진당의 정치 자금줄”이라며 “중국은 파인애플 수입 금지를 통해 이 지역의 여론을 뒤집고 전통적으로 반중 성향이 강한 민진당을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분명한 것은 중국의 이러한 발표는 그저 핑계일 뿐이라는 점이다.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대만 농업위원회 천지중(陳吉仲) 주임은 “지난해부터 수출된 파인애플은 100% 더욱 강력한 검역을 거쳤다”고 반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만이 자체적으로 수출 검역을 강화한 작년 10월부터는 한 건도 유해 생물 발견 사례가 없었는데도 중국이 뒤늦게 수입 금지 조처를 내린 데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의 파인애플 수입 중단은 단순하게 정치적 이유일 뿐이라는 것이 대만의 주장이다.


중국의 이러한 조치가 발표되자마자 대만의 빈과일보는 28일 대만 중화경제연구원(CIER) 대륙연구소의 우자쉰(吳佳勳) 부소장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의 대만산 파인애플 잠정 수입 중단이 대만 제재의 전주곡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우 부소장은 지난 1월 27일 주펑롄(朱鳳蓮)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이 “대만이 생산하거나 대만을 거쳐 운송된 육류제품의 중국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이후 또다시 대만의 파인애플 수입을 금지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언급했다.


우 부소장은 “올해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자 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의 첫해로 연례 최대 정치 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개막을 앞두고 대만에 대한 본격 압박에 나선 것”이라는 의미다.


우 부소장은 “중국 입장에서는 경제무역 제재에서 자신(중국)에게 후폭풍이 발생하지 않고 상대(대만)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 대만 농산물 시장”이라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 부소장은 이어 “대만의 육류 제품과 파인애플에 대한 수입금지는 대만 산업과 경제에 대한 충격 조성이 아닌 대만 내부에서의 정치적 대립과 민심을 공황 상태에 빠뜨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우 부소장은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느라 대만 과학기술산업의 부품과 인재에 대한 수요가 높으므로 이들 산업에 대한 제재는 경솔하게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중국이 이렇게 “파인애플 수입 금지 조치가 성공한다면 이어 망고, 구아바, 슈가 애플, 왁스 애플 등이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고 대만 언론들은 보도했다.


중국은 대만 뿐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해 책임론을 주장한 호주의 석탄·와인·쇠고기 등의 수입을 규제한 바 있다.


[중국 보복에 뭉친 대만 국민들, “중국 안 무섭다!”]


중국의 파인애플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자 대만 국민들은 당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똘똘 뭉치고 있다.


우선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부터 앞장섰다. 차이 총통은 지난 2월 26일 중국의 무역제재 조치가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호주산 와인의 수입 제재로 불공정무역을 펼쳤던 중국이 이젠 우리의 파인애플을 상대로 보복하려 한다”면서 “맛있는 파인애플을 마음껏 즐겨 농부들을 지원하자”고 트위터를 통해 호소했다.


차이 총통은 이어 “대만에서 대륙으로 수출된 파인애플의 검역 합격률은 99.79%”라며 “중국의 일방적인 수입 중단은 비무역적인(정치적이라는 의미) 고려 때문”이라면서 중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7일 차이 총통은 대만 남부 가오슝(高雄)의 파인애플 농장을 찾아가 갓 딴 파인애플을 손에 들고 엄지를 치켜세운 사진을 올렸다.


그는 별도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사진에서는 가슴에 'TAIWAN'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옷을 입고 파인애플을 직접 먹는 사진도 올렸다.


그리고 3월 2일에는 “파인애플을 모두가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국가가 앞장서고 있다”면서 “파인애플이 여러분에게 미소를 짓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했다.


총통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파인애플 챌린지에 나서자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총리)과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 천치마이(陳其邁) 가오슝 시장 등 민진당 소속 핵심 정치인들도 일제히 파인애플 농장을 찾아가 ‘인증샷’을 남기며 파인애플 소비 진작을 호소했다. 민진당 소속 입법위원인 우쓰야오(吳思瑤)는 “중국이 크지만 대만은 무섭지 않다”는 글과 함께 파인애플을 먹는 자신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대만내 오피니언 리더들도 파인애플로 만든 잼이나 빙수 등 여러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파인애플을 소재로 한 일러스트를 만들어 올리는 식으로 ‘파인애플 잔뜩 먹기 챌린지’에 동참했다.


이러한 파인애플 챌린지에 대만 국민들은 적극 동참했다. 파인애플의 구매 물결이 일어 4일 만에 지난해 중국 수출물량만큼 팔려 버린 것이다.


3일 대만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대만 농업위원회 천지중(陳吉仲) 주임은 전날 “지난달 26일부터 파인애플 판매 촉진에 나선 지 96시간 만에 4만1천687t에 달하는 구매 신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농업위원회가 판매 운동을 벌인지 98시간만이다.


천 주임은 “이런 실적은 농업위원회 판매 목표인 수출 3만t, 내수 2만t의 83%를 각각 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국민들이 일차적으로 중국의 무역 보복에 똘똘 뭉쳐 통쾌하게 되갚은 것이다.


대만 당국은 차제에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도록 중국 이외의 거래선 발굴 등 수출 시장 다변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호주와 일본이 대만을 돕기 위해 적극 나섰다. 대만언론은 남부 가오슝(高雄) 지역의 농협과 호주 무역업자와 파인애플 판매 협력의향서(LOI)를 맺었으며, 식품 수출업체가 작년보다 62%가 증가한 3천500t의 파인애플을 일본에 수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 캐나다주타이베이무역판사처, 일본대만교류협회 등도 대만 파인애플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파인애플 챌린지에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호응이 일고 특히 일본이 적극적으로 파인애플 수입량을 대폭 늘리자 차이잉원 총통은 3일 트위터를 통해 “대만 파인애플을 적극 응원해 주신 일본인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면서 “대만에 오시면 파인애플 케이크를 반드시 구입하시지만 생 파인애플을 그대로 드셔도 정말 맛있다. 꼭 드셔보라”고 했다.


그리고 라이칭테(賴清德) 부총통은 3일, “오늘까지 일본으로부터 5000톤이 넘는 주문을 받았다. 이는 사상 최대 양이다”면서 “일본인 여러분이 총통부를 방문한다면 파인애플 케이크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대만의 ‘통쾌한 승리’, 중국은 ‘머쓱’]


대만을 흔들어 보려는 중국의 태클을 대만은 보란 듯이 넘어섰다. 통쾌하게 승리한 것이다.


사실 대만인들은 중국의 이러한 치졸한 보복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중국은 지난 2019년 8월에도 자국민의 대만 자유 여행을 중단시킨 적이 있다. 대만을 찾는 중국인 개인 관광객은 연간 100만명이 넘었기에 당시 이런 조치는 대만 관광산업에 수조원대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그러한 중국의 압박이 대만의 민심을 흔들지는 못했다. 오히려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하락했고 차이잉원 총통을 중심으로 더욱 결집했다.


그리고 이젠 바다 건너의 중화인민공화국을 ‘본토’라는 개념에서 '대륙' 또는 '중공'이라고 불렀는데 요즘 들어서는 아예 '중국'이라고 부르면서 다른 나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반중 분위기가 지난해 1월 치러진 대선과 총선에서 반중을 부르짖은 민진당이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국민당에 압승한 주된 배경이 됐다.


대만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면 할수록 대만은 이젠 중국과 맞짱도 뜨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군사적 압박까지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그럴수록 대만의 독립 의지는 더욱 강해질 것이고 그러한 대만은 국제사회는 적극 지원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대만산 펑리수(파인애플 케이크)와 대만산 파인애플을 사 먹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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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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