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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 목숨 구한 바이든, 중국 어떻게 다룰까? - 대중 강경론자 캠벨의 '아시아 차르' 내정은 큰 의미 - 대중국 혐오 가득한 미국내 여론 무시 못할 것 - 문재인 정부에게도 혹독한 시련 가져올 가능성
  • 기사등록 2021-01-20 21: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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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전 시진핑 목숨 구한 바이든]


9년 전인 2012년 2월 13일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은 9박 10일 일정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한 적이 있다. 시진핑은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차기 주석으로 내정된 상태여서 미국의 지도부를 미리 만나 미중관계를 탐색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방미를 한 것이다.


바로 그 시진핑 당시 부주석의 호스트가 미국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이었다. 두 사람은 이후 18개월여에 걸쳐 8차례, 모두 25시간을 통역만 대동한 채 대화를 나눌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시진핑 당시 부주석에게 엄청난 정보를 안겨주면서 중국의 정치판도를 뒤흔들어 버렸다. 시진핑에게는 바이든이 은인과 같은 존재가 되도록 만든 것이다.


홍콩의 중국 전문 월간지 『첸사오(前哨·전초)』가 지난 2013년말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주일 전인 6일 왕리쥔(王立軍) 충칭(重慶)시 공안국장 겸 부시장이 청두(成都) 미국 총영사관에 진입해 정치적 망명을 요구하며 기밀자료를 건냈고, 이 파일은 즉시 게리 로크 주중 미국 대사에게 보고됐다. 그리고 로크 대사는 곧바로 잠자고 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깨워 사실을 알렸다. 힐러리 장관 역시 즉시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기밀사항을 직접 보고했다.


▲ 웡옌칭(翁衍慶) 예비역 중장이 2018년에 펴낸 『중공정보조직과 간첩 활동』


이 기밀을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시진핑에게 넘겨주게 되는데 이 과정에 대해서는 대만 국방부 산하 군사정보국의 전 부국장 웡옌칭(翁衍慶) 예비역 중장이 2018년에 펴낸 『중공정보조직과 간첩 활동』이라는 책에 자세히 나온다.


“바이든 부통령은 왕리쥔이 제출한 보시라이(薄熙來)·저우융캉(周永康)의 쿠데타 계획 물증을 시진핑에게 보여줬다. 시진핑은 베이징에 돌아온 뒤 후진타오 주석에게 내용을 보고했다.(중략) 3월 18일 링지화(令計劃) 중앙판공청 주임의 아들 링구(令谷)가 베이징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중앙경위국 무장 부대가 현장을 봉쇄했다. 후진타오(당시 주석)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 3월 19일 밤 심복 쉬린핑(許林平) 군단장에게 38군의 베이징 진입을 명령했다. 무장경찰의 본부 중앙정법위 건물에서 대치하도록 했다. 군 병사들이 소리쳤다. ‘우리는 후 주석의 쿠데타 본부 제압과 쿠데타 지도자 체포를 명령받았다.’ 이에 무장경찰은 ‘중요 국가 부처를 공격하는 너희들이 반군’이라며 공포탄을 쏘며 저항했다. 하지만 무장경찰 부대는 정규 군대를 대적하지 못했다. 곧 무장 해제됐다. 38군은 정법위 건물에 진입했지만, 저우융캉을 찾지 못해 체포엔 실패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정확하게 시진핑에게 말했다. 왕리쥔이 미국에 건넨 자료에는 장쩌민(江澤民)·저우융캉·쩡칭훙(曾慶紅)·보시라이 등이 비밀리에 시진핑을 겨냥해 권력 탈취 계획을 모의했다는 사실이 들어 있었다. 이미 시행을 시작한 상태였다.”


이 기록에 나온 그대로 2012년 3월 19일. 중국 최고 수뇌부의 집단 거주지인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남문을 무장경찰이 포위했다. 사실상 쿠데타였다.


그러나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은 이 정보를 미국이 시진핑에게 건네준 기밀문서를 통해 사전에 인지한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과 후진타오는 즉각 반격에 나선다.


심복을 미리 앉힌 38군에 즉각 베이징 진입을 명령했다. 군이 무장경찰 본부인 중앙정법위원회(검찰·경찰·법원을 총괄하는 당 조직) 건물을 포위, 무장을 해제시켰다. 현장에 없었던 저우융캉(周永康) 당시 정법위 서기는 체포하지 못했다. 그러나 쿠데타는 진압됐고, 이후 그해 11월 거행된 중국 공산당 18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은 중난하이를 물려받았다. 보시라이·저우융캉·링지화는 차례차례 숙청됐다.


결국 바이든이 있었기에 지금의 시진핑도 주석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시진핑의 정적들은 물론이고 차기 주자들까지 모두 숙청하면서 강력한 권력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셈이다.


[중국, 바이든 정부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만...]


바로 시진핑의 은인이라 말할 수 있는 바이든이 1월 20일 미국의 대통령에 취임했다. 지금 전 세계의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는 바이든 새 정부가 중국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가 하는 것이다.


바이든이 부통령이었던 오바마 정부 때는 바로 그 기밀문서 때문에 그야말로 밀월관계를 유지했었는데 이젠 당사자인 바이든 집권기에는 과연 중국과 어떤 관계가 펼쳐질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내에서 바이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마도 시진핑 주석일 것이다. 반대로 시진핑에 대해서 바이든도 알만큼 아는 사이다. 그만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정부때와 같은 대충돌이 아니라 상당히 완화된 미중관계가 형성되지 않겠는가 하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중국내 분위기는 더욱 그런 기대를 하고 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지난 2일 신화사·CC-TV 공동 신년인터뷰에서 “미·중 관계에 희망의 창이 열렸다”며 “미국 신정부가 이성을 되찾고 대화를 재개해 양국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의 기대가 바로 지금 중국내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 이전에도 중국내에서는 미중관계에 대한 희망적인 관측들이 나돌았다. 중국내 희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중국의 관영 환추스바오(환구시보)다.


지난 11월 3일의 미국 선거인단 투표 직후 환추스바오는 8일자 "미중 관계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노력을 포기하지 말라"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중국 정부는 바이든의 팀과 충분한 소통을 시작해야 하고, 긴장한 상태에 처한 미중관계를 (최소한) 예측 가능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올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국 공세를 강화해왔는데 중국을 아프게 때리면 때릴수록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이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정책 가운데 많은 '긴장의 버블'이 의도적으로 형성됐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문은 "바이든의 당선으로 이런 ‘버블’을 없앨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면서 “미중 양국은 코로나19 방역, 기후변화 대응, 무역, 인문교류 등 측면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무역 측면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행정부의 강압적인 노선을 유지할 것이지만, 엄청난 도박과 같은 승부수 행보는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중국은 바이든 당선으로 미중 관계가 개선되고 국면이 바뀔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되지만, 동시에 미중 관계 개선에 대한 신념을 약화시킬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 바람대로 흘러갈까?


[바이든의 미국, 중국을 어떻게 대할까?]


그렇다면 정작 당사자인 바이든 새 정부는 중국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펼칠까?


▲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미국인의 중국 호감도 조사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미국내 중국 여론이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7년 봄만 하더라도 중국에 대해 ‘(매우+약간) 호의적’인 사람들이 44%였으나 2020년 여름에는 22%로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반면 ‘(매우+약간) 싫어한다’는 층은 47%에서 73%로 대폭 증가했다. 그만큼 최근 중국인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높다는 의미다. 이것이 지금의 미국 분위기다. 아무리 바이든이 중국 우호적이라 할지라도 의회와 여론을 존중하는 바이든으로선 중국과 협력하는 게 힘든 과제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바이든이 아시아 지역 업무를 총괄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으로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내정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 미국 언론은 '아시아 차르'라 부른다. 대중 정책 뿐 아니라 아시아 관련 대외정책을 사실상 총괄하게 돼 러시아의 황제를 뜻하는 ‘차르’를 그 자리에 붙인 것이다.


캠벨 전 차관보는 한마디로 대중 강경론자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베테랑 외교 정책 전문가인 캠벨 전 차관보는 앞으로 미 정부기관마다 다른 대중 정책을 잘 통합해 추진하는 중요한 직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캠벨 전 차관보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게재한 ‘미국은 어떻게 아시아 질서를 강화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통해 “중국에 효과적으로 대항하기 위해서는 경제와 군사 영역을 나눠 ‘투트랙’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모든 사안에 초점을 두는 거대한 연합체를 구성하는 대신 개별 문제에 초점을 맞춘 연합체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 영역에서는 ‘민주주의 10개국(D10)’, 군사 영역에서는 ‘쿼드(Quad)’ 확대를 반중 전선의 두 축으로 제시했다. 여기서 ‘D10’은 주요 7개국(G7) 국가에 호주와 인도, 한국을 더한 10개국이다. 민주주의라는 공통 분모로 묶은 연합체인 D10이 대표적인 바이든식 반중전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캠벨 전 차관보는 이 같은 연합을 통해 지역 각국 경제의 ‘탈(脫)중국’을 추동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 지역 각국에 중국의 공급체인에서 빠져나와 다른 지역 경제로 이동해도 여전히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안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캠벨 전 차관보는 또한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등 이른바 쿼드의 확대를 통한 군사적 억지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이 질서를 위협했을 때의 벌칙을 설계해야 하고 이를 위해 동맹과 파트너들의 강력한 연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도 19일(현지 시각) “러시아·이란·북한의 위협에 맞서 민주주의·인권을 지키겠다”면서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위협이 증대하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지만, 우리의 핵심 동맹들을 다시 활성화(revitalize) 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며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인용해 “전 세계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존재함을 다시 떠올리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인 크리스토퍼 레인 텍사스 A&M대 행정대학원(부시 스쿨) 석좌 교수도 최근 “미국에서는 중국을 명백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도 중국과 제2의 냉전을 벌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미·중 간 플래시 포인트(발화점)로 북한과 대만, 남중국해를 꼽으면서 “미·중이 (군사적) 충돌 경로(collision course)를 걷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레인 교수는 “워싱턴에서는 중국에 대해서는 초당적 입장이 있으며, 중국을 지정학적·경제적·기술적·이념적 위협으로 명백히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바이든 정부에서의 대중정책 방향은 대체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또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또한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도록 미국내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물론 바이든의 반중전선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일방주의적인 정책을 펼치던 트럼프와는 달리 바이든은 ‘동맹’과 ‘다자(多者)주의’를 앞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동맹국인 한국에게 미국의 반중전선에 함께 참여하라는 강력한 압박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바이든 정부의 출범은 문재인 정부에게도 혹독한 시련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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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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