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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북한 원전 문건, 핵심 쟁점 3가지 - 핵심은 USB가 아니라 北원전 건설 제안 여부 - 북 원전, 1차 회담 아닌 2차 회담때 내용 건넨듯 - 도보다리 1차회담때 구두로 원전건설 말한 듯
  • 기사등록 2021-02-03 01:02:03
  • 수정 2021-02-03 08: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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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행위냐, 북풍공작이냐?"]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감사 직전 월성 1호기 관련 파일 삭제 사건이 이젠 단순한 ‘원전 게이트’를 넘어 :문재인 대통령의 이적행위냐, 아니냐“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청와대와 여권은 “북풍 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면서 진화하기 바쁘지만 이 논란을 쉽게 수그러질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불쏘시개가 되어 더욱 활활 타오르는 형국이다.


신자부 공무원들이 월성 1호기 원전 관련 감사원 감사를 방해하기 위해 삭제한 530건 자료 파일 중에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등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은 17개며, 이름이 같은 것을 제외하면 13개다.


삭제 파일을 복원해 본 결과 이 파일들은 모두 ‘60 pohjois(뽀요이스)’라는 상위 폴더 밑에 있었다고 한다. pohjois는 핀란드어로 ‘북쪽’이라는 뜻이다. 네이버 핀란드어 사전을 보면 ‘Pohjois-Korea’가 북한이다.


이렇게 통상적으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용어를 폴더명으로 썼다는 것은 북한 원전 추진 계획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pohjois 폴더 아래엔 ‘북원추(’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방안‘의 약자로 추정)’라는 하위 폴더도 있었다.


그렇다면 산업자원부가 작성한 이 북한 원전 문건이 언제, 왜, 무슨 이유로 작성되었는지 따져 보기로 하자. 문건 작성의 시기와 이유, 목적 등이 명확하게 밝혀져야 ‘이적행위’인지, ‘북풍공작’인지 판명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핵심 쟁점은 3가지다.


[쟁점 1: 김정은에게 준 USB에 원전 내용 포함 여부?]


지난 2018년 4ㆍ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USB와 이를 인쇄한 책자 형태의 문건을 북한에 전달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USB에 담긴 문건의 핵심은 ‘한반도 신경제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이 구상은 문 대통령이 캠프 때부터 공약으로 내세웠었고, 정부 출범 이후엔 국정 과제로 확정한 남북 경협 정책이다.


이 구상은 동ㆍ서해 축과 DMZ(비무장지대) 축을 기준으로 한반도를 ‘H’자 형태로 연결한 뒤 중국 및 러시아로 진출하는 ‘북방경제’를 통해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이 중에서 수도권, 개성공단, 평양 · 남포, 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경협벨트 건설과 경의선 개보수, 서울∼베이징 고속 교통망 건설 등은 사실상 엄청난 전력이 소요되는 일이다.


그러나 4·27 정상회담 당시에는 이 문제를 북한에 화력발전소를 신규로 건설하고 신재생에너지 확충을 통해 전력을 1차적으로 보강하는 계획을 세웠다. 더불어 북한내의 송배전망을 현대화하여 남쪽의 전력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실상 북한의 전력망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구성해야 하고 당연히 에너지 체계부터 제로베이스에서 구상해야 한다는 문제들이 발생했다.


실제로 북한의 전력난은 열악하다 못해 그야말로 필수전기만 겨우 근근히 유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수도 평양마저도 전력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북한의 김정은은 집권 이후 전력난 해결을 위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충에 나섰지만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마도 북한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전력 문제에 대한 실무적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도 문 대통령에게 솔직하게 전력 문제를 꺼낸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문재인-김정은의 도보다리 산책에서 문대통령이 발전소 문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발전소 문제’라는 말을 꺼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정리하자면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건네준 USB에는 원자력발전소 문제는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보다리 산책에서 문 대통령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하게되면 북한 전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으며 우리 측이 건설을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물론 당시 분위기는 미북간 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고 마치 꽃바람이라도 불듯한 기운이 있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은 ‘비핵화가 된다면’이라는 단서 조항은 말하지 않고 편하게 ‘원전 건설 지원’을 거론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연고로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2일 “야당이 명운을 걸면 USB 공개를 검토하겠다”면서 엄포를 놓은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사실 산업자원부 직원들이 삭제한 북한 원전 관련 문건들은 대부분이 4ㆍ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5월 2일~15일에 작성되었다.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2차 남북정상회담 사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 시기에 북한원전 문건이 집중적으로 작성되었을까?


[쟁점 2: 북한 원전이 거론된 이유?]


4.27정상회담 직후인 4월 30일,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후속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주기 바란다”며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 것은 사전 조사 연구부터 시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산업자원부의 북원추 보고서는 5월 14일 만들어졌다. 특히 이 시기는 한ㆍ미 간에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상응해 제공할 보상조치 간 패키지를 어떻게 구성할지를 두고 논의가 분주하던 때였다.


당연히 대북제재 조치도 완화 또는 해제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들이 청와대에서 나왔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비핵화’라는 단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다양한 계획들을 세우게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남북경협을 하더라도 가장 먼저 거론되고 또 준비되어야 할 아젠다가 바로 북한의 전력 문제라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건네준 한반도신경제구상은 기본 전제부터 무너지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청와대는 북한의 전력난 해소에 관련된 계획들을 실무부서인 산업자원부에 세우도록 지시했고 이에 따라 세종시의 산업자원부 직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아예 고려하지도 않고 북한 원전 건설 방안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위원장이었던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관계 부처로부터 1차 회담과 관련된 실행계획을 내도록 독려한 것으로 보인다. 통로는 통일부. 통일부는 1차 남북회담 직후 실천방안을 내도록 전 부처에 공지했다. 당시 정상회담 준비위 산하에는 의제, 소통·홍보, 운영 지원 등 3개 분과를 뒀는데 총괄 부서가 통일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문건들이 ‘북한 전력산업 현황 및 독일 통합사례.pdf’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 과제.PDF’와 같은 연구보고서를 포함해, ‘에너지 분야 남북경협 전문가_원자력.hwp’ ‘KEDO 관련 업무경험자 명단.XLSX’,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hwp’ 등의 문건까지 만들게 된 것이다.


북한의 전력난 문제가 청와대 차원의 지시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또 하나 증거는 산업자원부에서만 북한 전력 문제를 다룬 것이 아니고 한국가스공사도 북한 원전 건설의 장단점 등을 분석한 에너지 협력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산업자원부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이러한 일들은 청와대의 지시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정황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5월 9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난 뒤인 5월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이 발전하려면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할 것이므로 민간 부문의 미국인들이 북한의 에너지 그리드를 건설하는 데 직접 투자할 것”이라며 발전소 건설을 제안했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김정은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의 전력난 해소를 비핵화 선물로 요구했다는 의미다.


또 하나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2018년 5월 6일 “북한 관련부처가 건설 도중 폐기된 신포 경수로를 점검했고, 건설 재개 가능성과 필요한 물자에 대해 상세히 보고하라는 당국의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북원추 보고서에서 1번으로 다룬 게 신포 경수로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가장 설득력 있는 안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북한의 전력 문제가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그 시점에 김정은도 전력난 해소를 위한 방법으로 원전에 대한 관심을 반복적으로 공개 표명했다.


2016년 5월 7차 당대회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동시에 밀고 나가 전력 문제 해결의 전망을 열어놔야 한다”고 했고, 2019년 신년사에서도 “조ㆍ수력과 풍력, 원자력 발전 능력을 조성해나가며 도ㆍ시ㆍ군들에서 자기 지역의 다양한 에너지 자원을 효과적으로 개발ㆍ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수력과 조수력, 원자력을 비롯한 전망성 있는 에네르기 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더 많은 발전능력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쟁점 3: 작성된 원전 문건과 내용이 북으로 전달되었는가?]


그렇다면 이렇게 산업자원부의 검토를 통해 만들어진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내용이 북한으로 과연 전달되었을까?


현재 정황상으로는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구두로 원전 발전 이야기를 꺼낸 문 대통령이 산업자원부의 보고를 바탕으로 하여 9월 2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3가지의 방안을 제시했을 것이다. 그 기본이 2018년 5월 작성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 문건이다.


본문 4페이지, 참고 2페이지 등 총 6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된 이 문건에는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를 지으려던 자리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신한울 3ㆍ4호기를 완공해 북한에 송전하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이 안들 중에서 김정은은 한국에서 생산된 전력을 북한으로 송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탐탁치 않게 여겼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그래서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KEDO 부지(함경남도 금호지구)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북한은 선호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질조사와 부지 정리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이미 구축한 북한 내 송전망을 활용할 수 있어 신속히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입장에서는 제작 중단된 신한울 3ㆍ4 원전의 원자로 등을 활용한다면 공사도 빨리 진척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 지역에 원전을 건설함으로써 생겨나는 부수적 문제가 있다. 바로 사용후핵연료 통제가 어려워 미국 등 주요 이해관계자와 협의 등을 통한 처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만약 이 문제를 통제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이를 활용해 언제든지 핵무기 생산에 전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구체적 북한원전 건설 방안이 김정은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2018년 9월 이후 김정은에게서 수시로 터져 나온 원자력이라는 단어가 이를 반증해 준다.


[‘신내림’의 그 신(神)은 청와대다!]


월성 원전 폐쇄 관련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일요일 심야에 도둑처럼 잠입해서 문건들을 지웠던 산업부 공무원은 검찰 조사에서 “신내림을 받았다”는 황당한 진술을 했다. 그러한 진술을 믿을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그 ‘신내림’ 진술이 맞을 수도 있다. 해당 공무원의 입장에서 ‘신내림’의 ‘신(神)’은 ‘하늘과도 같은 청와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와대를 상대하는 공무원들이라면 청와대의 존재가 얼마나 신같은 존재인지 다 안다. 그렇게 신같은 존재들이 뒷배가 되어준다고 생각하니까 ‘신내림’이라는 황당한 발언까지 하면서 끝까지 그 북한 원전 문건들을 숨기려 했을 것이다.


사실 그 북한 원전 문건들은 감사원 감사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그런데도 삭제를 했다. 왜 그렇게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 문건 내용이 알려지면 곤혹스럽거나 다칠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신들이 아닌 신처럼 섬기는 저 윗분들이 입장 난처해질 것 같으니까 그 밤 중에,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문건들은 일요일 밤 11시(2019년 12월 1일)부터 자정을 넘겨 다음 날 오전 1시20분까지 도둑같이 몰래 들어가 문건을 삭제한 것 아니겠는가?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산업자원부 공무원들은 청와대와 수시로 소통했다고 한다. 자신들을 방어해 달라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해당 문건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에 대해 논의를 했을 것이다.


생각해 보라! 대통령부터 탈원전을 외치는데 감히 어떤 공무원이 대통령의 지침과 정반대로 원전 건설을 감히 왈가왈부할 수 있겠는가? 아니 어떤 공무원이 수조원짜리 원전 건설안을 상부의 지시도 없이 아이디어라고 떡 하니 꺼내 놓겠는가? 이게 상상이나 가는 일인가?


만약 상부 지시 없이 그런 아이디어를 냈다면 그런 공무원은 당장 사표쓰라고 야단 맞았을 것이다. “네 목이 몇 개나 되냐”면서 상관 질책도 받았을 것이고....


형법은 적국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맞서는 행위를 ‘여적(與敵)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하는 행위를 ‘일반이적(利敵) 행위’로 간주한다.


형법에서 말하는 ‘적국’이란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를 말하며, 여적·이적 미수범 역시 처벌 대상이다.


원칙대로라면 문재인 정권의 북한 원전 계획은 분명히 여적 행위이고 이적행위다. 물론 미수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무슨 소리냐고 펄펄 뛸 것이다. 설사 북한 원전 문건이 김정은에게 넘어간 것이 모두 드러났다고 해도 여전히 ‘여적·이적’이 아니라고 강변할 것이다.


왜냐면 문재인 정권에게 있어 북한은 적(敵)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민족끼리’ 통일해서 잘 살자고 하는데 무슨 ‘적’같은 소리 하냐고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대통령이 북한 원전 논란에 “구시대적 유물 같은 정치”라고 비난 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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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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