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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동맹 맺을 수 있을까? - 중국-러시아를 ‘공동의 적’으로 규정한 미국 - 달라진 중국-러시아 관계. 그럼에도 절대 신뢰 않아 - 러시아, 중국 이용해 미군 전력 분산 유도
  • 기사등록 2021-02-25 15:51:23
  • 수정 2021-02-25 21: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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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를 ‘공동의 적’으로 규정한 미국]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과 러시아는 같은 공산주의 체제이면서도 역사적, 이념논쟁적, 군사적 경쟁심 그리고 지정학적 차별성 때문에 같은 듯 다른 미묘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게 있어 러시아는 한때 주적(主敵)이었다. 1969년에는 헤이룽장성 우수리강(러시아명 아무르강) 중류의 전바오다오(珍寶島·러시아명 다만스키섬)를 두고 서로 자국 영토라며 두 차례나 전투를 벌였다.


그 후 소련과 중국은 4380km에 이르는 국경선에 군 병력을 각각 81만4000명, 65만8000명 배치하면서 대치 상태를 유지해 왔다. 중국이 미국과 화해를 한 것도 소련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다가 2001년 7월 16일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해 영토 문제를 비롯한 각종 분쟁을 해결하고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장쩌민 주석과 푸틴 대통령간에 맺어진 조약이었다.


이렇게 때론 경쟁관계가 되기도 했고, 그러다가 또 미국에 맞서 같은 목소리를 내기도 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렇게 협력을 하면서도 군사동맹은 맺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던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들어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러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무관치 않다. 트럼프 행정부 때는 러시아와 밀고 당기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사이를 적당히 벌리는 외교정책을 유지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유독 친분관계를 보여주었던 것도 이러한 외교 정책 때문이었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 들어서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하나로 묶어 ‘미국의 적’이라 규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뮌헨안보회의(MSC)에 잇따라 참석해 중국과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과의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에 함께 대비해야 한다"며 중국의 강력한 정치적·경제적 도전에 맞서기 위해 유럽 동맹이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또 "러시아는 강하고 긴밀한 대서양 공동체와의 협상보다 개별국가를 위협하고 괴롭히는 게 더 쉽기 때문에 나토 동맹을 약화시키려 한다"며 협력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은 러시아를 G7 정상회의에 초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미국이 민주주의 동맹을 외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공동의 적으로 규정하자 중국과 러시아의 결집도 상대적으로 강력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에 앞서 20년 전 체결한 양국의 선린우호협력조약을 거론하면서 밀월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나섰다. 이미 바이든 정부의 중국과 러시아 정책을 읽고 사전 조치를 한 것이다.



[다시 결집하는 중국과 러시아]


영국 런던에 있는 ‘Global Risk Insights’는 지난 1월 11일(현지시간) 발행된 “서구사회는 중-러 군사동맹을 주시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중국과의 준(準)군사동맹(de facto military alliance) 관계로 발전시키고 있다”며, “모두 미국의 쇠퇴를 겨냥하며 미국이 더 빨리 군사력을 소진하도록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그동안 중국이 노후된 무기와 장비를 교체하는 군 현대화 작업에 2류급 무기와 장비를 지원하던 차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제는 중국을 인도-태평양 내 지역 패권국가로 만들어 미국과 전략적 경쟁에 임하도록 중국이 원하는 첨단 군사과학기술, 차세대 무기와 장비들을 제공해 주는 준군사동맹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Global Risk Insights’는 이러한 중-러의 군사적 밀착은 러시아가 경제정책을 실패하면서 유럽 대륙에서 미국과 나토(NATO)의 군사력에 비해 현저하게 밀리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국을 끌어 들였고, 중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강력하게 맞서도록 지원함으로써 미국이 단일 초강대국으로 자리잡는 것에 대해 대응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이 1990년 걸프전을 겪으면서 초군사강대국으로 진입했지만 2000년대 들어 20년 넘게 국제테러조직과의 전쟁에 집중하면서 미국의 힘을 분산시키고 이 기회를 틈타 러시아가 서진(西進)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 같이 중국에 강력한 힘을 실어 주면서 미국의 전력을 분산시키게 되면 그만큼 러시아가 유럽 쪽에서 어깨를 펼 수 있다는 전략을 수행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중국과의 군사적 밀착을 가져오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예비역 해군대령 윤석준도 이러한 움직임이 러시아 입장에서는 연합전선 전략(united front strategy)이고 중국 입장에서는 이이이제(以夷以制) 전략이 맞아 떨어진 군사적 커플링이라 봤다.


[달라진 중국-러시아 관계, 어디까지 발전할까?]


그렇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정치적 밀착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 갈까? 그 결집이 과연 군사동맹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까?


우선 러시아는 중국에 대해 공군력과 해군력 등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공군력에 관한 한 중국은 절대적 약세다. 이를 러시아가 대폭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중국 인민해방군의 주력전투기가 된 J-11B형은 러시아의 Su-27 기술을 전수해 중국이 만들어 배치한 것이다. 현재 약 440대 정도 생산하여 실전배치했다.


해군력 역시 중국이 절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인데 이 역시 러시아가 빈 공간을 채워주고 있다. 러시아는 4척의 소브르메니급 구축함을 제공하여 Type 052형 구축함 선형 기본설계를 지원했고, Type 052B/C/D 뤼양(洛陽)급 구축함을 2004년부터 총 33척을 건조하도록 지원했다.


러시아는 일본에 비해 크게 열세인 중국의 잠수함전력을 지원하기 위해 킬로(Kilo)급 3가지 유형의 잠수함 12척을 제공했으며, 러시아의 기술지원을 통해 중국은 YJ-18형 잠대함 미사일을 개발했다.


여기에 러시아는 중국 해군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미완성 구소련 바아그 항모를 2012년에 완공할 수 있도록 인력과 기술지원을 하였으며, Su-33MKK를 복제한 J-15 함재기를 복제하도록 기술지원을 하면서 2013년부터 약 24대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이러한 러시아의 지원 때문에 지금 중국이 남중국해를 휘젓고 다니면서 대만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중국 J-20 스텔스기의 엔진 지원, 중국 공군의 Y-20 대형 수송기 생산 지원, Type 346 X-밴드 대공레이더, 콜런칭 체계의 수직발사대, Type 055형 구축함 대량 건조,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그리고 러시아의 S-400 대공/탄도 미사일 방어체계 제공과 양국 간 탄도 미사일 방어체계 공동 구축 합의 등 전방위적으로 러시아가 중국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외에도 군사기술 지원, 연합 정찰작전, 미사일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등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특히 양국은 미국이 아시아 동맹국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군사적 대항 조치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양국간 협력 증진은 미국의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가 개최된다면 양국의 군사적 대응도 더욱 밀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푸틴 대통령은 이를 축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첫 외국 정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러시아가 중국의 국방력 강화에 적극적인 이유는 딱 한가지다. 중국의 국방력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게 되면 미국의 국방력이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대응을 위해 군사력을 동북아시아쪽으로 집중배치하게 되면 당연히 대서양에 전력공백이 생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러시아가 다시 대서양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게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추구에 따라 러시아가 대서양, 지중해, 흑해 등으로 다시 복귀하고 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유럽 북해함대 전력의 70%를 현대화하면서 유럽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자 바이든 정부도 다시 러시아에 대한 전력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2월 5일 미 국방성으로 하여금 “전 지구적 군사력 태세 재검토(Global Force Posture Review)”를 통해 러시아의 위협에 적극 대응할 것을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러시아의 이러한 군사전략이 과연 얼마나 먹힐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러시아의 군사적 지원을 대폭 받고 있는 중국이 미국과 민주주의 연대의 군사력에 대항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지중해, 흑해 및 인도양 등에 까지 영향력을 증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러시아의 국력이 예전만큼 강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치게 미국의 위세에 대해 대항할 경우 경제 제재 등으로 확산될 수도 있어서 그렇다.


[중국-러시아의 준 군사동맹에 적극 대응하는 미국]


러시아의 이러한 대 중국 지원을 통한 미군의 전력분산 전략에 대해 미국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5일 펜타곤을 방문한 자리에서 펜타곤 내에 『중국 위협 평가팀(China Task Team)』을 조직하여 6개월 이내에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의 일차적 목표는 대 중국 대응이다. 유럽 문제는 우선 순위에서도 밀린다. 특히 미국은 NATO와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유럽연합과의 군사 공조에 대해서는 적극성을 띠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미국보다 우선 유럽이 먼저 결정할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5일 “뉴욕타임스(NYT)(국제판)”는 유럽연합, 프랑스와 독일 등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받은 불신을 중국과의 경제협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것이 지금 미국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유럽에서 쇠퇴하는 러시아가 인도-태평양에서 부상하는 중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해 준 댓가를 갚기 위해 중국 당국이 유럽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증대하여 미국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데 이는 결국 유럽연합이 결정할 문제이고 유럽연합이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면 구태여 미국의 군사력을 유럽에 집중할 필요도 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서로 충족시켜 주면서 유대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 이유?]


중국과 러시아가 그 정도 유대를 강화하면서 준 군사적 동맹으로서의 행태를 보이면서도 진짜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다시말해 선린우호협력조약을 뛰어넘는 중-러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슨 이유인지 궁금증이 남는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 양국은 2013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래 정상간 만남만 30번이 넘을 정도로 관계가 돈독하다. 지난해 말 시진핑 중국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의 정상간 전화통화에서도 시 주석은 “중·러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중국은 러시아와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기를 원한다”고 밝혔고, 푸틴 대통령도 “양국은 2021년에 ‘러중 선린우호 조약’ 체결 20주년을 맞이한다”며 “이는 러중관계 역사상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도 동맹관계를 맺자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딱 한가지다. 그렇게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지만 결코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드레이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 대사는 “양국이 동맹을 맺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양국 관계는 제3자를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제3자'란 바로 미국을 지칭한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중국과 협력을 하는 것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미국의 1차 표적이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그저 국익에 따른 행동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의미다. 전략적 협력 수준을 유지하면서 바이든 정부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이렇게 나오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역시 미국과의 관계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을 결코 적대관계의 국가로 규정하기 싫어한다. 최소한의 거리두기만 할 뿐이지 미국과 결코 일 대 일 대결 국면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과거 소련연방의 해체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래서 러시아는 바이든 행정부와도 적당한 거리두기를 하면서 국익을 챙기려 한다. 그래서 이번 바이든과 푸틴의 정상 통화에서 2월 5일 효력만료를 목전에 두고 ‘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5년 연장에 합의한 것이고, 이로써 러시아는 전략적 안정성을 지키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러시아의 입장은 미국과 직접 부딪치는 악역을 중국이 맡게 하고 러시아는 그 뒤로 숨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고, 이러한 전략 수행의 일환으로 중국의 국방력 강화를 돕고 있다고 보면 된다. 같은 차원에서 동맹은 맺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동맹을 맺는 순간 한 몸이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곧바로 러시아가 미국의 주적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도 러시아를 견제하기는 하겠지만 중국과는 다른 차원에서 외교를 펼쳐나갈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미국과 대적하기에는 너무 노쇠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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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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